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 거부 우편함엔 방부제 같은 먼지만 쌓여 가고/휘휘친친 거미줄 감으며/홀로 잠들 그물 침대 깁고 있어요/애당초 천국이란 건 없었으니/이곳이 지옥일 리 없죠//나는 뻐덩뻐덩 말라 가는 물고기/누구든 내 영혼을 사 가세요/비싸게 굴 이유가 없죠.’
1990년 등단한 시인은 시 ‘근황’을 통해 그동안 외롭고 치열했던 집필 기간을 전한다.
그는 1994년 문법을 무시하는 한 편의 장시로 된 시집 ‘붉은 기호등’을 내놨지만 문단의 엇갈린 평을 받았고, 절필했다. 이 시집은 2003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 시들을 묶은 것으로 사실상 등단 21년 만의 첫 시집이다.
‘꽃 피었어요 달도 떴구요/발그레한 봉오리 하나 꺾어 안고 춤추는 밤/…’(‘춘화1’에서), ‘한 잔의/태양’(‘낮술’ 전문)처럼 시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인 박정대 씨는 “생을 온 마음으로 연주하며 지금에 이른 김요일의 시는 더욱 넓고 깊어졌다”며 돌아온 문우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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