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진료일수 늘리기' 성행

  • 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27분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동네의원이 환자에게 이전보다 자주 병원을 찾도록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2001년도 요양급여 비용 분석’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동네의원이 약품 취급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관련 매출과 수익이 줄었지만 수가 인상, 환자 내원 일수 증가 등의 요인 때문에 전체 매출과 수익이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동네의원의 지난해 월별 건당 내원 일수 추이를 보면 1월 1.67일, 2월 1.73일에서 10∼12월에는 1.84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2001년도에 동네의원이 전년도의 1만9783개소에서 1837개 늘어난 2만1620개로 증가한 배경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환자의 내원 일수가 증가하는 것은 환자를 한 번 진찰할 때마다 계산되는 기본진찰료가 높아짐에 따라 동네의원이 환자에게 자주 병원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처방전 발행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부터 ‘통합진찰료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약국의 처방전 장당 조제일수도 1월의 5일에서 12월에는 5.7일 가량으로 늘어나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더 자주 찾으면서도 의약품은 더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약분업 이후 부작용이 의외로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 관련 부처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부처는 “보험급여심사를 강화해 장기 처방을 내려도 무방한 고혈압 환자에게 단기 처방을 해주어 자주 병원에 오게 만드는 등 행위를 가려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특정 환자의 당시 상태를 들어 불가피성을 주장하면 규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태복(李泰馥) 복지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의보재정 안정은 수가를 몇 % 인하하고 심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바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의사들이 (심각한 의보재정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국의 의료기관은 전년도에 비해 동네의원 1837개를 포함해 모두 2744개소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연간 요양기관에 지급된 총급여(보험과 본인부담금 포함)는 17조819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5.6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험급여비용은 전년 대비 44.63% 늘어난 12조9549억원에 이르렀으며 본인부담금은 16.27% 늘어난 4조8646억원이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