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장훈-김주성 '빅2' 첫대결

  • 입력 2002년 10월 31일 21시 37분


서장훈(왼쪽)의 골밑 돌파를 김주성이 가로막고 있다.[변영욱기자]
서장훈(왼쪽)의 골밑 돌파를 김주성이 가로막고 있다.[변영욱기자]
서장훈(삼성 썬더스·2m7)과 김주성(TG 엑써스·2m5). 둘이 힘을 합친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농구는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섰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는 하나. 프로무대로 옮긴 두 선수가 개인의 명예와 소속팀의 우승을 위해 반드시 상대를 딛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자로서 다시 만났다.

서장훈과 김주성이 2002∼2003애니콜프로농구에서 처음 만난 31일 잠실실내체육관. 김주성은 경기 전에 인터뷰를 한 날은 패한다는 징크스를 이유로 말을 아꼈다. 반면 말없이 연습중이던 서장훈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마침내 점프볼과 함께 1쿼터. 서장훈이 TG의 센터 데릭 존슨(2m5)을 맡았고 김주성은 삼성의 스테판 브래포드(1m98)의 맞상대로 나서 직접 대결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선수는 끊임없이 부딪쳤다. 1쿼터 중반 서장훈의 점프슛 순간 김주성이 몸을 날리며 블록슛을 시도했지만 높이에서 뒤진 채 팔만 쳐 반칙. 김주성은 1쿼터 막판 다시 서장훈의 슛을 막다 두 번째 파울을 범했다.

서장훈은 16-17로 뒤진 상황에서 김주성을 앞에 두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고 2쿼터 초반에는 존슨과 김주성이 동시에 블록슛을 시도하는 틈을 뚫고 드라이빙 레이업슛을 성공시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3쿼터 중반에는 김주성의 슛을 완벽한 블록슛으로 저지했다.

그러나 김주성도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를 십분 활용해 전반에만 4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쿼터 초반 브래들리의 슛을 블록슛으로 막아낸 뒤 전광석화처럼 상대 코트로 내달아 득점까지 연결시켰고 서장훈에게 넘어가는 패스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이어 2쿼터 26-26 동점 상황에서는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을 성공시켰고 서장훈의 수비를 뚫고 슛을 성공시키는 등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서장훈은 이날 26득점에 15리바운드 2가로채기에 1블록슛, 김주성은 23득점에 10리바운드 1가로채기에 5블록슛. 기록상으로 보면 이날 서장훈과 김주성의 승부는 무승부. 서장훈이 리바운드에서 앞선 반면 김주성은 호쾌한 블록슛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노련함에서는 서장훈이 앞선 반면 스피드와 탄력에선 김주성이 우세.

두 선수의 대결로 팽팽하게 전개되던 승부는 김희선의 3점포로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4쿼터 종료 49.7초를 남기고 터진 김희선의 3점슛을 결승골로 삼아 삼성은 TG의 추격을 뿌리치고 86-83으로 승리했다.

이긴 삼성이나, 진 TG나 모두 후회없는 한판 승부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서장훈-김주성 한마디▼

▽서장훈〓훌륭한 후배와의 첫 대결이어서 어떤 경기보다도 집중력을 기울였다. 주성이는 뛰어난 파워포워드로 어느 용병보다 뛰어난 기량을 지녔으며 신인인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뛰었다. 주성이와의 승부를 떠나 용병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강팀인 TG를 꺾은 데 더 만족한다.

▽김주성〓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했다. 장훈이형과는 수비에서 매치업이 되지 않았지만 스위치가 될 경우 1 대 1로 맞설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신장도 비슷하기 때문에 수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장훈이형은 슈팅력이 좋기 때문에 수비에서 신경이 쓰였다. 삼성을 꼭 이기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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