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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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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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1~2024-04-20
국제일반23%
인사일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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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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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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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3%
  • ‘친미반중’ 택한 대만…中, 압박 높이며 길들이기 나설 가능성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첫 타자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대만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외보·군사수단을 총동원해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만해협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직·간접적 파장이 불가피한 한국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이날 득표율 40.1%(558만6019표)를 얻어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득표율 33.5%·467만1021표)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득표율 26.4%(369만466표)를 제쳤다. 이로써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라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2024년 세계 선거의 해,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거뒀다”라면서“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중 민주주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미·반중-친중 구도의 선거에서 민심은 친미·반중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또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 중국의 군사 위협을 의식한 듯 “대만 국민이 외부 세력(중국)의 개입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고 자평했다.라이 당선인의 승리 원인으로 중국의 위협,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대만은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는 발언 등이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민진당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은 커 후보의 선전 또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나 야권 지지 성향 표를 분산시켰다.다만 민진당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어 국민당(52석)에 제1당을 내줬다. 라이 당선인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데다 의회에서도 제2당으로 밀려 정국 운영은 물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며 그의 승리를 반겼다. 반면 중국은 “민진당은 대만 주류 민심과 괴리가 있다. 조국 통일은 필연”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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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중·친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민진당 3연속 집권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이자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첫 선거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이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친중국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3)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을 친중 성향으로 정권교체 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라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실시간 개표 상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개표율 93% 기준 라이 후보는 518만8867표를 얻어 득표율 40.4%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2위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 후보는 428만3647표(득표율 33.3%)를 얻었다. 1, 2위 표 차이가 90만5000여 표에 달하면서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허유 후보는 같은 시간 패배를 선언했다. 라이 후보 측은 직후 오후 8시 반에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막판까지 선전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는 337만4921표(득표율 26.3%)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에서 2000년 이후 계속 이어져 온 ‘정권교체 8년 주기설’이 깨졌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해 온 대만은 2000년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가면서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에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8년에 이어 이번에 4년을 더해 12년 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것처럼 집권 이후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며 ‘대만 독립’ 기조를 내세울 경우 양안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인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대만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차이 총통보다 반중 성향이 더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개적으로 대만이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만을 제 2의 홍콩, 제 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비판하며 “대만 독립 강경론을 완고하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 당선인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두 살 때 아버지가 탄광 폭발 사고로 사망하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과의사 생활을 하다가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4선에 성공했고, 2010년부터 7년간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에 올랐고, 지난해 1월 15일에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에서 물러난 차이 총통에게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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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중-반중 이념장사 그만”… 지지율 21% 제3후보 막판 변수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부모님 앞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지지하는 척해요. 하지만 투표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에게 할 거예요.” 11일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강 인근 커원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23세 대학원생 량(梁)모 씨(여)는 “민진당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주택, 임금, 연금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래 친구 중에서도 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반중, 친중이라는 이념 대립에만 골몰한다. 양당 체제를 깨고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국민당을 지지했지만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겠다는 식당 주인 천(陣)모 씨(36)는 2014∼2022년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후보가 당시 더럽고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전 시장들은 손도 못 대던 곳을 커 후보가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난먼의 성공’은 이념 장사에 빠진 양대 정당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민중당을 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커 후보, 득표율 20% 넘길지 관심 13일 대만에서는 대선 격인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는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1996년부터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권력을 양분하며 확고한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제3정당 출신의 총통 후보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의 대선에 모두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016년 대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5% 미만 득표율을 얻었다. 올해 대선은 커 후보의 선전으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말 롄허보 조사에 따르면 커 후보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13일 선거에서도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를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의 지지자들은 민중당의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두고 ‘커원저 총통(Ko Wen-Je President)’이라고 외친다. 11일 롄허보는 민중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입법원 113석 중 5석만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 자릿수 의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커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는 당선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한 것 또한 일단 의회 권력을 다져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경제’(34.2%)로 꼽았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18.1%에 그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커 후보 또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자신이 집권해야 낮은 임금, 비싼 집값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현직 총통도 출동 민진당과 국민당에서는 각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또한 유세에 나서 각각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지원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타이베이 도심 유세에 라이 후보와 같이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라이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나를 믿는다면 라이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같은 날 중부 타이중 유세에서는 “나는 이미 ‘국가 운영’이라는 자동차의 열쇠를 라이 후보에게 넘겼다”고 했다. 마 전 총통은 허우 후보를 칭찬하는 것보다 라이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데 주력하며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의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마 전 총통이 “대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반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바람에 그의 유세가 오히려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표 하루 전날인 12일 거대 양당은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유세에 주력했다. 두 정당은 약 1km도 안 되는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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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중·친중 보단 경제” 제3후보 커원저, 20% 득표 성공할까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부모님 앞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지지하는 척해요. 하지만 투표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에게 할 거예요.”11일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강 인근 커원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23세 대학원생 량(梁)모 씨(여)는 “민진당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주택, 임금, 연금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래 친구 중에서도 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반중, 친중이라는 이념 대립에만 골몰한다. 양당 체제를 깨고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최근까지 국민당을 지지했지만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겠다는 식당 주인 천(陣)모 씨(36)는 2014~2022년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후보가 당시 더럽고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전 시장들은 손도 못 대던 곳을 커 후보가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난먼의 성공’은 이념 장사에 빠진 양대 정당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민중당을 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커 후보, 득표율 20% 넘길지 관심13일 대만에서는 대선 격인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는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1996년부터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권력을 양분하며 확고한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제3정당 출신의 총통 후보에 대한 관심도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의 대선에 모두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016년 대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5% 미만 득표율을 얻었다.올해 대선은 커 후보의 선전으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말 롄허보 조사에 따르면 커 후보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13일 선거에서도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를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의 지지자들은 민중당의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두고 ‘커원저 총통(Ko Wen-Je President)’이라고 외친다. 11일 롄허보는 민중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입법원 113석 중 5석만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자릿 수 의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커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는 당선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한 것 또한 일단 의회 권력을 다져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경제’(34.2%)로 꼽았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18.1%에 그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커 후보 또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자신이 집권해야 낮은 임금, 비싼 집값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현직 총통도 출동민진당과 국민당에서는 각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또한 유세에 나서 각각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지원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타이베이 도심 유세에 라이 후보와 같이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라이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나를 믿는다면 라이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같은 날 중부 타이중 유세에서는 “나는 이미 ‘국가 운영’이라는 자동차의 열쇠를 라이 후보에게 넘겼다”고 했다.마 전 총통은 허우 후보를 칭찬하는 것보다 라이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데 주력하며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의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마 전 총통이 “대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반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바람에 그의 유세가 오히려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투표 하루 전날인 12일 거대 양당은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유세에 주력했다. 두 정당은 약 1km도 안 되는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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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英서 온 유권자 “제2홍콩 안돼”… 在中기업인 “反中이 경제 망쳐”

    11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오전부터 인파로 북적거렸다. 특히 상대적으로 차분한 출국장과 달리, 입국장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대만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고향을 찾은 기업인 여모 씨(49)는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하겠다. 지난 8년간 중국과의 관계가 망가진 탓에 회사 매출이 크게 줄었다”면서 집권당을 비판했다. 반면 은퇴 후 영국에서 지내다 고국을 찾은 왕위시아 씨(63)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가 중국 정부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된 일을 떠올리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이긴다면 대만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13일 대만 대선 격인 총통 선거를 앞두고 소문으로 무성하던 ‘귀향 투표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가운데 첫 주자인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막판으로 갈수록 현지는 긴장감마저 흐르는 모습이었다.● ‘타이상 귀향 독려’로 승부수 던진 中 대만 재외국민들은 전체 인구(2300만 명)의 10% 수준인 약 200만 명. 이 가운데 100만 명 정도는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재자 투표제가 없는 대만은 표를 행사하려면 총통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중국은 이번에 투표 독려를 위해 ‘타이상(臺商·중국 진출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항공권 할인도 해주고 있다. 쯔유(自由)시보 등 대만 언론은 10일 “중국이 주중 대만 기업인 10만 명을 목표로 귀향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할인 항공권을 제공하도록 항공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대만 국적자에겐 대만행 항공권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들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지지자들이 많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회복되면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권당이자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중국의 부정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위 초접전 “50만 표 박빙 승부” 투표일을 이틀 앞둔 11일 각 후보 측은 수도 타이베이나 최대 도시 신베이를 집중 공략하며 밤 늦게까지 유세전을 펼쳤다. 이는 현재 1·2위 후보가 초접전 양상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2일 대만 롄허보 발표에 따르면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32%,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27%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라 누구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라이 후보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시를 시작으로 타이베이시 총통부 앞에서 유세를 벌였다. 그가 “민진당에 투표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길”이라고 호소하자 유세장에 모인 수백 명의 지지자는 민진당의 상징색인 녹색 깃발을 흔들며 화답했다. 허우 후보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양안 관계 강화뿐 아니라 대만과 미국 간 정보 교류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막판 지지율 역전을 위해 중도층 흡수에 주력했다. 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 유세장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세 후보 가운데 커 후보가 가장 탐욕적이지 않아 신뢰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2020년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은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중국의 강경 진압에 따른 반사 효과로 당시 국민당 후보를 264만 표라는 큰 표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2년 총통 선거에선 80만 표 차이로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당선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도 50만 표 안팎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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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 날아간 보잉機 같은 기종 10대서 헐거워진 볼트 발견”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 중 여러 대에서 ‘도어 플러그(door plug)’의 나사(볼트)가 헐겁게 조여진 걸 확인했다.”(미국 유나이티드항공) 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조립 불량’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어 플러그는 불필요한 비상구를 막아 기내 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창문과 벽체로 이뤄진 패널 부품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8일 자사가 보유한 맥스9 여객기의 안전 점검에 착수한 결과 도어 플러그 여러 개에서 나사가 제대로 조여져 있지 않은 경우를 발견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10개 가까이 되며 아직 전수 조사가 끝나지 않아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이 보잉의 과실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로 미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중지를 명한 맥스9는 171대로, 유나이티드항공은 79대를 보유하고 있다. FAA는 “모든 항공사에 강화된 점검 기준을 전달했고, 점검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맥스9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이번 사태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위기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보잉 탑승 회피’ 움직임이 확산되며, 8일 종가 기준 보잉 주가는 8.03%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로 보잉 시가총액 120억 달러(약 15조7500억 원)가 날아갔다”고 전했다. 보잉의 과실이라 단정 짓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해당 사고 여객기의 운항사인 알래스카항공이 안전 조치를 적절히 했는지도 현재 조사 중이다.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7일 “일단 도어 플러그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해야 할 단계”라며 “아직 어떤 결론도 쉽사리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도어 플러그는 인근 포틀랜드 주택가 뒷마당에서 발견됐다. 도어 플러그는 무게가 약 28kg이나 돼 사람이나 건물에 떨어졌으면 또 다른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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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 중 벽 뚫린 보잉기…동일 기종서 헐거워진 볼트 또 발견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 중에 무려 여러 대에 ‘도어 플러그(door plug)’의 나사(볼트)가 헐겁게 조여진 걸 확인했다.”(미국 유나이티드항공)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조립 불량’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어 플러그는 불필요한 비상구를 막아 기내 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창문과 벽체로 이뤄진 판넬 부품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8일 자사가 보유한 맥스9 여객기의 안전 점검에 착수한 결과, 도어 플러그 여러 개에서 나사가 제대로 조여져 있지 않은 경우를 발견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10개 가까이 되며 아직 전수 조사가 끝나지 않아,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사고가 보잉의 과실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로 미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중지를 명한 맥스9 171대로, 유나이티드항공은 79대를 보유하고 있다. FAA는 “모든 항공사에 강화된 점검 기준을 전달했고, 점검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맥스9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이번 사태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위기로 번지는 것은 아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보잉 탑승 회피’ 움직임이 확산되며, 8일 종가 기준 보잉 주가는 8.03%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로 보잉 시가총액 120억 달러(약 15조7500억 원)가 날아갔다”고 전했다.보잉의 과실이라 단정 짓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해당 사고 여객기의 운항사인 알래스카항공이 안전 조치를 적절히 따랐는지도 현재 조사 중이다.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7일 “일단 도어 플러그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해야 할 단계”라며 “아직 어떤 결론도 쉽사리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도어 플러그는 인근 포틀랜드 주택가 뒷마당에서 발견됐다. 도어 플러그는 무게가 약 28kg나 돼 잘못 떨어졌으면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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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례 공습에 가족 5명 잃었지만… “가자 참상 계속 보도할 것”

    “가족 5명을 잃었지만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보도할 겁니다.” 지난해 10월 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난민촌 공습으로 부인, 자식 2명, 손자를 잃었지만 곧바로 현장 생중계에 복귀해 주목받았던 아랍권 최대 보도채널 알자지라방송의 와엘 알 다흐두흐 가자지구 지국장(54)이 7일 같은 회사의 카메라 기자로 근무하던 장남 함자(28)까지 잃었다. 이번 전쟁으로 가족 5명을 잃은 것이다. 다흐두흐 지국장은 같은 날 치러진 함자의 장례식에도 평상시 모습대로 ‘언론(press)’이라고 적힌 파란색 방탄조끼를 입고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함자가 가자지구 남부의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인근 난민촌을 취재하러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함자 외에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동료 기자 1명 또한 숨졌고 3명은 부상을 입었다. 해당 차량은 지붕과 보닛이 모두 사라져 공습 당시의 참상을 짐작하게 했다. 다흐두흐 지국장은 부인과의 사이에서 여덟 명의 자녀를 뒀다. 장남이자 언론계 후배인 함자는 동생들에겐 든든한 기둥이었다. 함자의 장례식에서 여동생들은 시신 위에 쓰러져 오열했다. 이들은 “이제 우리에겐 아빠만 남았다”고 절규했다. 다흐두흐 지국장도 지난해 12월 취재 중 공습으로 부상을 당했다. 이날도 오른손에 보호대를 낀 채로 싸늘해진 장남의 손을 꼭 쥐었다. 장남의 장례식을 마친 그는 “가자지구의 민간인과 언론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라. 이곳에 정의는 없다”고 분노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이달 4일까지 최소 77명의 언론인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CPJ는 “함자 사건에 대한 독립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중동 전쟁의 확전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 주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같은 날 카타르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가리켜 “(중동 전역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분쟁”이라고 우려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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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고 있던 옷 벗겨져 날아가”… 비행중 벽 한쪽 뻥 뚫린 보잉機

    “비행기 벽이 뻥 뚫린 걸 보자마자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주말을 앞둔 5일 금요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비 응우옌 씨(22)는 좌석에 앉자마자부터 살짝 졸고 있었다. 이륙한 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굉음에 눈을 뜬 그 앞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펄럭거렸다. 놀라 옆을 보니 여객기 벽 한쪽이 뜯긴 듯 뚫려 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구멍 너머 검은 밤하늘을 보며 죽음이 다가왔음을 절감했다”고 했다. 연초 일본 하네다공항 비행기 충돌 사고에 이어 미국에서도 대형 비행기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날아가던 여객기 기체가 부서지며 20여 분 동안 ‘죽음의 운항’이 이어져 승무원과 승객 177명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비상 착륙해 인명 피해는 비켜 갔으나 규제 당국은 기체 결함 등을 의심하며 정밀 조사에 나섰다.● “운항 중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 뜯겨 나가” CNN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7분경 포틀랜드공항을 떠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출발 6분 만에 회항을 결정해 오후 5시 27분경 다시 출발지로 돌아갔다. 사고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구가 뜯겨 나가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행기는 시속 440마일(약 708km)로 1만6000피트(4876m) 상공을 날고 있었다. 다행히 구멍이 난 해당 벽면 바로 옆 좌석엔 승객이 없었다. 그러나 구멍으로 공기가 쉭쉭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고, 그 바람에 근처에 있던 10대 소년이 입고 있던 셔츠가 통째로 벗겨져 밖으로 빨려 나갔다. 승객 스테퍼니 킹 씨는 “소년의 엄마가 ‘우리 아이 옷이 찢어졌다’고 비명을 질러 승무원들이 즉시 다른 자리로 옮겨줬다”고 CNN에 전했다.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기내에선 헐떡이는 소리도 들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이 승무원들의 노력으로 잦아들자 기내엔 ‘절망의 적막’이 찾아왔다. 킹 씨도 “나 역시 죽겠구나 싶어 남자친구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한동안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오던 기내에서 승객들은 “잠시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는 기장의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자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승객들은 눈물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알래스카항공 측은 6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은 모두 무사하다. 일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모두 귀가했다”라고 밝혔다.● 같은 기종 잇단 사고… 탑승 기피 움직임도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포틀랜드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했다. 또 미 연방항공청(FAA)은 다음 날인 6일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9의 운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즉각 점검을 명령했다. 현재 미 항공사가 보유했거나 미국 내에서 운항하는 해당 기종은 171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점검을 마치고 다시 운항에 투입됐다. 보잉은 “FAA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조사를 위해 규제 당국, 고객사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종은 크기가 작은 순서대로 7, 8, 9, 10으로 구성된 737 맥스의 하위 기종으로 2017년 출시됐다. 항공정보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지난해 11월 처음 운항해 지금까지 145차례 비행했다. 737 맥스의 다른 하위 기종 맥스8은 2018년 인도네시아와 2019년 에티오피아에서 두 차례나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지는 참사를 겪었다. 출시 2년도 안 된 맥스8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안전시스템 결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737 맥스 기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탑승 기피 운동’도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선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 명단이 공개됐으며, 예약번호로 기종을 확인하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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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륙 직후 벽 한쪽 뜯겨나간 보잉기…승객들 ‘20분 공포의 비행’

    “펑하는 충격음이 들렸어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죠.”주말을 앞둔 5일 금요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던 비 응우옌 씨(22)는 좌석에서 앉자마자 살짝 졸고 있었다. 이륙한 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작스런 굉음에 눈을 뜬 그 앞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펄럭거렸다.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여객기 벽 한쪽이 뭔가로 뜯어낸 듯 구멍이 나 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구멍 너머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죽음이 도래했다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연초 일본 하네다 공항 비행기 충돌 사고에 이어 미국에서도 대형 비행기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날아가던 여객기의 기체가 부서지며 20여 분 동안 ‘죽음의 운항’이 이어져, 탑승객 177명은 충격과 절망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긴급 비상 착륙하며 인명 피해는 비껴갔으나, 규제당국은 기체 결함 등을 의심하며 정밀 조사에 나섰다. ● 옆자리 청소년 셔츠가 빨려들어가CNN에 따르면 5일오후 5시 7분경 포틀랜드공항을 출발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출발 6분 만에 회항을 결정해 5시 27분경 다시 포틀랜드 공항으로 돌아왔다. 알래스카항공은 6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 177명 모두 무사하다. 일부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현재 는 모두 귀가했다”고 밝혔다.사고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구가 뜯겨져 나가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시속 440마일(약 708km)로 운항 중이었으나, 해당 비상구 옆 좌석에는 승객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그 옆 쪽에 앉아있던 10대 소년은 입고 있던 셔츠가 통째로 벗겨져 밖으로 빨려 나갔다. 승객 스테파니 킹 씨는 “소년의 엄마가 너무 놀라 ‘우리 아이 옷이 찢어졌다’고 비명을 질러 승무원들이 즉시 다른 자리로 옮겨줬다”고 CNN에 전했다. 갑작스런 소란이 승무원들의 노력으로 잦아들자 기내에는 ‘절망의 적막’이 찾아왔다. 킹 씨도 “나 역시 죽겠구나 싶어서 남자친구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비행기가 무사 착륙해 완전히 멈춘 뒤에도 한참 동안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했다. 다들 너무 큰 충격을 겪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오던 기내는 “잠시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오자 긴장이 풀어졌다. 그제야 승객들은 눈물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 뜯어진 듯”다음날인 6일 미 영방항공청(FAA)은 사고기종인 ‘보잉 737MAX 9’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모두 즉시 점검을 받으라”고 명했다. 현재 미 항공사가 보유했거나 미국 내에서 운항이 예정된 보잉 737MAX 9은 171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기종은 이미 점검을 마치고 다시 운항에 투입되고 있다. 보잉은 “FAA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사고 조사를 위해 규제당국, 고객사와 긴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즉시 포틀랜드에 진상 조사단을 파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장 사진 분석을 토대로 보면, 사용하지 않아 벽으로 개조한 비상문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해당 기종은 크기가 작은 순서대로 7, 8, 9, 10로 구성된 737MAX의 하위기종으로 2017년 출시됐다. 항공정보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알래스카항공 1282편은 지난해 11월 첫 운항을 시작해 지금까지 145번 비행했다. 737MAX의 다른 하위기종 8은 2018년 인도네시아와 2019년 에티오피아서 두 차례나 운항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출시 2년도 안 된 MAX 8에서 참사가 잇따르자, 안전시스템 결함 의혹이 제기됐으며 보잉 측의 과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 운행을 중단시켰고, 결함 보완 후 2020년 12월 운항을 재개했다. 이번 사고로 737MAX 기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탑승 기피 운동’도 번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 명단이 공개되고 있으며, 예약번호를 통해 항공기 기종을 확인하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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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기 대부’ NRA 라파에르, 횡령 스캔들로 33년 만에 사임

    전미총기협회(NRA)를 미국 보수 진영 최대 로비단체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총기 옹호 세력의 얼굴’ 웨인 라피에르 최고경영자(CEO) 겸 부회장이 기부금 횡령 스캔들로 33년 만에 사임했다.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라피에르가 자신에 대한 기부금 횡령 관련 민사재판 개시를 이틀 앞두고 사임 의사를 표명한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2020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라피에르가 NRA 자금 수백억 달러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비영리법인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민사재판이다. 이번 재판은 라피에르가 배상할 금액 뿐 아니라, 연간 모금 액수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NRA의 독립 회계감사 도입 여부와도 연관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검찰 측은 라피에르가 가족여행에 50만 달러(약 6억6000만 원)를 썼으며, 업무 관련성이 없는 제3자의 전용기 대금에도 5년간 총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 원) 대신 결제해주는 등 NRA 자금 수백만 달러를 무단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피에르는 미 총기옹호 진영의 대표적인 얼굴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총기를 구매했을 정도로 총기와 인연이 깊지 않으나, 뛰어난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CEO까지 올랐다. 그는 2010년대 연이은 대규모 총기난사 참극 국면에서도 “총은 총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총기 규제를 집요하게 막아냈다.원래 정치권 진입을 노리다가 NRA에 발을 들인 라피에르는 NRA 지도자 중 처음으로 ‘사격문화권’ 밖에서 자란 인물로 꼽힌다. 버지니아주 서부 최대 도시인 로아노크 출신으로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하지만 1978년 29세에 NRA 로비팀에 입사한 그는 13년 만에 CEO 자리에 오를 정도로 고속 승진했다. 조직이 내홍을 겪고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도입되던 1990년대에 실력을 발휘하며 NRA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라피에르는 총기 이슈를 정치적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의 정체성은) 총기 애호가가 아닌 정치 중독자”라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라피에르 사임으로 NRA의 한 시대가 저물었으나 현실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NRA의 횃불을 이어받은 형국이다. 무장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옹호하고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NRA는 트럼프 캠프에 선거 자금 3100만 달러(약 408억 원)를 보태 보수진영의 큰손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 시기 회원 수는 600만 명, 연간 모금액은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넘겨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NRA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수십 건의 반(反)규제 소송을 장기간 진행하며 연간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라피에르 스캔들까지 겹치며 지난해는 회원 수가 42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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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테일러 스위프트를 사랑하는 이유(feat. 팬덤 ‘스위프티’) [시차적응]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 “2023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현대(現代)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해.”지난해 12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컨트리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하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타임은 스위프트가 “층층이 분열된 세상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마지막 대중문화(monoculture·단일문화) 아이콘”이라 평가하며 “세상의 주인공이 스위프트였다. 모두가 매일 그를 이야기했다. 정치와 날씨에 버금가는 대화 소재였다”고 전했습니다. 가히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이클 잭슨 급에나 쏟아질 찬사입니다.하지만 한국은 다소 다릅니다. 골수 팬들이 적지 않지만, 미국 등에 비하면 스위프트란 태풍은 상대적으로 잔잔했습니다. 스위프트라고 하면 금발과 빨간 입술, 캣 아이라인을 떠올리는 분들은 많겠지만, ‘스토리텔러’란 칭호엔 갸우뚱할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싱어송라이터이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 걸까요.이를 이해하려면 스위프트가 밟아온 삶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스위프트의 팬덤 ‘스위프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국내외 스위프티 8명이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남들이 원하는 내가 되었다”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메릴린치에서 일하는 증권 중개인, 어머니는 마케팅 업계 종사자였죠. 스위프트는 또래와 달리 어릴 때부터 페이스 힐이나 딕시 칙스 같은 컨트리 가수를 좋아했습니다. 직접 작사·작곡도 하며 컨트리 가수를 꿈꿨습니다. 열두 살에 부모님을 설득해 ‘컨트리 음악의 고향’ 테네시주 내슈빌로 이사갈 정도였으니 대단한 열정입니다. 내슈빌은 단박에 그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스위프트는 15세에 유명 컨트리 음악 제작사인 빅머신레코드와 계약하고, 17세엔 데뷔 앨범을 냈습니다. 이 앨범은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5위까지 올랐습니다. 2년 뒤 두 번째 앨범 ‘피어리스(Fearless)’는 더욱 뜨거웠습니다. 19세에 세계적 팝스타로 자리매김한 거죠. 당시 미국이라고 해서 컨트리 장르가 절대적인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스위프트는 중고교 시절 “컨트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경험도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스위프트의 인기는 독보적이고 이례적이었습니다.그러자 스타가 된 스위프트에겐 상상을 초월하는 세간의 관심이 몰렸습니다. 남자친구와 연애사가 미주알고주알 알려진 건 예상 가능한 일이죠. 시시각각 살짝살짝 변하는 몸매까지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스위프트는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상냥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2020년)’를 보면 당시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칭찬받기 위해서, ‘네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았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원하는 제가 되는 데 성공했어요”라고도 했죠. ○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잠적하다 스위프트가 ‘스토리텔러’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이때부터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2집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직후 열린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충격적인 ‘세기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대접받던, 당시 가장 인기 많던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무대에 난입한 것입니다.‘여성 비디오’ 부문 상을 탄 스위프트가 “꿈만 같다”며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데, 32세 웨스트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와 20세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뺏었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마이크는 다시 돌려줄 건데 비욘세가 최고였어.”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비화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웨스트 비판 성명을 내놓기도 했죠. 그러나 스위프트는 시상식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웨스트의 팬이다. 악감정은 없다”고 답하는 등 주목도를 낮추려고 노력했습니다.사건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위프트는 계속해서 승승장구했죠. 스무곡 내외로 실린 정규앨범을 2년마다 내놓으며 왕성하게 활동했고, 그때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2014년 낸 5집 ‘1989’로는 이듬해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죠. 여성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두번 수상하는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그런데 웨스트는 여전히 ‘돌아이’였습니다. 2016년, 스위프트를 희롱하는 노래를 덜컥 발표합니다. 스위프트가 유명해진 건 자신 덕분이니, 스위프트와 성관계를 할 자격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스위프트에게 동의를 구한 가사”라며 해당 대화가 담긴 통화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여론은 급변했습니다. “스위프트가 거짓말을 했다”며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던 스위프트는 벼랑 끝에 몰립니다.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잠적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스위프트는 “모두가 내가 사라지길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외국으로 나가 교류를 끊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스위프트의 나이 27세에 벌어진 일입니다.진실은 한참이 지나서야 밝혀졌습니다. 웨스트 측이 통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실이, 즉 스위프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죠. 2020년 웨스트의 휴대전화가 해킹되며 통화 녹음 ‘원본’이 공개된 것입니다.○ “매번 자기혁신하는 투지로 성공”“다들 절 밀어낼 신인을 찾고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날 밀어내는 건 ‘새로운 나’ 뿐이어야 한다고요.”200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2집으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20세의 스위프트는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타임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정상에 올랐지만 정상의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었던 거죠. 그는 “당시 분위기에서 (젊은 여성) 가수의 생명은 29세가 끝이었다”며 “29세는 업을 잘 수행할 지혜가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을 나이지만, 업계는 (10대 신인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어) 외면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수가 되고자 스위프트는 자기혁신을 다짐했고 매번 실천했습니다. 수록곡 절반 이상을 다른 작사가·작곡가와 함께 만든 2집과 달리, 3집은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했습니다. 4집에서는 컨트리에서 나아가 팝에 도전했고 5집 ‘1989’에서는 아예 장르를 팝으로 틀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21일 “스위프트에게 2023년은 ‘야망’을 팔아 성공한 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티 팬들과 웨스트 등 유명인의 공격을 받고 타블로이드지의 지나친 관심에도 새로운 도전을 즐겨온 스위프트의 끈질긴 투지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혀 칩거에 들어간 스위프트는 1년 뒤 6집 ‘레퓨테이션(Reputation·명성)’을 내며 침묵을 깼습니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어두운 분위기로 돌아왔습니다. “옛날 테일러(Old Taylor)는 없어. 왜냐고? 죽었거든”이라는 가사의 노래로 웨스트를 저격하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앨범은 대성공했습니다. 나흘 만에 100만 장 넘게 팔리며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습니다.이 시기를 거치며 사랑받기 위해 살아온, 사랑받지 못해 무너졌던 스위프트는 자신이 사랑을 줄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자각하게 됩니다. 2019년 발표한 7집 이름도 ‘러버(Lover)’입니다. 팝스타들은 통상 새 앨범을 내면 월드투어에 나서지만 러버는 발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어 월드투어가 좌절됐습니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굴하지 않고 더욱 음악 작업에 몰두합니다. 2020~2022년 3년간 총 3개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기존에 발표한 앨범 2개를 재녹음해 내놓았습니다. 이 기간 새로 발표한 노래만 60곡이 넘습니다. 왕성한 창작력은 지난해를 휩쓴 ‘에라스(Eras·시대) 투어’ 콘서트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스위프트는 투어를 아직 돌지 못한 정규앨범 4개뿐 아니라 1집부터 10집까지 자신의 음악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이어지는 투어는 지난해 공연으로만 세계에 티켓 410만 장을 파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투어는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총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가까이 기여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역주행’ 열풍이 불어 진귀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위프트의 앨범 5개가 ‘빌보드 200’ 10위 안에 동시에 들었습니다. 6일자 주간 차트에서 1, 3, 5, 6, 10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가수는 스위프트가 유일합니다. 이달 1일에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운 ‘빌보드 200’에서 가장 오래 1위를 차지한 솔로 가수 기록도 깼습니다. 스위프트는 13개 앨범으로 총 68주간 1위를 차지했는데요. 그룹까지 포함하면 비틀스(132주, 19개)에 이어 2위입니다. 스위프트가 투어를 준비하기 위해 한 특훈을 따라하는 ‘스위프트 운동법’도 최근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연에서 부를 40여 곡을 순서대로 큰소리로 부르며 쉬지 않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훈련을 반년 동안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스위프트는 너무나 즐겁고 활기차게 팬들과 교감하며 지친 기색 없이 3시간이 넘는 공연을 휘어잡고 있습니다.○ ‘진정성’을 자신의 키워드로 만들다노래 스타일은 복제할 수 있어도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 해 대체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스위프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위프트의 일상은 타블로이드지를 통해 중계됩니다. 대중은 스위프트를 무척 궁금해합니다. 그러나 사진을 봐도 그의 생각과 감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스위프트는 이 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없이 솔직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노래에 담아냈습니다. 스위프트가 탁월한 스토리텔러가 된 배경입니다. 최근 곡에서 스위프트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부끄러워하지 말자는 ‘자기 긍정’ 메시지를 던지는데요, 이또한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 속 모습까지 완벽하게 연출해내는 시대에 스위프트의 진솔함은 더욱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는 지난해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하며 가장 먼저 스위프트를 언급했습니다. 메리엄웹스터는 “어센틱의 두 번째 뜻인 ‘자신의 성격, 개성, 특징에 충실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스위프트는 올해 자신의 진심과 자아를 좇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경제 분야에서 여성이 돋보인 한 해’라는 오피니언에서 “스위프트는 여성연대(womanhood)를 수억 달러짜리 왕조로 변화시켰다. 여성 개인(스위프트)의 경험이 가진 저력(force)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스위프트의 노래는 도대체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 걸까요. 팬들은 스위프트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진정성 있는 노래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연우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면 테일러의 머릿속과 심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에요. 가사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꾸밈없이 솔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라고는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정직하게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아요. 테일러는 사생활이 그대로 공개되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자신을 판단하는 많은 잣대에 고생했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을 잃지 않고,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에요.저는 중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어요. 아무도 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노래 ‘Mean’을 듣게 됐어요. ‘언젠가 나는 큰 사람이 될 거야. 넌 날 때리지 못할 거고 기껏해야 못되게 굴겠지. 너도 누군가한테 미움받아서 이렇게 됐겠지. 근데 나는 이 악순환을 끊을 거야’라는 내용의 가사를 들으며 저도 이곳을 떠나서 꼭 테일러처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테일러의 노래를 듣다 보면 저도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명심하게 돼요. 테일러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페르난다팬들마다 각자 다른 인생의 시기에 테일러랑 연결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테일러는 자신의 경험으로 곡을 만들지만 스위프티들이 완전히 이입할 수 있게 신경 써서 가사를 써요. 한번은 테일러가 콘서트에서 “노래는 세상에 나가는 순간 더 이상 저만의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의 것이기도 해요. 그렇게 느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걸 해내는 가수가 흔치 않잖아요. 저는 힙합 가수 베드버니를 좋아하지만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베드버니 노래를 찾진 않아요. 테일러의 노래를 듣죠. 제게는 최근 몇 년이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요. 인간관계 때문이에요. 가까운 친구들에게 배신당해서 너무 외로운데 주변 사람들이 뒤에서 제 욕을 했어요. 저를 악당으로 만들었더라고요. 이 시기에 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며 ‘킵 고잉’ 했어요. 계속 나아갔어요. 테일러가 앨범을 연달아 깜짝 발매해준 점도 큰 도움이 됐죠. ▽은교지난해에 나온 ‘Anti-Hero’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가사는 “내가 문제의 근원이야(I’m the problem)” “나 빼고 모두 예뻐 보여.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괴물 같아”라는 내용인데 당시 제 상황이랑 비슷했거든요. 힘든 시기에 테일러의 노래를 들으면서 극복하고 성장한 것 같아요. 요즘엔 이 노래를 다시 들어도 괜찮아요. 힘든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처럼 회상하게 돼요.(주: Anti-Hero는 불안감과 바닥난 자존감에 대한 노래다. 스위프트는 “이 노래에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들을 전부 담았어요. 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싫든 좋든 나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Anti-Hero는 정말 솔직해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라고 미 잡지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말했다.)▽성현테일러는 제게 있어서 일상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에서, 또 별일 없이 침대에 누워서 쉴 때 테일러의 음반을 틀어놓고 그랬어요. 듣다 보니 가족 간의 사랑이 아닌, 테일러가 그토록 노래하는 ‘사랑’이 무엇일까 궁금해했어요. 제가 성장하면서 겪은 여러 경험을 테일러의 노래와 비교도 해보고, 그 감정도 느껴보고 교훈도 얻으며 아티스트로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빠졌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1989’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발매된 앨범인데, 이 앨범을 들으면 과거의 추억들이 생생히 기억나요.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힘들었던 기억, 후회하게 된 선택들과 행동에 대한 기억도 모두 이 앨범에 담겨 있어요. 더 신기한 건 이 추억들이 이젠 다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분명 힘들고 괴로웠는데, 지금은 그저 즐겁고 긍정적으로 그 기억을 받아들이고 있어요.여러 스위프티들이 ‘최애곡’으로 꼽은 노래는 지난해 발표한 ‘You’re On Your Own, Kid’입니다. 두렵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나아가자는 내용의 노래인데요. “우정 팔찌를 맞추고 순간을 즐겨”라는 가사 한 줄 때문에 팬들이 콘서트장에 팔찌를 주렁주렁 차고 가 교환하는 문화까지 생겨났습니다. ▽사라“힘든 날이면 듣는 노래예요. ‘말하자면 긴데, 힘들었어. 말하자면 긴데, 나는 살아남았어’라는 가사의 ‘Long Story Short’도 좋아해요.”▽소미“저는 테일러의 사랑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테일러가 본인의 인생을 풀어내고, 들으면 위로받는 곡들을 많이 좋아해요.”▽연우“테일러는 “혼자인 게 두렵지 않다”고 말하지 않아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인정하죠.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자 축복이라고 팬들에게 말해줘요.”스위프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스위프트의 말로 맺어볼까 합니다. 그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내슈빌에서 2022년 ‘2010년대 대표 송라이터’ 상을 받으며 한 말입니다. ▽테일러좋은 노래는 여러분이 자신의 가장 진실된 감정과 만날 수 있게 해줘요. 그 감정을 이해하게 돕기도 하고요. 좋은 노래는 늘 곁을 지켜줘요. 인간관계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요. 송라이팅은 제 소명이에요. 송라이팅을 제 일이라고 부를 수 있어 행운입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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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의회, 고함만 쳐도 ‘당일 회의 퇴장’ 징계… 美하원 ‘거짓말쟁이’ ‘적에 부역’ 표현 금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상대를 악마화하는 막말이나 증오 언어를 퇴출해야 한다는 정치권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영미권 의회에서 관련 발언을 규제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미국 의회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표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으며 의장은 이를 제재하고 징계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 의회 제도의 상징으로 꼽히는 ‘PMQ(Prime Minister’s Question time)’에선 발언 예절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하원에서 총리가 30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통상 일정으로, 올해로 63년 된 영국 의회 전통이다. 지난해 5월 24일 폴 브리스토 보수당 의원은 PMQ 시작 4분 만에 “총리 답변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게 고함을 쳤다”는 이유로 하원의장에게 ‘당일 회의 퇴장’ 징계를 받았다. 국회미래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품위 규칙(decorum in the House and in committees)’을 통해 상대를 ‘거짓말쟁이’ ‘위선자’라고 부르거나 ‘비겁하게’ ‘적에 부역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2020년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이 논의될 때 법규위원회(Committee on Rules) 위원장은 토론 시 준수해야 할 별도의 ‘품위 규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엔 “동료 의원을 언급할 때는 그의 의도나 동기 자체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 “동료 의원의 개성적 요소를 특징화해 표현해서도 안 된다” 등이 포함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우리 국회에서는 ‘거짓말쟁이’ 같은 표현을 양념처럼 사용하지만 영미 의회에선 강하게 징계한다”며 “국회 윤리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서 증오 언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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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정치 걸러낼 공천시스템 필요…‘막말 근절’ 공약에 넣어야”

    “정치권이 증오와 대립,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증오 정치 조장 정치인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확실히 심사해 제재해야 할 것이다.”(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의원) “(극단적 언어를 사용한 후보에게 공천 심사 때 불이익을 줘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증오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 올해 4월 총선을 97일 앞둔 4일 여야 지도부 핵심 관계자들은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들을 배제할 필요성에 동감했다. 여야에선 극단적 발언과 막말로 정치 양극화를 선동하는 정치인을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증오 정치 걸러낼 공천 시스템 필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을 어떻게 처리할지 곧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기존에는 공관위가 만든 공천 심사 항목에 ‘사회적 물의’ 기준을 두고 막말이나 폄훼 발언 등을 한 정치인에게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줬다. 이를 ‘국민 분열적 발언’ 등으로 구체화해 공천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발언은 음주운전이나 범죄 전략과 달리 수치에 근거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관위원들이 정성 평가를 진행했는데, 실효성을 갖기 위해 별도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심사해야 한다는 것. 2020년 총선에서 여당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공천 때도 국민 분열적 발언을 한 사람들을 배제하려 했으나 그들이 대개 당 실세, 중진 등이어서 공관위원들이 겁을 내는 등 하지 못했다”며 “과감하게 컷오프 하려면 국민 추천제 등을 통해 공관위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5선인 서병수 의원은 “상대방을 증오하고 혐오를 부추겨 이익을 챙기겠다는 정치 문화부터 해체해야 한다”며 “이를 공천 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증오 언어 전력을 공천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말 총선 출마 예비 후보자 검증 기준에 막말 여부를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향후 공천 과정에서 증오 언어, 막말 여부를 공천 심사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여야 모두 당 내부 윤리위원회나 공천 시스템에서 지나치고 과격한 발언을 한 이들을 거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 않겠다’ 서약 받아야” “증오 정치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후보들이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여야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증오 발언 근절’ 공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초선)은 “공천 신청 때 ‘증오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정치인들이 정치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선거 과정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치인을 아예 국회에서 퇴출하고 국회에서 증오 발언을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국회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 등을 못 하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고민할 시점에 왔다”며 “리더가 품격을 유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유권자가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증오 언어를 쓰는 교양 없는 정치인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뿐 아니라 아예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의원들의 금지 단어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관례에 따라 ‘배신자’ ‘거짓말쟁이’ ‘훌리건’ ‘쥐새끼’ 등을 ‘비의회적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회의 퇴장, 직무 정지 등 징계를 받는다. 데니스 스키너 당시 노동당 의원은 2016년 4월 회의에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교활한(Dodgy) 데이브”라고 불러 퇴장당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청주=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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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만 나와라’ 승무원 지시에 집 열쇠도 못챙겨”… 90초룰이 379명 살려

    2일 오후 5시 47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설원’으로 이름난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출발한 비행기답게 스키 여행객이 가득했다. 회사원 A 씨(47) 역시 즐거웠던 여행을 곱씹으며 좌석 모니터로 착륙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기 직전, A 씨는 “갑자기 ‘쿵’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여객기 날개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2일 발생한 하네다 공항 여객기 충돌은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던 JAL 여객기는 14명이 다쳤지만 모두 목숨을 건졌다. 기적 같은 탈출에 대해 미국 CNN은 “1985년 최악의 사고를 겪은 JAL이 ‘피로 쓴 교과서’를 40년째 잊지 않은 결과”라고 조명했다. ‘피로 쓴 교과서’란 1985년 8월 12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던 JAL 123기가 후지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했던 최악의 항공 사고를 일컫는다. 당시 한국인 6명도 목숨을 잃었다. 보잉 측의 수리 불량이 원인으로 알려진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는 4명뿐이었다. 이후 자체 안전기준을 강화한 JAL은 엄격하게 훈련받은 승무원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착륙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90초 룰’을 엄격하게 이행해 왔다. 2005년에도 도쿄 본사에 사고 잔해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안전 교육을 잊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도 연료 타는 냄새가 밀어닥친 뒤 순식간에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일단 침착하게 코와 입을 가려라”라고 안내한 뒤, 확성기를 사용해 “전방으로 탈출하라”고 외쳤다. 기내 방송은 문제가 발생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승객은 선반에서 짐을 꺼내려 시도했지만, 승무원들이 나서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조지프 하야시 씨(28)는 “승무원들이 ‘여행가방을 두고 나오라’고 외쳐 몸만 빠져나왔다. 집 열쇠도 챙기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탈출한 승객들은 안내에 따라 여객기로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곧이어 폭발음이 들리더니 여객기는 빠르게 화마에 휩싸였다. 승객 B 씨(59)는 “전부 대피하는 데 약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탈출구와 가장 먼 기체 뒤쪽에 앉아있던 C 씨(49)는 “1분만 늦었어도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일 밤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하던 JAL 여객기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에 진입하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국이 3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NHK는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이 활주로 진입 허가 여부를 놓고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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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무원 지시에 집 열쇠도 못챙겨”…90초룰이 379명 살렸다

    2일 오후 5시 47분경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설원’으로 이름난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출발한 비행기답게 스키 여행객이 가득했다. 회사원 A 씨(47) 역시 즐거웠던 여행을 곱씹으며 좌석모니터로 착륙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무사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는 기쁨도 잠시. A 씨는 “갑자기 ‘쿵’하고 큰소리가 나더니 여객기 날개가 화염에 휩싸였다”며 당시의 충격을 떠올렸다. 2일 발생한 하네다 공항 여객기 충돌은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여객기와 부딪힌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6명 가운데 5명 목숨을 잃었다. 반면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던 JAL 여객기는 14명이 다쳤지만 모두 목숨을 건졌다. 기적 같은 탈출에 대해 미국 CNN은 “1985년 최악의 사고를 겪은 JAL이 ‘피로 쓴 교과서’를 40년째 잊지 않은 결과”라고 조명했다.‘피로 쓴 교과서’란 1985년 8월 12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던 JAL 123기가 후지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했던 최악의 항공사고를 일컫는다. 당시 한국인 6명도 목숨을 잃었다. 보잉 측의 수리 불량이 원인으로 알려진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는 4명뿐이었다.이후 자체 안전기준을 강화한 JAL은 엄격하게 훈련받은 승무원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착륙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90초 룰’을 엄격하게 이행해왔다. 2005년에도 도쿄 본사에 사고 잔해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안전 교육을 잊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여객기 내부도 연료 타는 냄새가 밀어닥친 뒤 순식간에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일단 침착하게 코와 입을 가려라”고 안내한 뒤, 확성기를 사용해 ”전방으로 탈출하라“고 외쳤다. 기내 방송은 문제가 발생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승객은 선반에서 짐을 꺼내려 시도했지만, 승무원들이 나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조세프 하야시 씨(28)는 “승무원들이 ‘여행가방을 두고 나오라’고 외쳐 몸만 빠져나왔다. 집 열쇠도 챙기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탈출한 승객들은 안내에 따라 여객기로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곧이어 폭발음이 들리더니 여객기는 빠르게 화마에 휩싸였다. 승객 C 씨(59)는 “전부 대피하는 데 약 5분 밖에 걸리지 않았았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이처럼 신속한 대응으로 당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일본 국토교통성은 2일 밤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하던 JAL 여객기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진입하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국이 3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NHK는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이 활주로 진입 허가 여부를 놓고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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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비스 넘은 스위프트, 빌보드 솔로 최장 68주 1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사진)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상을 차지한 솔로 가수로 등극했다. 1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스위프트의 앨범 ‘1989(Taylor’s Version)’가 6일자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그가 발표한 13개의 앨범은 지금까지 68주간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총 10개의 앨범으로 67주 동안 1위를 했던 프레슬리가 갖고 있었다. 그룹까지 포함하면 모두 앨범 19장으로 132주 동안 1위에 오른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로, 스위프트는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08년 19세에 발표한 2집을 시작으로 모든 정규 앨범을 발매 직후 빌보드 200차트 1위에 올렸다. 2022년 발표한 10집 ‘미드나이츠(Midnights)’는 6주간 정상을 지켰다. 17세에 낸 데뷔 앨범은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에 1위에 오른 ‘1989(Taylor’s Version)’는 2014년 발표한 5집 ‘1989’ 수록곡 16곡을 전부 재녹음하고 신곡 5곡을 추가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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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엡스타인 재판문건 ‘익명 36’은 빌 클린턴”

    미성년자 성착취로 큰 파문을 일으킨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실명 공개가 곧 이뤄지는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사진) 또한 포함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 ABC뉴스는 엡스타인 관련 재판 문건에 50번 이상 등장하는 ‘익명 36’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고 1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명이 확인된 문건은 엡스타인에게 10대 시절 성착취를 당한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41)가 2015년 제기한 소송에 관한 서류다. 당시 주프레는 엡스타인뿐 아니라 그와 친분이 있었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등 각국 유력 인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약 150명이 익명으로 등장하는 이 문건에 대해 이달 1일 이후 일부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명이 공개되더라도 그가 직접적으로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 ABC 등은 재판 당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유명인들을 증인으로 부를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고, 그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여성으로부터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불법 행위는 없었으며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오래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의 유명 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고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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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비스 기록 깬 테일러 스위프트, 빌보드 68주 ‘최장기’ 1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상을 차지한 솔로 가수로 등극했다.1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스위프트의 앨범 ‘1989(Taylor’s Version)’가 이달 6일자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그가 발표한 13개의 앨범은 지금까지 68주간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총 10개의 앨범으로 67주 동안 1위를 했던 프레슬리가 갖고 있었다. 그룹까지 포함하면 모두 앨범 19장으로 132주 동안 1위에 오른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로, 스위프트는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08년 19세에 발표한 2집을 시작으로 모든 정규 앨범을 발매 직후 빌보드 200 1위에 올렸다. 2022년 발표한 10집 ‘미드나잇츠(Midnights)’는 6주간 정상 자리를 지켰다. 17세에 낸 데뷔 앨범은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에 1위에 오른 ‘1989(테일러의 버전)’은 2014년 발표한 5집 ‘1989’ 수록곡 16곡을 전부 재녹음하고 신곡 5곡을 추가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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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홍해서 후티 반군에 첫 공격… “확전은 원치 않아” 딜레마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해 온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선박들을 홍해에서 공격해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후티와 직접 교전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후티는 홍해 일대를 지나는 서방 주요국의 민간 선박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각국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일대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되자 미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후티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홍해를 지나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후티의 소형 선박 4척은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구축함 ‘그레이블리’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미 헬기에 발포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 4척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이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후티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최소 23차례 홍해를 지나는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측은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원과 선박을 잃었지만 후티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란의 정보수장 격인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수도 테헤란에서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대변인과 만났다. 두 사람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추가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홍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미국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후티와의 추가 교전은 이란의 추가 개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2개의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난 상황에서 후티와의 대결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밑에서 공들였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협상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성도 존재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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