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2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러나 가장 영향력 있는 펀드매니저라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투자 호흡을 좀 더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투자자는 회사의 주인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기업은 주주를 주인 대접 해줘야 합니다….”
경제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지루한 투자철학으로 그는 한국 증시 최고의 펀드매니저 자리에 올랐다.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주주 가치를 증진시키는 기업에 투자하세요.”
▽주주가치를 늘리는 기업을 찾아〓솔직, 투명, 일관성. 강 상무가 투자할 종목을 고를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외국인 매수세력 등장, 차트 유망주 등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과는 동떨어진 기준이다. 주주들에게 솔직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하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회사를 강 상무는 좋아한다.
이런 독특한 종목 고르기 기준은 주식투자 철학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주주가 된다는 것을 ‘한 회사의 위험과 수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투자자가 한 회사에 위험과 수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며 돈을 투자했다면, 그리고 그 돈으로 회사가 만들어졌다면 회사의 할 일도 분명하다. 위험한 지경에 처하면 주주와 의논하고, 이익이 생기면 주주와 나눠야 한다.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본의 1%만큼 투자한 투자자는 1%만큼 회사의 위험과 이익을 함께 나누면 된다.
그는 “이런 생각을 이해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기업을 좋아하며 그런 기업에 투자한다.
▽두 가지 조언〓강 상무는 한국증시에서 장기투자가 외면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국내 증시의 환경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주주를 중시하는 기업도 하나둘씩 늘고 있고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도 꽤 된다. 좋은 기업 찾아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치고 빠지기’식의 투자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남들이 사면 눈치보고 사고, 남들이 빠지려 하면 주저없이 팔아치운다. 그래서 한국 증시는 항상 불안하고 등락이 심하다.
그는 두 가지를 투자자에게 조언한다.
첫째, 기대수익률을 낮춰라. 떼돈 벌 생각하지 말고 은행금리보다 조금 높게, 대신 안정적으로 꾸준히 벌 생각을 하라. 수백% 수익을 좇는다고 자산이 수백%씩 늘지 않는다.
둘째, 남들과 똑같이 투자하지 말라. 남들이 판다고 따라 팔고,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가치투자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이 ‘치고 빠지기’ 투자를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투자환경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투자 주체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전문가들이 나서서 투자자에게 가치투자, 장기투자하라고 권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