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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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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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고 있던 옷 벗겨져 날아가”… 비행중 벽 한쪽 뻥 뚫린 보잉機

    “비행기 벽이 뻥 뚫린 걸 보자마자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주말을 앞둔 5일 금요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비 응우옌 씨(22)는 좌석에 앉자마자부터 살짝 졸고 있었다. 이륙한 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굉음에 눈을 뜬 그 앞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펄럭거렸다. 놀라 옆을 보니 여객기 벽 한쪽이 뜯긴 듯 뚫려 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구멍 너머 검은 밤하늘을 보며 죽음이 다가왔음을 절감했다”고 했다. 연초 일본 하네다공항 비행기 충돌 사고에 이어 미국에서도 대형 비행기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날아가던 여객기 기체가 부서지며 20여 분 동안 ‘죽음의 운항’이 이어져 승무원과 승객 177명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비상 착륙해 인명 피해는 비켜 갔으나 규제 당국은 기체 결함 등을 의심하며 정밀 조사에 나섰다.● “운항 중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 뜯겨 나가” CNN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7분경 포틀랜드공항을 떠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출발 6분 만에 회항을 결정해 오후 5시 27분경 다시 출발지로 돌아갔다. 사고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구가 뜯겨 나가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행기는 시속 440마일(약 708km)로 1만6000피트(4876m) 상공을 날고 있었다. 다행히 구멍이 난 해당 벽면 바로 옆 좌석엔 승객이 없었다. 그러나 구멍으로 공기가 쉭쉭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고, 그 바람에 근처에 있던 10대 소년이 입고 있던 셔츠가 통째로 벗겨져 밖으로 빨려 나갔다. 승객 스테퍼니 킹 씨는 “소년의 엄마가 ‘우리 아이 옷이 찢어졌다’고 비명을 질러 승무원들이 즉시 다른 자리로 옮겨줬다”고 CNN에 전했다.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기내에선 헐떡이는 소리도 들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이 승무원들의 노력으로 잦아들자 기내엔 ‘절망의 적막’이 찾아왔다. 킹 씨도 “나 역시 죽겠구나 싶어 남자친구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한동안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오던 기내에서 승객들은 “잠시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는 기장의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자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승객들은 눈물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알래스카항공 측은 6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은 모두 무사하다. 일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모두 귀가했다”라고 밝혔다.● 같은 기종 잇단 사고… 탑승 기피 움직임도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포틀랜드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했다. 또 미 연방항공청(FAA)은 다음 날인 6일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9의 운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즉각 점검을 명령했다. 현재 미 항공사가 보유했거나 미국 내에서 운항하는 해당 기종은 171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점검을 마치고 다시 운항에 투입됐다. 보잉은 “FAA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조사를 위해 규제 당국, 고객사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종은 크기가 작은 순서대로 7, 8, 9, 10으로 구성된 737 맥스의 하위 기종으로 2017년 출시됐다. 항공정보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지난해 11월 처음 운항해 지금까지 145차례 비행했다. 737 맥스의 다른 하위 기종 맥스8은 2018년 인도네시아와 2019년 에티오피아에서 두 차례나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지는 참사를 겪었다. 출시 2년도 안 된 맥스8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안전시스템 결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737 맥스 기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탑승 기피 운동’도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선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 명단이 공개됐으며, 예약번호로 기종을 확인하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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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륙 직후 벽 한쪽 뜯겨나간 보잉기…승객들 ‘20분 공포의 비행’

    “펑하는 충격음이 들렸어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죠.”주말을 앞둔 5일 금요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던 비 응우옌 씨(22)는 좌석에서 앉자마자 살짝 졸고 있었다. 이륙한 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작스런 굉음에 눈을 뜬 그 앞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펄럭거렸다.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여객기 벽 한쪽이 뭔가로 뜯어낸 듯 구멍이 나 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구멍 너머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죽음이 도래했다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연초 일본 하네다 공항 비행기 충돌 사고에 이어 미국에서도 대형 비행기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날아가던 여객기의 기체가 부서지며 20여 분 동안 ‘죽음의 운항’이 이어져, 탑승객 177명은 충격과 절망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긴급 비상 착륙하며 인명 피해는 비껴갔으나, 규제당국은 기체 결함 등을 의심하며 정밀 조사에 나섰다. ● 옆자리 청소년 셔츠가 빨려들어가CNN에 따르면 5일오후 5시 7분경 포틀랜드공항을 출발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출발 6분 만에 회항을 결정해 5시 27분경 다시 포틀랜드 공항으로 돌아왔다. 알래스카항공은 6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 177명 모두 무사하다. 일부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현재 는 모두 귀가했다”고 밝혔다.사고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구가 뜯겨져 나가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시속 440마일(약 708km)로 운항 중이었으나, 해당 비상구 옆 좌석에는 승객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그 옆 쪽에 앉아있던 10대 소년은 입고 있던 셔츠가 통째로 벗겨져 밖으로 빨려 나갔다. 승객 스테파니 킹 씨는 “소년의 엄마가 너무 놀라 ‘우리 아이 옷이 찢어졌다’고 비명을 질러 승무원들이 즉시 다른 자리로 옮겨줬다”고 CNN에 전했다. 갑작스런 소란이 승무원들의 노력으로 잦아들자 기내에는 ‘절망의 적막’이 찾아왔다. 킹 씨도 “나 역시 죽겠구나 싶어서 남자친구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비행기가 무사 착륙해 완전히 멈춘 뒤에도 한참 동안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했다. 다들 너무 큰 충격을 겪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오던 기내는 “잠시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오자 긴장이 풀어졌다. 그제야 승객들은 눈물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 뜯어진 듯”다음날인 6일 미 영방항공청(FAA)은 사고기종인 ‘보잉 737MAX 9’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모두 즉시 점검을 받으라”고 명했다. 현재 미 항공사가 보유했거나 미국 내에서 운항이 예정된 보잉 737MAX 9은 171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기종은 이미 점검을 마치고 다시 운항에 투입되고 있다. 보잉은 “FAA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사고 조사를 위해 규제당국, 고객사와 긴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즉시 포틀랜드에 진상 조사단을 파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장 사진 분석을 토대로 보면,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해당 기종은 크기가 작은 순서대로 7, 8, 9, 10로 구성된 737MAX의 하위기종으로 2017년 출시됐다. 항공정보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지난해 11월 첫 운항을 시작해 지금까지 145번 비행했다. 737MAX의 다른 하위기종 8은 2018년 인도네시아와 2019년 에티오피아서 두 차례나 운항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출시 2년도 안 된 MAX 8에서 참사가 잇따르자, 안전시스템 결함 의혹이 제기됐으며 보잉 측의 과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 운행을 중단시켰고, 결함 보완 후 2020년 12월 운항을 재개했다. 이번 사고로 737MAX 기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탑승 기피 운동’도 번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 명단이 공개되고 있으며, 예약번호를 통해 항공기 기종을 확인하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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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기 대부’ NRA 라파에르, 횡령 스캔들로 33년 만에 사임

    전미총기협회(NRA)를 미국 보수 진영 최대 로비단체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총기 옹호 세력의 얼굴’ 웨인 라피에르 최고경영자(CEO) 겸 부회장이 기부금 횡령 스캔들로 33년 만에 사임했다.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라피에르가 자신에 대한 기부금 횡령 관련 민사재판 개시를 이틀 앞두고 사임 의사를 표명한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2020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라피에르가 NRA 자금 수백억 달러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비영리법인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민사재판이다. 이번 재판은 라피에르가 배상할 금액 뿐 아니라, 연간 모금 액수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NRA의 독립 회계감사 도입 여부와도 연관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검찰 측은 라피에르가 가족여행에 50만 달러(약 6억6000만 원)를 썼으며, 업무 관련성이 없는 제3자의 전용기 대금에도 5년간 총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 원) 대신 결제해주는 등 NRA 자금 수백만 달러를 무단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피에르는 미 총기옹호 진영의 대표적인 얼굴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총기를 구매했을 정도로 총기와 인연이 깊지 않으나, 뛰어난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CEO까지 올랐다. 그는 2010년대 연이은 대규모 총기난사 참극 국면에서도 “총은 총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총기 규제를 집요하게 막아냈다.원래 정치권 진입을 노리다가 NRA에 발을 들인 라피에르는 NRA 지도자 중 처음으로 ‘사격문화권’ 밖에서 자란 인물로 꼽힌다. 버지니아주 서부 최대 도시인 로아노크 출신으로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하지만 1978년 29세에 NRA 로비팀에 입사한 그는 13년 만에 CEO 자리에 오를 정도로 고속 승진했다. 조직이 내홍을 겪고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도입되던 1990년대에 실력을 발휘하며 NRA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라피에르는 총기 이슈를 정치적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의 정체성은) 총기 애호가가 아닌 정치 중독자”라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라피에르 사임으로 NRA의 한 시대가 저물었으나 현실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NRA의 횃불을 이어받은 형국이다. 무장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옹호하고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NRA는 트럼프 캠프에 선거 자금 3100만 달러(약 408억 원)를 보태 보수진영의 큰손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 시기 회원 수는 600만 명, 연간 모금액은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넘겨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NRA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수십 건의 반(反)규제 소송을 장기간 진행하며 연간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라피에르 스캔들까지 겹치며 지난해는 회원 수가 42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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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테일러 스위프트를 사랑하는 이유(feat. 팬덤 ‘스위프티’) [시차적응]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 “2023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현대(現代)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해.”지난해 12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컨트리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하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타임은 스위프트가 “층층이 분열된 세상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마지막 대중문화(monoculture·단일문화) 아이콘”이라 평가하며 “세상의 주인공이 스위프트였다. 모두가 매일 그를 이야기했다. 정치와 날씨에 버금가는 대화 소재였다”고 전했습니다. 가히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이클 잭슨 급에나 쏟아질 찬사입니다.하지만 한국은 다소 다릅니다. 골수 팬들이 적지 않지만, 미국 등에 비하면 스위프트란 태풍은 상대적으로 잔잔했습니다. 스위프트라고 하면 금발과 빨간 입술, 캣 아이라인을 떠올리는 분들은 많겠지만, ‘스토리텔러’란 칭호엔 갸우뚱할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싱어송라이터이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 걸까요.이를 이해하려면 스위프트가 밟아온 삶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스위프트의 팬덤 ‘스위프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국내외 스위프티 8명이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남들이 원하는 내가 되었다”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메릴린치에서 일하는 증권 중개인, 어머니는 마케팅 업계 종사자였죠. 스위프트는 또래와 달리 어릴 때부터 페이스 힐이나 딕시 칙스 같은 컨트리 가수를 좋아했습니다. 직접 작사·작곡도 하며 컨트리 가수를 꿈꿨습니다. 열두 살에 부모님을 설득해 ‘컨트리 음악의 고향’ 테네시주 내슈빌로 이사갈 정도였으니 대단한 열정입니다. 내슈빌은 단박에 그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스위프트는 15세에 유명 컨트리 음악 제작사인 빅머신레코드와 계약하고, 17세엔 데뷔 앨범을 냈습니다. 이 앨범은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5위까지 올랐습니다. 2년 뒤 두 번째 앨범 ‘피어리스(Fearless)’는 더욱 뜨거웠습니다. 19세에 세계적 팝스타로 자리매김한 거죠. 당시 미국이라고 해서 컨트리 장르가 절대적인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스위프트는 중고교 시절 “컨트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경험도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스위프트의 인기는 독보적이고 이례적이었습니다.그러자 스타가 된 스위프트에겐 상상을 초월하는 세간의 관심이 몰렸습니다. 남자친구와 연애사가 미주알고주알 알려진 건 예상 가능한 일이죠. 시시각각 살짝살짝 변하는 몸매까지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스위프트는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상냥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2020년)’를 보면 당시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칭찬받기 위해서, ‘네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았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원하는 제가 되는 데 성공했어요”라고도 했죠. ○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잠적하다 스위프트가 ‘스토리텔러’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이때부터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2집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직후 열린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충격적인 ‘세기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대접받던, 당시 가장 인기 많던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무대에 난입한 것입니다.‘여성 비디오’ 부문 상을 탄 스위프트가 “꿈만 같다”며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데, 32세 웨스트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와 20세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뺏었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마이크는 다시 돌려줄 건데 비욘세가 최고였어.”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비화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웨스트 비판 성명을 내놓기도 했죠. 그러나 스위프트는 시상식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웨스트의 팬이다. 악감정은 없다”고 답하는 등 주목도를 낮추려고 노력했습니다.사건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위프트는 계속해서 승승장구했죠. 스무곡 내외로 실린 정규앨범을 2년마다 내놓으며 왕성하게 활동했고, 그때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2014년 낸 5집 ‘1989’로는 이듬해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죠. 여성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두번 수상하는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그런데 웨스트는 여전히 ‘돌아이’였습니다. 2016년, 스위프트를 희롱하는 노래를 덜컥 발표합니다. 스위프트가 유명해진 건 자신 덕분이니, 스위프트와 성관계를 할 자격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스위프트에게 동의를 구한 가사”라며 해당 대화가 담긴 통화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여론은 급변했습니다. “스위프트가 거짓말을 했다”며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던 스위프트는 벼랑 끝에 몰립니다.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잠적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스위프트는 “모두가 내가 사라지길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외국으로 나가 교류를 끊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스위프트의 나이 27세에 벌어진 일입니다.진실은 한참이 지나서야 밝혀졌습니다. 웨스트 측이 통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실이, 즉 스위프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죠. 2020년 웨스트의 휴대전화가 해킹되며 통화 녹음 ‘원본’이 공개된 것입니다.○ “매번 자기혁신하는 투지로 성공”“다들 절 밀어낼 신인을 찾고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날 밀어내는 건 ‘새로운 나’ 뿐이어야 한다고요.”200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2집으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20세의 스위프트는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타임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정상에 올랐지만 정상의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었던 거죠. 그는 “당시 분위기에서 (젊은 여성) 가수의 생명은 29세가 끝이었다”며 “29세는 업을 잘 수행할 지혜가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을 나이지만, 업계는 (10대 신인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어) 외면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수가 되고자 스위프트는 자기혁신을 다짐했고 매번 실천했습니다. 수록곡 절반 이상을 다른 작사가·작곡가와 함께 만든 2집과 달리, 3집은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했습니다. 4집에서는 컨트리에서 나아가 팝에 도전했고 5집 ‘1989’에서는 아예 장르를 팝으로 틀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21일 “스위프트에게 2023년은 ‘야망’을 팔아 성공한 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티 팬들과 웨스트 등 유명인의 공격을 받고 타블로이드지의 지나친 관심에도 새로운 도전을 즐겨온 스위프트의 끈질긴 투지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혀 칩거에 들어간 스위프트는 1년 뒤 6집 ‘레퓨테이션(Reputation·명성)’을 내며 침묵을 깼습니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어두운 분위기로 돌아왔습니다. “옛날 테일러(Old Taylor)는 없어. 왜냐고? 죽었거든”이라는 가사의 노래로 웨스트를 저격하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앨범은 대성공했습니다. 나흘 만에 100만 장 넘게 팔리며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습니다.이 시기를 거치며 사랑받기 위해 살아온, 사랑받지 못해 무너졌던 스위프트는 자신이 사랑을 줄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자각하게 됩니다. 2019년 발표한 7집 이름도 ‘러버(Lover)’입니다. 팝스타들은 통상 새 앨범을 내면 월드투어에 나서지만 러버는 발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어 월드투어가 좌절됐습니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굴하지 않고 더욱 음악 작업에 몰두합니다. 2020~2022년 3년간 총 3개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기존에 발표한 앨범 2개를 재녹음해 내놓았습니다. 이 기간 새로 발표한 노래만 60곡이 넘습니다. 왕성한 창작력은 지난해를 휩쓴 ‘에라스(Eras·시대) 투어’ 콘서트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스위프트는 투어를 아직 돌지 못한 정규앨범 4개뿐 아니라 1집부터 10집까지 자신의 음악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이어지는 투어는 지난해 공연으로만 세계에 티켓 410만 장을 파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투어는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총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가까이 기여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역주행’ 열풍이 불어 진귀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위프트의 앨범 5개가 ‘빌보드 200’ 10위 안에 동시에 들었습니다. 6일자 주간 차트에서 1, 3, 5, 6, 10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가수는 스위프트가 유일합니다. 이달 1일에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운 ‘빌보드 200’에서 가장 오래 1위를 차지한 솔로 가수 기록도 깼습니다. 스위프트는 13개 앨범으로 총 68주간 1위를 차지했는데요. 그룹까지 포함하면 비틀스(132주, 19개)에 이어 2위입니다. 스위프트가 투어를 준비하기 위해 한 특훈을 따라하는 ‘스위프트 운동법’도 최근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연에서 부를 40여 곡을 순서대로 큰소리로 부르며 쉬지 않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훈련을 반년 동안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스위프트는 너무나 즐겁고 활기차게 팬들과 교감하며 지친 기색 없이 3시간이 넘는 공연을 휘어잡고 있습니다.○ ‘진정성’을 자신의 키워드로 만들다노래 스타일은 복제할 수 있어도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 해 대체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스위프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위프트의 일상은 타블로이드지를 통해 중계됩니다. 대중은 스위프트를 무척 궁금해합니다. 그러나 사진을 봐도 그의 생각과 감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스위프트는 이 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없이 솔직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노래에 담아냈습니다. 스위프트가 탁월한 스토리텔러가 된 배경입니다. 최근 곡에서 스위프트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부끄러워하지 말자는 ‘자기 긍정’ 메시지를 던지는데요, 이또한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 속 모습까지 완벽하게 연출해내는 시대에 스위프트의 진솔함은 더욱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는 지난해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하며 가장 먼저 스위프트를 언급했습니다. 메리엄웹스터는 “어센틱의 두 번째 뜻인 ‘자신의 성격, 개성, 특징에 충실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스위프트는 올해 자신의 진심과 자아를 좇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경제 분야에서 여성이 돋보인 한 해’라는 오피니언에서 “스위프트는 여성연대(womanhood)를 수억 달러짜리 왕조로 변화시켰다. 여성 개인(스위프트)의 경험이 가진 저력(force)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스위프트의 노래는 도대체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 걸까요. 팬들은 스위프트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진정성 있는 노래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연우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면 테일러의 머릿속과 심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에요. 가사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꾸밈없이 솔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라고는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정직하게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아요. 테일러는 사생활이 그대로 공개되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자신을 판단하는 많은 잣대에 고생했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을 잃지 않고,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에요.저는 중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어요. 아무도 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노래 ‘Mean’을 듣게 됐어요. ‘언젠가 나는 큰 사람이 될 거야. 넌 날 때리지 못할 거고 기껏해야 못되게 굴겠지. 너도 누군가한테 미움받아서 이렇게 됐겠지. 근데 나는 이 악순환을 끊을 거야’라는 내용의 가사를 들으며 저도 이곳을 떠나서 꼭 테일러처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테일러의 노래를 듣다 보면 저도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명심하게 돼요. 테일러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페르난다팬들마다 각자 다른 인생의 시기에 테일러랑 연결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테일러는 자신의 경험으로 곡을 만들지만 스위프티들이 완전히 이입할 수 있게 신경 써서 가사를 써요. 한번은 테일러가 콘서트에서 “노래는 세상에 나가는 순간 더 이상 저만의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의 것이기도 해요. 그렇게 느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걸 해내는 가수가 흔치 않잖아요. 저는 힙합 가수 베드버니를 좋아하지만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베드버니 노래를 찾진 않아요. 테일러의 노래를 듣죠. 제게는 최근 몇 년이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요. 인간관계 때문이에요. 가까운 친구들에게 배신당해서 너무 외로운데 주변 사람들이 뒤에서 제 욕을 했어요. 저를 악당으로 만들었더라고요. 이 시기에 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며 ‘킵 고잉’ 했어요. 계속 나아갔어요. 테일러가 앨범을 연달아 깜짝 발매해준 점도 큰 도움이 됐죠. ▽은교지난해에 나온 ‘Anti-Hero’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가사는 “내가 문제의 근원이야(I’m the problem)” “나 빼고 모두 예뻐 보여.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괴물 같아”라는 내용인데 당시 제 상황이랑 비슷했거든요. 힘든 시기에 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면서 극복하고 성장한 것 같아요. 요즘엔 이 노래를 다시 들어도 괜찮아요. 힘든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처럼 회상하게 돼요.(주: Anti-Hero는 불안감과 바닥난 자존감에 대한 노래다. 스위프트는 “이 노래에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들을 전부 담았어요. 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싫든 좋든 나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Anti-Hero는 정말 솔직해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라고 미 잡지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말했다.)▽성현테일러는 제게 있어서 일상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에서, 또 별일 없이 침대에 누워서 쉴 때 테일러의 음반을 틀어놓고 그랬어요. 듣다 보니 가족 간의 사랑이 아닌, 테일러가 그토록 노래하는 ‘사랑’이 무엇일까 궁금해했어요. 제가 성장하면서 겪은 여러 경험을 테일러의 노래와 비교도 해보고, 그 감정도 느껴보고 교훈도 얻으며 아티스트로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빠졌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1989’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발매된 앨범인데, 이 앨범을 들으면 과거의 추억들이 생생히 기억나요.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힘들었던 기억, 후회하게 된 선택들과 행동에 대한 기억도 모두 이 앨범에 담겨 있어요. 더 신기한 건 이 추억들이 이젠 다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분명 힘들고 괴로웠는데, 지금은 그저 즐겁고 긍정적으로 그 기억을 받아들이고 있어요.여러 스위프티들이 ‘최애곡’으로 꼽은 노래는 지난해 발표한 ‘You’re On Your Own, Kid’입니다. 두렵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나아가자는 내용의 노래인데요. “우정 팔찌를 맞추고 순간을 즐겨”라는 가사 한 줄 때문에 팬들이 콘서트장에 팔찌를 주렁주렁 차고 가 교환하는 문화까지 생겨났습니다. ▽사라“힘든 날이면 듣는 노래예요. ‘말하자면 긴데, 힘들었어. 말하자면 긴데, 나는 살아남았어’라는 가사의 ‘Long Story Short’도 좋아해요.”▽소미“저는 테일러의 사랑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테일러가 본인의 인생을 풀어내고, 들으면 위로받는 곡들을 많이 좋아해요.”▽연우“테일러는 “혼자인 게 두렵지 않다”고 말하지 않아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인정하죠.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자 축복이라고 팬들에게 말해줘요.”스위프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스위프트의 말로 맺어볼까 합니다. 그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내슈빌에서 2022년 ‘2010년대 대표 송라이터’ 상을 받으며 한 말입니다. ▽테일러좋은 노래는 여러분이 자신의 가장 진실된 감정과 만날 수 있게 해줘요. 그 감정을 이해하게 돕기도 하고요. 좋은 노래는 늘 곁을 지켜줘요. 인간관계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요. 송라이팅은 제 소명이에요. 송라이팅을 제 일이라고 부를 수 있어 행운입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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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의회, 고함만 쳐도 ‘당일 회의 퇴장’ 징계… 美하원 ‘거짓말쟁이’ ‘적에 부역’ 표현 금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상대를 악마화하는 막말이나 증오 언어를 퇴출해야 한다는 정치권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영미권 의회에서 관련 발언을 규제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미국 의회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표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으며 의장은 이를 제재하고 징계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 의회 제도의 상징으로 꼽히는 ‘PMQ(Prime Minister’s Question time)’에선 발언 예절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하원에서 총리가 30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통상 일정으로, 올해로 63년 된 영국 의회 전통이다. 지난해 5월 24일 폴 브리스토 보수당 의원은 PMQ 시작 4분 만에 “총리 답변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게 고함을 쳤다”는 이유로 하원의장에게 ‘당일 회의 퇴장’ 징계를 받았다. 국회미래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품위 규칙(decorum in the House and in committees)’을 통해 상대를 ‘거짓말쟁이’ ‘위선자’라고 부르거나 ‘비겁하게’ ‘적에 부역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2020년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이 논의될 때 법규위원회(Committee on Rules) 위원장은 토론 시 준수해야 할 별도의 ‘품위 규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엔 “동료 의원을 언급할 때는 그의 의도나 동기 자체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 “동료 의원의 개성적 요소를 특징화해 표현해서도 안 된다” 등이 포함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우리 국회에서는 ‘거짓말쟁이’ 같은 표현을 양념처럼 사용하지만 영미 의회에선 강하게 징계한다”며 “국회 윤리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서 증오 언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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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정치 걸러낼 공천시스템 필요…‘막말 근절’ 공약에 넣어야”

    “정치권이 증오와 대립,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증오 정치 조장 정치인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확실히 심사해 제재해야 할 것이다.”(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의원) “(극단적 언어를 사용한 후보에게 공천 심사 때 불이익을 줘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증오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 올해 4월 총선을 97일 앞둔 4일 여야 지도부 핵심 관계자들은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들을 배제할 필요성에 동감했다. 여야에선 극단적 발언과 막말로 정치 양극화를 선동하는 정치인을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증오 정치 걸러낼 공천 시스템 필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을 어떻게 처리할지 곧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기존에는 공관위가 만든 공천 심사 항목에 ‘사회적 물의’ 기준을 두고 막말이나 폄훼 발언 등을 한 정치인에게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줬다. 이를 ‘국민 분열적 발언’ 등으로 구체화해 공천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발언은 음주운전이나 범죄 전략과 달리 수치에 근거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관위원들이 정성 평가를 진행했는데, 실효성을 갖기 위해 별도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심사해야 한다는 것. 2020년 총선에서 여당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공천 때도 국민 분열적 발언을 한 사람들을 배제하려 했으나 그들이 대개 당 실세, 중진 등이어서 공관위원들이 겁을 내는 등 하지 못했다”며 “과감하게 컷오프 하려면 국민 추천제 등을 통해 공관위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5선인 서병수 의원은 “상대방을 증오하고 혐오를 부추겨 이익을 챙기겠다는 정치 문화부터 해체해야 한다”며 “이를 공천 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증오 언어 전력을 공천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말 총선 출마 예비 후보자 검증 기준에 막말 여부를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향후 공천 과정에서 증오 언어, 막말 여부를 공천 심사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여야 모두 당 내부 윤리위원회나 공천 시스템에서 지나치고 과격한 발언을 한 이들을 거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 않겠다’ 서약 받아야” “증오 정치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후보들이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여야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증오 발언 근절’ 공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초선)은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정치인들이 정치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선거 과정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치인을 아예 국회에서 퇴출하고 국회에서 증오 발언을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국회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 등을 못 하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고민할 시점에 왔다”며 “리더가 품격을 유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유권자가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증오 언어를 쓰는 교양 없는 정치인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뿐 아니라 아예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의원들의 금지 단어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관례에 따라 ‘배신자’ ‘거짓말쟁이’ ‘훌리건’ ‘쥐새끼’ 등을 ‘비의회적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회의 퇴장, 직무 정지 등 징계를 받는다. 데니스 스키너 당시 노동당 의원은 2016년 4월 회의에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교활한(Dodgy) 데이브”라고 불러 퇴장당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청주=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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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만 나와라’ 승무원 지시에 집 열쇠도 못챙겨”… 90초룰이 379명 살려

    2일 오후 5시 47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설원’으로 이름난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출발한 비행기답게 스키 여행객이 가득했다. 회사원 A 씨(47) 역시 즐거웠던 여행을 곱씹으며 좌석 모니터로 착륙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기 직전, A 씨는 “갑자기 ‘쿵’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여객기 날개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2일 발생한 하네다 공항 여객기 충돌은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던 JAL 여객기는 14명이 다쳤지만 모두 목숨을 건졌다. 기적 같은 탈출에 대해 미국 CNN은 “1985년 최악의 사고를 겪은 JAL이 ‘피로 쓴 교과서’를 40년째 잊지 않은 결과”라고 조명했다. ‘피로 쓴 교과서’란 1985년 8월 12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던 JAL 123기가 후지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했던 최악의 항공 사고를 일컫는다. 당시 한국인 6명도 목숨을 잃었다. 보잉 측의 수리 불량이 원인으로 알려진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는 4명뿐이었다. 이후 자체 안전기준을 강화한 JAL은 엄격하게 훈련받은 승무원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착륙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90초 룰’을 엄격하게 이행해 왔다. 2005년에도 도쿄 본사에 사고 잔해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안전 교육을 잊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도 연료 타는 냄새가 밀어닥친 뒤 순식간에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일단 침착하게 코와 입을 가려라”라고 안내한 뒤, 확성기를 사용해 “전방으로 탈출하라”고 외쳤다. 기내 방송은 문제가 발생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승객은 선반에서 짐을 꺼내려 시도했지만, 승무원들이 나서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조지프 하야시 씨(28)는 “승무원들이 ‘여행가방을 두고 나오라’고 외쳐 몸만 빠져나왔다. 집 열쇠도 챙기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탈출한 승객들은 안내에 따라 여객기로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곧이어 폭발음이 들리더니 여객기는 빠르게 화마에 휩싸였다. 승객 B 씨(59)는 “전부 대피하는 데 약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탈출구와 가장 먼 기체 뒤쪽에 앉아있던 C 씨(49)는 “1분만 늦었어도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일 밤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하던 JAL 여객기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에 진입하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국이 3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NHK는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이 활주로 진입 허가 여부를 놓고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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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무원 지시에 집 열쇠도 못챙겨”…90초룰이 379명 살렸다

    2일 오후 5시 47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설원’으로 이름난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출발한 비행기답게 스키 여행객이 가득했다. 회사원 A 씨(47) 역시 즐거웠던 여행을 곱씹으며 좌석모니터로 착륙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무사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는 기쁨도 잠시. A 씨는 “갑자기 ‘쿵’하고 큰소리가 나더니 여객기 날개가 화염에 휩싸였다”며 당시의 충격을 떠올렸다. 2일 발생한 하네다 공항 여객기 충돌은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여객기와 부딪힌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6명 가운데 5명 목숨을 잃었다. 반면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던 JAL 여객기는 14명이 다쳤지만 모두 목숨을 건졌다. 기적 같은 탈출에 대해 미국 CNN은 “1985년 최악의 사고를 겪은 JAL이 ‘피로 쓴 교과서’를 40년째 잊지 않은 결과”라고 조명했다.‘피로 쓴 교과서’란 1985년 8월 12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던 JAL 123기가 후지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했던 최악의 항공사고를 일컫는다. 당시 한국인 6명도 목숨을 잃었다. 보잉 측의 수리 불량이 원인으로 알려진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는 4명뿐이었다.이후 자체 안전기준을 강화한 JAL은 엄격하게 훈련받은 승무원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착륙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90초 룰’을 엄격하게 이행해왔다. 2005년에도 도쿄 본사에 사고 잔해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안전 교육을 잊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도 연료 타는 냄새가 밀어닥친 뒤 순식간에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일단 침착하게 코와 입을 가려라”고 안내한 뒤, 확성기를 사용해 ”전방으로 탈출하라“고 외쳤다. 기내 방송은 문제가 발생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승객은 선반에서 짐을 꺼내려 시도했지만, 승무원들이 나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조세프 하야시 씨(28)는 “승무원들이 ‘여행가방을 두고 나오라’고 외쳐 몸만 빠져나왔다. 집 열쇠도 챙기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탈출한 승객들은 안내에 따라 여객기로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곧이어 폭발음이 들리더니 여객기는 빠르게 화마에 휩싸였다. 승객 C 씨(59)는 “전부 대피하는 데 약 5분 밖에 걸리지 않았았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이처럼 신속한 대응으로 당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일본 국토교통성은 2일 밤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하던 JAL 여객기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진입하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국이 3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NHK는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이 활주로 진입 허가 여부를 놓고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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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비스 넘은 스위프트, 빌보드 솔로 최장 68주 1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사진)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상을 차지한 솔로 가수로 등극했다. 1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스위프트의 앨범 ‘1989(Taylor’s Version)’가 6일자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그가 발표한 13개의 앨범은 지금까지 68주간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총 10개의 앨범으로 67주 동안 1위를 했던 프레슬리가 갖고 있었다. 그룹까지 포함하면 모두 앨범 19장으로 132주 동안 1위에 오른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로, 스위프트는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08년 19세에 발표한 2집을 시작으로 모든 정규 앨범을 발매 직후 빌보드 200차트 1위에 올렸다. 2022년 발표한 10집 ‘미드나이츠(Midnights)’는 6주간 정상을 지켰다. 17세에 낸 데뷔 앨범은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에 1위에 오른 ‘1989(Taylor’s Version)’는 2014년 발표한 5집 ‘1989’ 수록곡 16곡을 전부 재녹음하고 신곡 5곡을 추가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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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엡스타인 재판문건 ‘익명 36’은 빌 클린턴”

    미성년자 성착취로 큰 파문을 일으킨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실명 공개가 곧 이뤄지는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사진) 또한 포함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 ABC뉴스는 엡스타인 관련 재판 문건에 50번 이상 등장하는 ‘익명 36’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고 1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명이 확인된 문건은 엡스타인에게 10대 시절 성착취를 당한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41)가 2015년 제기한 소송에 관한 서류다. 당시 주프레는 엡스타인뿐 아니라 그와 친분이 있었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등 각국 유력 인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약 150명이 익명으로 등장하는 이 문건에 대해 이달 1일 이후 일부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명이 공개되더라도 그가 직접적으로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 ABC 등은 재판 당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유명인들을 증인으로 부를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고, 그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여성으로부터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불법 행위는 없었으며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오래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의 유명 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고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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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비스 기록 깬 테일러 스위프트, 빌보드 68주 ‘최장기’ 1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상을 차지한 솔로 가수로 등극했다.1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스위프트의 앨범 ‘1989(Taylor’s Version)’가 이달 6일자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그가 발표한 13개의 앨범은 지금까지 68주간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총 10개의 앨범으로 67주 동안 1위를 했던 프레슬리가 갖고 있었다. 그룹까지 포함하면 모두 앨범 19장으로 132주 동안 1위에 오른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로, 스위프트는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08년 19세에 발표한 2집을 시작으로 모든 정규 앨범을 발매 직후 빌보드 200 1위에 올렸다. 2022년 발표한 10집 ‘미드나잇츠(Midnights)’는 6주간 정상 자리를 지켰다. 17세에 낸 데뷔 앨범은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에 1위에 오른 ‘1989(테일러의 버전)’은 2014년 발표한 5집 ‘1989’ 수록곡 16곡을 전부 재녹음하고 신곡 5곡을 추가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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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홍해서 후티 반군에 첫 공격… “확전은 원치 않아” 딜레마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해 온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선박들을 홍해에서 공격해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후티와 직접 교전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후티는 홍해 일대를 지나는 서방 주요국의 민간 선박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각국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일대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되자 미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후티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홍해를 지나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후티의 소형 선박 4척은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구축함 ‘그레이블리’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미 헬기에 발포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 4척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이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후티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최소 23차례 홍해를 지나는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측은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원과 선박을 잃었지만 후티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란의 정보수장 격인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수도 테헤란에서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대변인과 만났다. 두 사람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추가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홍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미국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후티와의 추가 교전은 이란의 추가 개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2개의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난 상황에서 후티와의 대결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밑에서 공들였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협상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성도 존재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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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 학대로 다리 잃은 英 9세 소년, 최연소 훈장 받는다

    친부모의 학대로 생후 6주 만에 양쪽 다리를 잃은 9세 소년 토니 허젤 군(사진)이 영국의 최연소 수훈자로 선정됐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오늘 발표된 찰스 3세 국왕의 새해 서훈 명단에 남동부 켄트 출신인 허젤 군이 올랐다”고 전했다. 허젤 군은 생후 40일경 친부모에게 폭행당해 사경을 헤매다가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양다리는 모두 무릎 아래로 절단했다. 의료진은 “폭행 뒤 너무 오래 방치돼 상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부모는 2018년 아동학대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허젤 군은 위탁 부모에게 입양된 뒤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2020년 당시 100세였던 톰 무어 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을 위해 집 마당을 100바퀴 돌며 모금에 나선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선활동에 착수했다. 같은 해 6월 허젤 군은 도움 없이 홀로 의족과 목발을 사용해 10km를 걷는 도전에 나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 모은 150만 파운드(약 25억 원)를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202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우고 아동학대 처벌 강화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모금액은 195만 파운드(32억원)에 이른다. 허젤 군은 “다른 아이들을 돕기 위해 한 활동이지만 신체적 도전 자체를 즐기기도 했다”며 “훈장을 받아 신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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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미사일 122발 등 개전후 최대 공습… 160명 사상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보복을 선언한 우크라이나는 하루 뒤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도시 벨고로드, 브랸스크 등에 공습을 가해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을 보복 공격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러시아군은 미사일 122발, 무인기(드론) 36대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를 포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습”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최소 약 40명이 숨지고 12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 주택 100곳 이상, 고층 빌딩 45곳을 비롯해 학교, 교회, 병원, 산부인과 등이 공격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방공 체계를 강화하고 전선을 러시아로 이동시키겠다”고 보복을 천명했다. 하루 뒤 우크라이나는 벨고로드 등에 공격을 가했다. 스케이트장, 쇼핑몰, 대학, 주택가 등에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또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최소 20명이 숨지고 1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해 12월 29, 30일 양일간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양측을 중재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으로 금지된 ‘집속탄’을 썼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 있어 인명 피해가 크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등은 러시아의 최대 규모 공습이 우크라이나의 무기 및 군수물자 부족 상황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등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라 강대국 러시아보다 더 많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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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최측근 “韓 플랫폼 규제 美와 마찰 가능성… 中엔 선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해 “미국엔 손해이나 중국공산당엔 선물인 규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내 점유율이 높은 구글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틱톡, 알리바바 같은 중국 IT 기업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발언의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평이 나온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8일(현지 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기 전 미국과의 관계, 디지털 경제 등에 미칠 2차, 3차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몇몇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자사 서비스 우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등도 ‘지배적 사업자’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자국 기업을 이용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등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 기업만 겨냥하는 법이 시행되면 워싱턴과 서울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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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6개국 42억 명이 투표소로… 지구촌 정치-경제 ‘새판’ 짠다 [글로벌 포커스]

    “전 세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를 맞고 있다.” 제니퍼 웰치 미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분석가의 말이다. 그는 세계 주요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4월 한국 총선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대만 인도 등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칠 선거가 몰려 있어 ‘슈퍼 선거의 해’로 꼽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세계인은 특히 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주목한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해 동맹국과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돌리며 더욱 중국을 옥죌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말했지만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톱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중대한 변동이 예상된다. 대만,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세계 정치·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구 전반에 걸쳐 생산 공급망과 안보 지형으로 촘촘히 연결된 한국으로서는 모든 선거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대리전 슈퍼 선거의 해 출발은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다. 대만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경쟁의 최전선이다. 미국에 대만은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이자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다. 최근 대만의 방어 역량 확대를 지원하는 2024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미국은 대만에 친중(親中)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흡수하려는 중국은 친중 정권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대만 언론 메이리다오뎬쯔보(報)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는 38.9% 지지율로 허우 후보(29.4%)를 앞섰다. 허우 후보는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4)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렸지만 단일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탓에 허사로 돌아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에만 중국 정찰풍선이 수차례 대만 상공에서 포착됐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 등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 약 120만 명이 총통 선거에 참여할 경우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인과 그 가족이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상으로는 집권 민진당이 다소 앞서지만 대만 ‘샤이(shy) 국민당’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투표 직전까지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해 친미(親美) 성향 정권이 수립된다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짜이시(王在希) 전 중국 국무원(정부 격)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23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 개최 포럼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 유권자 다수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점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해도 양안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월 러시아 대선 ‘스트롱맨’ 푸틴 독주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정하는 대관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9.3%로 집계됐다.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푸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기면 78세가 되는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30년까지 30년간 현대판 차르로 군림하게 되는 그는 개헌으로 두 차례 더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푸틴 대통령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은 올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 재선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정권 교체기로 들어가고 대만에도 불안이 증폭될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신 대통령이 유력한 푸틴이 이런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받고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하면 올 9월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북-러 ‘신(新)밀월 관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내년 3월 31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5월 말까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여서 모든 선거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계엄령을 일시 해제하고 대선을 치를지, 아니면 선거를 연기하거나 일정을 새로 잡을지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단 대선을 연기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을 보이라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선 모디 총리 ‘다극 세계 질서’ 주도할까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 총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총선이 한국의 대선 격이다. 유권자가 9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지역별로 투표 날짜가 달라 내년 4월 30일을 시작으로 5월까지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73)의 3연임이 매우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50%대로 높다.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모디 총리의 행보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인도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인 6.3%로 내다봤다. 모디 총리는 “세 번째 임기 안에 (미국, 중국에 이어) 경제 3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놓으면서 표심을 잡고 있다. 모디 총리의 정경유착 의혹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를 대신할 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야당 26곳이 이례적으로 결집해 인디아(INDIA) 연합을 결성했으나 정치적 구심점이 약해 총리 후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신흥국)’ 리더로서 입지를 노리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줄타기 외교’ 실력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4자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이끄는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협의체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서 극우 돌풍 이어지나유럽도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 대량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민족주의, 반(反)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워 수년간 빠르게 세력을 키워 온 극우 정당이 대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 기후변화 목표 조정 등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나와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영국은 내년 봄 또는 가을 총선이 유력하다. 영국은 현행법상 늦어도 2025년 1월까지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조기 총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보수당을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와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올 초 물가상승률이 10%에 이르면서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르자 고금리로 인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상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영국 내에서 “이토록 가난했던 때가 없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중미 멕시코 대선에선 사상 최초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과 야당 연합의 후보 모두 여성이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남성주의적 ‘마초 문화’가 지배하는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여권 신장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내년 3월 1일 총선을 실시한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후보 중 28% 이상이 자격을 잃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거 과정에 파행이 우려된다.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인구 2억4000만 명의 핵보유국 파키스탄도 내년 2월 의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아프리카 튀니지는 내년 10월경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日 기시다 지지율 추락 ‘포스트 기시다’ 주목 사실상 자민당 1당 독식 체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6) 현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취임 2년 2개월 만에 지지율 10%대로 추락한 가운데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내년 3월 혹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 전에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새로 선출된 총재가 사실상 차기 총리가 된다. 누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는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郎·60) 디지털상은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며 부친은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6) 전 자민당 간사장은 주요 정치인 중 과거사 등 한일 관계에 가장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2)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 극우 성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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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최측근 “韓 플랫폼 규제, 美와 마찰…中에 선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해 “미국엔 손해이나 중국공산당엔 선물인 규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내 점유율이 높은 구글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틱톡, 알리바바 같은 중국 IT 기업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발언의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평이 나온다.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8일(현지 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기 전 미국과의 관계, 디지털 경제 등에 미칠 2차, 3차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몇몇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자사 서비스 우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도 ‘지배적 사업자’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한미 빅테크 기업이 모두 규제 대상에 오르면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국 빅테크 기업만 어부지리를 누린다는 것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그는 “중국공산당은 자국 기업을 이용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등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 기업만 겨냥하는 법안이 시행되면 워싱턴과 서울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관계가 특별히 중요한 시점에 이런 마찰이 생긴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진단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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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AI 학습에 기사 무단사용”… 오픈AI-MS 상대 수조원대 손배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투자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며 수조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테크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 데 저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공짜 학습’에 대한 미 주요 언론사의 첫 소송이다. NYT는 27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MS와 오픈AI가 허가 없이 172년 동안 자사가 쌓아 온 기사 수백만 건을 챗봇 제작에 사용했다”며 “저널리즘에 대한 NYT의 막대한 투자에 무임승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챗GPT가 NYT 단독 기사를 통째로 암기해 답변한 사례를 증거로 제출하며 AI가 “언론과 경쟁하며 (언론) 산업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구체적인 배상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의 법적 및 실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신문협회도 28일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가 뉴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NYT, 챗GPT의 ‘기사 복붙’ 제시하며 “172년 투자에 무임승차” NYT, 오픈AI-MS에 수조원대 소송1년반 탐사보도 기사 베껴진 사례 등“콘텐츠 훔쳐 만든 대체품, 혁신 아냐”오픈AI “소유권은 존중… 소송 실망” “18개월 동안 인터뷰 600건을 담아 쓴 탐사보도에 오픈AI의 기여는 없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손해배상 청구 소장에서 챗GPT가 NYT 기사를 통째로 베꼈다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가 2019년 뉴욕 택시 면허에 대한 약탈적 대출 관행을 고발한 NYT 기사를 단어까지 거의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한 캡처 사진도 공개했다. NYT 측은 “자사가 172년 동안 축적해 온 기사와 제품 리뷰, 요리 안내, 칼럼 등 수백만 건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또 AI가 언론사를 대체하는 경쟁 제품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자사의 수조 원대 투자”를 편취해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에 따른 실제 손해가 수조 원이라고 밝혔다. ● “AI의 뉴스 무임승차 막아야” 오픈AI와 MS는 ‘AI 공짜 학습’ 논란으로 인해 AP통신을 비롯해 일부 언론사와는 저작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동시에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AI 훈련을 위해 이를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공정가치’를 위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원작자 조지 R R 마틴을 비롯해 미 유명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AI 훈련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저작권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소송의 쟁점은 해당 저작물을 실제 AI 훈련 데이터로 사용했는지, 저작물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는지, 이를 통해 실질적 손해를 입혔는지 등이 꼽힌다. NYT는 이번 소송에서 자사 기사를 챗GPT가 ‘단어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챗봇을 뉴스 산업의 ‘경쟁자’로 간주했다. 시사적인 질문에 대해 뉴스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해 독자를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에 기사를 무단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기사 문장을 그대로 답변으로 제공하며 경쟁자의 수익 기반을 해치는 것은 ‘공정가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NYT 측은 “우리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해, 우리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고, 우리로부터 독자를 뺏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오픈AI와 MS가 자사의 저널리즘 투자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900억 달러(약 116조 원)에 달하며 소비자와 기업용 유료버전으로 내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예상된다. NYT 측은 또 챗GPT가 허위정보를 NYT 출처로 제공해 브랜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에 드는 비용은 누가 내나 오픈AI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유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NYT와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해 왔기에 이번 소송이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NYT는 올 4월부터 오픈AI 측과 협의를 벌였지만 결렬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NYT의 소송에는 정제된 기사를 위한 언론사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NYT 측은 “전체 직원 중 2600명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고 있다. 매일 평균 250건 이상의 새 기사를 게시하고 정확성을 담보하려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노력이 AI와의 경쟁 등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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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러 사이 ‘줄타기 외교’로 몸값 올리는 인도

    “인도의 직접적인 도움 덕분에 양국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7일 러시아를 방문한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을 만나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첨단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애’를 받으면서 동시에 서방에서 고립된 러시아와도 협력하는 ‘줄타기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이날까지 닷새간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각각 회담했다. 양측은 무기 공동 생산, 원자력발전소 공동 건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협력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모디 총리의 외교 책사로 최근 인도의 공격적 외교 행보를 주도한 인물이다. 인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와중에 인도가 ‘우회로’ 역할을 해주며 양국 관계가 긴밀해졌다. 27일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 겸 에너지장관은 국영 로시야24 방송에 “최근 원유 수출의 40%가 인도로 갔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대(對)인도 수출량이 거의 없었으나 2년 만에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데에는 인도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인도와 러시아의 이 같은 밀착에도 공개적인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그런 인도를 괜히 자극할 필요가 없다. 6월 모디 총리의 미 국빈 방문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인도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히말라야 국경 및 남중국해를 두고 인도와 중국 간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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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치매’, 유전자보다 우울증 - 술이 더 위험

    40, 50대에 발병해 ‘젊은 치매’로 불리는 초로기(初老期) 치매를 일으키는 12가지 위험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어섰을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의 증세가 있는 기립성 저혈압과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을 앓는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2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와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영국인 35만여 명을 추적 관찰하며 만 65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485명을 대상으로 주요 위험 인자 12가지를 규명해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4.2배), 우울증(3.25배), 알코올 의존 및 남용(2.39배) 증세를 가진 경우 비교군 대비 발병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APOE4’를 보유한 사람(1.87배)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65세 이전 치매, 사회적 고립땐 발병 위험 더 커” 낮은 사회적 지위 등도 영향 미쳐뇌졸중 환자 등도 발병 확률 높아“가족-친구와 사회적 활동하고취미 생활-꾸준한 운동해야 예방” 65세 미만에 나타나는 초로기(初老期) 치매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적 고립 등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와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26일 발표한 ‘젊은 치매 발병의 위험 요인’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초로기 치매에 걸릴 확률은 비교군 대비 각각 1.82배, 1.53배 높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저장된 65세 미만 35만6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최근 10년간 추적 관찰해 치매 진단을 받은 485명과 나머지 사람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젊은 치매’를 부르는 고순위 위험 인자는 기립성 저혈압(비교군 대비 발병률 4.2배) 우울증(3.25배), 알코올 의존 및 남용(2.39배) 순이었다. 연구팀은 다만 “위험 인자를 지녔다고 꼭 초로기 치매를 앓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전체 기립성 저혈압 환자와 우울증 환자 중 초로기 치매가 발병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뇌졸중 환자와 심장질환자도 발병 확률이 비교군 대비 각각 2.07배, 1.61배 높게 나타났다. 두 질환 모두 고혈압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D 결핍 상태에서 발병률은 1.59배, 난청 환자는 1.56배 높았다. 일부 위험 인자는 특정 성별과 연관성을 보였다. 같은 당뇨병 환자라도 남성의 경우에만 초로기 치매 발병 가능성이 1.65배 높았다. 여성의 경우 염증 수준을 드러내는 ‘C 반응성 단백’ 수치가 높은 사람의 발병률이 1.54배 높았다. 연구팀은 CNN 인터뷰에서 초로기 치매 예방책으로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지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취미 생활에도 힘쓰라”라고 권고했다. 또 걷기처럼 가벼운 운동일지라도 꾸준히 신체 활동을 하고, 가까운 병원에 정기 방문해 자신의 혈압·콜레스테롤·비타민D 수치 등을 확인해 관리하며 난청 증세가 있으면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사용하라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젊은 치매 예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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