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자사주 소각엔 어떤 효과가 있는지, 현재 주식시장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주가 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짚어본다.
▽자사주 소각, 붐 이룰 듯〓현행 법상으로는 자사주를 소각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이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소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각용이라고 명시하고 사들인 자사주만 소각할 수 있었던 규정도 개정안에서는 그냥 보유중인 자사주도 소각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다만 매입한 자사주 중 6개월이 지난 주식만 소각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자사주 소각을 정관에 추가하는 기업이 잇따를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 증권거래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12월 결산법인 중 15% 가량이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소각을 정관에 추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자사주 소각의 효과는〓자사주 소각이란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주식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당 주식가치는 높아진다.
100주의 주식으로 구성돼 있고 미래이익이 100원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미래 이익을 감안할 때 주당 가치는 1원어치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만약 50%의 주식소각으로 50주로 줄어들 경우 주당 증가 가능한 가치는 2원으로 늘어난다.
주식수가 줄어들면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인 주당순이익, 주당순자산가치 등 각종 지표도 상승한다. 자사주 소각은 또 유통주식수를 영구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수급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 증시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발표가 곧바로 주가에 순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 교보증권 김정표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주가가 미국 증시나 국내 수급여건 등에 크게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소각 발표가 곧바로 주가를 떠받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현재 테마가 없는 상황이므로 시장 여건이 조금만 좋아지면 자사주 소각이 테마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87년 10월 증시 대폭락 당시 650개 기업이 자사주소각을 잇따라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킨 전례가 있다.
▽이런 점을 주목〓발행 주식수가 많은 대형기업은 웬만큼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수급 조절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채가 많은 기업은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욕구가 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무구조가 우량한 중소기업이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공급물량이 많아 주가 상승에 발목이 잡혀 있는 코스닥 기업 가운데서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다 포기한 기업들을 눈여겨보라고 조언.
대신경제연구소 최원곤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을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자사주를 자기자본의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을 개연성이 높으므로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할 경우 우선적으로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자기자본 대비자사주 비율 업체 20% 이상 S-Oil 15% 이상~20% 미만 동부건설 대림산업 서흥캅셀 삼성제약 하이트론 10% 이상∼15% 미만 금양 SK글로벌 포항제철 금강고려화학 덕성 퍼시스 청호컴넷 일진전기공업 태영 신흥 내쇼날푸라스틱 세림제지
<금동근기자>go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