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설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그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미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설 의원은 이날 결정적인 물증인 녹음테이프 소지자의 협조를 얻지 못한 데 대해 “최씨가 야당과 이 전 총재에게 타격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최씨가 돈 전달 문제에 대해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녹음테이프의 공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이 증인과 직접적인 접촉조차 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발언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설 의원은 “증인과 전화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직접은 못했다”고 답변해 테이프 소지자와 최초 제보자를 통해서만 간접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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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의원은 또한 자신과 최초 제보자의 연락 관계마저 확실하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겼다. 기자들이 “녹음테이프 내용을 증인(최초 제보자 지칭)이 직접 들었느냐”는 질문에 설 의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추측성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 의원은 “녹음테이프가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을 줬다는 최씨가 마음만 바꾸면 된다”고 말해 녹음테이프 존재 여부 공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설 의원이 고심 끝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것도 당장 녹음테이프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향후 최종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발생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녹음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씨가 이 전 총재 측에 돈을 줬다는 의혹을 부인할 경우의 법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 의원은 폭로 직후 잠행하는 동안 민주당의 동료의원들과 장시간 이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고, 24일 밤에는 고향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식사모임에 참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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