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키라키(피지)〓羅成燁기자」 『희한한 장비로 신통하게 치료하는 사람들이 와
있다』
지난 14일부터 5일간 한림대 의료봉사단이 무료진료활동을 펼친 피지 라키라키 지
역병원에는 이같은 소문을 들은 주민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이 병원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이 이 지역 주민 5만여명을 위
해 60만달러를 투자해 지은 18병상 규모의 현대식 의료시설이다. 내과 피부과 치과
등의 전문의와 간호사 약사 방사선기사등 모두 10명으로 이뤄진 한림대 의료팀은 10
일 개원한 이 병원과 인근 마을에서 「감동」의 의료활동을 펼쳤다.
가장 인기를 끈 분야는 초음파검사. 모니터 화면으로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모
습을 볼 수 있다는 소문에 매일 30여명씩의 산모가 줄을 섰다.
초음파진단기 화면에 나타난 꼼지락 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던 레시마 리타
쿠마양(18)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밖에 치과 1백여명, 피부과 1백70여명, 내과 2백여명 등 모두 5백여명이 라키
라키지역에서 진료를 받았고 3명은 피부과 수술을 받았다.
17일에는 수도 수바에서 한국교민 50여명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폈다.
성형외과 오석준교수와 내과 유형준교수는 이날 피지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인 수
바 CWM병원에서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오교수는 이날 오후 턱에 종
양이 생긴 환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현지의료진의 부러움을 샀다. 종전까지 어
려운 수술환자는 대개 호주나 뉴질랜드로 옮겼었다.
피지는 남태평양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인구 80만의 작은 섬나라. 그러나 국가 수
입의 60%는 사탕수수 재배로, 나머지는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극히 뒤처진 경제구조
여서 사회 모든 분야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의료서비스도 마찬가지.
한림대의료팀이 무료 진료를 실시한 서부지역의 경우 인구 30만에 의사는 겨우 42
명. 앰뷸런스는 6대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있는 의사도 대부분 이론교육 3년과 실
습 3년과정만을 마친 풋내기들로 실력은 우리나라 「인턴」보다도 못하다는 평. 지
역병원에는 마취사가 없어 간단한 수술이라도 인근 대도시나 수바로 환자를 이송한
다.
윤현숙 한림대 해외봉사단장(사회복지학과교수)은 『이제 우리나라 의료계도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제삼세계에 대한 책임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만 떠넘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림대의료원은 앞으로 매년 피지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현지 의료진을
일정기간 우리나라에서 교육시키는 방안도 현재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