「홍찬식 기자」 우리나라 옛 선비들의 정신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조선시대 문방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31일 서울 관훈동 고도사화랑(02―735―5815)에서 개막된 「옛 문방문화전」에는 종이 붓 벼루 먹 등 이른바 문방사우를 비롯한 각종 옛 문방구 2백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조선시대 때나 지금이나 문방구는 학문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다. 하지만 과거 선비들은 문방구를 택할 때도 멋과 아름다움을 중시해 예술적인 측면에서 볼때 뛰어난 물건들이 많이 남아있다.
출품된 문방구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옛 종이. 1백∼2백년정도 경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종이들은 10장씩 두루마리 형태로 묶여져 있으며 흰색이외에 치자 등 식물성 염료로 물들여진 색종이도 있다. 또 종이에 소나무나 매화 등의 문양을 나무판으로 찍어 한껏 멋을 낸 시전지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펜에 해당되는 붓 역시 기능적인 면이외에 모양새에 적지않은 신경을 썼다. 마디가 짧은 대나무를 사용, 붓대위의 대나무 마디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멋을 부린 붓이 있는가 하면 붓대 자체를 청화백자로 만든 붓도 눈길을 끈다.
먹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중국에서 제작돼 국내에 수입된 것이 상당량을 차지, 수입품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 때 벼루 등 비교적 오래된 것이 많이 남아있는 벼루에는 풍요와 결실을 상징하는 포도문양이 많이 새겨져 있어 당시 선비들이 학문을 통해 다양한 성취를 이루고자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같은 기초적인 문방구 말고 선비들의 미의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들로는 연적(먹을 갈때 사용하는 물을 담는 그릇)이나 책상 필통 편지꽂이 붓걸이 등이 있다.전시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