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탈락도 서러운데 남은 건 빚더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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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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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공화 중도포기 주자들 채무상환 비상
깅리치, 지지자 명부 팔아 충당… 케인은 車-TV-에어컨까지 매각


지난해 8월 미국 공화당 아이오와 스트로폴(비공식 예비투표) 당시 미셸 바크먼 대선 경선 후보는 지지자들을 유세장에서 투표장까지 골프카트로 실어 날랐다. 골프카트 대여 비용은 3100달러(약 350만 원). 골프카트 대여 회사 ‘터프카즈’는 아직 이 돈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바크먼에게 “돈을 갚으라”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반응이 없어 이제는 포기 상태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9일 전했다.

뉴트 깅리치 후보도 올해 1월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때 2000달러를 들여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무대를 꾸몄다. 깅리치 역시 무대 설치회사 ‘킹스베리’에 아직 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중도에 포기한 후보들이 유세 기간 빌린 돈을 갚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말 후보들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무자료에 따르면 깅리치가 485만 달러, 바크먼이 94만 달러를 아직 갚지 못했다. 릭 샌토럼 169만 달러, 존 헌츠먼 154만 달러, 허먼 케인 45만 달러 등 갚지 못한 캠페인 비용은 수십만∼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캠페인 때 모금한 선거자금으로는 지출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은 비용은 고스란히 후보들의 개인 채무로 남는다.

후보들은 빚을 갚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개인 재산 매각. 케인은 지난달 자신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중고차 회사에 3만 달러에 팔아 빚의 일부를 갚았다. 캠페인 때 사용했던 사무실은 물론이고 TV, 에어컨, 사다리까지 내다 팔아 1000달러를 마련했다.

호화 유세를 벌여 비난을 받기도 한 깅리치는 캠페인 전용기 대여 비용 100만 달러, 보디가드 채용 비용 45만 달러 등을 아직 갚지 못했다. 깅리치는 채권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음 달 지지자들을 상대로 채무상환을 위한 기금모금 행사를 열 계획이다. 깅리치는 “그동안 기다려준 채권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행사”라며 “열심히 갚고 있지만 모두 갚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깅리치는 캠페인 때 자금을 대준 지지자들의 명부를 다른 정치인들에게 팔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방식이지만 채무 규모가 큰 깅리치로서는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4년, 2008년 대선에 나섰던 후보 일부도 아직 당시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수차례 빚을 청산했지만 아직 27만 달러가 남았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해 12월 캠페인 때 사용했던 포스터, 배지, 티셔츠, DVD 등을 모두 정리하는 온라인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2008년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역시 150만 달러의 빚에 시달리고 있다. 2004년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캠페인 비용 33만 달러를 갚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를 질타하는 대선 후보들이 정작 자신의 캠페인 채무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선거를 포기하거나 패한 후보들에게 캠페인 때 빚진 돈을 갚는 것만큼 서글프고 성가신 일도 없다”며 “캠페인 채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후보의 자질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대선후보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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