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업씨 이름 왜 나오나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 이름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서 장남 차남 이름이 차례로 나오고 있다. 김홍일 의원(민주당)과 김홍업씨(아태재단 부이사장) 형제가 모두 진승현씨 구명을 위해 지난해 신광옥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1억원을 제공했느냐 여부로 물의를 빚고 있는 바로 그 피의자인 최택곤씨와의 연루 문제로 보도의 초점이 되고 있다.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동안에 그런 보도가 잇달기에 국민은 더욱 놀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문제의 최씨가 장남인 김홍일 의원 명의로 격려금을 뿌렸다는 보도도 비상하게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물론 김 의원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씨가 검찰 출두 직전에 김 대통령의 둘째아들 홍업씨를 찾아가 구명(救命)을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업씨는 역시 최씨와 만난 사실 자체는 시인하면서도 “만나준 것 이외에 아무 작용도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홍업씨가 “누구든지 문전 박대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만나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난 것일 뿐 로비 대상이 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한 해명이 사실 그대로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절박한 처지의 최씨가 쫓기는 마당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홍업씨를 찾았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이미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되고 검찰에서 수사에 나서자 뉴질랜드로 출국하려고 시도까지 했던 최씨가 하고많은 유력자들, 이를테면 민주당 실력자들이나 검찰 간부, 변호사를 제쳐놓고 홍업씨를 만난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아들’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영향력과 잠재적인 ‘힘’을 입증하는 게 아닌가. 연이어 불거지는 의혹설 속에서 세간의 의심도 당연히 이런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18일 각종 의혹사건 수사와 관련해 ‘공평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부정도 나쁘지만 은폐는 더욱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점 의혹이 없이 깨끗이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소문과 의혹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미 불거지고 보도된 사안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진상을 가려내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 가족이나 친인척들은 이 혼란스러운 정권 말기에 진정으로 가장(家長)이자 대통령을 돕는 길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시비의 꼬투리인 공적 직함을 벗어 던지고 초연해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