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이나 「모나리자」 같은 불후의 명작을 그린 예술가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 빈치가 과학자로서 「기계학 입문」을 저술하고 자동차 비행기 잠수함 기중기 등을 발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얼마전 서울에서 다 빈치가 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형태와 기능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문명의 이기들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전시회가 열렸다. 「다 빈치에서 현대문명으로」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전시회는 다 빈치에게는 과학과 예술이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였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실제로 다 빈치는 「회화는 과학이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통해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도 과학적 원리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이 전시회에는 다 빈치의 작품들과 함께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업체인 피닌파리나사에서 디자인한 자동차와 산업제품들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과학과 예술의 화합을 추구한 다 빈치의 창조 정신이 피닌파리나사의 디자인 이념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페라리같은 자동차의 디자인도 결국은 과학과 예술의 화합을 통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상 생활용품부터 자동차와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제품의 디자인에서는 과학과 예술의 유기적인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 낼 만큼 매력적인 제품의 형태는 예술적 속성의 산물이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는 기능의 완벽성은 과학적 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유수의 산업디자인 교육기관들이 과학과 예술 관련 교과목들의 균형을 이룬 교육과정을 이수시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정경원:과학기술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