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베스트셀러에 소설이 안보인다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국내 소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집계하는 종합베스트셀러 상위 10위 목록에서 지난해 9월엔 상위 10위 목록에 소설이 6권으로 절반을 넘었으나 올해 들어 1월에는 세 권, 2월은 한 권으로 줄었다. 이어 3월 첫 주(3월 3∼9일)에 들어서는 문학 인문 사회 생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집계한 종합 10위 내에 소설이 단 한 권도 들지 못했다.》
■ 예스24 3월 첫주 ‘톱10’에 1권도 못 올라

같은 주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위, 마이클 샌델의 사회 부문 서적 ‘정의란 무엇인가’가 2위였다. 3∼10위는 자기관리서와 생활정보 서적이 두 권씩, 교육 종교 에세이가 한 권씩 차지했다. 상위 20위권까지의 목록에서도 소설은 김진명 씨의 신간 장편 ‘고구려 1’ 12위,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가 13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들어 이처럼 소설이 판매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국내외 유명 소설가들의 신작이 없는 탓도 있다. 신경림 공지영 김훈 이문열 씨 등 국내 인기 소설가들이 신작을 내지 않고 있는 데다 ‘연금술사’의 파울루 코엘류, ‘개미’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국내 인지도가 높은 외국 소설가들의 신작도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몇몇 유명 소설가가 신작을 내지 않으면 소설 판매 전체가 침체로 빠져드는 ‘스타 소설가 독식’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정의란 무엇인가’가 차지한 데서 보듯 사회 에세이 관련 서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소설 불황’의 이유로 꼽힌다.

도서출판 밝은세상 김석원 대표는 “에세이나 경제서 등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층이 증가한 데다 소설을 구매해도 몇몇 유명 소설가에만 독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망한 소설가를 새로 발굴해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설 시장이 축소되고 한정된 시장마저 소수 유명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중견 및 신인 작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박민규 김영하 김애란 씨 등 등단 10년 내외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작가의 작품도 2만∼3만 부 판매에 그치고 신인 작가들은 초판(2500∼3000부)을 소화하는 비율이 채 절반이 안 된다는 것이 출판인들의 설명이다. 신인 소설가 최제훈 씨의 ‘퀴르발 남작의 성’은 지난해 9월 출간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출간 반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부수는 7000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견 및 신인 소설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전략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후성 21세기북스 문학주간은 “미국 잡지 뉴요커가 지난해 ‘20 언더 40’이란 제목으로 40세 이하 신예 작가 20명을 골라 집중 조명한 것처럼 유능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 가면 유명 작가의 작품은 네댓 곳에 중복돼 전시되는 반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마음먹고 찾으려 해도 찾기 어렵다. 이런 ‘노출 차이’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자신이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환 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장르가 불분명해지고 더는 새로운 실험적 소설 형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평단의 평은 높지 않지만 독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받는 몇몇 소설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작가들도) 대중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