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29)

  • 입력 1997년 10월 18일 07시 57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55〉 파티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있는 데로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나는 그 사내의 손에 입맞추며 애원했지요. 「제발 부탁이니, 저를 남편한테 데려다 주세요!」 그러자 그 사내는 나를 업고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 마침내 이 궁전에 이르렀습니다. 그 친절한 사내는 궁전 뜰에다 나를 내려놓고는 말했습니다. 「바로 저 방에 당신 남편이 주무시고 계신거요」. 그래서 내가 들어와보니 과연 당신은 임금님의 신세로 주무시고 계시는 게 아니겠어요. 설마하니 당신은 이렇게 먼 길을 찾아온 당신의 부인을 또 버리지는 않겠지요? 당신을 다시 찾게 해주신 알라를 칭송할진저!』 듣고 있던 마루프가 말했다. 『내가 임자를 버렸나, 임자가 나를 버렸지. 임자는 법관을 찾아가 나를 고소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마침내는 고등법원에까지 밀고했지. 포졸들은 나를 체포하기 위해 뒤를 쫓고 있었고, 견디다못한 나는 도망을 쳤던거야』 『그렇지만 내 곁을 먼저 떠났던 것은 당신이잖아요? 그러니 당신이 날 버린 거지요』 파티마가 이렇게 말하자 마루프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 고등법원에 가면 임자는 또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해 나를 죽이려들지 모르는데,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어? 임자하고 토론을 계속하다보면 나는 머리가 돌아버릴 거야. 그러니 아무말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마루프가 이렇게 소리치자 그제서야 파티마는 사태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 마루프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알라의 뜻으로 전생에 정해져 있었던 일일 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보호를 바랄 뿐이에요.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적선하는 셈치고 빵을 좀 주세요』 이렇게 말하며 파티마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애걸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마음 약한 마루프는 인정에 못이겨 말했다. 『진심으로 과거를 뉘우친다면 여기서 지내도록 하구려. 그러나 만약 임자의 그 고약한 옛날 행실이 다시 나타나면 나는 가차없이 임자를 없애버리겠소. 이번에는 고등법원에 나를 고소할 수도 없소. 나는 이제 왕이 되었고, 이 나라 백성들은 모두 나에게 복종하고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오』 파티마는 완전히 풀이 죽어 아무말 하지 못했다. 그러한 그녀를 향해 마루프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게다가 나는 마술 반지를 가지고 있어서 전능하신 알라 이외에는 아무도 두렵지가 않소. 이 반지를 문지르기만 하면 나를 섬기는 마신이 나타나 어떤 적도 무찔러버릴 것이오. 그러니 이제 나를 괴롭힐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시오』 마루프가 이렇게 으름장을 놓자 파티마는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마루프는 계속해서 말했다. 『임자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나는 임자가 평생 먹고도 남을 돈을 주어 당장 돌려보내주겠소. 그리고 만약 이 나라에서 살고 싶다면, 궁전 별채를 비워 최상급의 비단으로 꾸미고 스무명의 노예계집을 붙여주겠소. 어떻게 하겠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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