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한 해 검찰과 노동계 정치권 등에서 큰 파문이 일었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폭탄주 실언’ 해프닝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진 전부장의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 주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폐창의 조기 통폐합은 강희복 전조폐공사 사장이 자율적으로 내린 경영판단이었으며 진 전부장이 이에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진 전부장이 98년 9월 강 전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좋지 않은 정보보고가 올라와 서울이 시끄럽다. 빨리 직장폐쇄를 풀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말해 노조의 쟁의행위에 간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진 전부장의 발언이 조언 내지 권고의 성격을 벗어나 강 전사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것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에 대한 검찰,특검 수사와 법원의 판단 비교 | ||||||||
쟁점 | 검찰수사(2000.7) | 특검수사(2000.12) | 1심 법원판결(2001.7) | |||||
조폐창 통폐합 주도 | 진형구씨의 1인극 | 강희복씨 독자적으로 주도 | 진형구씨 압력 없었음 강희복씨 자율적 경영판단 | |||||
정부기관의 조직적 파업유도 | 없다 | 없다 | 없다 | |||||
관련자 처리 | 진형구씨 구속기소 강희복씨 무혐의처분 | 강희복씨 구속기소 진형구씨 판단유보 | 진형구씨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에집행유예 2년 선고 강희복씨 단체교섭 불성실 대응 혐의 등에 대해 벌금 300만원 선고 |
강 전사장은 노사협의회 의결사항인 하계휴양비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점만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은 ‘파업유도’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1심 결과에 따라 99년 사태 당시 극명하게 엇갈렸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파업유도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도 재조명을 받게 됐다.
검찰과 특검 모두 “조직적인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한 점에서 사실관계에 관한 주된 부분은 법원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비교하면 검찰이 ‘판정승’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진 전부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폐공사 파업사태에 지나치게 개입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인정해 그를 주범으로 보고 구속했다. 반면 특검은 진 전부장 대신 강 전사장을 주범으로 보고 그를 구속했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99년 6월 진 전부장이 오찬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기자들에게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검찰)가 유도했다”고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파업이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쐐기를 박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라는 진 전부장의 발언은 당시 정부의 도덕성 시비와 함께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발언은 대전 법조비리와 옷로비 사건, 항명 파동 등으로 흔들리던 검찰 조직에 결정타가 돼 결국 김태정(金泰政) 당시 법무부장관이 임명 8일 만에 경질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