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분노의 날’ 사흘째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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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군, 실탄 발사 반정부시위대 강제해산… 최소 4명 피살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17일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 보안군이 충돌해 6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14일부터 시작된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시위대가 ‘분노의 날’로 규정한 이날까지 총 10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를 내며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리비아 야권 웹사이트 ‘리비아 알윰’은 16일 “리비아 동부 도시 알바이다에서 보안군과 혁명위원회 소속 민병대가 평화시위를 벌이던 청년들을 강제 해산하면서 실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피해 규모가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연대’는 이날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시위가 벌어진 도시의 건물 지붕 위에서 (보안군의) 조준 사격으로 시위대 1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신문 퀴르나에 따르면 리비아 보안당국 관계자는 “리비아 동부에서 2명이 숨졌고 내무부가 (그 책임을 물어) 알자발 알아크다르 지역의 보안책임자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퀴르나는 또 알바이다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 확산을 우려해 이 지역 상점을 강제로 폐쇄하면서 상점 주인들과 경찰 사이에서도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정부의 강경 진압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리비아 정부에 반정부 시위에 대한 거친 대응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아랍권 민주화 혁명의 기운이 42년 독재 국가 리비아까지 번졌지만 리비아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은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리비아는 상대적으로 이 지역에서 부유해 시민들이 정부의 대규모 유혈 충돌을 감수하고 민중 봉기를 일으킬 확률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인근 국가에 비해 부의 불평등도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7위 산유국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리비아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1만3800달러로 이집트(6200달러)보다 2.2배, 튀니지(9500달러)보다 1.5배가 높다. 이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십 년 독재 체제와 통제가 심한 언론 환경도 반정부 시위를 제약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카다피 원수는 정부에서 어떤 공식직책을 갖지 않고 혁명지도자 및 군 최고사령관으로 ‘혁명군사위원회’를 통해 리비아를 통치한다. 국방위원장 및 최고사령관의 직함을 갖고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통치하는 북한 김정일식 시스템과 유사하다.

하지만 장기 1인 집권에 대한 불만이 내재한 데다 최근 높은 물가와 실업률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쌓인 상태여서 반정부 시위가 의외의 폭발력을 지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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