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리키엘은 62년 자신이 임신복을 입게 되자 당시 유행하던 옷들을 거부하고 스스로 스웨터를 짜 입었다. 기존 임신복이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가 만든 옷은 몸에 달라붙어 볼록한 배를 자연스럽게 드러나 보이게 했다. 이같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이후 소니아 리키엘 브랜드의 특징이 된다.
출산 뒤 그는 굽실거리는 토끼털로 짠 스웨터를 만들어 남편이 운영하던 의상실 ‘로라’에서 팔았다. 당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어린애들이나 입는 옷’이라고 조롱했지만 리키엘의 옷은 오드리 헵번, 카드린느 드뇌브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찾는 인기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이후 6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옷가게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프랑스의 대표적 백화점 라파예트에 개인 의상실을 차리는 대성공을 거둔다. 현재 소니아 리키엘은 전세계 46개국, 900여개 매장에서 팔리는 유명 브랜드이다.
그는 늘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옷을 만든다. 평상복으로 여겨졌던 니트웨어를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의상으로 끌어올렸고, 장례복이나 노인용 옷에나 어울린다고 여겨졌던 검은 색을 일상복에 도입한 것도 이같은 철학이 반영됐다.
매년 전혀 다른 이미지의 옷을 고집하는 디자이너들과 달리 소니아 리키엘은 일관성을 갖는 디자인을 발표한다. 다른 시기에 발표된 옷들을 조합해 입을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에서다. 이는 옷을 입는 사람이 그 옷을 통해서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옷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가치관이 반영됐다.
장 현 숙 (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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