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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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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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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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부통령은 오줌통만도 못한 자리” 32대 부통령 가너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부통령 후보 발표가 임박했지만 사실 미국 부통령은 실속 없는 자리로 꼽힌다. 미 부통령은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임, 탄핵 당했을 때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는 1순위이고 상원의장을 겸임하면서 표결에서 동수일 경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부통령 후보 발표 때 반짝 관심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부통령 후보가 대선 당락에 결정적 변수가 된 적도 거의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9일 지적했다. 부통령이 얼마나 실속도 인기도 없는 자리인지는 역대 부통령들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초대 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는 “부통령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말했을 정도로 부통령의 권력 부재를 건국 초기부터 꿰뚫고 있었다. 25대 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부통령이 아니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신세한탄을 했다. 정작 그는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되자 대통령 직을 승계하는 영광을 누렸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클수록 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미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아래서 부통령을 지낸 존 낸스 가너(32대)와 해리 트루먼(34대)은 각각 “부통령은 오줌통만도 못한 자리” “부통령은 소의 다섯 번째 젖꼭지 같은 자리(쓸모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스윙스테이트(민주 공화 표심이 결정되지 않은 주)나 열세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지역적 고려’가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 변수가 부통령 후보 선택에 크게 작용한 사례가 별로 없고 부통령 출신 지역이라고 도움이 된 적도 많지 않았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딕 체니는 보수 성향이 강한 와이오밍 출신이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먼 역시 원래부터 민주당 주로 꼽히는 코네티컷 출신이었다. 2008년 대선에서 맞붙은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후보도 지역 변수 때문에 조지프 바이든과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바이든(델라웨어)과 페일린(알래스카)는 각각 진보와 보수 성향이 뚜렷한 지역 출신이었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스윙스테이트인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존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크게 패했다. 부통령 출신지 덕을 본 대통령 후보는 1992년 앨 고어 부통령 후보 출신지인 테네시에서 이긴 빌 클린턴, 1960년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 부통령 후보 덕분에 남부 지역에서 승리한 존 F 케네디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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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는 ‘올림픽 치어리더’

    미국 국민은 런던 올림픽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은 열렬한 올림픽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오바마를 가리켜 ‘올림픽 치어리더 인 치프’라는 농담도 나온다. 뉴스전문 케이블 CNN 방송은 7일 “오바마가 올림픽 열기에 빠졌다”며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TV 올림픽 중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미국팀의 주요 경기는 시간을 불문하고 모두 생중계로 본다”고 전했다. 4일 라디오 주례연설은 올림픽을 주제로 “정치권도 올림픽 정신을 이어받아 화합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선거유세 연설을 할 때도 꼭 그 지역 출신 올림픽 선수들을 거론하며 관중과 ‘USA’ 구호를 외친다. 최근 오바마는 금메달을 딴 미국 여자 체조팀에 축하 전화를 걸어 5명의 선수와 일일이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능력을 칭찬했다. 또 “올림픽 메달과 포상금 면세 법안이 내 책상에 올라오는 즉시 서명하겠다”며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CNN은 “오바마가 스포츠광이기도 하지만 올림픽을 통한 애국심을 강조해 자신에 대한 ‘출생 논란’을 뛰어넘으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최근 런던을 방문했다가 런던이 올림픽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후 올림픽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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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롬니 석달째 대선모금 앞서 오바마 할리우드에 SOS

    11월 미국 대선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할리우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리우드를 마지막 자금줄로 삼아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찬밥’ 신세였던 롬니 후보도 속속 지지 선언을 얻어내고 있다. 오바마는 7일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코네티컷 자택에서 1인당 참가비용이 3만8500달러(약 4340만 원)를 넘는 초호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패션잡지 보그의 애나 윈투어 편집장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배우 앤 해서웨이 등 60여 명이 참석해 총 214만 달러를 모았다. 오바마는 5, 6월 배우 조지 클루니와 세라 제시카 파커가 주최한 모금 행사에서 각각 150만 달러와 200만 달러를 챙겼다. 이번 주말 시카고에서 열리는 모금 행사에서는 오프라 윈프리가 지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치인들의 선거자금 현황을 추적하는 워싱턴 반응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영화 TV 음악계 종사자들이 오바마와 롬니에게 기부한 금액은 각각 320만 달러와 48만 달러로 차이를 나타냈다.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친민주당 성향인 데다 거액의 자금원이 없는 오바마가 연예계 부호들에게 자주 손을 벌려 롬니보다 실적이 좋은 상황이다. 6일 공개된 두 후보의 6월 모금 실적은 롬니가 1억1130만 달러, 오바마가 7500만 달러. 롬니가 3개월 연속 오바마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자금을 몰아주는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모금 실적에서도 롬니(4100만 달러)와 오바마(1200만 달러)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슈퍼팩 실적이 초라한 오바마는 연예인 모금 행사에 매달리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 “할리우드가 오바마의 현금지급기가 됐다”고 조롱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부유층 세금 인상 등 친서민 정책을 내걸면서 정작 할리우드 유명인과 어울리며 돈을 모으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7일 “롬니의 세제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뺏어 부자를 배부르게 하는 것”이라며 롬니를 ‘거꾸로 로빈후드’라는 뜻으로 빗댄 ‘롬니후드’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이런 발언을 한 곳은 거액 기부자들이 참석하는 모금행사 자리였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록가수 진 시먼스, 코미디언 제프 폭스워디 등은 롬니 지지를 선언했다. 배우 로버트 듀발은 다음 달 할리우드에서의 첫 롬니 지지 모금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진영은 이른바 ‘오하이오 주 투표법’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하이오 주 투표법은 특별한 거주상황에 있는 일부 주민들로 하여금 조기 투표가 가능하도록 개정된 것이 골자다. 대상은 주로 외국 주둔군인과 해외교포들이다. 이들에게 대선 투표일인 11월 6일보다 며칠 빠른 날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바마 측이 이 법이 ‘모든 유권자들을 평등하게 투표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한 반면 롬니 측은 “오바마 행정부가 현역 군인의 투표권 제한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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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vs 롬니 올림픽 체조서 맞붙는다면

    11월 미국 대선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만약 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금메달을 가져갈까. 워싱턴포스트는 5일 오바마와 롬니가 평균대, 뜀틀, 마루운동, 안마, 이단평행봉 등 5개 종목에서 대결하면 개별 종목에서는 오바마가 약간 우세하지만 종합점수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균형감, 도약력, 예술 감각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체조가 정치와 가장 비슷한 특성을 가진 스포츠라며 이 같은 비교를 시도했다. 균형감이 중요한 평균대에서는 오바마가 우세하다. 오바마는 좌측(진보) 성향이지만 지난해 국가부채 협상 등에서 보듯 필요할 땐 우측(보수)으로도 기울며 균형감을 맞추기 때문이다. 최근 동성결혼 지지 발표를 하며 좌측으로 기울어져 평균대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반면 롬니는 공화당 내 강경 보수주의자의 눈에는 너무 좌측이고 일반 유권자에게는 우측으로 치우쳐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예술 감각이 중요한 마루운동에서는 탁월한 연설능력을 갖춘 오바마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말실수를 연발하는 롬니에게는 최대 약점 종목이다. 이단평행봉은 예기치 않게 등장하는 장애물에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슈가 닥칠 때마다 체계적 대응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바마와 롬니 모두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뜀틀은 경쟁자를 뛰어넘는 도약력과 안정된 착지가 중요하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자신이 잘했다기보다 불안한 경쟁자들 덕분에 승리했다. 롬니는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를 만나지 않아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두 사람 모두 뜀틀 실력은 신통치 않다는 것. 근력이 중요한 안마에서는 오바마와 롬니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능력이 엇비슷하게 뛰어나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개인종합으로 볼 때 개별 종목별로 점수가 약간 높은 오바마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경기 침체로 점수가 크게 깎였고, 종합 점수가 개별 종목의 단순한 합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메달을 딸 확률은 막상막하라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이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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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브레진스키 - 볼턴에게 듣는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집권하면 북한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수 있다. 진정한 북핵 해결사는 롬니가 될 것이다.”(존 볼턴 전 미국 국무부 차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진보 진영의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롬니가 집권해도 대북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롬니의 대결적 언사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볼턴 전 차관은 “오바마가 재집권하면 북한에 더욱 끌려 다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했던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안보 전략가로 꼽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인물인 볼턴 전 차관은 롬니 집권 시 국무장관 기용이 유력하다. 브레진스키는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볼턴과의 인터뷰는 2일 전화로 진행됐다. 》 ■ “오바마 대북정책 제한적 성공… 재선땐 대화에 무게 실릴 것”―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올해 북-미 2·29합의에서 본 것처럼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존의 ‘전략적 인내’에서 나아가 대화 국면으로 좀더 기울어졌지만 대선으로 중단됐다. 재선에 성공하면 대화 옵션에 좀더 관심을 둘 것이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후임 국무장관 적임자라고 본다.” ―롬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결적 정책을 펴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 “미국은 미중 관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북한 문제를 보기 때문에 북한을 이슈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긴장 완화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갈등이나 긴장 관계를 원치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한적인 성공(limited success)’이라고 본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상황을 예측 가능하도록 유지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북한 김정은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젊은 부인과 공식석상에 등장하고 미키마우스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일련의 제스처들은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부패하고 정체된 북한 지도체제를 크게 한 번 흔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변화는 불안정을 몰고 올 수 있다. 기존 권력층이 위협을 느끼면 남북관계에 긴장을 조성해 자신들의 파워를 과시하려 할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같은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쇠퇴론’에 동의하는가. “미국의 쇠퇴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아직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있다. 앞으로 4, 5년이 고비다. 미국은 이 기간에 빈부격차 해소, 금융시스템 개혁, 인프라 강화 등 국내 문제를 해결해야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2025년경 세계는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맡아온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 것으로 보나. “두 나라가 대결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기보다 협력해야 얻을 것이 더 많다.” ―올해 초 펴낸 저서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에서 미국의 쇠퇴로 한국에게 힘든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이 한국 정부의 안보자문을 맡고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나.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지면 한국은 3가지 옵션 가운데 고민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든지, 독자적 핵무장을 하든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 옵션이 가장 낫다고 본다. 한일 협력이 미국에 가장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지지할 것이며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은 역사적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년 폴란드 바르샤바 출생―1953년 미국 하버드대 박사―1977∼81년 지미 카터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 ■ “롬니, 핵-미사일 개발 좌시안해… 집권땐 북핵 해결사 나설 것”―롬니가 대통령이 되면 ‘북핵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민주당 진영에서는 롬니 후보가 북한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롬니만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실속 없는 대화에 매달리느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것이 롬니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지난 3년 반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인내해서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비록 실패했지만 올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사이버 공간까지 전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겠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해 그나마 북한에 강경한 척하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개혁 개방 정책을 펼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대외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 등 중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 정권의 기본적인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 권력 교체기를 맞아 개방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선동) 수법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권력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통치수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일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은 북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정신분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한다. 중국 대북정책의 어떤 변화도 이 기본 전제를 넘어서지 못한다.” ―미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적어도 북한이 핵물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중국에 좀더 강력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 ―롬니는 러시아를 ‘공적 1호’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중국의 환율, 인권 문제에 강경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런 대결적 외교관을 위험하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캠페인 기간에 내건 외교안보 공약과 대통령에 당선된 뒤 펴는 실제 정책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롬니의 외교관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무대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롬니는 이들 나라와 갈등관계를 쌓고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좀더 분명하게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존 볼턴―1948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생―1964년 예일대 로스쿨 졸업―2001∼2005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2005∼2006년 유엔 주재 미국대사―현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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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美대선은 ‘스토킹 전쟁’

    11월 하원의원 선거를 위해 앨런 웨스트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유세를 벌이는 곳에는 언제나 카메라 3팀이 밀착해 따라다닌다. 이들은 민주당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3곳에서 파견한 카메라팀이다. 웨스트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거나 실수하는 행동과 발언 장면을 포착해서 유튜브,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주 임무인 이들은 미 선거에서 새로 등장한 ‘캠페인 트래커(추적자)’들이다. 강경 보수파인 웨스트 의원은 “민주당 의원 80여 명이 공산주의자”라는 등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자주 해 민주당 트래커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 미국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새로운 현상으로 캠페인 트래커가 주목받고 있다. 상대 후보의 행동을 낱낱이 촬영해 약점과 흠집을 잡아내는 트래커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2일 보도했다. 상대 후보를 워낙 집요하게 따라붙어 ‘스토커 트래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트래커는 후보 개인이 직접 고용하거나 슈퍼팩 등 당 차원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공화 민주 양당의 선거캠페인위원회 웹사이트에는 ‘트래커 코너’까지 두고 상대 당 후보의 약점을 폭로하는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다. 트래커는 실수나 논란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후보를 자극하는 말을 걸기도 한다. 심지어는 유세장이 아니라 후보의 자택까지 찾아가 가족을 마구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트래커가 공화당 리드 리블 하원의원(위스콘신)의 집과 가족을 촬영하고 이를 유튜브에 공개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래커들은 “리블 의원이 호화 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래커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래커 지지자들은 “유권자 알 권리 차원에서 후보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트래킹은 수준 낮은 관음증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공화당 의원 35명과 민주당 의원 15명은 2일 양당 선거캠페인위원회 측에 서로 트래킹을 자제하자는 서명서를 전달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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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난민 아들… 하버드 졸업… 잘생긴 외모… 크루즈, 美 보수파 히스패닉의 스타로

    ‘하버드 로스쿨 출신에 잘생긴 외모,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성공한 개인사까지.’ 지난달 31일 열린 미국 텍사스 주 공화당 예비경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테드 크루즈 씨(사진)가 보수 진영의 히스패닉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루즈 씨는 이날 선거에서 데이비드 듀허스트 부주지사를 57% 대 43%의 큰 표차로 누르고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됐다. 텍사스는 공화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크루즈 씨는 올해 11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상원의원으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이 경우 크루즈 씨는 텍사스 주 최초의 히스패닉계 상원의원이 된다. 올해 41세의 크루즈 씨는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과 같은 쿠바 난민 가정 출신이지만 ‘흥행성’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50년대 후반 카스트로 독재를 피해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와 식당 설거지 일을 하며 크루즈 씨를 키웠다. 크루즈 씨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 대법원장 밑에서 법률조수를 지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텍사스 최대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정치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워 상원의원에 도전했다. 고등학교 시절 전미토론대회에서 우승했던 그는 좌중을 휘어잡는 연설 실력과 TV에 잘 맞는 외모까지 갖춰 전통적으로 히스패닉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크루즈 씨의 상원 입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전했다. 크루즈 씨의 급부상은 공화당 내 강경보수 세력인 티파티의 힘을 다시 한 번 입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크루즈 씨는 낙태 반대, 이민 강경 규제, 세금인상 반대 등 티파티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네브래스카와 인디애나 공화당 예비경선에서도 티파티가 지지하는 정치 신인 후보들이 연이어 당선되면서 티파티는 2010년 중간선거 이후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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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의회서 ‘타협’은 더러운 단어가 됐다”

    미국 워싱턴 정가의 이념 양극화에 염증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스티븐 라투레트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사진)은 지난달 31일 “의회는 원래 타협의 마술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지금 의회에서는 ‘타협(negotiation)’ ‘초당적 협조(bipartisanship)’라는 단어가 더러운 단어가 됐다”며 11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 이념주의에 빠진 당 지도부에 돈을 바쳐야 하는 정치현실이 싫다”며 “공화 민주 양당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대립구도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마치 시멘트벽에 머리를 부딪는 것과 같다”는 날선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 주에서 2010년 65%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던 9선 중진 라투레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화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라투레트 의원의 불출마는 주요 사안마다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치가 벌어지는 미 의회에서 중도파가 얼마나 발붙이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상원의원 10명, 하원의원 26명 등 36명의 의원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중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이유로 들어 불출마를 선언한 중도 성향 의원은 20여 명에 이른다. 라투레트 의원은 지난달 의회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 의회모독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라는 당론을 거부하고 소신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유층 증세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공화당 지도부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당 지도부의 미움을 산 뒤 하원 운송인프라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밀려났다. 올 2월에는 3선의 여성 상원의원인 올림피아 스노 씨(공화·메인)가 “워싱턴의 당파적 분위기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스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지지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초당적 타협안을 만들었다가 당내 강경보수 세력에 밀려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켄트 콘래드 상원의원(민주·노스다코타), 벤 넬슨 상원의원(민주·네브래스카), 마이크 로스 하원의원(민주·아칸소), 토드 플래츠 하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 등도 당파적 구조를 비판하며 중도 노선을 걷다가 불출마를 선언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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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호비 내시오” 뉴포트비치市 오바마에 청구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비치 시 당국이 선거 모금 행사를 위해 방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의 경호 비용을 놓고 연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30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뉴포트비치 시는 올해 5월 오바마 캠페인 본부에 3만5000달러(약 3950만 원)짜리 청구서를 보냈다. 3개월 전 열렸던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모금 행사에 들어간 경호 지원 경비 명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된 납부 시한인 6월 말까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자 시는 이달 초 독촉 청구서를 발송했다. 스티븐 로잔스키 시의원은 “우리 시는 재정이 풍부한 편이지만 공무가 아닌 선거모금 행사 참석차 방문한 대통령의 경호 비용까지 댈 수는 없다”며 비용 청구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미 재무부 산하 비밀경호국(SS)의 맥스 밀렌 대변인은 “뉴포트비치 시의 비용 청구 대상이 잘못됐다”며 “경호 비용 문제는 오바마 캠페인 본부가 아닌 경호국 측과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지방 도시를 방문하면 경호국 선발대가 먼저 현지 경찰과 협의해 비용 발생 여부를 통보해 주는데 당시 뉴포트시티 측은 비용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만약 뉴포트비치 시가 비용 문제 때문에 협조가 어렵다고 했다면 우리는 카운티나 주 경찰에 요청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브 키프 뉴포트비치 행정담당관은 “먼저 경호국 측과 비용 문제를 상의했었다”며 “경호국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해서 오바마 캠페인 본부 측으로 청구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이곳에서 비슷한 선거 모금행사를 가진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캠페인 본부는 정해진 기한 내에 1만400달러(약 1170만 원)의 경호 비용을 납부했다”고 덧붙였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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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2012]종주국은 없다… 英 탁구-이집트 양궁 ‘노메달’

    ‘종주국(宗主國)은 없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주국이 올림픽 해당 종목에선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50개 스포츠 종목의 유래 국가와 올림픽 메달(금·은·동 모두 포함) 획득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종주국이라고 해서 메달을 많이 딴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당수 종목에선 오히려 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투는 이라크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로 주먹으로 싸운 경기에 대한 묘사는 이라크에서 발견된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문명의 조각물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권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모두 841개의 메달이 수여됐지만 이라크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해 종주국이라는 명성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WSJ가 전했다. 양궁이 유래된 국가는 활과 화살이 처음 사용된 이집트지만 양궁의 종주국을 한국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올림픽 양궁에서 한국의 메달 실적이 그만큼 화려하기 때문. 지금까지 올림픽 양궁에서 162개의 메달이 수여됐지만 이집트는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려 본 적이 없다. 탁구는 1800년대 식민지를 거느렸던 영국이 실내에서 하는 테니스로 개발했지만 정작 탁구에서 훨훨 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다. 영국은 올림픽 탁구에서 수여된 76개의 메달을 한 번도 목에 걸어 본 적이 없다. 배드민턴 역시 1800년대 초 인도의 푸나라는 민속경기에서 유래했지만 인도의 올림픽 배드민턴 메달 실적은 전무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올림픽 태권도에서 수여된 80개의 메달 중 12개를 따내 15%의 비교적 높은 메달 획득률을 기록했다. 종주국으로서 올림픽 메달 획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거친 노면에서 타는 BMX사이클링 종목에서 6개의 메달 중 3개를 딴 미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또 농구 종주국으로서 올림픽에서 78개의 메달 중 24개를 따내 30%의 높은 메달 획득률을 보였다. WSJ는 “올림픽에서 ‘종주국 효과’는 작용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투자를 많이 한 나라가 많은 메달을 가져간다는 것이 올림픽의 유일한 법칙”이라고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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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선 탈락도 서러운데 남은 건 빚더미뿐…”

    지난해 8월 미국 공화당 아이오와 스트로폴(비공식 예비투표) 당시 미셸 바크먼 대선 경선 후보는 지지자들을 유세장에서 투표장까지 골프카트로 실어 날랐다. 골프카트 대여 비용은 3100달러(약 350만 원). 골프카트 대여 회사 ‘터프카즈’는 아직 이 돈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바크먼에게 “돈을 갚으라”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반응이 없어 이제는 포기 상태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9일 전했다. 뉴트 깅리치 후보도 올해 1월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때 2000달러를 들여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무대를 꾸몄다. 깅리치 역시 무대 설치회사 ‘킹스베리’에 아직 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중도에 포기한 후보들이 유세 기간 빌린 돈을 갚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말 후보들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무자료에 따르면 깅리치가 485만 달러, 바크먼이 94만 달러를 아직 갚지 못했다. 릭 샌토럼 169만 달러, 존 헌츠먼 154만 달러, 허먼 케인 45만 달러 등 갚지 못한 캠페인 비용은 수십만∼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캠페인 때 모금한 선거자금으로는 지출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은 비용은 고스란히 후보들의 개인 채무로 남는다. 후보들은 빚을 갚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개인 재산 매각. 케인은 지난달 자신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중고차 회사에 3만 달러에 팔아 빚의 일부를 갚았다. 캠페인 때 사용했던 사무실은 물론이고 TV, 에어컨, 사다리까지 내다 팔아 1000달러를 마련했다. 호화 유세를 벌여 비난을 받기도 한 깅리치는 캠페인 전용기 대여 비용 100만 달러, 보디가드 채용 비용 45만 달러 등을 아직 갚지 못했다. 깅리치는 채권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음 달 지지자들을 상대로 채무상환을 위한 기금모금 행사를 열 계획이다. 깅리치는 “그동안 기다려준 채권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행사”라며 “열심히 갚고 있지만 모두 갚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깅리치는 캠페인 때 자금을 대준 지지자들의 명부를 다른 정치인들에게 팔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방식이지만 채무 규모가 큰 깅리치로서는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4년, 2008년 대선에 나섰던 후보 일부도 아직 당시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수차례 빚을 청산했지만 아직 27만 달러가 남았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해 12월 캠페인 때 사용했던 포스터, 배지, 티셔츠, DVD 등을 모두 정리하는 온라인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2008년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역시 150만 달러의 빚에 시달리고 있다. 2004년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캠페인 비용 33만 달러를 갚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를 질타하는 대선 후보들이 정작 자신의 캠페인 채무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선거를 포기하거나 패한 후보들에게 캠페인 때 빚진 돈을 갚는 것만큼 서글프고 성가신 일도 없다”며 “캠페인 채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후보의 자질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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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동성결혼 이슈’ 재점화

    최근 미국의 치킨전문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이(Chick-fil-A)’가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동성결혼이 다시 뜨거운 대선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칙필레이 체인점 설립 반대 운동을 벌이자 공화당은 종교계 원로 빌리 그레이엄 목사까지 나서 칙필레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칙필레이를 둘러싼 논란은 댄 캐시 회장이 24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성결혼은 신의 섭리에 어긋난 것이며 성경이 정의한 이성 간 결혼만이 정상적이다”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칙필레이는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미국 39개 주에서 1600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일요일에 매장을 열지 않고 주요 보수단체인 ‘가족연구협회(FRC)’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 기업으로 정평이 났다. 칙필레이의 동성결혼 반대 발표 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이 시장으로 있는 시카고 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칙필레이가 추구하는 가치는 시카고의 가치와 다르다”며 칙필레이가 시카고에 두 번째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이 강한 보스턴에서도 칙필레이 체인점 개설 반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이 나서 다음 달 1일을 ‘칙필레이 감사의 날’로 정하고 “전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칙필레이 매장을 방문해 동성결혼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그레이엄 목사는 27일 칙필레이 지지 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칙필레이 체인점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칙필레이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동성결혼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선언 후 결집된 의견을 내지 못했던 보수 진영은 동성결혼 반대 여론을 조성할 계획인 반면 민주당에서는 동성결혼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경제와 외교 쟁점에 치중됐던 대선 분위기가 다시 사회가치 문제로 돌아설지 주목된다”고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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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하는 CNN, CEO 교체 통할까

    미국에서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을 처음 시작해 세계적으로도 널리 시청되고 있는 CNN이 최근 시청률 하락으로 고전하면서 27일 전격적으로 사장 교체를 발표했다. 짐 월턴 CNN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지금 CNN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사장직을 맡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월턴 사장은 2003년 CNN이 폭스뉴스에 처음 1위 자리를 빼앗겼을 때 사장에 취임한 후 연평균 수익이 10% 이상 증가하고 모바일 사업을 개시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시청률 1위를 탈환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2009년 MSNBC에까지 밀려 시청률 3위로 전락해 ‘CNN 위기론’이 제기됐다. 올 들어 시청률 격차는 더욱 확대돼 2분기(4∼6월) 프라임타임 CNN의 평균 시청자는 44만 명으로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MSNBC는 69만 명, 폭스뉴스는 179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지난달 케이블 상위 10개 뉴스 프로그램에서 CNN은 ‘앤더슨 쿠퍼의 360°’ 1개만이 오른 반면 폭스뉴스는 5개, MSNBC는 3개가 올랐다. CNN이 고전하는 것은 보수-진보의 대립 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 정치 환경에서 사실 중심의 보도에 치중하며 중도적 논조를 고수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5월 대표 앵커인 존 킹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아침 뉴스에서 유명인 인터뷰를 강화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사장 교체 이후 대대적인 연쇄 경영진 인사와 프로그램 개편이 예상되지만 ‘중립 보도’라는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없이는 시청률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올 상반기 유로 인터넷판 구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종이 신문 구독자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올 1∼6월 FT 온라인판 구독자 규모는 3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가 늘어났으며 종이 신문 구독자 29만9000명을 앞질렀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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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지구촌 새권력/미국]오바마-롬니, 엎치락뒤치락 대접전…‘유로 위기’ 극복 여부가 희비 가를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오후 1시 워싱턴의 제퍼슨호텔에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유세를 벌였다. 이어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를 타고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의 매클린으로 가 가정집 두 곳에서 모금 행사를 가졌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동선은 온통 올해 11월 대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림픽 개최지인 런던을 방문하고 있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26일부터 3일 동안 런던 고급주택가인 메이페어 맨션에서 비공개로 선거자금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롬니는 이곳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을 중심으로 총 200만 달러(약 23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롬니 후보의 모금 활동에 맞서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런던에 가 있다.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29일 기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의 피 말리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두 후보 가운데 누구도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지 못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지율 박빙, 경합 주가 승부 갈라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바마의 재선을 점치는 사람들이 좀더 많은 편이다. 하지만 불안한 우위를 유지할 뿐 어느 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야당 후보로서 오바마의 실정을 신랄하게 공격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롬니도 다소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CBS방송과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롬니가 47%, 오바마가 46%, 라스무센이 21∼23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와 롬니가 각각 45%, 44%로 엇비슷했다. 결국 아직 표심이 결정되지 않은 ‘스윙스테이트(경합 주)’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두 후보가 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 12개 경합 주를 집중적으로 방문하거나 지역 매체에 광고물량을 쏟아 붓는 이유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작성한 ‘경합 주 판세지도’에 따르면 오바마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제외한 11곳에서 롬니를 앞서고 있지만 5%포인트 이상 롬니를 따돌린 곳은 위스콘신 주 하나뿐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9개 경합 주에서 평균 7.6%포인트 차로 존 매케인 후보를 앞섰지만 이번에는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흑인 재선? 모르몬교 대통령 탄생? 남은 100일 동안 대선 향배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오바마는 부유층 세금 인상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롬니는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미국 경제를 덮쳐 8%를 넘는 고실업률이 이어질 경우 오바마에겐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첫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차지한다. 4년 전 변화와 개혁을 모토로 집권에 성공한 그의 재선 가도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경제가 어려운 데다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 및 청장년층의 결집력이 4년 전보다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롬니가 ‘경제대통령’을 앞세우며 오바마를 공격하는 것도 경제를 이슈화해야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롬니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모르몬교도임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본선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부통령 후보를 고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6일 사실상 차기 대통령 확정 민주 공화 양당은 이미 오바마와 롬니를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한 상태다. 공화당은 다음 달 27∼30일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롬니를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한다. 민주당은 9월 3∼6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오바마를 재선 후보로 지명한다. 미국 국민은 11월 6일 대통령선거인단 538명을 선출한다. 선거인단은 미리 대선에서 선택할 후보를 밝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날 선거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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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의원들 “한국전쟁 잊지말아야”… 美의회서 정전 59주년 행사

    6·25전쟁 정전 59주년 기념행사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 캐넌빌딩 코커스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최영진 주미대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도널드 만줄로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 에드 로이스, 댄 버튼, 게리 코널리 코리아코커스 소속 의원, 찰스 랭걸,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 등 6·25전쟁 참전 의원이 참석했다. 최 대사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이 전쟁의 상흔을 딛고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며 “한국인들은 자유를 위해 싸운 미군을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널리 하원의원은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6·25전쟁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대표적 지한파로 최근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된 랭걸 하원의원은 “매년 정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만 늘 감회가 새롭다”며 “전쟁 후 짧은 기간에 미국의 중요한 군사·경제 파트너로 성장한 한국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전미한국전참전협회(KWVA) 소속 참전용사들과 재미 한인회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의 어린이 합창단 리틀엔젤스가 한국 민요와 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리틀엔젤스가 “아리랑을 불러 달라”는 랭걸 의원의 즉석 요청을 받고 아리랑을 부르자 한국인 참석자들은 따라 부르기도 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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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분노 “차라리 날 감옥에…”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를 위한 공정한 법 집행보다 더 중요한가요. 그렇다면 누가 성범죄 신고를 하겠습니까.”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에 사는 17세 여고생 사바나 디트리히 양은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 두 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만약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가겠다”는 말도 함께 적었다.AP통신은 24일 감옥행을 각오하고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신원을 밝힌 디트리히 양에게 미국인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디트리히 양은 지난해 8월 한 모임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상태에서 남학생 두 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남학생들은 성폭행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디트리히 양은 “몇 달간 울면서 지냈다”며 “사람 많은 곳에 창피해서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디트리히 양이 가해 남학생들을 신고해 이들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1급 강간죄와 경범죄에 해당하는 관음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1급 강간죄는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중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디트리히 양의 기대와 달리 지난달 말 가해자 측은 검찰과 플리바기닝(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는 제도)을 통해 형량을 크게 낮추기로 합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원은 미성년자인 가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함구령까지 내렸다. 함구령을 어기면 법정모독 혐의로 최대 180일의 징역과 500달러의 벌금형을 받는다.디트리히 양은 “용기를 내서 성범죄를 신고했더니 돌아온 것은 가해자들이 경미한 형량을 받고 가해자 신원에 대해 입도 열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이게 신고한 대가인가’ 하는 원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자의 신원을 알리기로 했다.24일 디트리히 양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법원에 디트리히 양의 처벌을 요구하던 가해자 측이 갑자기 요구를 철회하면서 감옥행을 면하게 된 것. 가해자 측이 처벌 요구를 철회한 것은 디트리히 양에 대한 지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디트리히 양의 행동을 지지하며 그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청원 운동이 일어나 6만4000명이 서명했다. 미국 최대 여성단체인 전미여성연합(NOW)은 “감옥행을 감수하면서까지 가해자의 신원을 밝힌 디트리히 양은 성범죄 희생자인 다른 여성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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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앞 명물 천막 ‘피스 캠프’ 反戰시위 31년 만에 헐릴 위기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 있는 명물 천막 ‘피스 캠프’가 헐릴 위기에 처했다. 이 천막의 주인인 70대 할머니 콘치타 피시오토 씨(사진)가 교통사고를 당해 시위 시작 31년 만에 처음으로 천막을 비우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내 표현의 자유를 상징해온 피스 캠프의 철거 위기에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 정중앙에 있는 피스 캠프는 흰색 비닐로 만든 누더기 천막으로 양쪽에 갖가지 핵전쟁 반대 구호가 적힌 노란색 대형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할머니는 천막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의 반전 시위를 벌여왔다. ‘백악관 이웃 코니’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할머니는 알자지라 등 해외 매체와도 인터뷰하고 마이클 무어의 다큐 영화 ‘화씨 9/11’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만들어준 웹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사교적이지 않은 할머니는 관광객들이 왜 시위를 하느냐고 물으면 “사진을 찍으면서 노는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세계 평화가 위협받게 돼 내가 이렇게 시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할머니는 열흘 전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택시에 들이받혔다. 쇄골이 부서져 몇 달간 안정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아 더는 천막에 기거하며 시위를 벌일 수 없게 됐다. 할머니는 1981년부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백악관 앞에는 천막과 같은 영구 설치물이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백악관 주변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공원서비스(NPS)는 하루 종일 시위를 하는 할머니의 노력에 감동해 1982년 천막 설치 특별 허가를 내줬다. NPS는 할머니가 천막에 거주한다는 조건으로 설치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장기간 천막을 비울 경우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최근 할머니에게 전달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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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내용 당사자에 확인 뒤 기사썼다”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유력 신문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용 사전 검열’ 관행을 철폐하기로 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백악관 행정부 의회 대선 캠페인 본부의 주요 인사들을 인터뷰해 발언을 인용할 경우 기사가 나가기 전 취재원에게 e메일로 내용을 보내 정확한지 확인을 거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업계 비밀’은 최근 뉴욕타임스가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진영이 ‘인용 사전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블룸버그뉴스 로이터통신 등도 “사전 확인 절차에 응해야 취재원으로부터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사전 검열 관행을 인정했다. 언론들의 자기고백 이후 “인용 사전 검열은 언론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AP통신 매클래치 뉴스그룹 등 일부 매체는 “우리는 사전 검열을 받지 않는 전통을 유지한다. 검열을 요청하는 대상은 아예 인터뷰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난처해진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결국 사전 검열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힌 것.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은 일단 “기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지만 조만간 사전 검열 철폐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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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가 유로존 위기 더 키워”… 유럽 담당 책임자 사표 파문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럽 담당 책임자가 유로존 위기에 대한 IMF의 부실 대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터 도일 IMF 유럽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사진)는 지난달 18일 이사회에 제출한 사표에서 “IMF는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유로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최근 20년간 IMF에서 일했다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IMF는 유럽 국가들의 정치권 이해관계에 밀려 그리스 채무조정에 너무 늦게 나섰을 뿐만 아니라 과거 아시아나 남미 국가들에 긴급자금을 수혈할 때와는 달리 유럽 국가들에는 헐거운 지급 조건을 제시해 모럴해저드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IMF가 유로존 위기를 뒤늦게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IMF의 유로존 위기 부실 대처 논란이 가열되면서 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IMF를 대체하거나 IMF와 병존하는 국제금융기구를 설립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 국가들은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차 연례총회에서 IMF와는 별도의 국제은행 설립 논의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는 브릭스 국가들은 IMF에 750억 달러의 기금을 내고 있지만 IMF가 이를 적절히 집행하지 못하고 있고 IMF 내에서 발언권도 제한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국제은행인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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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도” 고개숙인 오바마-롬니, 총기규제엔 “…”

    미국에서 매년 총기난사로 수십 명씩 희생됨에도 총기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규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에도 총기 소유 금지 목소리는 크다.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20일 올 대선 양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구체적인 총기 규제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총기 규제 지지 단체들도 총기 소유를 금지하거나 어렵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콜로라도 참사로 양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총기 규제 정책을 내놓거나 의회와 행정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이 이런 분석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문제는 ‘손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 될 정도로 ‘기피 이슈 1순위’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총기 소유에 우호적인 여론과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규제 반대 단체의 막강한 로비 때문에 미국 정치권이 총기 규제 추진을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인의 뿌리 깊은 반대 심리도 한몫한다. 미국은 ‘총기 소유 권리(right to bear arms)’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수정헌법 2조는 “질서 정연한 민병(民兵)은 자유 주(州)의 안전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강력 범죄가 늘자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10년 기한 만료를 조건으로 호신용이 아닌 공격용 총기의 소유를 금지하는 연방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반발 여론이 거셌고 법안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NRA에 따르면 미국 총가구의 32%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고 총기 규제 찬성 여론은 1990년대 초 78%에서 2010년 43%로 크게 하락했다. 총기 규제를 정당화하는 강력 범죄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이고 총기 소유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유럽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규제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NRA 등 총기 규제 반대 단체들은 총기 소유 제한을 주장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NRA의 로비 활동은 버지니아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총기 소유 지지자들이 많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총기 규제 반대 활동에 매년 2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는 NRA의 로비력은 연 500만 달러의 자금력을 가진 미국 최대 총기 규제 단체 BCPG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론과 이익단체의 로비는 양당 대선 후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전 총기 규제 연방법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 후 총기 규제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롬니 후보 역시 공화당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총기 면허료를 인상하고 총기 구입자에 대한 배경조사를 강화하는 등 총기 규제에 적극 나섰지만 대선 출마 과정에서 총기 소유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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