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동물의 영혼'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21분


이집트 아비도스에서 발견된 고양이 미라
이집트 아비도스에서
발견된 고양이 미라
◇ 동물의 영혼/니콜라스 손더스 지음 강미경 옮김/232쪽 2만5000원 창해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이나 만화에는 의인화된 동물이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한다. 자칫 엄숙한 교훈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동물의 의인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아이들 책만이 아니다. 조지 오웰의 작품인 ‘동물농장’은 동물에 빗대어 당시의 정치를 풍자한 최고의 소설로 꼽힌다. 그러나 동물이 지금의 자리를 얻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

고고학자인 니콜라스 손더스는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울타리에 갇힌 동물이 아닌, 인류와 더불어 생활이라는 융단 위에서 숨쉬고 뒹굴며 살아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유물을 발굴하듯 조심스레, 그러나 갓 핀 봄꽃처럼 유쾌하게 펼쳐놓았다.



세계의 많은 민족들은 동물 토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단군을 낳은 웅녀에서 보듯 ‘곰’이었다. 곰 토템은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럽의 튜튼족은 곰을 수호 정령으로 생각했고 북아메리카 인디언인 블랙풋족은 영혼을 안내하는 존재로 생각했으며 일본의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은 신의 사자라고 믿었다. 이렇듯 태초에 여러 동물은 자연과 함께 신앙의 대상이었다.

차츰 인지가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동물들이 지닌 신성한 힘에 주목했다. 한 예로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다산의 신으로 생각했는데 곡물 창고를 터는 쥐들을 잡아 죽이는 고양이에게서 곡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 이미지의 증폭으로 다산이 연상된 것이다. 그 이후 고양이는 사악한 마녀의 친구로 전락했다가 근래에 들어 다시 인류의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동물의 활용이다. 식량을 위한 가축화와 사냥 도구로서의 개나 매, 애완을 위한 품종 개량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 환경이나 문화의 차이에 따라 각 동물들에 대해 친밀과 배척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는 돼지다. 우리의 경우 돼지는 복을 상징하지만 이슬람의 경우는 돼지를 배척되고 금기시 한다. 뱀의 경우도 영원한 삶과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었지만 성경에서 사탄의 이미지와 만나면서 사악한 동물로 전락했다.

근대에 이르러 동물의 가치는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근대의 문을 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동물은 인간을 위해 창조된 자동인형과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는 농작물에 피해 준 메뚜기 떼가 집단적으로 파문을 당하는 우스운 일까지 벌어졌다.

동물들을 구원한 것은 다윈이었다. 그는 인간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닌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동물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말씀(진화론)을 세상에 전한 까닭이다. 진화론에서 인간의 진화 전단계인 원숭이는 인도의 힌두교나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진화론으로 반전된 동물에 대한 인류의 생각은 보호와 보존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박물지이자 동물과 인류에 얽힌 내력을 알려 주는 이야기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뿐만 아니라 상상의 동물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들여다 본 인류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동물의 내력과 인류의 내력은 서로 닮았다.

이 경 덕 자유기고가 papu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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