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코요태 “우리가 해체하는 날이요? 2078년 정도?”

  • 동아일보

5년 만에 모인 코요태, 앨범 작업하는 순간순간이 모두 즐거웠다고 말하며 함께여서 좋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PK미디어
5년 만에 모인 코요태, 앨범 작업하는 순간순간이 모두 즐거웠다고 말하며 함께여서 좋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PK미디어

늘 당하는 큰 오빠, 속 살살 긁는 여동생,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둘째 오빠. 가수 코요태를 인터뷰를 하는 동안 든 생각이다. 이들을 보면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남매 같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 티격태격, 옥신각신하며 "으이그~" "아오~진짜!" 라는 등 다소 거칠지만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말도 하기도 했다.

비가 오는 오후, 홍대 카페에서 만난 코요태(김종민, 신지, 빽가)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앨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베이글과 케이크를 먹으며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신지는 아침부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유난히 남자 멤버들이 말이 없네요"라며 남자멤버들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우리 아직 해체 안했어요! 꿋꿋하게 돌아왔습니다!

코요태의 1집 앨범 '코요태(高麗太)'가 나온 때는 1998년이다. 이후 복고풍 댄스곡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이들은 2006년 9집 '아이 러브 록&록'을 발표한 후 돌연 그룹 활동을 중단했다. 코요태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비가 오면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 그 사이 코요태는 더 단단해졌다.

김종민은 공익요원으로 복무했고, 빽가는 뇌종양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신지는 갑자기 찾아온 무대 울렁증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5년 만에 다시 뭉친 코요태는 '꿋꿋한 코요태(Good Good han Koyote)'라는 앨범 이름처럼 정말 꿋꿋하게 일어섰다.

이번 코요태 앨범은 예전 앨범과는 다르다. 타이틀곡인 '꿋꿋타임(Good Good Time)'만 들어도 그 동안 복고풍이었던 코요태의 노래가 최신 유행가처럼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사에도 5년 동안 꼭꼭 숨겨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 수록곡 '우리 사귀자'는 노래 앞뒤에 멤버들의 톡톡 튀는 멘트를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곡이다. '이제 와 싫다면'은 현재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진입해 코요태의 저력을 보여준다.

-5년 만에 복귀라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5년이란 시간동안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잖아요. 저도 공익근무요원으로 있었고 빽가는 많이 아팠으니까요. 그 어느 때의 컴백보다 새로운 기분이에요."(김종민)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조차도 싫었죠. 지금은 같이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사람들은 아팠던 빽가가 기분이 제일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제가 제일 기다렸던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신지)

- 타이틀 곡 'Good Good Time' 들어보니 느낌이 '쫀득쫀득'해요.

"저희가 바라던 게 바로 그거예요. 캐러멜이나 찹쌀떡처럼 쫀득한 느낌이 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빽가)

"이번 타이틀곡은 기존 코요태 곡보다 더 대중적인 노래예요. 빽가도 몸이 낫고 있는 상태니까 밝은 노래로 하고 싶었어요. 노래는 하우스 풍에서 일렉트로닉을 가미했어요. 주위에서 '기존 코요태곡이랑 다르다'라고 하시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저흰 벌써 성공한 거나 다름없어요." (김종민)

"저희 앨범 타이틀도 'Good Good Han' 코요태잖아요. 어떤 분들은 코요태가 해체한 줄 알고 있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또 해?" "아직도 해?"라는 묻기도 하세요. 그래서 꿋꿋하게 돌아왔어요. 우린 코요태니까요."(신지)

-노래를 들어보면 프랑스어가 나옵니다.

"제가 지금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거든요. 아직 기초단계라 안부인사나 간단한 말 정도만 할 줄 알아요. 타이틀곡 쓰신 작사가분이 앞에 특이하게 영어 말고 스페인어를 넣으려고 하시기에 기왕이면 제가 배우는 프랑스어를 넣어보자고 해서 넣게 되었어요." (빽가)

-타이틀곡에 신지가 랩도 한다, 멤버들이 보기에 신지의 랩 실력은?

"신지는 저희가 평가할 실력이 아니에요. 정통 래퍼들도 인정하는 실력자예요."(빽가)

"신지는 워낙 박자감각이 뛰어나고요. 발음도 정확해서 웬만한 아이돌 실력 못지않죠." (김종민)

-가사를 보면 '나는 가수인데 사진만 찍으래. 나도 연예인인데 자꾸 비 친구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네, 워낙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서 유쾌하게 하소연하고 싶었어요. 자꾸 사람들을 만나면 제 이야기는 안 묻고 "비는 잘 지내?"라는 말만 해요. 마치 종민이 형을 보면 '1박 2일' 멤버들 안무 묻는 거랑 같은 거죠. " (백가)

-'우리 사귀자' 라는 곡은 신지가 '아아앙' 하면서 애교도 떨던데, 평소 남자멤버들에게 애교를 잘 부리나요?

"아니요, 절대 안 그래요. 녹음할 때 깜짝 놀랐어요. 13년 같이 있었지만 그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요."(김종민, 빽가)

"전 좋아하는 남자한테 애교를 잘 부려요. 남자멤버들한테는 못해요. 아마 했다간 맞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하기도 싫어요. 하하"(신지)

-앨범 재킷이 3D로 제작되었다고 하던데.

"네, 제가 사진작가니까 직접 찍고 3D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3D안경을 안 갖고 계시니까 살짝 느낌만 줬어요. 그래서 그냥 보시더라도 약간 입체감이 느껴지실 거예요. 앨범에 3D안경을 붙여드릴 수도 없고…하하 "(빽가)

2005년 활동 당시 코요태.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5년 활동 당시 코요태.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제 우리는 가족이나 다름없어…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3인 코요태가 돌아온 것은 자그마치 5년만. 2006년 9집 '아이 러브 록&록' 활동 후 2007년 김종민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2009년 12월 김종민의 소집해제로 코요태가 다시 활동할 계획이었으나 2010년 1월 빽가의 뇌종양 제거수술로 또 다시 미뤄졌다.

신지와 김종민은 싱글 앨범을 내고 각자 솔로활동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 6월에는 신지와 김종민이 미니음반 '리턴'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비록 빽가는 활동을 하진 못했지만 앨범 사진 등 보이지 않은 곳에서 멤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역시 5년이란 시간은 쓸쓸한 시간이었다. 신지는 솔로 활동때 원인 모를 무대공포증이 생겼다. 김종민 또한 솔로 활동을 하면서 어깨에 짐이 얹은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신지는 발라드 불렀을 때 무대 울렁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댄스곡은 괜찮은데 발라드는 그렇더라고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후배가수 성제 씨랑 듀엣할 때였는데, 계속 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음악방송에서 '아 왜 이렇게 떨리냐?'라는 생각이 순간 확 드는 거예요. 그래도 그때는 덜 떨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방송이 문제였어요. 전날 떨었던 기억이 나니까 정말 떨리는 거예요. 그때부터 발라드를 부르면 무대울렁증이 생겨요. 이유를 알면 고칠 수 있을 텐데…"(신지)

- 김종민도 솔로 활동할 때 안 떨었는지?

"저도 무지하게 긴장했죠. 확실히 셋이 할 때보다 혼자서 하는 게 부담감이 더 많아요. 그리고 코요태에서는 제가 리더니까 아무리 긴장을 해도 동생들한테 보이면 안돼는 책임감이 느껴지니까요."(종민)

- 빽가 씨의 복귀를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네, 아무래도 제가 아프다보니 활동을 한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제 우선순위는 늘 '코요태'예요. 전 멤버들하고 있는 게 진짜 좋거든요. 직업이라는 게 누군가와 어떻게 즐겁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저는 코요태에서 멤버들과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코요태 빽가가 있으니까 사진작가 빽가도 있는 거예요."

- 멤버들은 활동 외에 같이 뭐하고 지내는지?

"밥 먹고 차 마시고… 저희는 술은 잘 안 해요. 종민 오빠가 워낙 술이 약해서요. 지금은 좀 늘었는데 예전에는 맥주 한 캔이 거의 치사량이었어요. 빽가씨가 아프기 전엔 둘이 같이 술 자주 먹었죠."(신지)

"이번에 뮤직비디오 찍고 밥 먹으면서 술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안 마시려고 하는데 그때는 멤버들이랑 있으니까 기분도 좋아서 한잔씩 했었어요." (빽가)

- 코요태가 장수하는 비결은 뭘까요?

"신지의 목소리요. 신지가 데뷔할 때가 워낙 어려서 연습하는 데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선천적인 목소리도 좋았지만 노력을 많이 했죠. 저희 노래 중에 'Y'라는 곡을 들으면 진짜 신지의 보컬에 감탄해요. "와 어떻게 저런 감성이 나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죠."(김종민)

"전 남자멤버들 때문이죠. 워낙 제 성격을 잘 받아주니까요. 오빠들이 착해요."(신지)

- 싸우기도 하나요?

"아유, 그럼요. 싸울 때는 진짜 맹렬히 싸워요. 그 때는 별말이 다 나오죠. '야~ 끝내, 끝내!' '나한테 연락하지 마' '다신 볼 생각도 하지 마' 라면서 싸워요. 그리고 그 다음날 '술 깼니? 밥 먹자' 라고 전화와요. 하하"(신지)

"싸울 때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 다 말해요. 그래야 나중에 뒤끝이 없어요. 어찌 보면 그게 코요태가 장수하는 비결일 수도 있겠네요." (김종민)

- 이번 앨범, 어느 정도 인기 예상하나요.

"벨소리 1위 노립니다. 하하하. 그리고 사람들이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쇼핑몰이나 어머님들 에어로빅 운동하실 때 등 일상에서 우리노래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종민)

"요즘에 워낙 쟁쟁한 선후배님들이 많아서요. 1위를 하면 좋겠지만 상위권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신지, 빽가)

- 언제까지 코요태를 할 계획?

"'언제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한 적은 없어요. 같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신지)

"한 2078년쯤? 하하하 그러면 우리가 백 살 도 넘겠네요. 아이고~ 살아 있으려나?"(빽가)

계획에는 아직 없지만 코요태는 단독콘서트를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소극장이나 클럽 같은 곳에서 코요태 만의 '유쾌 상쾌 통쾌'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싶다고. 또한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활동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 활동을 하면서 가진 계획은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것이다. 빽가는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초심을 생각했어요. 코요태가 13년이 됐지만 겸손한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코요태는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잡초처럼 꿋꿋하고, 뻔뻔한 코요태가 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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