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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 콘체르토, 소나타, 녹턴….” 무선 마이크를 단 지휘자가 전문 음악용어를 쏟아내자 공연장은 조용해졌다. “머리 아프시죠?”라고 묻자 정곡을 찔린 듯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용어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은 음악과 함께 그런 용어들을 이해하는 겁니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이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선보이는 ‘토요콘서트’가 처음 열렸다. 2004년부터 평일 오전 ‘11시 콘서트’를 통해 ‘쉽고 친절한 클래식 해설 공연’을 이어온 예술의전당이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과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해설자로 김대진 지휘자가 직접 나섰고,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협연했다. ‘토요콘서트’를 위해 새롭게 구성한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화사하면서도 우수가 깃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A장조와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를 연주했다. “피아노가 멜로디를 할 때 오케스트라는 반주를 하기도 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면서 협력을 하는 게 협주곡입니다. 독주자가 홀로 연주 기량을 뽐내는 부문은 카덴차라고 하죠.” 김 지휘자는 공연장 상단의 대형 전광판에 ‘Concerto(협주곡)’ ‘Cadenza’라는 글씨를 써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원래 전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 건데요. 개인적으로는 1악장이 끝나고 쳐도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정말 1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웃음) 관객들은 헷갈리지 않고 전곡이 끝난 뒤 힘찬 박수를 쳤고 김 지휘자가 “수준 높은 관객이 오셨다”고 말하자 객석에선 다시 웃음이 터졌다. 이날 공연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협주곡에 대해 배웠고, 베토벤 교향곡을 통해서는 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나뉜 소나타 형식을 이해했다. 소나타 형식을 설명할 때 김 지휘자는 대형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을 띄운 뒤 “얼굴을 세로로 나누면 눈이 대칭이 된다. 소나타 형식은 이런 대칭을 반복하고 변형한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설명으로 여겨졌다. 객석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했지만 해설자가 질문할 때마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새롭게 구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무난한 연주를 선보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평소 시리즈 콘서트를 시작할 때는 500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하는데 이번은 1551명이 입장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관객 우선주 씨(33)는 “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주말 오전 클래식 공연이 있어 즐겨 찾았는데 예술의전당에서도 토요 공연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장호재 씨(35)는 “평소 늦잠을 잘 시간이라 아직 졸린다.(웃음) 하지만 공연 뒤에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저녁 공연보다 좋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2만 원. 11월 20일, 12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네덜란드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11월 12,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1996년 이후 14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세계 정상급이라지만 어느 정도 실력일까.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한 ‘월드 베스트 오케스트라 20선’ 결과가 답을 전해준다. 조사에서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당당 1위에 올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위, 빈 필하모닉이 3위였다. 1888년 창립된 RCO는 세계에서 음향 효과가 가장 탁월하다고 인정받아온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홀의 상주악단이기도 하다. 멋진 음향 속에서 조율된 결과 따뜻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이 체취처럼 배어 있고, 각 악기군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정교한 리듬을 이끌어내는 기술적 완성도 역시 초일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창단 100년째인 1988년 네덜란드 왕실을 상징하는 ‘로얄’ 칭호를 받았고 지금까지 1100여 장이 넘는 음반을 출시했다. 상임지휘자의 교체가 적은 것도 이 악단의 특징. 1888년 초대 상임지휘자 빌럼 커스 이후 현재 악단을 이끌고 있는 마리스 얀손스까지 120여 년 동안 단 6명만 상임지휘자에 올랐다. 지휘자의 재임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유한 음악적 특성을 키울 수 있고, 연주자들과의 교감도 높은 게 강점이다. 이탈리아인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활동 중인 얀손스는 이 악단의 레퍼토리를 한결 풍성하고 깊이 있게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까지의 RCO가 말러나 브루크너 같은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작품 해석에서 탁월함을 과시해왔다면 얀손스 취임 이후엔 하이든, 모차르트 등 고전 작품부터 네덜란드의 현대 작곡가 하인츠의 작품까지 두루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셔햄이 13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990년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한 그는 두껍고 윤기있는 음색과 정밀한 기교로 인정받고 있으며 도이체 그라머폰(DG)레이블로 20장 이상의 앨범을 선보였다. 12일 연주곡은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야나체크 타라스 불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으로 짰다. 13일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외 로시니 빌헬름 텔(기욤 텔) 서곡,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6만∼42만 원. 02-6303-77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인과 예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찻집 ‘귀천(歸天)’이 문을 닫는다. 1985년 문을 연 지 25년 만이다. 귀천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이 찻집을 운영하던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씨가 올 8월 타계함으로써 주인을 잃었기 때문. 목 씨는 1993년 천 시인이 별세한 뒤에도 홀로 귀천을 지켜 왔다. 그러나 목 씨의 조카가 8년 전부터 운영해 온 인사동 귀천 2호점은 계속 운영한다. 목 씨는 1985년 3월 남편 친구인 강태열 시인에게 300만 원을 빌려 ‘귀천’을 열었다. 신경림 시인과 이장호 영화감독, 중광 스님 등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며 천 시인을 좋아하는 시민들도 즐겨 찾는 인사동의 대표적인 전통찻집이었다. 목 씨는 1993년 펴낸 수필집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에서 귀천에 대해 “집을 제외하고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삶의 터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해외 콩쿠르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전해온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씨(23·사진)가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강주미 리사이틀’로 국내 팬들을 찾는다. 강 씨는 2009년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주인공. 이번 공연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강 씨는 올해 6월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9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대표 바이올린 명인 중 한 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베이스 강병운 서울대 교수의 막내딸로 4세 때 독일 만하임 국립음악대에 입학했고, 7세 때 줄리아드음악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관심을 모았다. 김남윤, 자카르 브론, 도로시 딜레이 교수를 사사했다. 리사이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G장조 K.30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E플랫장조 Op.12-3 등 5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노는 지난해 주니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공식지정 반주자로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강은정 씨가 맡는다. 1만∼2만 원. 055-268-79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배우 이병헌 씨(40·사진)가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 드라마 어워즈에서 ‘아시아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다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13일 밝혔다. 이 씨는 도쿄 드라마 어워즈가 올해 신설한 이 상의 첫 수상자가 된다. 그가 주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는 ‘최우수 외국 작품상’을 받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리치야∼ 리치야∼.” 개 주인이 애처롭게 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리치는 이에 아랑곳없이 오디션장을 휘젓고 다녔다. 작은 송아지만 한 리치가 돌연 방향을 틀어 한 여성에게 다가서자 “엄마야∼” 하는 비명이 나왔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 12월 1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애니’에 출연할 견공(犬公) 오디션이 열렸다. 이 작품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고아 ‘애니’가 냉정했던 백만장자의 양녀가 되는 과정을 훈훈하게 그린 가족극. 견공이 맡을 역할은 ‘샌디’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애니’를 만나 둘도 없는 반려동물이 되는 중요 배역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은 2006, 2007년 공연에서 샌디 역을 맡았던 골든 레트리버 ‘쵸이’가 고국인 뉴질랜드로 돌아가자 이번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골든 레트리버, 그레이트 피레네 등 명문 혈통을 가진 개 11마리가 이날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다. 주요하게 고려된 심사 사항은 개의 무대 적응력. 귀청이 터질 듯한 큰 노랫소리를 갑자기 틀어 개가 짖거나 흥분하는지, 또는 모든 불을 꺼 컴컴하게 만든 뒤 개가 돌발행동을 하는지 살폈다. 대부분의 개가 이런 심사는 무난히 마쳤지만 “앉아” “이리 와” “엎드려” 등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자 말을 듣지 않으면서 민망한 상황이 속출했다. 낯선 환경이나 사람들에게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보였다. 개 주인을 상대로 꼼꼼한 면접도 진행됐다. 서울시뮤지컬단 이지향 기획제작감독은 “개가 헉헉거리며 더워하는데 무대에 서면 조명 때문에 더 더울 텐데요”라거나 “샌디는 빈민가의 떠돌이 개 역할인데 (면접 온) 개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일일이 지적했다. 이 감독이 7세인 골든 레트리버 ‘뭉치’의 개 주인에게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아닌가요”라고 질문하자 당황한 개 주인이 “그 정도는 아니고 한 60 정도”라고 답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오디션에 왜 지원했을까. 7세 골든 레트리버 ‘쿠키’의 주인인 강연희 씨는 “애(쿠키)하고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견훈련학교에서 개를 70마리 키우고 있다는 김영민 씨는 개들을 TV, CF에 출연시켜 적지 않은 수입도 올린다고 했다. “하루 CF 촬영에 최고 800만 원까지 받은 적도 있다. 보통 하루에 CF는 300만∼400만 원, 드라마는 50만 원 내외를 받는다”고 김 씨는 말했다. 이번 뮤지컬 ‘애니’의 출연료는 CF나 TV 출연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심사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5세 래브라도 레트리버인 ‘구름이’가 낙점됐다. 털이 짧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집중력이 높아 말을 잘 따른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에 참여한 김덕남 연출가는 “오디션이 쉽지 않았고 기대에 완벽히 부합하는 개를 찾기도 힘들었다. 캐스팅이 끝난 만큼 이제 연습에 전념하겠다”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만∼5만 원. 02-399-1114∼7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여기 두 명의 하녀가 있다. 마담에게 온갖 학대와 멸시를 받는 버러지 같은 인생들이다. 동생 클레르(김민지)는 “거미가 되는 것도, 걸레가 되는 것도 싫어”라고 울부짖고, 언니 솔랑주(고우리)는 “마담을 죽여 널 해방시켜 주고 싶다”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이들은 마담(김효수)을 독살할 계획을 꾸민다. 1일 무대에 오른 극단 푸른달의 연극 ‘하녀들’(연출 박진신)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의 부조리 극작가 장 주네의 작품. 1910년 파리의 빈민구제국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절도, 위조, 사기, 남창, 마약밀수 등 뒷골목 생활을 했던 그의 인생처럼 공연은 내내 음습하다. 1933년 프랑스에서 하녀로 일했던 파팽 자매가 주인 모녀를 참혹하게 살해한 뒤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다 붙잡힌 사건을 토대로 했다. 하녀 자매는 현실과 상황극을 넘나들며 자신의 고통, 울분, 좌절, 분노를 토해낸다. 철봉대처럼 생긴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 때마다 이들의 인격과 감정은 돌변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떠날 줄 모른다. 하지만 마담 앞에서는 약자일 뿐. 클레르는 다량의 수면제를 넣은 차를 무릎 꿇고 건네며 “한 모금만 드세요”라고 애원한다. 마실 듯 마실 듯 애간장을 태우던 마담은 정작 마시지 않는다. 간절했던 탈출구가 사라진 하녀들은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복잡하고 미묘한 배우들의 심리 묘사는 절제된 음악과 간결한 무대 장치로 집중력 있게 펼쳐진다. 세 개의 프레임을 누이거나 겹쳐서 표현한 다락방, 창문, 옷장 등은 깔끔하게 표현됐다. 바보처럼 어정쩡하게 선 클레르, 앉은 채 기괴하게 고개를 뒤로 젖힌 솔랑주의 인상 깊은 자세는 마임이스트 출신 연출가의 개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일부 배우는 광기 어린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을 때 발음이 새는 게 흠이었다. 극단 측은 공연 후 “마담이 주는 것입니다”라며 관객 모두에게 따뜻한 차를 내줬다. 애처롭게 사라져간 하녀 자매가 주는 것이면 더 찡할 뻔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1만∼1만5000원.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 02-466-2088}

국내 최고의 판소리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존심을 건 소리 경쟁을 펼친다. 한국판소리보존회(이사장 성우향)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제40회 판소리 유파대제전이 8,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박송희 성우향 성창순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창 20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명창들은 춘향가 흥부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눈대목(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7∼8분 분량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8일에는 박송희 성우향 남해성 이일주 최승희 정순임 강정자 김일구 신영희 정철호, 9일에는 전인삼 이명희 박양덕 김수연 안숙선 김영자 최영길 김양숙 정의진 성창순 명창이 무대에 선다.○ 현존 최고 명창들이 모인 무대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1971년 시작됐다. 권상득 명창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국의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기념하는 무대로 출발한 것.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1970년대는 판소리 무대가 거의 없어 소리꾼은 연명하기도 힘든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의 명창이 모인 국악 유파대제전은 특별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해마다 열린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올해 40회를 맞았다. 예년에는 하루 공연에 명창 10여 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이틀 동안 모두 21명이 참여해 두 배 규모로 커졌다. 특히 1971년 첫 회에 참여했고 이제 여든 살 내외의 고령이 된 박송희(83) 성우향(78) 성창순(76) 명창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 각각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의 눈대목을 통해 판소리계 거목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로 고수로 활동해온 정철호 명창이 오랜만에 소리꾼으로 적벽가를 선보이는 무대도 펼쳐진다. 노 관장은 “자료 수집을 위해 최근 박송희 선생을 비롯한 명창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건강이 아주 안 좋았다. 이번 무대도 40회를 기념해 특별히 나선 것이다. 이들 명창이 한자리에 서는 무대를 앞으로는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명창들의 자존심 경쟁, 관객은 즐거워 완창 판소리의 경우 명창 한 명이 4∼7시간씩 공연을 펼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지만 판소리 유파대제전의 경우 작품의 ‘하이라이트’ 격인 눈대목을 각기 다른 명창이 부르며 경쟁하는 형식이다. 명창에 따라 사설 내용이 길거나 짧고, 이를 소화하는 속도감 또한 다르다. 판소리는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 교육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창법, 사설 등에 차이가 생기는 것. 이런 차이를 ‘판소리 전승의 큰 줄기’란 의미인 ‘판소리 유파’나 ‘대가닥’으로 부른다. 신덕호 판소리보존회 사무국장은 “유파대제전은 워낙 권위 있는 공연이라 거기서 빠지면 못한다는 말 듣는 것보다 안 좋은 말을 듣게 되기 때문에 각 유파가 대부분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명창으로서는 부담되지만 관객들은 뷔페식을 즐기듯이 다양한 개성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파별 경쟁에 대해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같은 흥부가라도 박송희 명창의 흥부가는 김정문 박록주 명창을 거쳐 전승됐고, 전인삼 명창의 흥부가는 강도근 명창에게서 내려온 것이다. 선생이 다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제자의 개성도 더해져 이렇게 개인적인 소리가 완성된다는 것은 한국 음악의 굉장한 특징이다.” 최 전 단장은 “일반인들이 판소리 명창의 미묘한 소리 차이를 꼬집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판소리가 ‘소통의 음악’인 만큼 관객들의 호응과 감동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하나의 평가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7시, 9일 오후 3시. 2만∼3만 원. 070-7733-717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난타와 점프의 아성에 도전한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후발 주자인 ‘드로잉:쇼’와 ‘판타스틱’이 1일 나란히 전용관을 마련하며 관객 몰이에 나섰다. 무대에 처음 오른 지 1, 2년 된 비교적 신생 공연으로 난타(1997년), 점프(2002년)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마술 같은 미술’(드로잉:쇼)과 ‘코믹한 국악’(판타스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로잉:쇼, “마술 같은 미술 공연” ‘세계 최초의 미술 퍼포먼스’를 내세운 ‘드로잉:쇼’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각종 미술 기법에 음악과 조명을 더해 새로운 넌버벌 장르로 끌어냈다. 2008년 7월 대학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2년 2개월 동안 27만여 명이 관람했다. 이 중 외국인은 8만여 명(29.6%)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문화사절단으로, 5월에는 한·아시안 정상회의의 한국 대표 공연으로 초대됐다. ‘드로잉:쇼’는 1일 대학로를 떠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중구 초동의 명보아트홀로 공연장을 옮겼다. ‘히어로’라는 주제로 마이클 잭슨, 찰리 채플린, 슈퍼맨 등 여러 ‘영웅’ 이미지를 미술 기법과 연결시켜 흥미를 높였다. 큐브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 넣다가 단번에 ‘슈퍼맨’의 얼굴을 완성하거나, 호랑이 그림을 완성한 뒤 그 위에 영상을 쏴 살아있는 듯 움직이게 만들 때는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대를 도화지처럼 만든 뒤 영상을 쏴 세트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키는 ‘아키텍처럴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붙들었다. 제작사 펜타토닉의 정규철 대표는 “미술을 통해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에 치중한 ‘난타’, ‘점프’보다 다양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타스틱, “코믹 국악 공연” ‘판타스틱’은 지난해 4월 서울 63빌딩 아트홀에서 ‘꼬레아 랩소디’란 이름으로 시작한 뒤 같은 해 8월 이름을 바꿔 1년 7개월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람객은 7만2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이 2만3000여 명(전체의 31%)이다. 제작사 ‘해라’의 지윤성 대표는 “지난해 공연 초엔 외국인 관람객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70% 수준까지 늘었다. 외국인 관객 비율이 높다 보니 현재 불황인 국내 공연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1일에는 새로 개관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가야극장에 전용관을 마련해 공연장을 두 개로 늘렸다. ‘코믹 라이브 쇼’를 표방한 이 작품은 판소리, 가야금과 대금, 해금 연주 등 국악을 밑바탕에 깔고 상모돌리기, 버나돌리기, 타악공연, 비보이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라이브 연주를 하지만 미리 녹음한 트랙을 틀어주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안정된 소리가 돋보인다.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곳곳에 숨어있는 코믹 요소로 지루할 틈이 없다. 지 대표는 “한국 전통 문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채롭고 코믹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음악을 보강해 공연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개는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다. 주인을 보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애정 공세를 펼친다. 하지만 개의 본심은 뭘까. 주인공 개인 ‘도도’는 집주인이 산책을 가자고 하자 이렇게 거드름을 피운다. “아이∼ 참,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그래 내가 한번 나가줄게.” 명백한 상황 역전이다. 유기견들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 ‘도도’(연출 김민기)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개들의 생각을 무대 위로 끌어냈다. 사람들은 개들의 말귀를 못 알아듣지만 개들은 사람들의 대화를 이해한다는 설정이다. 극단 학전의 창작 뮤지컬로 지난달 25일 초연 개막했다. 이름처럼 도도했던 ‘도도’는 과식에 게으름이 더해져 뚱보가 되자 집주인에게 버림받는다. 그가 만난 유기견들의 생활은 처참하다. 쓰레기통의 썩은 음식을 기웃거리고, 밤이면 버려진 창고에서 쪽잠을 청한다. 유기견 ‘뭉치’는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너무 많이 먹는다”고 타박하던 주인에게 버림받았고, ‘누렁이’는 “태어날 때부터 잡종이고 못생기고, 개장수도 (나 같은) 작은 것은 신경 안 써”라고 한탄한다. 객석에선 웃음도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짠하다. 자아를 찾은 ‘도도’의 외침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아무도 누굴 가질 수는 없었던 거야. 누굴 버릴 수도 없는 거야.”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 대표, 연극 ‘하얀앵두’의 배삼식이 극본과 가사를 맡고 그룹 ‘낯선 사람들’의 고찬용이 작곡한 노래는 슬프고도 따뜻하다. ‘도도’가 홀로 별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알았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하고 읊조릴 때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달려∼ 도도”라며 합창한 마무리 곡은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부족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염소, 닭 등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의상과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높이 2m가 넘는 철제 구조물을 타넘고 다닐 때는 조마조마했고, 일부 배우는 잠시 균형을 잃기도 했다. 안전사고가 염려됐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2만∼3만 원.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 02-763-8233}

《해질 무렵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9시경 장대비로 변했다. 하지만 야외공연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람객들은 자리를 뜰 줄을 몰랐다. 경쾌한 퓨전 국악 연주가 끝나자 ‘앙코르’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비옷을 챙겨 입은 일부 관객은 어깨춤을 췄다. 깊어가는 가을밤 호젓한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젊은 국악인의 열정 넘치는 무대에 추위도, 가을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오전 2시까지 열정의 국악무대 2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올해 10주년을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1∼5일)에서 ‘소리 프런티어’ 공연이 첫선을 보였다.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명’ ‘정민아·서도영’ ‘아나야’ ‘이스터녹스’ ‘프로젝트 시나위’ ‘프로젝트 락’ ‘소나기프로젝트’ ‘더 그림’ ‘오감도’ 등 젊은 국악그룹 9개팀이 참가해 총상금 2000만 원을 걸고 펼친 국악 경연이다. 당초 이튿날 오전 3시 반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대는 굵은 비 때문에 오전 2시쯤 끝났다. 하지만 200여 명의 관객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람객 50여 명이 공연장 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국악공연을 즐기는 이색 풍경도 연출했다. 광주에서 남편, 세 아이와 함께 온 이선영 씨(34)는 “국악과 캠핑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추울까 봐 침낭과 매트리스도 준비했다”면서 “이렇게 젊은 국악인들이 서양악기와 함께 국악을 쉽게 풀어내니 새롭고 흥겹다”고 말했다.자체 기획 ‘천년의 사랑여행’인도 등 5개국 참여 큰 호응 이번 무대는 참가 그룹들에도 특별한 기회였다. 국내외 심사위원 5명의 평가 결과 ‘아나야’는 KB소리상을, ‘소나기프로젝트’는 수림문화상을 받아 각각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아나야는 가요보컬을 투입해 다른 퓨전국악그룹과 차별성을 나타냈고 소나기프로젝트는 5대의 장구를 무대에 올려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나야의 민소윤 씨는 “후반에 쟁쟁한 팀이 많아 걱정했는데 뜻밖에 상을 받게 됐다. 국내 시장 개척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나기프로젝트의 장재효 씨는 “저희 음악을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획 공연으로 ‘대표 상품’ 만든다 지역 공연축제의 경우 단순 초청공연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소리축제는 직접 기획한 공연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막작으로 자체 제작한 특별기획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2일 전주 모악당 공연은 2163석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은 재담꾼 도깨비들이 사회자로 나와 사랑을 주제로 한 국내외 전통음악과 무용을 다채롭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90분 공연에선 백제가요 산유화와 정읍사, 서해안용왕굿부터 인도의 전통무용인 ‘카탁댄스’, 캄보디아 왕실무용단의 댄스, 대만 우타이 산의 소수민족 루카이족의 전통춤까지 펼쳐진다.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이란 내용은 단순한 편이지만 100명이 넘는 출연진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대형 배 모형, 레이저로 표현한 태풍과 파도 등 화려한 볼거리가 두드러졌다. 팔과 다리가 빠르게 엇갈리는 춤인 카탁댄스는 생소한 볼거리였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젊은 국악그룹 심야 경연엔 텐트족들 밤새우며 즐기기도 ‘천년의 사랑여행’ 외 이자람의 ‘사천가’, 어린이국악뮤지컬 ‘독도탐험대’, 장단놀이 뮤지컬 ‘안녕, 핫도그’도 매진돼 예년에 없던 인기를 모았다.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단순한 축제란 생각보다는 ‘국악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행사다. 대중을 상대로 한 ‘국악 보급’,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국악 교육’, 그리고 국악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악 창작’의 3대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축제는 5일까지 이어진다. 4일에는 창극 ‘수궁가’,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초청 무대, 아프리카 퓨전음악그룹 ‘아싸오’, 대금 공연인 ‘이창선의 대금스타일’을 선보이고 5일에는 판소리와 시, 록, 애니메이션이 융합된 실험무대 ‘소리 오작교’와 폐막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가 열린다. 1588-7890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피아노학회(회장 임옥빈·이사장 장혜원)가 이원문화센터와 함께 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0 그랜드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1999년 시작해 12회째인 이번 콘서트는 한국이 러시아, 체코와 수교한 지 20년, 스페인과 수교한 지 60주년, 그리고 독일 통일 2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몰다우’, 독일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4악장 등 네 나라 작곡가의 작품 10여 곡을 연주하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악장인 ‘환희의 송가’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한 무대에 4, 5대의 피아노와 8∼10명의 연주자가 함께 나와 대규모 실내악 연주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펼칠 예정이다. 타악기 관악기 등도 추가해 오케스트라와 같은 효과를 준다.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전국 30여 개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옥빈 함영림 이혜경 장형준 정완규 윤영조 김석란 김주영 심희정 이주영 백정엽 임동현 씨 등 피아니스트 66명이 참여한다. 안산시립합창단이 찬조 출연한다. 1만∼5만 원. 02-3272-2121, 02-6356-2121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국립국악원, 국립발레단 등 7개 국공립 예술기관의 초대권 배포를 전면 폐지한 뒤 이 단체들의 공연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객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공짜 관객’은 큰 폭으로 줄었고 티켓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유료 관람객이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여전히 다른 형태의 ‘초대권’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객석 채우려 가격 할인 지난해 예술의전당 음악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극장, 국립국악원의 초대권 배포율은 34.9%에 이르렀다. 문화부가 7월부터 이들 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관람료 인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초대권 배포를 전면 폐지하자 각 단체는 고민에 빠졌다. 객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이 단체들은 가격 대폭 할인을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국립발레단은 7월부터 공연 당일 잔여 좌석을 현장에서 최고 6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전에 가장 저렴한 티켓은 5000원이었지만 이제는 운이 좋을 경우 2000원에도 발레를 즐길 수 있다. 서울예술단은 17∼28일 댄스뮤지컬 ‘뒤돌아보는 사랑’의 티켓 가격을 초대권 폐지 전보다 최고 50% 내린 1만∼3만 원에 판매했다. 국립국악원도 티켓판매 사이트를 통해 50% 할인을 하고 있고,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국립극장도 지난해보다 30∼4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객 유치에 나섰다.○ 자리는 비지만 매출 급증 예전 80, 90%에 이르던 객석 점유율은 초대권 폐지 이후 60% 내외로 떨어졌지만 유료 관객이 늘면서 매출이 급증하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 국립국악원은 5월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총 10회 공연에 5519명이 입장해 객석점유율이 88.3%였으나 유료관객 비율은 24.3%(1343명)에 그쳤고 매표 수입도 1543만200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초대권 폐지 후 9월 ‘황진이’ 10회 공연에선 3118만4000원으로 매출이 두 배가량 뛰었다. 4591명이 관람해 객석점유율은 62%로 떨어졌지만 유료관객 비율이 69.5%로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예술단의 ‘뒤돌아보는 사랑’도 객석점유율은 55%로 떨어졌지만 유료관객 비중은 40%에서 60%로 늘었다. ‘박리다매(薄利多賣) 티켓 마케팅’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셈이다. 그러나 초대권이 사라진 뒤에도 다른 이름의 ‘공짜 표’는 존재한다. 각 단체가 기업의 기부나 협찬을 받은 뒤 티켓을 주거나, 저소득층에게 티켓을 무료로 나눠주는 문화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은 광고 효과를 높인다며 100여 명의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면서 공짜 티켓을 나눠줬고 예술의전당은 문화나눔사업을 20% 확대했다. 그러나 이런 표들의 성격과 그 제한 수량에 대한 기준이 없어 아직까지 각 단체의 재량에만 맡겨둔 상태다. 문화부 공연전통예술과 김정화 사무관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네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아이는 1년 뒤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했고, 열 살 때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주니어콩쿠르 우승으로 바이올린 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10대 시절 주빈 메타를 비롯한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명성을 떨친 그는 서른이 넘어 새롭게 변신했다. 2007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지휘자로 뉴욕 데뷔 무대를 갖고 청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바로 막심 벤게로프(36·사진)다. 그가 11월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5주년 기념 특별정기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2004년 내한 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열정적인 선율을 선보였지만 지휘 무대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벤게로프는 활이 끊어질 정도의 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유명하다. 협연하는 지휘자마저 당혹스럽게 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지휘자로 나선 뒤에도 그런 ‘끼’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온몸을 휘젓는 동작, 악상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표정….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흥얼거리며 선율을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서는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들을 선곡했다.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벤게로프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면서도 즐겨 연주한 레퍼토리. 산뜻하고 명쾌한 1, 3악장과 2악장의 그윽한 슬픔이 모차르트 음악의 백미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도 연주한다.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고현수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비올라 단원인 빌프리트 슈트렐레가 협연한다. 서울바로크합주단 김민 음악감독(서울대 명예교수)은 “격정적인 벤게로프의 지휘와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협연자들이 독특한 조합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92-5728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계급투쟁과 정치적 음모, 비극적 사랑까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가 10월 14∼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혁명에 가담했다가 서른두 살 나이에 단두대에서 삶을 마친 프랑스 시인 앙드레 셰니에(1762∼1794)의 비극적 일대기를 그렸다. 격동적인 상황 묘사로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테너의 오페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테너 셰니에 역은 어려운 발성을 요구하는 곡들이 많아 실력파 테너들의 검증대와도 같다. 주요 테너 아리아인 1막의 ‘하늘 푸른 날’, 2막 ‘5월의 미풍과 같이’가 모두 5∼6분으로 긴 편인 데다가 동시대 오페라 중 테너가 고음역을 오가는 부분이 유독 길다. 가사 또한 시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의미를 살려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번 공연에선 ‘라보엠’ ‘라트라비아타’ 등 200여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박현재, 체코 프라하 국립 오페라단의 ‘카르멘’에서 테너 주역을 맡은 한윤석, 불가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오페라 무대에 선 이병삼이 돌아가며 셰니에 역에 도전해 다른 색깔을 뽐낸다.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큰 성량을 바탕으로 풍부한 감수성을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표현할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니에의 상대역인 막달레나 역은 귀족의 딸로 셰니에에게 희생적 사랑을 바치는 주인공.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아리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가 막달레나의 아리아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향란 김인혜 이지연 씨가 출연한다. ○ 사실주의 오페라 대표작 작곡가 조르다노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마스카니, ‘팔리아치’의 레온카발로와 함께 사실주의 오페라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사실적 묘사가 특징이어서 ‘격정파’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의 테너 아리아가 어려운 것도 조용하게 시작해서 넘치는 격정에 빠져들곤 하기 때문.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베르디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는 로렌초 프라티니가 2009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나비부인’ 이후 1년 7개월 만에 국내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18년 만에 주연에서 총감독으로 총감독을 맡은 박 단장에게도 이번 공연은 의미가 특별하다. 1992년 무대에서는 셰니에 역으로 호연을 펼쳤고, 20년 가까이 흘러 공연 총책임을 맡게 됐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박 단장에게 물었다. 18년 전 주연 배우 때와 이번 총감독 가운데 어떤 것이 힘드냐고. “배우들이 ‘스트레스 좀 그만 주시라’고 얘기해요. 준비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고…. 간혹 제가 그냥 무대에 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2만∼12만 원. 평일 오후 7시 반, 토요일 3시, 7시 반, 일요일 5시. 02-399-1114∼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한국에서 백제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축제를 계기로 백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일축제한마당의 시즈키 히로시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2005년 한일 국교 수립 40주년을 맞아 양국 민간단체들이 시작한 연례 축제다. 10월 2, 3일 서울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2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서 ‘오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한국에서 22개 단체, 일본 23개 단체가 참여한다. 특별프로그램 ‘다시 부활한 1300년 전 옛 백제의 혼과 숨결’에선 3개 단체가 백제를 재조명하는 연속 공연을 선보인다. 일본 미야자키 현 난고 촌 주민들의 시와스마쓰리와 국립국악원 ‘대백제의 숨결’, 판굿 등으로 망자의 넋을 달래는 한누리연희단 ‘마지와 푸리’가 이어진다. 양국의 전통 공연도 서울 한복판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국에선 남사당놀이 강강술래 봉산탈춤 오고무를 비롯한 전통공연을, 일본에서는 등불과 대나무의 축제로 유명한 아키타 간토마쓰리를 비롯한 축제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예선, 결선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으라차차 스모대회’, 한 입 분량의 적은 메밀국수(소바)를 1분 안에 먹는 ‘완코소바 많이 먹기 대회’, 양국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한일가라오케대회’ 등 체험행사가 있다. 10월 2일 도쿄에선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브라운아이드걸스, 신혜성 등이 출연하는 한류콘서트와 한국가요 콘테스트 본선, 일본 북 와다이코 연주, 한국 비보이의 공연 등이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첫 곡으로 1980년대 유명 록그룹 콰이어트 라이엇의 ‘컴 온 필 더 노이즈’가 묵직한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될 때만해도 설렜다. “소리∼ 질러∼”라는 로니(김재만)의 추임새에 관중도 일어나 환호했다. 초반부터 달아오른 공연장은 마치 록 콘서트장 같았다. 하지만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연출 왕용범)는 ‘흥겨운 록 뮤지컬’로 부르기에 부족했다. 번안곡은 어색했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성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특별한 반전 없는 뻔한 스토리에 곳곳에 드러나는 억지웃음 요소까지. ‘록의 황금시대’를 재현하려던 무대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졌다.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번이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록클럽이 배경. 해외 부동산업자가 클럽을 포함한 도시 일대를 재개발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대하며 갈등을 빚는 게 주요 줄거리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주인공인 로커 지망생 드류(안재욱)와 배우 지망생 쉐리(선데이)는 이런 극의 핵심 갈등에서 벗어나 있다.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해 애절한 연인이 된 둘은 시종일관 연애에만 몰두한다. 피켓과 단식 시위에 나서고 결말에서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은 조연들의 몫이다. 번안하면서 코미디 요소를 지나치게 배치한 것도 곳곳에서 극의 흐름을 끊었다. 거의 30초마다 한 번씩 웃기기 위해 데니스(김진수)가 트림을 하거나, 쉐리가 팬티를 보여주거나, 조연들이 우스꽝스러운 발레복, 에어로빅복을 입고 나오는 것은 식상함마저 들었다. 그룹 노바소닉이 연주한 록음악은 무난했지만 스테이시(신성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록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록의 부활. 그러나 초라한 부활이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12만 원. 10월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1544-1555}

《16일 몽골 남부 달란자드가드 시의 남고비 박물관. 행위예술가 신용구 씨가 얼굴을 하얗게 칠한 채 하얀색 옷을 입고 나오자 박물관 앞마당에 있던 현지 주민 200여 명의 눈이 커졌다. 기이한 복장의 한 남성이 합장에 이어 ‘몸의 언어’로 대화를 걸어오자 사람들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신 씨의 작품 ‘바람을 안고가다’가 담고 있는 사랑과 희망이란 주제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자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로 타국에서 온 젊은 예술가를 반겼다. 예술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문예위, 몽골서 3년째 문예교류 프로그램○ 한국과 몽골 예술가들이 피운 ‘예술의 꽃’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몽골예술위원회는 2006년 문화예술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8년부터 해마다 한국 예술가들이 몽골 달란자드가드 시로 건너가 현지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노마딕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8∼18일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타임 앤드 스페이스(시간과 공간)’. 김이선(기획) 김성배(설치·행위·사진) 손몽주(공간드로잉) 손필영(시) 신용구(행위) 이중재(영상) 씨가 10여 일간 달흐어치르 영덩조나이(기획), 에흐자르갈 강바트(회화) 씨 등 6명의 몽골 예술가와 함께했다. 이들은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숙식하며 달란자드가드 시에서 예술 작업을 펼쳤다. 이곳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남고비 지역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2만 명 남짓이다. 주변에 여러 개의 석탄 광산이 인접해 있어 1960∼70년대 태백, 영월을 연상케 한다. 건조한 기후 탓에 일부 한국 작가들은 코가 헐어 코피가 났고, 밤에는 섭씨 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위로 고생을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양국 예술가들이 참여한 16일 전시회는 ‘동네잔치’와도 같았다. 영상작가 이중재 씨는 달란자드가드 시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찍은 영상물 ‘헤이 로날도’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고, 시인 손필영 씨는 “풀꽃, 풀꽃, 반짝이는 돌조각…”으로 시작하는 ‘고비초원1’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몽골작가 강바트 씨는 움막 앞에서 기도를 하며 몽골에 있는 산의 여신을 형상화한 행위예술로 큰 박수를 받았다. 작가들은 행위예술, 영상, 설치 작품 등을 2시간 동안 선보였고, 박물관 앞마당과 1층 전시실은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전시장을 찾은 바트바야르 덜거르마 양(16·고교 1년)은 “실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처음인데 정말 신기했다”며 웃었다. ○ 세계로 창작 영역 넓히는 한국 작가들행위예술가 신용구 씨는 “비가 오고, 해가 지는 초원 위에서 공연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서 “몽골 작가를 초청해 한국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위는 이 행사와는 별도로 한국 작가가 몽골에 수개월 동안 체류하며 창작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예술창작 거점사업’도 처음 진행한다. 시인 손필영, 소설가 유익서 씨가 10월부터 각각 4, 6개월 동안 울란바토르대에 있는 연구실과 기숙사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다. 손 씨는 “몽골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몽골의 일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예술창작 거점사업을 내년부터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세계 30∼4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정국 사무처장은 “작가 개인이 해외에 창작 거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각국 예술단체와 협의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작가들이 해외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 역량을 높이면서 해외 각국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달란자드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1960, 70년대 풍속화전 여는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78·사진)이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로 개인전을 연다. 29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 시절 그 모습’. 김 화백은 1955∼1980년 동아일보에서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렸고 이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연재하다 2000년 9월 은퇴했다. 모두 1만4139회로 국내 최장수 시사만화로 기록돼 있다. 이 전시회는 김 화백이 풍속화로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그린 풍속화 100여 점은 1960, 70년대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풍경화나 미인도,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어요. 전, 서민들의 삶이 진짜 세상과 삶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그림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전시회를 앞둔 김 화백의 말이다. 각종 사진자료를 토대로 그린 그의 작품 속에는 50여 년 전 서울 청계천, 동대문, 돈암동, 농촌의 초가집, 공동 우물, 시장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김 화백은 그 시대의 스케치와 사진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우리를 50년 전의 그림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바우의 풍속화는 우리의 전근대성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친근하기 짝이 없으며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그가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정감 있고 따스하다. “당시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고 가난했지요. 하지만 저는 민중화가처럼 거칠고 격하게 그들을 표현하기는 싫었어요. 오히려 지치고 힘들더라도 각자 자기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의 또 다른 주제는 ‘고향’이다. 북한 개성 출신인 그에게 고향은 반세기 넘게 이어온 그리움의 대상이다.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누구든지 언젠가는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게 되지요. 그래서 이것저것 소소한 농촌 풍경을 여럿 그렸습니다.” 김 화백은 6월 가벼운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택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재를 끝낸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바우 영감’은 그의 대표작이다. 미련은 없을까. “아직도 고바우 영감 청탁이 들어와요. 1억 원을 준다는 얘기도 하는데 이제 다시 그리기도 싫고, 또 그만큼 그렸으니 전혀 미련도 없습니다.” 시사만화로 ‘촌철살인의 미(美)’를 보여줬던 김 화백은 “이제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동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에요. 제 그림을 보고 우는 분들도 있는데 고향 생각도, 옛일 생각도 나서겠죠. 좀 더 울림이 큰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02-736-102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9일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장대비를 뚫고 10여 명의 국악기 연주가들이 하나둘씩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연습실로 모여들었다. 각자 교수와 국악원 단원, 실내악단 소속으로 바빠 낮에는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다고 했다. 조율을 끝낸 뒤 태평소와 가야금 등 국악기, 기타와 건반, 드럼 등 양악기가 한데 어울리며 신명나는 한판을 펼쳐냈다. 한바탕 합주가 끝난 뒤 피리와 태평소를 맡은 윤형욱 씨는 “피곤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면서 웃었다.》 1985년 젊은 국악가 8명이 “대중에게 친숙한 국악을 만들어 보자”며 실내국악단을 창단했다. 팀명은 ‘슬기둥’. 거문고를 뜯을 때의 활달한 손놀림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슬기둥은 25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직접 작곡, 편곡한 앨범 8장을 냈고 600여 회에 달하는 국내외 공연을 펼쳤다. 최근 ‘퓨전국악’ ‘월드뮤직’이란 이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신세대 국악 그룹의 원조 격인 셈이다. 이런 슬기둥이 창단 25주년을 맞아 올해 활동 53주년을 맞은 명창 안숙선 씨와 손잡고 조인트 콘서트를 펼친다. 20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슬기둥-안숙선, 비상(飛上)을 꿈꾸다’. 한국의 대표 국악 실내악단과 대표 명창의 만남인 셈이다. 제안은 안 씨가 지난해 말 꺼냈다. “슬기둥이 25주년을 맞는다는데 한번 같이 기념공연을 해보면 좋을까 싶어 먼저 제안했지요. 그동안 주로 대규모 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췄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실내악단과는 어떤 소리가 나올까 기대가 됩니다.”(안숙선) 판소리 명창인 안 씨가 공동 공연을 제안할 정도로 이제 슬기둥의 음악은 국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25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KBS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이준호(소금·대금), 강호중(피리·기타), 조광재(신시사이저·작곡), 민의식(가야금), 문정일(피리), 노부영(가야금·양금), 정수년(해금), 오경희 씨(아쟁) 등 8명이 슬기둥을 창단하면서 국악에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첨가하자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국악과 양악은 물과 기름 같은 존재로 여겨졌고 서로 배타적이었다. 창단 멤버 중 유일하게 남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호 씨(50·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는 “당시 국악계 선배들로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장 그만둬라’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당시 대중에게는 국악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어렵고 느리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많았죠. 먼저 그것을 깨는 게 중요했습니다. 슬기둥의 음악은 국악을 기반으로 서양음악을 추가했기 때문에 전통성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듣기 편한 ‘퓨전국악’이 등장하자 호응은 컸다. 대표곡 ‘산도깨비’와 ‘소금장수’ 등은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이 씨는 “덕분에 1990년대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이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찾아와 음악을 배워 갔다”고 말했다. 기수별로 멤버를 바꿔 현재 4기 단원까지 뽑았다. 슬기둥이 창단한 해에 태어나 이제는 단원이 된 김기범 씨(25·신시사이저, 작·편곡)는 “두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슬기둥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들었고 저도 좋아하게 돼 단원에까지 뽑혔다. 열심히 활동해 아버지께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이번 공연에선 판소리 다섯마당의 대표 대목을 골라 슬기둥의 연주와 함께 안 씨가 소리를 하는 이색무대를 선보인다. 안 씨는 “한 곡에 10분 정도를 불러 지루하지 않고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색소폰에 이정석 씨, 기타에 그룹 ‘백두산’의 김도균 씨도 참가한다. 이준호 씨는 “악단이 오래됐다는 사실보다 새롭게 계속 도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서는 국악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