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쯤이야”…日 16강진출 기정사실화 흥분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47분


“이제 본선 진출 확인 도장을 찍는 일만 남았다.”

일본과 튀니지의 H조 최종전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가 벌어지는 오사카 지역은 물론 일본 전역은 ‘일본 16강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다. 스포츠용품점들은 오사카에서 중고교를 다닌 이나모토 준이치가 벨기에전, 러시아전에 이어 이번에도 골을 성공시켜 3게임 연속 득점 기록을 세우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으면서 백넘버 5번 티셔츠를 대거 확보해두고 있다.

감격스러운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이란 뉴스를 하루만 있으면 듣게 된다는 생각에 모두 들뜬 상태다. 일본팀은 H조 최약체로 꼽히는 튀니지에 2점차 이상으로 대패하지 않는 한 본선진출이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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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의 신문과 TV 프로그램은 온통 일본팀의 ‘본선 진출 이후’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내친 김에 8강까지 올라가야 한다’ ‘조 1위를 차지해야 본선대결이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등등.

일부 신문은 ‘개최국 프리미엄’을 거론하며 일본 승리는 틀림없다고 장담했다. 특히 러시아와 경기도중 이나모토가 넣은 결승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지만 심판이 못 본 체했으며 이나모토도 “오프사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살살 찼는데 그게 골인이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팀도 개최국 프리미엄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또 한국은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에서 적어도 비겨야 본선진출이 가능한 상황을 상세히 전하면서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일본팀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국팀의 약을 올리는 듯한 보도를 했다.

결전을 앞둔 일본팀 소속 선수들은 “개인 득점보다 팀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뛰겠다”며 기대가 큰 일본인들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독수리’ 튀니지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그리고 알라신께 반드시 승리를 바치겠다”며 결연한 투지를 보였다. 일본과 경기에서 2골차 이상 승리하면 자력진출도 가능하기 때문. 러시아에는 0-2로 패했지만 벨기에와 1-1로 비긴 저력을 발휘하면 예상 외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월드컵에 3회 출전했던 왕년의 브라질축구스타 지코(현 가시마 안트라스 기술위원)는 “일본팀의 러시아전 승리는 일본축구의 성장을 보여주지만 앞으로도 계속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월드컵에서는 조금만 부주의해도 엄청난 사태가 온다”며 보다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일본팀에 충고했다.

오사카〓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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