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들의 모럴 해저드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50분


일부 동네의원의 ‘진료비 부풀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동네의원 34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19곳이 진료비를 허위로 늘려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도 동네의원 640곳에서 모두 112억원의 부정 진료비 청구가 있었다고 한다.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이윤 극대화를 위한 불법 행위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진료비 부정 청구는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엄연한 범죄행위이다. 더구나 의원 운영이 어려운 게 아닌데도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들의 수법을 보면 가벼운 감기환자를 중증 독감환자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다른 질병과의 합병증세로 진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한두 번 치료받으면 될 것을 여러 날 의원을 찾아야 했으며 항생제 등 더 많은 약을 복용하거나 필요 없는 주사까지 맞아야 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늘어난 것은 물론 약물의 오남용 피해까지 보았던 셈이다. 돈벌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양쪽 모두를 희생시킨 부도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의학지식이 별로 없는 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건 당국은 지속적이고 철저한 단속을 벌여 불법 행위가 더 이상 자리잡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의료계로서도 일부 의사들이 의료계 전체를 욕보이는 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내부적인 근절 노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도입된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명분은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은 정반대로 나타난 이 같은 결과에 도무지 어이가 없다. 정부나 의료계가 국민건강을 내세우면서도 의료서비스는 개선되지 않고 그 사이에서 국민만 봉이 되는 불합리한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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