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베테랑 설계사 4인의 ‘한마디…’

  • 입력 2001년 5월 8일 19시 17분


▼잘고른 보험하나 열통장 안 부럽다▼

주부 이인선(39세,가명)씨는 보험을 가입할 때 반드시 단골 보험설계사 김모씨에게 물어본다. 이런 보험을 들려고 하는데 괜찮으냐고 말이다. 보험상품의 내용이 복잡해 보험료 이자등을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른 보험설계사와는 달리 솔직하게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보험을 들려고 할때 보험회사에서 나온 설계사의 말을 100%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에서 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고객보다는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따라서 좋은 보험설계사를 만나는게 중요하다. 요즘은 보험회사마다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고객들은 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반면 보험회사는 못주겠다고 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중 상당수는 보험설계사와 고객간의 의사소통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설계사가 말로 보장한 내용에 대해 보험사가 책임을지지 않는 사례가 있어 분쟁이 일어난다. 보험에 가입할 때 어떤 설계사를 만나, 어떤 상담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한사람에 대해 10명의 플래너가 보험설계를 할 때 그 내용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해주며, 자신보다는 고객을 더 생각하는 설계사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25만명에 이른다. 보험가입할 때 어떤 설계사를 택할지 참고하기 위해 삼성 교보 대한생명의 대표적인 생활설계사를 소개한다.

<홍찬선·이나연기자>hcs@donga.com

▼“고객마음 읽는게 비결”▼

삼성생명 송파지점 고영래 파이낸셜컨설턴트(31)〓새내기 생활설계사인 그녀의 외모는 설계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대를 다녔고(전공 서양화) 2년전까지만 해도 광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했기 때문일까. 생활설계사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앳되게 보이는 외모를 볼 때 ‘어떻게 어려운 설계사 생활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낯선 사람, 특히 연세가 20세나 많은데다 사회경험도 풍부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겁나고 두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50세나 되는 변호사 한분이 종신보험에 든 뒤 이제 든든하다, 고맙다는 말을 해준뒤부터 자신이 생겼다”단다. “나이와 경험이 달라도 가장은 모두 똑같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준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중요시하는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하루에 적어도 3명을 만난다. “계약을 하고도 다른 사람을 소개받지 못하면 실패다. 비록 경제형편등으로 인해 보험에 들지는 못해도 보험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친구나 친척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름이 남자이름인데다 학교다닐 때 ‘고래’(이름에서 가운데 글자를 뺀)라는 별명도 있어 사람만나는 것을 꺼려했는데, 다양한 연령층의 고민을 듣다보니 스스로가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겠다는 자기성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그녀의 실적은 낙제점일까. 아니다. 2년동안 그녀는 150명에 이르는 고객을 확보했고 연봉도 전직장보다 2배로 뛰었다(구체적인 액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하니까, 1억원이 희망사항이라며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삼성생명 신인상 후보로 꼽혔다.

그래서 아직 실적은 뛰지 않고 있으나 보험유지율은 100%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중도해약한 것은 고작 3건. 종신보험은 100% 유지율을 기록중이다.

그녀가 중시하는 것은 “고객의 컨셉을 확실히 하는 것.” “한 사람에 대해 10명의 LP가 보험설계를 하면 다 틀리다. 무기(상품)는 똑같은데 고객이 어떤 LP에게 보험을 들겠는가. 바로 자신의 고민과 상황 및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설계사”라는 설명이다. 고객의 마음을 살피니 민원도 없고 중도해약도 없다. “종신보험이 인기를 끄니까 너도나도 자신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종신보험에 들려고 한다. 그러나 꼼꼼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률에 현혹 안돼야”▼

교보생명 세종로지점 강순이 라이프컨설턴트(팀장·45)〓강팀장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과장된 수익을 제시하는 설계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다음세대에게 엉터리 상품을 팔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한 은행 부지점장이 해외에서 사망했는데 유가족들은 보험금으로 큰집으로 이사하고 교육도 제대로 마칠 수 있었다”며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야 어쩔 수 없지만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삶을 마칠 수 있다”고 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 팀장은 세차례 ‘교보여왕’으로 꼽혔고 지난해에는 46억원의 수입보험료 실적을 올려 5억500만원의 수입을 챙겼다. 96년부터 5년연속 MDRT(백만달러원탁회의)회원이 됐다. 영업비서 2명과 업무비서 2명등 4명을 고용하고 있는 강팀장은 “생활설계사는 직장이 아닌 직업”이라며 “건강이 주어지는 한 설계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큰 죄는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라며 “생(生)은 끝났지만 책임은 끝까지 져야 한다는 보험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엉겁결에 가입은 금물”▼

대한생명 남대문지점 장순애 남영영업소팀장(44)〓장팀장은 “남들이 가입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보험에 드는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들어 생보사와 설계사들이 종신보험에 치중하고 있지만 그녀는 남대문시장을 무대로 저축성 상품을 팔면서 얻은 결론이다.

“종신보험이 좋기는 하나 보험료가 최소한 10만원이 넘는등 고액이다. 남대문시장에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매월 100만원씩 7년을 넣으면 1억원을 만들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이자가 1600만원 붙는데 이자소득세가 없다. 이런 점을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그녀는 21년이나 다니던 은행을 명예퇴직한뒤 설계사가 됐다. ‘온실속의 화초’에서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광야의 들꽃’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장팀장은 3년전 은행을 ‘명예퇴직’하고 생활설계사가 된 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1시에 남대문 시장을 돌며 보험영업을 한다. 매일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남대문시장에서 150여명의 고객을 만난다.

장팀장은 “지금까지 새벽에 뛰는 설계사는 없었다”며 “남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 보험계약을 한 건 올리는 기분은 펄떡거리는 고기를 손으로 잡는 느낌”이라고 밝힌다. 생활설계사를 시작한 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는 장팀장은 “불의의 사고로부터 고객들을 지켜준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데다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설계사가 최고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재테크 상담능력 중요”▼

흥국생명 APEX지점 한철순SM(Sales Manager)〓그녀는 흥국생명 종신보험 설계사의 ‘훈련조교’다. 신입사원의 연수원 교육시 종신보험 판매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월평균 15건에 월보험료 300만원의 종신보험 신계약을 이끌어내는 실적도 올리고 있다.

한씨는 “종신보험은 ‘수선가입’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보험시장의 포화로 신규가입 고객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계약자에게 종신보험으로 재가입하게 하는 ‘수선가입’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대신 종신보험 한 건으로 재테크 등의 생활설계를 완벽하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객이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씨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는 정보제공 뿐 아니라 설계사가 어떻게 활동하는 지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종신보험을 판다는 것은 고객의 ‘가정 컨설턴트’가 되는 것인 만큼 가입후 세테크 등 각종 재테크 상담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특약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종신보험 하나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해약할 필요는 없다. 보장성 보험일 경우 오히려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보험을 유지하고 특약을 가입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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