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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마약을 반입하려는 멕시코 마약갱단의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는 가운데 급기야 중세시대에 사용됐던 방식의 투석기를 이용해 국경 너머로 마약을 날려 보내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멕시코 국방부는 29일 “전날 보안군이 미국 애리조나 주 더글러스 남쪽의 멕시코 국경도시인 아과프리에타의 한 거리에서 투석기와 비슷한 장치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안군은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높이 3.5m의 금속 투석기를 찾아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버려진 투석기 주변에선 소량의 마리화나도 발견됐다. 이번 주 미국 언론들은 멕시코 갱단 소속원들이 국경에서 투석기를 이용해 마약 꾸러미를 미국 쪽으로 쏘아 보내는 장면이 포착된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특수 개조차량, 무선 조종 비행기, 지하 땅굴 등 다양한 마약밀매 방법이 당국에 적발됐으나 투석기를 이용한 마약반출 수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우리나라만 ‘북극 추위’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올겨울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곳곳이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 60cm 이상의 폭설이 미국 동북부를 강타해 뉴욕을 포함한 여러 대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킨 데 이어 24일에는 체감온도 영하 5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다시 덮쳐 휴교령까지 내려졌다. 유럽도 한파와 폭설로 동사자가 속출하고 항공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갑자기 닥친 한파의 원인, 지구환경 문제와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추운 미국, 더운 그린란드 미국 기상청은 24일 동북부 뉴잉글랜드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50도에 육박했다며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펜실베이니아 뉴욕 코네티컷 주 등은 최저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고 있다. 이 지역 일부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으며 일부에선 철도 운행까지 중단했다. 미국 동북부는 지난해 말 폭설이 덮친 이후부터 기온이 올라갈 줄 모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 10개 중 2개가 지난해에 기록됐다고 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지난해 말부터 수시로 내리는 기록적 폭설과 이상 한파로 교통대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동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도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눈이 내리지 않아 울상을 짓는 곳도 있다.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린 미국 동남부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3200km 떨어진 캐나다 북부 누나부트 주 이칼루이트 주민들은 새해맞이 스노모빌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드 엘 부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미국과 유럽을 바라보며 ‘우리 눈이 다 저기로 갔다’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동북부와 그린란드의 지난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최대 11.1도나 높았다. 한파와 폭설로 지구촌 곳곳에 비상이 걸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난해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찬 공기 묶어두는 ‘제트기류’ 많은 기상학자는 북극해의 해빙이 부른 시베리아의 강설량 증가를 올 기상이변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 수증기 증발이 활발해져 시베리아에 가을부터 많은 눈이 내리게 됐다는 것. 눈은 햇빛을 반사해 북극 대기의 찬 공기 소용돌이를 약화시킨다. 약화된 찬 공기 소용돌이는 다시 북극 주변에서 형성돼 지구 북반구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 세력을 약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극의 공기를 북극 상공에 묶어두는 일종의 ‘담장’ 역할을 하는데 이 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는 담장을 넘어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게 된다. 이 과정에 대기가 교란되면서 북극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북극의 얼음이 빨리 녹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면 태평양의 수면온도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동태평양의 수면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라니냐 현상이 심화됐다. 라니냐 현상은 최근 호주와 필리핀, 브라질 등 지구 남반구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홍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 과학자는 지구 북반구의 이상 한파와 폭설, 남반구의 홍수를 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연관시키고 있지만 아직 이를 입증할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거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아프리카에 ‘남수단공화국’ 탄생이 임박했다. 기존의 수단공화국에서 분리될 남수단공화국의 건국은 19세기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잔재의 청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 종식 등 여러 함의를 지니고 있다.○ 주민 98%가 독립 찬성9∼15일 남수단 유권자 393만258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무려 98%가 독립에 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식 투표결과는 다음 달 14일 발표 예정이다. 신생 독립국 앞에는 국호, 국기, 국가(國歌) 등을 정하는 기초적인 일부터 시작해 북부 수단과의 분쟁지역 정리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뉴욕타임스는 24일 남부 수단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국가창설준비위원회가 지난주에 신생 독립국가명을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12개 이상의 국명 후보를 놓고 고민 중인 준비위의 대다수 위원이 ‘남수단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벤저민 마리얼 준비위원은 “남한, 북한 같은 이름이 존재하는 만큼 수단도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했으면 한다”며 “친밀하고 부르기 편하다는 점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남수단공화국이 다음 달 독립을 선언하고, 유엔에 가입하면 유엔의 193번째 회원국이 된다.하지만 더 힘든 일은 헌법을 제정하고 법률을 새로 만드는 등 국가의 골격을 갖추는 작업이다. 여기에 남북 수단의 국가 채무와 원유 판매수입 배분, 국경지역인 아비에이 유전지역 관할권 분쟁 등 미묘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하로 추정되는 남수단의 빈곤한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키는가 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남수단 정부는 케냐를 가로질러 인도양으로 향하는 송유관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남수단은 6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는 산유국이지만 현재 송유관은 북부지역에만 있다.○ 수백만 명의 피로 청산한 식민 잔재원래 북수단과 남수단은 한 국가라고 하기엔 인종적, 종교적, 지리적으로 차이가 컸다. 북부는 역사적으로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슬람을 믿는 아랍계가 많이 살고 있다. 반면에 남부는 케냐, 우간다와 가깝고 기독교와 민속신앙을 믿는 아프리카 본토 흑인이 많다. 언어도 북부에선 아랍어를, 남부에선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자연환경도 사막이 펼쳐진 북쪽과 달리 남부는 숲과 늪지대가 많다. 20세기 수단의 유혈참극은 19세기 말 영국의 식민통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은 식민 지배 초기 남북을 분리 통치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1956년 수단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독립을 인정해줬다. 하지만 이슬람계가 지배하는 북부 중앙정부는 기독교계의 남부 지역 주민들을 2등 국민으로 취급했고 개발에서 철저히 소외시켰다. 심지어 남부에 대한 극단적 이슬람화를 추진해 1955∼1972년, 1983∼2005년에는 중앙정부군과 남부 반군 사이에 두 차례의 내전이 벌어져 2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남수단 독립은 북수단의 이웃 나라인 에리트레아가 오랜 내전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과정과 유사하다.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에 제멋대로 그어 놓은 국경선이 자연스럽게 재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북부 수단의 또 다른 기독교 우세지역인 다르푸르에선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만 명이 학살되고 200만 명이 피난길에 오르는 등 수단의 식민잔재 청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남수단의 독립은 이라크 예멘 레바논 이집트와 같이 인종 및 종교 갈등을 겪는 아랍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구상의 마지막 ‘민주화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아랍 독재국들이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으로 당황하고 있다. 아랍권의 위기의식은 19일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정상회의에서도 잘 드러났다. 회의 주제는 당초 무역과 투자 증진 방안 모색이었지만 튀니지 사태로 ‘빈곤 퇴치’로 옮겨갔다. 아랍국들은 튀니지 시민혁명의 촉매가 된 실업과 고물가를 완화하기 위해 2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방세계를 향해서는 “(아랍국들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알제리 이집트 리비아 수단 요르단 5개국을 다음 혁명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튀니지와 인접한 알제리는 1999년부터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73)이 집권 중이다. 최근 그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데다 반정부 시위도 어느 나라보다 거세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82)이 30년째 집권 중인 이집트도 대표적인 장기독재국가. 무바라크 대통령도 최근 건강이 악화돼 향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69)가 42년이나 통치하고 있는 리비아의 경우 아들에게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튜브 등에 따르면 일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통제가 심해 외부 언론에 시위 소식이 알려진 적은 없다. 20년째 권좌에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67)은 최근 남부 수단 분리 국민투표로 정치적 위협은 일단 비켜간 상태. 독재가 워낙 굳건해 당분간 혁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요르단도 최근 실업률과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만 시위대가 국왕을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아랍국들에서 당장 ‘시민혁명 도미노’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튀니지는 많이 서구화된 국가여서 정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엔 정권이 군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 산유국은 불만이 커지면 돈을 풀거나 감세안을 내놓아 민심을 진정시킬 대책들이 있고 왕족들이 지배하는 국가에는 왕에게 순종하는 문화가 워낙 강한 것도 걸림돌이다. 튀니지혁명은 미국에는 새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는 게 포린폴리시의 분석이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덕적 십자군주의’에서 탈피해 외교 다변화를 꾀하며 ‘실용주의적 외교’를 펴 온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랍의 친미독재국가(사우디 이집트 알제리 바레인 등)에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고 운동가들이 투옥되는 경우 이를 눈감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병가에 들어간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를 대신해 애플을 이끌게 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가 새 역할을 맡은 지 며칠도 안 돼 독설부터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쿡 COO는 18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경쟁사 제품을 향해 ‘기괴하고’ ‘무겁고’ ‘증기(蒸氣)와 같은 것’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강한 어조로 공격했다. 이는 독설로 유명한 잡스 CEO 못지않은 상당한 수위의 발언이다. 쿡 COO는 최근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라스베이거스 ‘CES 2011’에 선보인 태블릿PC들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아이패드의 경쟁 제품을 세 가지로 분류해 각각의 단점을 혹평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를 쓰는 태블릿PC에 대해 “너무 크고 무겁고 비싸며 배터리 수명도 길지 않을 뿐 아니라 전용 펜까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보기엔 솔직히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 대해선 “OS가 사실 태블릿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이는 구글도 인정한 것이다. 단순히 애플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이는 크기만 키운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시각으로는 기괴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새 OS인 안드로이드 3.0에 대해선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아 실체를 알 수 없는 증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아이패드는 어느 누구와의 싸움에도 기꺼이 응할 수 있으며 대다수는 아이패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쿡 COO의 발언은 “7인치 태블릿은 사망”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등의 독설을 퍼붓던 잡스 CEO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선 기자회견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쿡 COO가 후계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시장에서는 쿡 COO의 혹평에 대해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 제품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갤럭시탭을 내놓았으며 차기 태블릿PC엔 윈도7 운영체제를 탑재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국무장관직을 계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NBC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 오바마 2기 정부에서도 국무장관을 맡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현재 이 자리에서 일하는 것에 매우 만족하지만 이전부터 여러 번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개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왔다”고 대답했다. 국무장관은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머물 의사는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방식으로도 약속할 수 없고 심지어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답변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해 PBS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8년 동안 국무장관 자리에 있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고 대통령선거에도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생계수단을 빼앗긴 한 20대 청년의 분신 항거가 23년여 독재를 끝냈다.지난해 12월 17일 아프리카 튀니지의 중부 소도시 시디부지드.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얻지 못해 무허가로 과일 노점상을 하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 씨(26)가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졸지에 과일과 좌판을 모두 빼앗긴 부아지지 씨는 시청으로 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선처를 부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청사 앞 도로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그의 분신은 만성적인 실업과 고물가, 독재에 시달려온 시민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이달 5일 부아지지 씨가 끝내 숨을 거두자 시위가 중부 도시들로 확산됐다. 카스라인에선 시위대 수십 명이 사망했다. 11일 급기야 수도 튀니스로 시위가 번졌다. 통행금지 조처가 내려지고 군 병력이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8명이 사망했지만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당황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은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2014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4일에는 내각 해산 및 6개월 내 조기 총선 실시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날 밤 그는 가족과 함께 몰래 비행기에 올랐다. 목적지는 사우디아라비아. 23년여 동안 철권을 휘둘렀던 독재자는 그렇게 떠났다.프랑스에서 독립한 이래 31년 동안 튀니지를 통치해 온 하비브 부르키바 종신대통령을 1987년 무혈쿠데타로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던 벤 알리 대통령은 원래 직업 군인이었다. 국가안보장관과 총리(1987년)를 거쳐 권좌에 오른 뒤 대통령 연임을 2회로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약속해 국민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군대를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면서 정치범 수백 명을 투옥했다. 연이은 개헌을 통해 임기를 늘리며 2009년에는 5선에 성공했다. 그의 축출에는 대통령 일가의 부패상을 기록한 미국 외교관들의 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공도 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8년 6월 튀니지 주재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2급 비밀 전문에는 “벤 알리 대통령 일가는 돈, 서비스, 토지, 자산에다가 요트까지 탐내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혀 있다. 2009년 7월 작성된 또 다른 전문에서는 로버트 고덱 튀니지 주재 대사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벤 알리 대통령의 사위 무함마드 사헤르 엘마테리가 집에 온갖 고대 유물과 최고급 음식, 심지어 애완용 호랑이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입수해 폭로한 이들 전문은 튀니지 민주화 운동가들이 만든 ‘튀니리크스’에 게시됐으며, 당국의 검열에도 인터넷을 타고 현지 누리꾼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15일 헌법에 따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푸아드 메바자 국회의장은 TV 연설에서 “모든 튀니지인은 예외 없이 국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선서 직후 그는 무함마드 간누치 총리에게 “국가의 가장 큰 이익을 위해 통합정부가 필요하다”며 연립정부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간누치 총리가 주요 야당 인사들과 만나 통합정부 구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튀니지는 헌법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45∼60일 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16일부터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서 정부는 폐쇄했던 영공을 재개방하고 공항 운영을 정상화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에게 총을 발사하는 등 사회불안을 고조시킨 혐의로 벤 알리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체포했다.국제사회는 환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튀니지 국민의 용기를 치하한다”며 공정한 선거를 기대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권과 언론의 자유, 의회가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 식민통치국 프랑스도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튀니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의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이라고 칭했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튀니지이슬람당 지도자 라셰드 가누시 씨는 “조만간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튀니스 중앙역이 방화로 불길에 휩싸이고 시내 명품 가게들과 호화주택들이 약탈되거나 불에 탔다. 특히 벤 알리 대통령 일가 소유의 건물들과 사업체들이 방화의 목표가 되고 있다. 2006년 한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요트를 빼앗은 것으로 알려진 벤 알리 대통령 전처의 조카 이메드 크라벨시 씨는 해외로 탈출하려다 비행장에서 분노한 군중에게 맞아 16일 숨졌다. 취재 중에 최루탄에 맞아 치료를 받아오던 프랑스계 독일인 사진기자도 이날 숨졌다. 동부의 휴양도시 무나스티르의 교도소에서는 탈옥을 노린 방화와 교도관의 총격으로 42명이 숨졌다. 영국과 독일 여행사들은 관광객 수천 명을 본국으로 수송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또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나는 튀니지의 아들들이 매일 죽어가는 사태가 걱정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튀니지 주변 국가들은 ‘시위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한편 한국 외교통상부는 “현재까지 30∼40명이 튀니지를 빠져나갔다”며 “비상상황 때 전세기를 이용해 100여 명의 남은 교민들을 탈출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주튀니지 한국대사관은 시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15일 저녁 한국 교민 44명이 약탈을 피해 대사관에서 밤을 새운 뒤 16일 오전 귀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튀니지 전역을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미국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됐던 ‘미녀 간첩’ 안나 차프만(28)이 자신의 이름을 건 TV쇼의 진행자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러시아 방송 렌 TV의 대변인은 12일 차프만이 전 세계의 신비한 현상을 탐사 보도하는 금요일 프로그램 ‘안나 차프만과 함께하는 세계의 비밀’을 21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차프만은 지난해 7월 러시아로 송환된 이후 언론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10월 남성잡지 표지의 속옷모델로 등장했고 연말에는 한 유명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첫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통합러시아당 외곽 청년조직인 ‘청년근위대’의 지도부를 맡으면서 정치활동까지 시작했다.한편 차프만과 함께 본국으로 송환됐던 나머지 9명 스파이 가운데 한 명인 나탈리아 페레베르제바는 지난달부터 러시아 국영 송유관 기업인 트랜스네프트의 회장 경제부문 보좌관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고 이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 어린이 113명이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추방될 처지에 놓였다. 13일 외교통상부와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이민국 단속반은 7일 한국인 학생들이 학업허가증(SSP·Special Study Permits)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도 마닐라 바탕가스 지역의 판타지월드 리조트 내의 영어연수학원을 단속해 학원 운영자 이모 씨 등 14명을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 구금해 조사 중이다. 이 씨 등은 필리핀 정부에서 발행하는 학업허가증을 받지 않고 어학연수를 실시해 이민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또 어학연수 중인 한국인 학생 113명(대부분 초등학생이며 일부 중학생도 포함)의 여권을 압수하고 사실상 억류했다. 현재 학생들은 한국인 인솔자의 보호 아래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이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1인당 200만 원에서 300만 원씩 어학연수를 주관하는 필리핀 학원에 내고 이달 초부터 영어연수를 시작했으나 학원 측이 영어 연수생들이 꼭 받아야 하는 SSP의 수수료 15만 원 정도를 필리핀 당국에 지급하지 않아 사실상 불법 연수생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SSP를 발급받지 않고 어학연수를 받을 경우 이민법 위반자로 처벌된다. 또한 구금된 한국인 학원 관계자 중 6명은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한국인과 동업하던 필리핀 사람의 고발로 알려졌다. 주필리핀 대사관은 10일부터 이틀간 담당 영사를 외국인수용소에 파견해 수용자들을 면담하는 한편으로 이민청 관계자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와 함께 인도적 차원에서의 처리를 요청했다. 필리핀 당국은 구금된 한국인 관계자 및 학생들을 조만간 추방하고 입국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강물의 힘 앞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낍니다.”호주 제3의 도시인 동북부 퀸즐랜드 주의 주도 브리즈번의 캠벨 뉴먼 시장이 12일 시민들을 향해 한 말이다. 브리즈번 시민 200만 명의 눈은 속수무책으로 차오르는 브리즈번의 강 수위에 쏠려 있다. 이 강의 수위는 13일 관측사상 최고인 5.5m까지 차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4.5m이던 12일에도 벌써 군데군데 제방이 무너져 저지대가 잠겼다. 시 당국은 강이 만수위에 도달하면 약 2만 가구의 주택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만 가구 이상의 주택에 이미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상점에선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브리즈번에서 서쪽으로 140km 떨어진 소도시 투움바가 홍수 피해를 당했다. 식수마저 부족할 정도로 늘 가뭄에 시달리던 이 도시에 시간당 수백 mm의 폭우가 쏟아져 제방이 붕괴된 것이다. 목격자들은 8m 높이의 거대한 수벽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내륙 쓰나미’로 묘사했다. 이로 인해 12명이 사망하고 67명이 실종됐다. 물줄기는 하류지역인 브리즈번으로 향했다.작년 11월부터 두 달째 퀸즐랜드 주의 하늘은 구멍이 뚫린 듯 비만 쏟아 붓고 있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을 합한 면적(90만 km²)보다 더 넓은 지역이 홍수 피해를 봤다. 퀸즐랜드 당국은 주 면적의 4분의 3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요 석탄 광산과 방목지가 물에 잠기면서 홍수는 호주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전문가들은 홍수로 호주가 입은 총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130억 호주달러(약 14조3000억 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로 입었던 손실 규모인 70억∼130억 달러를 넘는다고 AFP통신이 12일 전했다.비구름은 퀸즐랜드와 인접한 뉴사우스웨일스 주까지 다가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곳은 호주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최대 도시인 시드니도 여기에 있다. 이번 호주 홍수는 라니냐 현상이 20여 년 만에 최고조에 이른 데다 지난해가 기록적으로 더운 해였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한편 브라질에서도 12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3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브라질 당국은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산간지대에 내린 폭우로 최소 31명이 사망해 이번 주 브라질 내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모두 44명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734억 들여 김정은 별장 신축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그를 위한 호화별장 신축 및 개보수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에서 관련 작업에 1억 파운드(약 1734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사진만으로는 확실하게 입증할 수 없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한 전문가 2명이 믿을 만한 정보임을 보장해 주었다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대표적 사례가 김정은이 자란 평양 중심부의 16호 관저가 그의 새로운 역할에 어울리도록 호화롭게 재건축됐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원래 2004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거주한 곳이다. 바로 옆 건물에는 김정일의 집무실이 있는데 두 건물은 지하터널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천으로 유명한 함경북도에는 김정은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주택을 짓고 있으며 인근 철도와 도로를 닦는 데 주민들을 강제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에는 대형 건물이 건설 중인데 한국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 건물의 구조는 함경남도에 있는 김정일 일가의 또 다른 주택인 서호초대소와 비슷하다고 한다. 보급 끊긴 부대선 탈영병 속출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군에서 연일 강도 높은 훈련과 비상경계가 이어진 데다 식량마저 턱없이 적게 공급되자 부대마다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양강도에 주둔하는 북한 군인의 말을 인용해 “부대마다 탈영병이 하도 많아 훈련 일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탈영병 중에는 아침에 부대를 벗어나 주변 마을을 배회하다 저녁에 복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상부의 처벌이 두려워 지휘관들은 50명이 탈영하면 10명이 탈영했다고 보고하고는 탈영병을 잡아들이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함경북도의 한 국경경비대 소대장은 “군단 사령관 회의에서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은이 ‘평화 시에도 탈영하는데 전쟁이 나면 어떻게 싸우겠느냐, 실력 없는 지휘관들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격노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뒤 전 재산을 털어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돕고 있는 한 미국 거주 한국인의 사연이 29일 AP통신에 소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서디나에 사는 한상만 씨(65)의 이야기다. 2002년 병원을 찾았던 그는 골수암으로 3∼5년 더 살 수 있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한 씨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삶의 목표와 살아야 할 이유를 일깨워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까지 팔아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북한 고아를 돕는 일에 나섰다. 지난해 그는 북한 사리원과 평성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포장음식 14만여 개와 겨울옷 1000점을 보냈다. 동시에 한 씨는 탄자니아 캄보디아 등에 보육원을 짓는 일도 지원하고 있다. 한 씨가 고아를 위해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그 자신이 반세기 전 미국에 입양됐던 전쟁고아 출신이라는 사연이 숨어있다. 12세 때인 1954년 의사가 되려는 포부를 안고 상경한 한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가 재건을 돕기 위해 한국에 와 있던 미국인 아서 슈나이더 교수를 만나게 됐다. 2시간 넘게 고아의 사연을 들은 슈나이더 교수는 이후 그를 돌봤고 1961년 귀국할 때 미국에 데리고 갔다. 당시 미혼이던 슈나이더 교수는 미혼자가 입양을 할 수 없게 규정됐던 당시의 미국 법을 고치기 위해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개정을 촉구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한 씨의 입양을 청원하는 특별법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한 씨는 대학을 마친 뒤 화학회사 듀폰에 취업했고 몇 년 후 화학제품 무역회사를 창업해 사업적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뜻밖의 암 판정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그때부터 그는 양아버지였던 슈나이더 교수가 반세기 전에 자신을 위해 그랬듯이 미국 의회를 찾아다니며 중국을 떠도는 탈북 고아의 미국 입양을 촉진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열심히 로비활동을 펴고 있다. 현재 그는 딸의 집 3층에 사무실을 꾸리고 보육원 건설과 로비를 위해 밤낮 전화통을 붙잡고 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씨의 컴퓨터에는 중국을 헤매는 12세 북한 고아의 사진이 붙어있다. 12세 때의 자신을 떠올리는 사진이다. 탈북 고아 입양 법안은 올 초 미 상하원에 제출됐으나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한 씨는 “제삼국을 떠도는 북한 고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죽기 전에 법안이 통과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선고했던 것보다는 오래 살고 있지만 사실 항암치료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 씨는 “하느님이 내게 일을 하게 하려고 지금까지 살게 해주었다”며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는 치료약”이라고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서 공권력의 비리를 취재하던 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28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망한 기자는 중국 서북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 이리하싸카(伊犁哈薩克)자치주의 쿠이툰(奎屯) 시에서 발행되는 ‘베이장천바오(北疆晨報)’의 쑨훙제(孫虹杰·38) 기자. 그는 지방정부 관리들의 주택 신축을 위해 서민 주택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중 18일 0시 50분경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괴한 6명은 집으로 돌아가던 쑨 기자를 납치한 뒤 으슥한 공사장으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하고 도망쳤다. 쑨 기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뒤인 28일 결국 숨졌다. 중국 공안은 폭력에 가담한 괴한 6명을 체포해 신문했지만 이 사건을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쑨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한 남자에게 모욕을 줬고 이것이 발단이 돼 공격이 이뤄졌을 뿐이지 결코 취재활동과 관련된 살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쑨 기자의 동료들은 공안당국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하기엔 쑨 기자가 취재했던 사안이 너무 민감했을 뿐 아니라 폭력 수법도 쌍방간 시비 끝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하다는 것. 동료들은 괴한들이 지갑과 휴대전화 같은 일체의 증거를 사전에 모두 없애버린 데다 머리만 집중적으로 가격한 것도 우발적인 폭행과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쑨 기자의 죽음에 대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8일 중국 정부와 지방 당국에 쑨 기자의 죽음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2007년에도 한 언론인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고 RSF는 주장했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넘어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해마다 성탄절을 둘러싼 별의별 에피소드가 다 쏟아진다. 올해 나라 밖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 교황, 사상 첫 BBC방송 통해 성탄메시지○…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4일 가톨릭교회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통해 성탄 메시지를 보냈다. 베네딕토 16세는 BBC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를 통해 영국 전역에 방송된 성탄 메시지에서 “여러분의 가족과 자녀들, 병자들과 지금 이 시간 어떤 형태로든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은 언제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시지만 종종 그 약속을 채우는 방식은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지워진 모든 짐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셨다는 기쁜 소식을 주변의 모든 이에게 즐겁게 알리자”고 말했다. 교황이 특정 국가 방송을 통해 해당 국민에게 성탄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론 교황청은 대변인 발표나 미사를 통해 성탄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전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美 ‘비밀 산타’ 가난한 이들에게 100달러 선물○…미국에선 최근 ‘비밀 산타 협회(Society of Secret Santas)’가 주목받고 있다. 26년 전 한때 노숙인으로 전락했던 래리 스튜어트라는 사업가가 만든 이 모임은 길거리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갑작스레 100달러씩을 쥐여 주며 성탄절 인사를 건넨다. 로이터통신은 “올해도 세인트루이스와 클리블랜드 등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산타클로스 차림도 아니어서 식별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강도 2명, 은행 턴 후 “메리 크리스마스”○…뉴질랜드에선 ‘병 주고 약 준’ 강도들이 화제다. 23일 총으로 무장한 강도 2명이 오클랜드의 한 은행을 덮쳐 10만 뉴질랜드달러(약 8600만 원)를 훔쳐 달아나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친 것. 경찰 측은 “백주 대낮에 은행을 털고도 성탄 인사를 건넨 대범한 범죄자들”이라며 “휴가 시즌 동안 모방범죄라도 일어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라크 테러 위협에 성탄절 행사 취소○…이라크는 테러조직의 위협으로 슬픈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23일 알카에다가 성탄절 시즌 기독교인 무차별 공격을 선언한 탓에 대다수 교회와 성당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전면 취소했기 때문. 10월 이들의 공격으로 68명이 희생당하는 아픔을 겪었던 이라크 기독교인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바그다드의 세인트조지 교회는 “성탄절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행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해 격려와 우려가 함께 쏟아지고 있다. “지금 산타 위치는…” 미공군 서비스○…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의 행방을 알려주는 미 공군의 ‘위치추적 서비스’는 올해도 계속된다.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는 24일 오전 7시(현지 시간)부터 전 세계 레이더망을 동원해 북극에서 출발하는 산타의 움직임을 웹 사이트(www.noradsanta.org)로 제공한다. NORAD의 이 서비스는 1955년 해리 숍 대령이 전화로 산타의 위치를 물어본 어린이에게 ‘기밀(?)’을 알려준 것이 계기가 돼 해마다 전통으로 이어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정부는 중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자제시키는 데 개입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미국 행정부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일 한국의 사격훈련에 대해 북측이 사전 보복 경고와 달리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며 태도를 바꾸게 된 데는 중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미국 측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표면적으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북한에 대한 비난을 거부해왔던 자세와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내년 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관계를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미중 관계의 ‘이슈’가 됐다는 점을 후 주석이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공격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4일 벨라루스 국영 TV에는 야당 대선 후보 9명이 함께 나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사진)의 실정을 비판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수백만 명의 국민은 두 눈을 의심했다. 1994년 집권 이래 악명 높은 철권통치를 펴온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대통령이 야당 후보들의 TV 출연을 용인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 많은 국민은 벨라루스에 민주주의의 싹이 트는 것이라는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이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각본을 쓴 고도의 ‘쇼’였다고 미국 주간지 타임이 20일 보도했다. 19일 대선에서 4선 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곧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19일 개표가 한창이던 때 보름 전 TV에 나왔던 야당 후보 9명 중 7명이 비밀경찰에 연행됐다. 주요 야당 후보 블라디미르 네클랴예프 씨는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게 폭행당해 뇌진탕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지만 사복경찰들은 병상에 누워 있던 그를 담요에 싸서 질질 끌고 갔다. 그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야당 후보 TV 토론쇼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7년 벨라루스가 자국을 거쳐 유럽으로 나가는 러시아 가스관의 통제권을 요구한 뒤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러시아는 보복으로 오랫동안 벨라루스에 특별가격으로 공급하던 석유가격을 국제시세대로 요구했고 원조도 중단했다. 그러자 벨라루스는 서방에 러브콜을 던지며 지난해 EU의 ‘동유럽 파트너십’ 기구에 가입했다. EU 역시 경제난에 처한 벨라루스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3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며 화답했지만 이는 공짜는 아니었다. 벨라루스에 민주주의 시스템 도입을 요구한 것. 4일 야당 후보 토론이 생중계되자 화들짝 놀란 것은 러시아였다. 크렘린은 이를 벨라루스가 서방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확실한 신호라고 판단했다. 닷새 뒤인 9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의 회담이 급히 열렸다.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내년에 벨라루스에 면세가격으로 석유와 가스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TV쇼 하나로 5억 달러 이상의 혜택을 챙긴 것이다. 대선 당일 벨라루스에서는 야당 지도자들을 포함해 약 600명이 체포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국제사회의 핵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핵물질이 비밀리에 유통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정황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확인됐다. 심지어 알카에다의 소굴 예멘에서도 핵물질 관리가 허술해 방사선 생성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예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올 1월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에게 국가원자력에너지위원회(NAEC)의 핵장비 감시카메라가 6개월 넘게 고장 나 있을 정도로 핵 시설 관리가 엉망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당국자는 “악당들과 예멘의 핵물질 사이에는 아무 장벽도 없다”고 말했다. 예멘의 알카에다는 10월 말 미국행 항공기 폭탄테러를 시도하는 등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의 핵연구센터에는 감시카메라는 물론이고 담장 조명도 없다. 이곳에선 오래전 연구용 원자로의 핵 연료봉 2개 중 하나가 분실됐다. 지난해 3월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소련 붕괴 후 핵 암시장에서 핵물질과 핵과학자는 물론이고 핵무기까지 구입하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거절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렇긴 해도 소련이 붕괴됐던 1990년대 초반 핵 암거래상이 어떤 나라와 접촉해 무엇을 거래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고 전문은 지적했다. 핵 암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보여주는 증거도 많다. 2006년 9월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전문은 밀수된 핵물질이 이 나라 수도 다르에스살람을 거쳐 제3의 장소로 운반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2008년 7월 포르투갈 주재 미국대사관 전문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출신의 한 퇴역 장성이 우라늄 덩어리를 팔려고 했다는 제보를 담고 있다. 올해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숨기고 국경을 넘나들던 아르메니아 출신 밀수범 2명이 체포돼 13∼14년형을 선고받았다. 가디언은 유엔통계를 인용해 핵물질 도난 분실 사례가 15년간 약 500차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핵테러 예방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구소련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드러난 각종 정황은 이런 노력이 때늦은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영국에서 보석 판결을 받고 풀려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39)는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어산지 씨는 17일 자신의 거주지역으로 제한된 서퍽 주 벙기에서 가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다시 돌아와 우리의 배(위키리크스)를 지휘하게 됐으니 더 많은 정보가 더 빠른 방식으로 공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수감됐을 때도 정보 공개가 계속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보 공개는 내가 없어도 착착 진행되도록 준비가 끝났다”고 덧붙였다.그러나 그는 미국으로 송환될지 모르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을 드러냈다.전날 저녁 거주제한 등의 조건이 붙긴 했지만 자유의 몸으로 런던 항소법원을 떠나면서 그는 취재진에 “미국 검찰이 나를 간첩죄로 기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변호사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현재 문제가 된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에 송환되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으로 송환되는 건 훨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하지만 어떻게 어산지 씨를 미국으로 송환할지는 미국에서도 논란이다. 16일 미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법 전문가들은 그를 기소하는 데는 디지털 시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낡은 간첩법 조항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케네스 웨인스타인 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마지막으로 적용된 간첩법으로 기소 절차를 밟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어떤 언론조직도 유출 혐의로 공판에 회부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어산지 씨가 25만 건의 외교전문을 빼내 위키리크스에 넘긴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 매닝 육군 일병(수감 중)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미 법무부가 찾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어산지 씨는 “나는 매닝 일병과 지금까지 만난 적도, 이야기를 하거나 e메일을 교환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는 노르웨이에 주재하고 있는 65개국 공관 중 중국을 포함해 18개국이 불참했다. 또 시상식에 참가한 일부 국가도 공관장이 아닌 차석급 외교관을 참석시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그동안 현지 중국 대사관은 각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노벨 평화상 보이콧 외교를 펼쳤다. 일부 국가에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중국은 노르웨이 주재 외교사절의 4분의 1 이상을 수상식에 불참시켜 노벨 평화상을 정치적으로 변질시키고 상의 권위를 추락시키려는 당초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상식 불참 국가는 중국과 경제 및 외교적으로 긴밀한 국가이거나 인권을 논하는 데 당당하지 못한 국가 일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눈치를 살피다 막판 입장을 바꾼 나라도 있다. 유럽연합(EU)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는 당초 불참하겠다고 밝혔으나 EU 국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참석했다. ● 노벨평화상 시상식 불참국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쿠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튀니지 수단 이집트 모로코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에서 지난 10년을 아우르는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선정됐다고 미 경제전문사이트 마켓워치가 8일 밝혔다. 마켓워치는 주가, 고객 상대 성과, 종업원 처우, 기업 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 등 5개 항목을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켓워치는 지난 반세기 미국 산업에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잡스 CEO는 변덕스럽고 몽상가적이며 다소 록스타 같은 면이 있으면서도 세일즈의 대가라고 소개했다. 또 직원들을 극단의 순간까지 몰고 갈 정도로 꼼꼼한 CEO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마켓워치는 그가 아이폰으로 소형 첨단기기와 터치스크린 기술혁명을 불러왔으며 아이패드로 포스트 PC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애플을 285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기술관련 업계 1위의 기업으로 키웠으며 2000년 말 1000달러어치의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라면 10년 후인 현재 4만3000달러의 수익이 기대되는 등 투자자들에게도 고수익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올해의 CEO로는 사상 최악의 자동차산업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구한 앨런 멀럴리 포드자동차 CEO가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정됐다고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