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브레진스키 - 볼턴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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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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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집권하면 북한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수 있다. 진정한 북핵 해결사는 롬니가 될 것이다.”(존 볼턴 전 미국 국무부 차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진보 진영의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롬니가 집권해도 대북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롬니의 대결적 언사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볼턴 전 차관은 “오바마가 재집권하면 북한에 더욱 끌려 다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했던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안보 전략가로 꼽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인물인 볼턴 전 차관은 롬니 집권 시 국무장관 기용이 유력하다. 브레진스키는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볼턴과의 인터뷰는 2일 전화로 진행됐다. 》
■ “오바마 대북정책 제한적 성공… 재선땐 대화에 무게 실릴 것”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올해 북-미 2·29합의에서 본 것처럼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존의 ‘전략적 인내’에서 나아가 대화 국면으로 좀더 기울어졌지만 대선으로 중단됐다. 재선에 성공하면 대화 옵션에 좀더 관심을 둘 것이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후임 국무장관 적임자라고 본다.”

―롬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결적 정책을 펴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

“미국은 미중 관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북한 문제를 보기 때문에 북한을 이슈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긴장 완화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갈등이나 긴장 관계를 원치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한적인 성공(limited success)’이라고 본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상황을 예측 가능하도록 유지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북한 김정은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젊은 부인과 공식석상에 등장하고 미키마우스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일련의 제스처들은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부패하고 정체된 북한 지도체제를 크게 한 번 흔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변화는 불안정을 몰고 올 수 있다. 기존 권력층이 위협을 느끼면 남북관계에 긴장을 조성해 자신들의 파워를 과시하려 할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같은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쇠퇴론’에 동의하는가.

“미국의 쇠퇴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아직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있다. 앞으로 4, 5년이 고비다. 미국은 이 기간에 빈부격차 해소, 금융시스템 개혁, 인프라 강화 등 국내 문제를 해결해야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2025년경 세계는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맡아온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 것으로 보나.

“두 나라가 대결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기보다 협력해야 얻을 것이 더 많다.”

―올해 초 펴낸 저서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에서 미국의 쇠퇴로 한국에게 힘든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이 한국 정부의 안보자문을 맡고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나.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지면 한국은 3가지 옵션 가운데 고민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든지, 독자적 핵무장을 하든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 옵션이 가장 낫다고 본다. 한일 협력이 미국에 가장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지지할 것이며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은 역사적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1928년 폴란드 바르샤바 출생
―1953년 미국 하버드대 박사
―1977∼81년 지미 카터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
■ “롬니, 핵-미사일 개발 좌시안해… 집권땐 북핵 해결사 나설 것”

존 볼턴
―롬니가 대통령이 되면 ‘북핵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민주당 진영에서는 롬니 후보가 북한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롬니만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실속 없는 대화에 매달리느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것이 롬니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지난 3년 반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인내해서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비록 실패했지만 올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사이버 공간까지 전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겠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해 그나마 북한에 강경한 척하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개혁 개방 정책을 펼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대외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 등 중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 정권의 기본적인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 권력 교체기를 맞아 개방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선동) 수법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권력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통치수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일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은 북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정신분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한다. 중국 대북정책의 어떤 변화도 이 기본 전제를 넘어서지 못한다.”

―미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적어도 북한이 핵물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중국에 좀더 강력한 압력을 넣어야 한다.”

―롬니는 러시아를 ‘공적 1호’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중국의 환율, 인권 문제에 강경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런 대결적 외교관을 위험하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캠페인 기간에 내건 외교안보 공약과 대통령에 당선된 뒤 펴는 실제 정책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롬니의 외교관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무대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롬니는 이들 나라와 갈등관계를 쌓고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좀더 분명하게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 존 볼턴
―1948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생
―1964년 예일대 로스쿨 졸업
―2001∼2005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2005∼2006년 유엔 주재 미국대사
―현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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