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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몇 명의 좌파(leftists)를 해고시켰습니까?”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32)는 12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이같이 올리며 10일 대학교 야외 행사장에서 총격을 받고 숨진 청년 우파 논객 찰리 커크(32)의 사망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한 사람들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머는 “곧 해고될 연방 공무원이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칼바람을 예고했다. ● 트럼프 2기 정책 좌우하는 ‘170만’ 인플루언서유대계인 루머는 반(反)이슬람, 반이민 성향이 강하다. 팔로워가 180만 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X 계정을 운영하고, 인터넷 방송 활동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 겸 측근으로 루머의 주장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영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에는 루머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미국 비자 발급 중단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국무부가 가자지구 출신 개인에 대한 모든 방문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올 4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직원 일부가 해고됐을 때도 루머가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머의 영향력이 커지며 기밀 정보를 입수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달 3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NGA)을 방문해 국장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었다. 워너 의원의 방문 일정은 기밀 사항이었다. 그러나 루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X에 이를 공개하며 “NGA는 왜 강경 반트럼프 인사를 초청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틀 뒤 국방부가 해당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자 워너 의원은 “반사회적인(trolling) 블로거가 어떻게 기밀 방문 일정을 알았는지 의문”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거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가치에 어긋나는 언행을 보인 인물을 자신의 X를 통해 공개 저격하고 있다. 고위급 간부는 물론 일반 공무원, 공직자의 민간인 측근까지 전방위로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커크 사망 뒤에도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 테네시주 네슈빌의 911 대원,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의 딸과 동업하는 사업가 등이 올린 커크에 대한 부정적 게시글을 자신의 X에 공개했다. 또 “이들의 삶을 망가지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철저한 진영 논리에 따라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지난달 8일에는 미 육군이 한 참전용사를 기리며 올린 게시글을 문제 삼으며 “공화당원이자 미국 태생인 군인만 기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날 미 육군은 13년 전 같은 날인 2012년 8월 8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던 미 육군 플로랑 그로버그가 자살 폭탄 테러범을 저지해 전우들을 구하고 왼쪽 다리를 크게 다친 사건을 소개했다. 이 사건 이후 그로버그는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루머는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트럼프에 반대하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인물을 기렸다”며 그로버그가 미국 태생이 아닌 프랑스 출신이라는 점까지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좌파 인물을 소개한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은 매우 둔감하고 지휘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 하루 14시간 ‘업무’에 전념하는 집요함1993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태어난 루머는 불안정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의사 아버지 밑에서 유복한 생활을 누렸지만 12세에 부모가 이혼한 뒤 이듬해부터 기숙학교에서 지냈다. 루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섭식 장애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며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베리대에 진학한 뒤 졸업을 앞둔 2015년부터 약 2년간 극우 단체 ‘프로젝트베리타스’에서 활동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인 상태에서 상대에게 불법 활동을 유도한 뒤 이를 폭로하는 방식의 보도로 주목을 받은 단체다. 이곳에서 루머는 베리대 교직원이 이슬람국가(ISIS) 지지 동아리 개설을 적극 만류하지 않았다고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노골적으로 반무슬림 성향을 드러내던 루머는 2017년부터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부터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을 이유로 계정을 정지를 당하기 시작했다. 트위터(현 X),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물론 페이팔, 고펀드미 등 모금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서비스에서 쫓겨나며 루머는 스피커와 돈줄을 모두 잃게 됐다. 또 연방 하원의원에 2020, 2022년 두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하며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2022년 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루머의 운명이 바뀌었다. 인수 직후 루머의 계정을 복원해준 것. 이후 루머는 유력 공화당 대선 주자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저격수’를 자처했다. 2023년 2월 디샌티스 주지사의 저서 사인회에서 소동을 일으킨 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았다고 NYT 인터뷰에서 밝혔다. 얼마 뒤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루머를 초대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동석해 면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머를 캠프에 영입하기를 원했으나, 와일스 비서실장 등이 반대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CNN 등이 전했다. 그러나 결국 루머는 쉬지 않는 전투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9월 미국 대선 TV토론 당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에서 루머가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티의 이민자가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렀다. 허위 괴담의 뒤에 루머가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토론회 전날 루머가 X에 올린 게시글 내용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NYT는 루머가 하루에 최소 14시간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다고 보도했다. 루머의 측근 정치 전략가 셰인 코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루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집요한 사람입니다. 이보다 집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하루 종일 일만 합니다. 헬스장에 가는 시간 빼고는 이 일만 해요. 일 말고 루머의 삶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9·11 테러 24주년을 맞은 11일(현지 시간) 미 전역에서 각종 추모 행사가 열렸다. 행사들은 전날 미국 청년 보수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32)가 공개 토론회 도중 총격을 받고 숨지자 경호 조치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치러졌다.AP통신에 따르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홈 경기를 관람했다. 9·11 테러 24주년에 열린 이날 경기장의 전광판에는 ‘우리는 결코 2001년 9월 11일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표시됐다.커크를 추모하는 취지에서 이날 경기장 외야의 대형 성조기와 30개 구단의 깃발은 모두 조기로 게양됐다. 경기 전에는 커크를 위한 묵념도 이뤄졌다.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를 관람한 귀빈석 앞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됐다. 경기장의 모든 출입구에서 금속탐지기를 활용한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고, 비밀경호국(SS)과 뉴욕경찰(NYPD) 인력도 확대 배치했다.연방의회 의원들도 정치 폭력 가능성을 우려해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내 급진파로 분류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이번 주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집회를 안전 상의 이유로 연기했다.민주당 소속 델리아 라미레즈 하원의원과 시드니 캠라거도브 하원의원도 이날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기자회견 장소를 실내로 옮겼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커크의 암살범이 약 180m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 숨어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경호 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누군가 옥상에 엎드려 있다면 못 볼 수 있다. 야외 행사의 보안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청년 보수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32)가 10일 유타주에서의 공개 토론회 도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복음주의 기독교도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그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반(反)이민, 반성소수자 정책을 지지하며 ‘청년 보수의 얼굴’ ‘차세대 보수 리더’ 등으로 꼽혔다. 미 대학 3500곳 이상에 터닝포인트 USA 지부를 설립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젊은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그의 암살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갈라지고 분열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직 범인과 범행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를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가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추가 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극단적인 정치 분열로 “미국이 벼랑 끝에 몰렸다. 연쇄 보복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논평했다. 커크는 사망 닷새 전인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에도 참석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사다.● 트럼프 “커크는 순교자”… 조기 게양 지시 AP통신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서부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에서 열린 순회 토론회 행사 도중 목에 총격을 입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대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던 커크가 총성이 울리자 목을 감싸며 쓰러지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그는 병원 이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아직 체포되지 않은 범인은 행사장에서 약 183m 떨어진 건물에서 총격을 가해 그의 목을 관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범인을 추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끔찍한 암살로 내 마음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하다”며 “커크는 진실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라고 애도했다. 그는 “커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의 언행이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진보 진영에 화살을 돌렸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에 14일 오후 6시까지 조기(弔旗)를 게양하라고도 지시했다. 커크는 1993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태어났다. 18세였던 2012년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구독자 400만 명이 넘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활발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보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도 불렀다.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전역을 돌며 “트럼프는 워싱턴의 기성 적폐 세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세대의 ‘아메리칸 드림’을 부활시킬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이런 그를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 같은 카리스마형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커크의 피격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원본 영상은 삭제됐으나 사본이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진보 성향 케이블방송 MSNBC의 매슈 다우드 전 논평가는 커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발언해 즉각 해고됐다.● 거듭되는 美 정치인 암살 시도에 긴장 미국에서는 최근 거듭되는 정치인 암살 시도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올 6월에는 민주당 소속 멀리사 호트먼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부부가 자택에서 피격돼 사망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올 4월 자택에 방화 피해를 입었으나 신속한 진화로 화를 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암살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알이 그의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두 달 후에는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무장한 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린 남성이 체포됐다. 이 외에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등이 모두 암살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청년 보수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32)가 10일 유타주에서의 공개 토론회 도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복음주의 기독교도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그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반(反)이민, 반성소수자 정책을 지지하며 ‘청년 보수의 얼굴’ ‘차세대 보수 리더’ 등으로로 꼽혔다. 미 대학 3500곳 이상에 터닝포인트 USA 지부를 설립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젊은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도 받았다.이런 그의 암살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갈라지고 분열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직 범인과 범행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를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가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추가 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극단적인 정치 분열로 “미국이 벼랑 끝에 몰렸다. 연쇄 보복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논평했다.커크는 사망 닷새 전인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에도 참석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사다.● 트럼프 “커크는 순교자”…조기 게양 지시AP통신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서부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에서 열린 순회 토론회 행사 도중 목에 총격을 입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대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던 커크가 총성이 울리자 목을 감싸며 쓰러지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그는 병원 이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아직 체포되지 않은 범인은 행사장에서 약 183m 떨어진 건물에서 총격을 가해 그의 목을 관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범인을 추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끔찍한 암살로 내 마음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하다”며“커크는 진실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라고 애도했다. 그는 “커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의 언행이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진보 진영에 화살을 돌렸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에 14일 오후 6시까지 조기(弔旗)를 게양하라고도 지시했다. 커크는 1993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태어났다. 18세였던 2012년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구독자 400만 명이 넘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활발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보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도 불렀다.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전역을 돌며 “트럼프는 워싱턴의 기성 적폐 세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세대의 ‘아메리칸 드림’을 부활시킬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이런 그를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 같은 카리스마형 인물이었다고 평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커크의 피격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원본 영상은 삭제됐으나 사본이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진보 성향 케이블방송 MSNBC의 매슈 다우드 전 논평가는 커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발언해 즉각 해고됐다.● 거듭되는 美정치인 암살 시도에 긴장미국에서는 최근 거듭되는 정치인 암살 시도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올 6월에는 민주당 소속 멀리사 호트먼 미네소타 주하원의원 부부가 자택에서 피격돼 사망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올 4월 자택에 방화 피해를 입었으나 신속한 진화로 화를 면했다.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암살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피격됐고 총알이 그의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두 달 후에는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무장한 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린 남성이 체포됐다. 이 외에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등이 모두 암살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번 공격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카타르 공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이 “미국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예멘에 이어 이란을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원 거주지를 공습했고 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포함해 걸프 지역의 아랍 왕정 산유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을 공격한 건 처음이다. 미국의 우방으로 대규모 미 공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 다만, 카타르는 2012년부터 하마스의 정치국 사무실 설치를 허용하는 등 하마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네타냐후 독단적 결정” 불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트루스소셜에 “오늘(9일) 오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통상 주요 공격에 나서기 전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해오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예고도 없이 미국의 우방국을 공습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공격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린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보고를 받은 즉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에게 카타르에 임박한 공격에 대해 알리라고 지시했다. 윗코프 특사가 그렇게 했지만 불행히도 공격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관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카타르 에 미 본토 밖의 최대 공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를 두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 개시 10분 뒤에야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며 “100%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카타르의 거센 반발에 미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카타르 국왕 및 총리와의 통화에서 “카타르 영토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카타르 간 방위협력협정(DCA) 체결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보복임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테러리스트가 특정 장소에서 면책 특권을 누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이 전날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무장괴한 2명이 버스에 총격을 가해 6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확전으로 중동 정세 ‘뉴 노멀’ 열릴 것”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이란, 레바논, 시리아, 예멘에 이어 카타르까지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면책 지대는 없다’는 선언이 확전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이스라엘이 중동 각지의 테러집단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중동 정세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을 이끌던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 하이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이 숨져 휴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10일 미국 뉴욕에선 카타르 공습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린다. 회의 소집을 요청한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이 공격을 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는 9월 순회 의장국인 한국 주재하에 열린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번 공격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카타르 공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이 “미국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예멘에 이어 이란을 공습했다.이날 이스라엘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원 거주지를 공습했고 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포함해 걸프 지역의 아랍 왕정 산유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을 공격한 건 처음이다. 미국의 우방으로대규모 미 공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는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 다만, 카타르는 2012년부터 하마스의 정치국 사무실 설치를 허용하는 등 하마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네타냐후 독단적 결정” 불만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트루스소셜에 “오늘(9일) 오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통상 주요 공격에 나서기 전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해오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예고도 없이 미국의 우방국을 공습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공격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린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보고를 받은 즉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에게 카타르에 임박한 공격에 대해 알리라고 지시했다. 윗코프 특사가 그렇게 했지만 불행히도 공격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관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카타르 에 미 본토 밖의 최대 공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를 두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 개시 10분 뒤에야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며 “100%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카타르의 거센 반발에 미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카타르 국왕 및 총리와의 통화에서 “카타르 영토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카타르 간 방위협력협정(DCA) 체결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보복임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테러리스트가 특정 장소에서 면책 특권을 누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이 전날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무장괴한 2명이 버스에 총격을 가해 6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확전으로 중동 정세 ‘뉴 노멀’ 열릴 것”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이란, 레바논, 시리아, 예멘에 이어 카타르까지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면책 지대는 없다’는 선언이 확전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이스라엘이 중동 각지의 테러집단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중동 정세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번 공격으로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을 이끌던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 하이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이 숨져 휴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10일 미국 뉴욕에선 카타르 공습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린다. 회의 소집을 요청한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이 공격을 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는 9월 순회 의장국인 한국 주재하에 열린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8일(현지 시간) 미국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에 대해 “출국명령을 어겨 구금됐고, 곧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배터리, 컴퓨터, 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인재를 신속하게 미국에 데려올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지지층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非)백인 이민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단속 장면을 연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지지층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 여부를 판가름할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반이민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조업 유치 vs 불법 체류자 추방’ 엇박자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국토안보 담당 장관 회의 참석차 8일 영국 런던을 찾은 놈 장관은 HL-GA 단속에서 체포된 한국인들에 대한 질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며 “기업들이 미국 시민을 고용하고, 미국 법에 따라 올바른 방식으로 사람들(외국인 직원)을 데려올 것을 장려한다”고 했다. 또 한국인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HL-GA 관련 구금자 중 ‘소수’에 대해 “단지 최종 출국명령을 무시하는 것 이상의 범죄 활동을 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이민 당국은 한국인 300여 명 등 총 475명을 체포하면서 외국인 불법 채용, 은닉 등의 혐의를 받는 라틴계 직원 4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놈 장관의 발언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조지아주 HL-GA에 이어 6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패트리엇 2.0’, 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 블리츠’ 작전 등 연일 고강도 이민 단속을 실시하는 배경에 대해선 “모든 것을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매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 실세로 꼽히는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내건 ‘불법 이민자 연간 100만 명 추방’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체포가 가능한 대형 사업장 단속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도 7일 CNN에 출연해 앞으로 HL-GA와 같은 단속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 발언 간 온도 차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투자 유치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외국기업에 대한 강경한 이민자 단속을 강조하기는 어렵다”며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를 놈과 호먼이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지아 단속은 마가노믹스 자충수” 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자여행허가제(ESTA)나 단기 방문비자(B1·B2)를 활용한 기업들에 이민 단속의 화살을 겨눈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L-GA는) 트럼프의 두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뜻밖의 장소”라며 “이들(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기업 활동이 진전되지 못하니 미국 경제를 위해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뉴요커는 “대미 투자를 장려한다더니 조지아주에서 단속을 벌이는 식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트럼프의 ‘마가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8일(현지 시간) 미국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에 대해 “출국명령을 어겨 구금됐고, 곧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배터리, 컴퓨터, 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인재를 신속하게 미국에 데려올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지지층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非)백인 이민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단속 장면을 연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지지층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 여부를 판가름할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반이민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조업 유치 vs 불법 체류자 추방’ 엇박자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국토안보 담당 장관회의 참석차 8일 영국 런던을 찾은 놈 장관은 HL-GA 단속에서 체포된 한국인들에 대한 질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며 “기업들이 미국 시민을 고용하고, 미국 법에 따라 올바른 방식으로 사람들(외국인 직원)을 데려올 것을 장려한다”고 했다.또 한국인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HL-GA 관련 구금자 중 ‘소수’에 대해 “단지 최종 출국명령을 무시하는 것 이상의 범죄 활동을 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이민 당국은 한국인 300여 명 등 총 475명을 체포하면서 외국인 불법 채용, 은닉 등의 혐의를 받는 라틴계 직원 4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놈 장관의 발언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4일 조지아주 HL-GA에 이어 6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패트리엇 2.0’, 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 블리츠’ 작전 등 연일 고강도 이민 단속을 실시하는 배경에 대해선 “모든 것을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매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백악관 실세로 꼽히는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내건 ‘불법 이민자 연간 100만 명 추방’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체포가 가능한 대형 사업장 단속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도 7일 CNN에 출연해 앞으로 HL-GA와 같은 단속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 발언 간 온도 차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투자 유치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외국기업에 대한 강경한 이민자 단속을 강조하기는 어렵다”며 “핵심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를 놈과 호먼이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지아 단속은 마가노믹스 자충수”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자여행허가제(ESTA)나 단기 방문비자(B1·B2)를 활용한 기업들에 이민 단속의 화살을 겨눈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충수”라고 지적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HL-GA) 트럼프의 두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뜻밖의 장소”라며 “이들(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기업 활동이 진전되지 못하니 미국 경제를 위해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뉴요커는 “대미 투자를 장려한다더니 조지아주에서 단속을 벌이는 식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트럼프의 ‘마가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9% 관세 폭탄을 안긴 스위스의 대표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VIP 박스에서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0년 만의 US오픈 관람에 장프레데리크 뒤푸르 롤렉스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퀸스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찾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회 주요 후원사인 롤렉스의 VIP 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첫째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대회 주최 측은 생중계를 맡은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경기 중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관중 반응을 송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포츠 매체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중에게 인사할 때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야유와 환호가 묵음 처리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으로 경기장 보안이 강화돼 이날 경기는 예정보다 48분 늦게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US오픈 경기장을 꾸준히 찾은 테니스 애호가다. 2017년까지 20년 가까이 VIP 박스석도 보유했다. 하지만 2015년 비너스와 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의 4강전을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US오픈 경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관중에게 거센 야유를 받아 발길을 끊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년 만에 US오픈 나들이에 나섰다. 테니스 애호가였던 그는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멜라니아 여사와 US오픈에 참석했다가 관중의 야유를 받은 뒤 경기장에 발길을 끊었다. 이번 관람은 장프레드릭 뒤루프 롤렉스 최고경영자(CEO)의 밀착 수행 속에서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롤렉스는 미국으로부터 39%의 ‘관세 폭탄’을 맞은 스위스의 대표 시계 브랜드다. 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퀸스에 있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찾아 세계 랭킹 1위인 야닉 시너(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US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주요 후원사이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명품 시계 업체인 롤렉스의 VIP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현장에는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도 동행했다. 고문직을 맡고 있는 첫째 사위 제러드 쿠슈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날 주최 측은 생중계를 맡은 ESPN에 경기 중 트럼프 대통령 관련 관중 반응의 송출을 지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중에게 인사할 때 관중석에서 터져나온 야유와 환호가 묵음 처리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으로 경기장 보안이 강화돼 경기가 48분 늦게 시작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미 비밀경호국이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입장 대기 줄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가방을 검사함에 따라 일반 관람객의 입장이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기가 시작하고도 여전히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이 많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 오픈에 꾸준히 참석한 테니스 애호가다. 20년 가까이 VIP박스석을 보유했을 정도지만 2015년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4강전 경기를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US 오픈 경기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이틀 전 사태에 대한 충격, 당혹, 안타까움, 분노,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만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붙었던 이곳에서 수백 명의 동료가 미 당국에 의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간 것이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4일 오전 당시 “방진복 차림으로 설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나타났다”며 “곳곳에서 끌려 나온 한국인 직원 수백 명으로 공장 복도가 가득 찼다”고 전했다.● ESTA 소지자 위주로 집중 검사직원들에 따르면 당시 공장을 점거한 이민 당국 요원들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첫마디로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부터 물었다. 비자라고 답한 이들은 다시 비자 종류별로 나눠 줄을 서야 했다. 특히 전자여행허가(ESTA)에 대한 검사가 철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은 “신원 확인을 위해 5시간 이상 줄을 서 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F1) 비자로 체류해온 직원 또한 발견됐다. F1 비자라는 대답을 들은 한 요원은 “*uck”이라며 쌍욕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날 구금소로 끌려간 직원 중에는 초기 임신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해당 공장에 유독 ESTA 소지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좀처럼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E2(주재원용) 비자를 받기 위해 3번 신청했지만 모두 떨어진 동료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속히 공장을 짓고 운영해야 하는데 주요 설비를 설치할 만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렇다 보니 ESTA로 한국에서 숙련된 설치 엔지니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틴계 청소 직원들은 출근 안 해요원들은 시민이라고 답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 여부를 물은 뒤 단말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여권 화면을 조회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합법 체류 신분이 확인된 직원들에게는 초록색 글씨로 ‘출발 허가(CLEARED TO DEPART)’라고 쓴 종이를 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협력사 직원은 “그 종이가 있는 사람만 공장을 떠날 수 있었다”며 “ESTA로 입국했거나, 정식 업무용 비자가 아닌 직원 등은 결국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차에 태워져 구금소로 실려갔다”고 전했다.‘출발 허가’ 서류를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장과 바깥 길을 연결하는 두 개 출구가 모두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직원은 “차를 몰고 나올 때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트렁크까지 열게 하더라”며 “정말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날 공장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은 상당수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단속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한 직원은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이민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 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 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속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 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 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HL-GA)에 4일(현지 시간)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을 두고 미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야당 민주당은 “비(非)백인 근로자를 겨냥한 공포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집권 공화당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맞섰다.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 데이브 민 하원의원,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등 한국계 민주당 의원이 소속된 미 연방의회의 아시아 의원 모임인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코커스(CAPAC)’는 6일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비백인 이민자의 직장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행동이 가족을 찢어 놓고, 경제에 피해를 주며, 글로벌 파트너와의 신뢰를 약화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계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 등 조지아 주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 또한 “트럼프식 공포와 분열의 정치로 얼룩진 단속”이라며 “주의 번영에 기여할 공장을 짓기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비백인 근로자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6일 “조지아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은 주와 연방정부의 법을 따라야 한다. 법 집행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디 카터 공화당 하원의원은 X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용감한 이민 단속 요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트럼프가 지켜보는 한 근면성실한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이라는 재앙으로부터 조지아를 보호했고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하는 대담한 행동을 보여줬다”고 두둔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HL-GA)에 4일(현지 시간)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을 두고 미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야당 민주당은 “비(非)백인 근로자를 겨냥한 공포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집권 공화당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맞섰다.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 데이브 민 하원의원,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등 한국계 민주당 의원이 소속된 미 연방의회의 아시아 의원 모임인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코커스(CAPAC)’는 6일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비백인 이민자의 직장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행동이 가족을 찢어 놓고, 경제에 피해를 주며, 글로벌 파트너과의 신뢰를 약화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계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 등 조지아 주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 또한 “트럼프식 공포와 분열의 정치로 얼룩진 단속”이라며 “주의 번영에 기여할 공장을 짓기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비백인 근로자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6일 “조지아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은 주와 연방정부의 법을 따라야 한다. 법 집행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디 카터 공화당 하원의원은 X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용감한 이민 단속 요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트럼프가 지켜보는 한 근면성실한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이라는 재앙으로부터 조지아를 보호했고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하는 대담한 행동을 보여줬다”고 두둔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소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나=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 아들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세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이 발행한 코인이 1일(현지 시간) 바이낸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WLFI 코인 가치는 오후 5시경 50억 달러(약 6조9600억 원) 선에 달했다. 3대째 부동산 가업을 이어온 이들이 가상 자산 사업에 뛰어들자 이해충돌 논란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익 추구를 위해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WLFI 코인의 가치가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뛰어넘었다고 분석했다. 가상 자산 사업을 두고 트럼프 가문의 사업 전략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지렛대 삼아 그 시대에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선택해왔다. 또 아버지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녀의 사업을 돕는 모습도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 1930~60년대: 프레드의 공공주택 건설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10대 시절부터 작은 건축업 사업체를 운영했다. 그의 사업은 1930년대 뉴딜 정책의 출범과 함께 전환을 맞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행정부는 1934년 연방주택공사(FHA)를 설립했다. 전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을 장려했다. FHA는 공공주택에 주택 담보 대출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펼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레드는 FHA 자금을 끌어와 뉴욕에 공공주택 단지를 지었다.프레드는 직접 지은 퀸스와 브루클린 일대의 아파트로 임대 사업을 벌였다. 연방정부는 1차 세계대전 등에서 싸웠던 참전용사를 위한 공공주택 건설을 지원해줬고, 프레드는 이 지원금을 활용했다. 브렌트 세불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마이클 글래스 보스턴칼리지 교수가 올 6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300만 달러 이상이 프레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비용을 부풀려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더 큰 규모의 주택 담보 대출을 유치한 뒤, 차액을 챙기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한 것이다. 높게 책정된 아파트값 때문에 각종 문제가 생겼다. 세입자는 보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했고, 연방정부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도 컸다. 하지만 당시 미국법상 위법 행위는 없었다. 프레드의 꼼수는 부동산 업계 관행으로 여겨졌다. 그는 결국 브루클린 최대 아파트 개발업자로 올라섰다. 자녀도 사업에 활용했다. 1950, 60년대 자녀 명의로 신탁회사를 만들어 아파트가 세워진 땅의 소유권을 이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꼼수로 해석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8세에 백만장자가 됐다. 1968년 대학 졸업 직후에는 아버지 소유 회사를 통해 연간 1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게 됐다. 프레드는 지역 정치인들과의 인연도 사업에 활용했다. 1974~1977년 재임한 브루클린 출신 뉴욕시장 에이브 빔은 프레드가 20년 넘게 정치자금을 대준 인물이었다. 프레드는 브루클린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였고, 빔의 ‘절친’ 버니 린덴바움은 트럼프 가족의 변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NYT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의 성공 비결로 정계 인맥을 꼽았다. 그는 “부동산 개발의 핵심은 용도변경이다.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정치인들과 아는 사이여야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이들과 교류했다”고 했다. ● 1970년대: 트럼프 대통령의 맨해튼 진출 펜실베이니아대 재학 시절 필라델피아와 뉴욕을 오가며 아버지에게 경영 수업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1968년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했다. 1970년대 뉴욕은 부동산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시 재정이 파산 위기에 놓이며 도시가 흔들리고 있었다. 범죄율이 치솟자 중산층이 안전한 곳을 찾아 뉴욕을 떠나며 세수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공공주택을 개발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이 난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부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냈다. 1974~1977년 빔 시장 재임 기간에 그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해 상업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빌린 100만 달러를 밑천 삼아 맨해튼 진출에 성공했다”며 자신의 성공 신화를 설명하곤 했지만, 실제로는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받고 아버지의 정계 인맥을 통해 각종 특혜를 받아냈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진출하기 위한 작업은 1974년 빔 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시작됐다. 그해 트럼프 부자는 맨해튼의 마지막 미개발 노른자위 땅이라고 평가받던 기차역 ‘펜 스테이션’ 일대 부지 3곳을 낙찰 받았다. 뉴욕 지역매체 빌리지보이스에 따르면 부지를 소유한 펜센트럴교통회사(PCTC)는 입찰 희망자 중 트럼프 부자와만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은 빔 시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PCTC 측은 “부지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트럼프 부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몇 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부지 2곳을 시정부에 넘기며 83만 달러를 받았고, 낡은 코모도르 호텔이 있던 부지에는 하얏트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빔 시장은 1977년 퇴임을 약 열흘 남기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얏트 호텔 개발 사업에 대해 40년짜리 감세 혜택을 줬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시 역사상 전례 없는 감세 혜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얏트 호텔 관련 감세액이 2016년 기준 36년간 총 3억49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세 작업을 주도한 빔 시장의 측근 스탠리 프리드먼은 빔 시장의 임기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 로이 콘의 로펌으로 이직하며 연을 이어갔다. 하얏트 호텔은 1980년 완공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1983년 트럼프 타워까지 연이어 공개하며 맨해튼의 성공적인 30대 부동산 개발업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트럼프 대통령은 ‘계획경제주의 총사령관(Dirigiste-in-chief)’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자인 듯하다.”(블룸버그통신) 세계 자본주의의 총본산 격인 미국이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요 외신들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재집권 9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방산·조선 등 다른 산업의 지분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국가 자본주의란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통제하거나, 생산수단을 국유화하는 경제체제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이나 고용통계와 같이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경제 분야에도 적극 개입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WSJ 등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진핑 정부의 국가 개입주의를 따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리더십이 경제 분야에서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자본주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국면을 전망해 봤다.● FT “트럼프 행정부, 민간부문 장난감처럼 다뤄”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10%(4억3330만 주)를 89억 달러(약 12조3710억 원)를 들여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에 따라 배당한 보조금 57억 달러를 동원해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것. 나머지 32억 달러는 보안 칩 생산을 위한 별도의 지원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매입이 완료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인텔 지분 8.92%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은 생산공장이 없는 설계 중심의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다. 그렇다 보니 전쟁이나 팬데믹 등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갖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인수 발표 후 트루스소셜에 “인텔이 수행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는 우리 국가의 미래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텔 지분 확보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중국 연계 의혹을 거론하며 사임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2015∼21년 탄 CEO가 반도체 설계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를 이끌던 당시, 이 회사가 중국 국방과학기술대를 대리하는 위장 업체들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판매해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과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와 인텔의 지분 인수 합의가 일부 강제성을 띤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FT는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재건하고자 하는 데에는 분명 강력한 국가안보적, 경제적 이유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민간 부문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텔은 지난달 2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의 지분 투자가 이뤄질 경우 해외 매출 타격, 투자자 및 직원들의 반발 등 리스크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추후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번 합의가 취소되는 등 주주들에게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고 했다. 인텔 지분 인수를 둘러싼 우려와 반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취득은 미국에 수익을 주는 거래다. 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거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당국자도 뉴욕타임스(NYT)에 “인텔은 냄비나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 인수는 정당하다”고 두둔했다.● 외국 기업에도 ‘황금주’ 요구하며 경영 개입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분 인수를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방산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분 확보가 가능한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하며 “우리가 미국에서 자급자족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자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관련해 인텔과 비슷한 거래가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록히드마틴은 매출의 97%를 미국 정부에서 만들어주기에 사실상 정부의 한 부문”이라며 “그들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한 부분과 다름없다”고 했다. 7월엔 미 국방부가 자국의 주요 희토류 광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의 지분 1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올 6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허용 조건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아낸 게 대표적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만으로도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이다. 지분 인수뿐 아니라 사실상의 세금을 새로 만들어 기업 경영을 통제하는 시도도 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 대중(對中)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내 매출의 15%를 일종의 ‘수출세’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거시경제 정책 운영에서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온 정부 통계 관리나 금리 결정에서도 정부 간섭이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대놓고 사임을 요구했다. 또 고용통계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발표되자,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즉각 해임했다. 모두 미 행정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조치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특혜나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는 “민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금융과 경제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독재 리더십의 일종”이라며 “지금 정치, 사회적 현상은 1930, 40년대 세계에서 있었던 현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1930, 40년대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만연했던 파시즘 정권에 비견한 것. 토드 해리슨 미국기업연구소(AEI) 국방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은 건전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분 인수 시 정부 계약 입찰 경쟁에 영향을 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외신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유례없는 경제 정책에 주목하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등 민간기업 지분 인수 시도가 보수주의자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지만 좌파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며 “기저에 ‘국가 자본주의’가 깔려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획 경제주의 총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며 “민간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법을 뒤집고 공화당의 자유시장 철학을 산산조각 냈다”고 평했다.● “트럼프, 국가경쟁력 강화 위해 시진핑 따라 하기”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따라 ‘국가주도형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의 재분배를 뜻하는 이른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기조로 앞세워 반기업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이런 행태와 유사하다는 것. 시 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정부 규제를 벗어나려 하거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상대로 철퇴를 휘둘렀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2020년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중국 규제 당국이 혁신을 막는다”고 비판한 뒤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 은둔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마윈이 세운 전자결제 기업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연기시켰다. 또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 총 5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 보복 조치에 결국 마윈은 2022년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내려놓았다. 중국 최대 승차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역시 시 주석의 심기를 거슬러 표적이 됐다. 2021년 6월 디디추싱은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마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중국 당국 조사를 받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고객 신규 가입이 중단되고, 80억2600만 위안(약 1조5600억 원)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받았다. 중국 정부는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이 소유한 CK허치슨홀딩스의 파나마 운하 항구 매각에도 개입했다. 올 3월 CJ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운영권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미국 금융기업 블랙록에 매각하기로 하자 시 주석이 “격노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관문인 파나마 운하에 중국 국영기업들이 집중 투자한 상황에서 주요 항구를 미국 기업에 넘기기로 한 데 따른 것. 이에 중국 당국이 해당 거래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에 요구한 황금주와 유사한 제도를 고안해 기업 통제에 이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직후 주요 기업들의 우선주 1%를 ‘특별관리 주식’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확보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의결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과 비슷한 시장 개입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 및 통상 정책에 적극 개입해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AI, 조선, 방산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 이를 통해 미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는 재정 적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자유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은 별도의 산업 정책이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과거보다 낮아졌고 재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와 유사한 시장 개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이 정부 지원으로 전기자동차나 AI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부동산 부문에선 오히려 대규모 미분양을 양산하는 등 실패했다는 것. WP는 “우리는 항상 해왔던 방식, 자유시장 체제를 바탕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경쟁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권위주의 리더십에 따라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태드 디헤이븐 연구원은 “트럼프의 철학은 공산주의도 자유주의도 아니다”라며 “그는 아무 전략도 계획도 없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은 근본적으로 반시장주의적 권위주의”라며 “우익이냐 좌익이냐를 떠나 일종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연방의회 중간선거 향후 행보에 관건” 전문가들은 내년 11월 연방의회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의 향후 국가 자본주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선거 전까지는 당분간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오히려 공화당 승리를 위한 경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현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크다. 민 교수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시장 개입의 명분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의 반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정부 정책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보수 지지층은 절대 민주당을 찍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며 “현재로선 그의 권위주의 정책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 속에서 미국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내년 선거는 필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나 저소득층에서 비판 여론이 커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선도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3박자를 두루 갖췄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대 한국 경제의 잠재력으로 ‘탄탄한 산업 경쟁력’과 ‘정교한 금융 시스템’, ‘적극적인 투자 열기’를 꼽았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다량 보유한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오늘날 원화가 쓰이는 모든 영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증가에 대비해 건전한 규제 체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클은 USDC를 발행하는 미국 최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다. 엘살바도르에 본사를 둔 테더에 이어 세계 2위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는 세계 최초로 올해 6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타버트 사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 차관보를 거친 공직자 출신이다. 그는 “규제 당국의 수장으로 일하며 얻은 교훈은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한국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한 명확한 규칙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이미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금융 허브가 이미 빠른 속도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타버트 사장은 “한국의 강점은 건실한 수출 기업을 대거 갖췄다는 점”이라며 “우리 집에도 방마다 한국 전자제품이 있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무역 거래에 활용할 제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이 한국에 포진해 있다는 얘기다. 무역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늘면 국내 코인 시장이 커지고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수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타버트 사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다. 주요 대기업과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국민 기업(household names)’들과 만났다”고 했다. 한국 파트너들을 위해 한국어로 이름이 적힌 명함도 직접 준비해왔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기회로 본다”고 했다. 타버트 사장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이 한국에서 1년 내외로 마련돼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빠르게 편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 보호와 통화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불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2년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 범죄 활용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는 “정확히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라며 “USDC는 미국의 ‘지니어스법’이 설정한 각종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973년 미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 프레드를 기소했다. 혐의는 인종차별이었다. 법무부는 아파트 임대 사업을 하던 부자가 흑인에게 일부러 세를 주지 않았다고 봤다. 곤란에 처한 이들은 당시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와 의기투합했다.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고, 유명인들과 자신의 요트에서 어울리는, 무엇보다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고 다니는 변호사 로이 콘이었다. 콘과의 만남이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유의 호전성과 거침없는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수’했다는 것. 뉴욕 지역매체 빌리지보이스의 배테랑 기자 웨인 바렛은 1992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서에서 “콘은 트럼프 대통령의 삶에서 단순 변호사 이상의 존재였다. ‘멘토’이자 사업과 사생활의 중대사를 상시 조언하는 인물이었다”고 적었다. 둘이 함께한 12년의 세월을 살펴봤다. ● 매카시즘 광풍 앞장선 영재 변호사“뉴욕의 많은 이들에게 ‘악(惡)’의 상징인 그를 기념하러, 빅애플의 악명 높은 인물들이 모였다.”바렛은 1979년 3월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클럽 ‘스튜디오 54’의 문 앞에서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을 붙잡고 이름을 물었다. 이곳에서는 콘의 52세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주최자는 콘 본인이었다. 200명을 초대했고, 뉴욕 정재계와 언론계, 예술계의 거물들에게만 초대장을 보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앤디 워홀이 있었고 맨해튼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도전 중인 32세의 젊은 트럼프 대통령도 있었다. 콘은 실력 좋은 변호사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을 추동한 핵심 인물이었다. 콘은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인물의 조사를 주도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수석자문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다.유력 판사의 아들로 20세에 뉴욕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해 21세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직후 검사가 돼 소련 간첩을 색출하는 반공 사건에 주로 투입됐다. 원자폭탄 정보를 소련에게 넘겼다는 간첩 혐의를 받는 유대계 미국인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1951년 맡으며 유명해졌다. 부부에 대한 사형은 1953년 집행됐고 매카시는 이 사건 이후 콘을 영입했다. 콘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존재한 음모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50년부터 4년간 사그라들지 않던 매카시즘 광풍은 1954년 열린 36일간의 TV 청문회로 끝이 났다. 빈약한 근거로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이 세상에 드러난 것. 매카시 의원은 같은 해 12월 상원에서 불신임을 당했고 3년 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54년 당시 27세였던 콘은 고향 뉴욕으로 돌아가 변호사로 개업해 부활에 성공했다. 50, 60년대를 거치며 뉴욕 정재계의 마당발로 자리잡았다. 바렛은 빌리지보이스 기사에서 콘에 대해 “마녀사냥꾼에서 마피아 브로커로 변신한 뉴욕의 가장 눈부신 법률 스타이자 정치 전략가, 고향 브롱크스의 그림자 보스”라고 묘사했다. 콘은 부정직한 변호 행위로 수차례 징계를 받고 세 차례 기소됐지만 유죄 판결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 “인정하지 말고 거칠게 반격하라”1973년 트럼프 대통령은 맨해튼의 회원제 사교클럽에서 콘과 처음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보다 19세 어렸다. 당시 27세였던 그는 브루클린 최대의 아파트 건축업자였던 아버지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새내기 사업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따르면 그는 콘을 먼저 알아보고 다가갔다. 그리고는 법무부의 기소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콘은 “지옥으로 가라고 해라. 법정에서 맞서 싸우라”고 했다. 트럼프 부자는 콘에게 사건을 맡겼다. 그해 12월 콘은 트럼프 부자를 대리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1억 달러의 맞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떠들썩하게 진행됐다. 콘은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를 상대로 여론전을 폈다. 유대인인 콘은 수사당국이 거친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게슈타포식 전술을 썼다”고 몰아갔다. 소송은 1975년 6월 합의로 끝났다. 트럼프 부자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더 많은 흑인과 소수자에게 주택을 임대하고, 언론에 ‘기회균등 주택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내기로 했다. 콘의 사촌 데이비드 마커스는 P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부자가 세입자를 가려서 받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콘은 사실을 부인하고, 거칠게 반격하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콘과 트럼프 부자는 합의를 두고 ‘승리’라고 선언했다. 마커스는 “콘은 법원 판결보다 중요한 것이 민심 재판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 트럼프, 맨해튼 진출에 성공하다세입자 인종차별 사건 5년 뒤인 1980년 맨해튼 심장부의 낡은 코모도르 호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재개장해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맨해튼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데뷔한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드와 수십년간 교류한 에이브러햄 빔 당시 뉴욕 시장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 개발 사업의 편의를 봐줬다고 봤다. 40년간 연간 4억 달러의 감세 혜택을 준 한 것이 대표적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 감세 혜택의 규모가 실제로는 더 컸고, 2016년 기준 36년간 총 3억4930만 달러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콘 역시 정계와 마피아 인맥을 활용해 1980년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1983년 트럼프 타워 개장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사업을 물심양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대한 야망도 부채질했다. 1982년에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했다. 둘은 이후 11년간 서신을 주고받는 펜팔 사이가 됐다. 1984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형적인 졸부’와 ‘탁월함의 표상’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38세의 당돌한 개발업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러시아와 핵협상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건 협상을 아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협상 능력을 타고난다. 미사일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우는 데 한시간 반이면 된다. 이 일을 정말로 내가 하길 바라는 사람이 누군인지 아는가? 로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하겠다.”● 콘의 말년에 차갑게 돌아선 트럼프그해 콘은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다. 주변에는 비밀로 했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자체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최측근만 알았다고 한다. 또 그는 사기와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변호사 자격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명 심리에 증인으로 출석해 “콘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건강이 악화되던 콘은 주변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고 둘러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갓 구입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도 1985년 방문했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등을 돌렸다. 콘의 비서 수전 벨은 “도널드는 콘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자 하루아침에 갑자기 멀어졌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콘에게 맡겼던 사건을 다른 변호사에게 옮겼다. 콘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1986년 6월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8월에는 세상을 떠났다. 당시 콘은 59세, 트럼프 대통령은 40세였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하나의 시대가 끝났구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의 사망 이듬해 본격적으로 정치에 목소리내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유력 일간지 3개에 “동맹에게 보호의 대가를 받고 관세도 거두자”며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12월에는 ‘거래의 기술’을 출간했다. 콘 없는 ‘새 시대’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https://original.donga.com/2025/trump_policymap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8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5년 인공지능(AI) 분야의 100대 인물’에 한국인 여성 두 명이 포함됐다. 주인공은 최예진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 조앤 장 오픈AI 모델행동 총괄로, 이들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이날 타임은 올해 AI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친 100인을 선정해 리더, 혁신가, 개척자, 구상가의 4개 부문으로 나눠 발표했다. 이 중 최 교수와 장 총괄은 구상가 부문에 선정됐다. 최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1월부터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HAI)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언어를 분석하는 자연어처리(NLP) 분야 권위자다. 2022년에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했다. 타임은 “최 교수는 AI의 인간적 결과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됐다”며 “소수 거대 기업 중심인 거대언어모델(LLM)의 대안으로 부각되는 소규모언어모델(SLM)을 탐구하기 위해 HAI에 합류했다”고 전했다.장 총괄은 드롭박스와 구글의 프로덕트매니저(PM)를 거쳐 2021년 12월 오픈AI에 입사했다. 현재 AI 모델 행동과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타임은 “장 총괄은 사용자가 AI를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한편 리더 부문에는 황 CEO, 올트먼 CEO, 머스크 CEO를 비롯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 량원펑(梁文鋒) 딥시크 창업자 등이 선정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