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한일걷기대회 참가한 김철수씨

  • 입력 2001년 5월 8일 18시 37분


김철수씨
“이웃나라의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오히려 내 자신과 조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어요.”

3일부터 6일까지 일본 오사카, 고베, 미야기현 리후에서 열린 한일우정걷기대회에서 최고 화제의 인물은 단연 한국의 김철수씨(55·서울 강남구 포이동). 그는 일본 걷기동호인들 사이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일본의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

아사히신문이 1999년부터 시작한 ‘200여년 전 일본 근대 지도를 처음 만든 이노우 다다타카의 발자취 따라 걷기’ 행사에 2년 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모두 참석한 것.

1999년 1월 도쿄를 출발해 아오모리를 거쳐 북쪽 삿포로를 돌아 나가노 오사카 등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오사카를 시작으로 오키나와, 규슈, 야마구치 등을 거쳐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이후 김씨는 걷기대회만 열리면 참가하는 ‘걷기 마니아’가 됐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고 싶지는 않으세요”라고 묻자 김씨는 웃으며 “물론 가보고 싶지요. 하지만 마침 일본이 먼저 이런 행사를 했고 이웃나라라 더 열심히 참가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씨가 일본땅을 걷기 시작한 이유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이던 1998년 겨울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기획부장이었던 김씨는 인원을 축소해야 하는 곤란한 업무를 맡게 되자 후배들의 길을 터 주자는 생각에 사표를 쓰고 나왔다. 마침 그 무렵 아사히신문의 걷기행사가 있자 이에 참가하며 새 삶을 구상하게 된 것.

“일본 지도의 선구자 이노우가 처음 측량을 시작한 것이 55세 때입니다. 이제 제가 쉰다섯이 됐으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지요. 이웃나라를 걸으며 내 자신에 대해 새로 알게 됐어요.” 2년간 일본땅을 걸은 그의 짧지만 의미있는 소감이다.

<리후〓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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