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뒷문上場' 잇단 퇴짜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42분


코스닥 등록기업인 IHIC(옛 신안화섬)는 비상장기업인 (주)오콘과 (주)디오원을 인수, 뒷문 상장시키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사증자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피인수 대상 회사의 가치 평가 근거가 분명치 않다”며 28일 신고서 정정명령을 내렸다.

또 (주)모바일원(옛 사람과 기술)은 코스닥 비등록기업인 (주)노머니커뮤니케이션 주주 550명을 상대로 유상증자(주당 1602원)를 실시, 145억8000만원을 조달한 뒤 이 자금으로 다시 노머니커뮤니케이션 주주들의 주식을 1602원에 사들였다. 사실상 두 회사가 1 대 1로 주식을 교환한 것으로 모바일원은 최근 금감원에 유상증자신고서를 냈다가 정정 명령을 받았다. 금감원은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주식가치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근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앞으로 2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등 정확한 근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뒷문 상장, 잇따른 ‘퇴짜’〓코스닥등록 기업과의 주식 교환이나 합병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뒷문상장(backdoor listing)’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벤처업계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는 뒷문 상장과 최근 일고 있는 M&A 열풍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특히 뒷문상장으로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고 각종 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금감원에 합병신고서를 제출한 (주)중앙소프트웨어와 (주)큐엠텔, (주)태창메텍과 (주)이지클럽, (주)도원텔레콤과 (주)에이씨엔테크, (주)보양산업과 (주)나우I&S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정정명령을 받았다.

뒷문 등록 사례

등록법인병

상대회사

방법

공시일

웰컴기술금융

이캐피탈

흡수합병

2000.3.31

지이티

P&K시스템

2000.7.6

써니상사

와이앤케이

2001.1.6

디지탈임팩트

티비넷커뮤니케이션즈

주식교환

2000.12.13

인텔리테크

소프트랜드

지분인수

2000.1.17

유니씨엔티

코리아인터넷통신

구주인수 및 흡수합병

2001.3.20

한길무역

(주)한국미디어그룹

구주인수 및 영업양수

2001.3.20

대정크린

프리챌

주식교환

2001.3.24

동신에스엔티

싸이버펄스네트워크

주식교환

2001.4.25

IHIC

디오원, 오콘

주식교환

2001.4.30

▽뒷문 상장의 문제점〓뒷문상장은 벤처시장 활성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부실 기업이 제도권 시장에 진입,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대주주들은 까다로운 코스닥 등록 절차를 피해 비상장기업을 별다른 노력없이 등록시켜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한다.

금감원 최순권 공시심사1팀장은 “비등록 기업과의 합병이나 주식교환으로 코스닥에 등록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사전에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해당기업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정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증권 기업금융팀 최관수 대리는 “장외기업의 경우 주식의 수익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부풀려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며 “이번 조치는 대주주간의 담합을 막고 일반 주주의 피해는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훈·박정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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