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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3일(현지 시간) 한국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25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F-35A는 유사시 은밀히 침투해 북한 주요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F-35A는 기존 40대를 포함해 65대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 F-35 25대 등을 포함한 50억6000만 달러(약 6조7100억 원) 상당의 대외군사판매(FMS)를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매는 미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 정부가 F-35 엔진, 전자전 장비, 기술 지원 등의 패키지 구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잠정 승인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판매는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 동맹의 안보를 개선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개선하고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매가 한국에 역내 공격을 억제할 신뢰할 만한 방어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3월 방위사업청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계획보다 5대 더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 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 가이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홍수 경보가 빨리 발령됐다면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 타예흐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없고, 여건도 안 돼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줄지어 놓여 있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이시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적절한 통치구조 같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다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타예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여건도 없어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늘어섰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시신을 덮은 담요를 들춰보며 가족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가이티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는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이번 홍수로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 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지배구조 등 국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윤다빈기자 empty@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13일(현지 시간) 한국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25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F-35A는 유사 시 은밀히 침투해 북한 주요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F-35A는 기존 40대를 포함해 65대로 늘어나게 된다.미국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 F-35 25대 등을 포함한 50억6000만 달러(약 6조7100억 원) 상당의 대외군사판매(FMS)를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매는 미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 정부가 F-35 엔진, 전자전 장비, 기술 지원 등의 패키지 구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미국의 잠정 승인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판매는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서 도움이 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 동맹의 안보를 개선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개선하고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매가 한국에 역내 공격을 억제할 신뢰할 만한 방어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3월 방위사업청은 F-35 20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계획보다 5대 더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처음엔 폭우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정이 되자 폭발음이 들리며 댐이 터졌습니다.” 11일(현지 시간) 0시경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발생한 대홍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라자 사시 씨(39)는 12일 로이터통신에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밤중에 댐이 무너질 당시 딸과 함께 집에 있었던 사시 씨는 순식간에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물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의 나머지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13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피해가 집중된 데르나의 사망자가 이날 기준 6000명에 이르며, 실종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지중해 항구 도시인 데르나의 인구는 12만5000명이다. 영국 BBC방송은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보도했다. 데르나 주민 사피아 무스타파 씨(41)는 “현관 쪽은 이미 물에 차 있어 이웃집 지붕으로 건너가 가까스로 집이 무너지기 전 탈출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살리아 아부바크르 씨(46)는 “물이 3층짜리 아파트 천장까지 밀려 들어왔다.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가족을 구할 순 없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댐이 터지면서 마치 거대한 벽처럼 생긴 물기둥이 튀어나와 모든 걸 없애 버렸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친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아흐메드 압달라 씨는 12일 AP통신에 물이 집을 집어삼키던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10일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쏟아진 폭우로 데르나 인근의 댐 2곳은 순식간에 차올랐고, 댐이 연이어 터져 버리면서 생긴 엄청난 급류에 건물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중해 바다로 휩쓸려 갔다. 인구가 12만5000여 명인 이 소도시에서만 최소 6000명(13일 기준)이 숨지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다. 영국 BBC방송은 댐이 무너진 뒤의 상황을 보도하며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묘사했다. 오트만 압둘잘렐 리비아 동부(반군 정부) 보건부 장관은 “이번 비극은 데르나와 정부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 내전으로 홍수 대비 인프라 황폐화 이번 폭풍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배경에는 리비아의 정치 불안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이후 시작된 내전이 10년 넘게 지속되며 홍수 대비 기반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돼 유사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데르나에는 대니얼이 상륙한 10일부터 하루 170mm의 폭우가 내렸다. 이 지역의 9월 평년 강수량은 10mm다. 불과 하루 동안 한 달간 내릴 비의 17배가 쏟아진 것이다. 엄청난 강우량에 데르나 인근의 댐 두 곳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 주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리비아에선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2011년 카다피 지지 세력과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데르나를 점령했고, 2019년 LNA가 데르나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치르면서 댐 등 기반시설 일부가 파괴됐지만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댐들이 2002년 이후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리비아특사를 지낸 스테퍼니 윌리엄스는 “이 지역에선 댐, 담수 공장, 전력망, 도로 등이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며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경보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WP에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분열, 경제 불안, 기반시설 황폐화 등이 하나의 재앙으로 합쳐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홍수 사태 전부터 폭풍과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학술지에 실린 보고서에는 ‘큰 홍수가 발생하면 두 댐 중 하나가 붕괴돼 데르나 주민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수온 2도 넘게 상승…폭풍 부른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중해 수온이 평년보다 2, 3도 올라갔다는 점을 꼽는다. 지표와 해수 기온이 따뜻할수록 증발하는 수증기 양이 많아져 보다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달할 수 있다. 폭풍 대니얼은 그리스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후 튀르키예 인근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따뜻한 해수를 쫓아 지중해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렸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대니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해수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기 위해 느리게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기후과학자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지중해 기온이 평년과 비슷했다면 대니얼이 이 정도로 발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해안가 지역 중 유독 데르나에 피해가 집중된 이유에 대해 NYT는 “데르나와 연결된 가파르고 거대한 골짜기가 빗물을 모으는 깔때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모로코 강진 발생 사흘 만인 11일(현지 시간) 스페인, 영국 등 해외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미 생존 가능 골든타임인 72시간이 거의 지나버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 구조대는 12일 지진 피해가 컸던 중부 아미즈미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전날 스페인 구조대가 구조견을 데리고 아틀라스산맥 깊이 자리한 산골 마을들을 돌았지만 생존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BBC는 “구조견들은 매몰된 생존자를 감지하면 짖게끔 훈련받았지만 정적만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11일 밤 산골 마을을 수색한 한 구조대원은 “온종일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한 결과 10명을 끄집어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며 “솔직히 (생존자 발견이) 더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지진 발생 직후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즉각적인 구조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모로코 정부는 “여러 나라 구조대가 몰린 상태에서 조율이 부족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 구조대 입국만 승인했다. 무함마드 6세 국왕은 내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된 나라는 알제리 정도다. 알제리는 구조대 93명과 구호품 100t을 군용기 3대에 실어 보낼 예정이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西)사하라 지역 영토 분쟁 끝에 2년 전 단교 했지만 알제리가 10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했다. 모로코 정부는 해외 민간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우회 지원은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진 이후 운영 중인 유일한 병원은 이 거대한 텐트뿐입니다.”지진 피해가 집중된 모로코 중부 소도시 아미즈미즈에서 의료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0일 이 같이 말했다. 아미즈미즈는 인구 1만 명 규모의 아틀라스 산맥 소도시로 진앙지에서 고작 20km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봤다. 의료구호 활동에 나선 이 단체 소속 존 존슨 씨는 “지진으로 약해진 병원 구조물이 여진으로 붕괴될 수 있어 의료진들이 합심해 텐트에 임시 병원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모로코 강진 닷새째인 12일(현지 시간) 부상자가 2562명으로 늘어났지만 기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들은 병상이 부족하고 의약품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카타르 국영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미즈미즈에 세워진 이 임시 병원에는 병상이 10개 남짓 있다. 그마저도 절반만 텐트 그늘 막 아래 있고 나머지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알자지라는 “병상에 빈자리가 생기는 즉시 새로운 부상자로 채워졌다”고 전했다.아미즈미즈보다 규모가 큰 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틀라스 산맥에서 가장 큰 도시인 타루단트의 종합병원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타루단트 인근 마을에 산다는 하피다 헤미드 씨는 “지진으로 등을 크게 다친 형수를 구급차에 태워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70시간 넘게 치료받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대도시 마라케시에서 일하는 의사 클레어 맥허히 씨는 “모로코는 평상시에도 의료자원이 부족해 심각한 의료 시스템 과부하 문제를 겪어왔다”며 “손이 부족해 의료진들이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영국 BBC에 설명했다.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11일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만 명의 어린이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옥 수천 채가 파괴돼 어린이와 가족들은 추운 밤에도 밖에 있어야 하고 병원과 학교도 무너져 장기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규모 6.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향해 국제사회는 애도를 보내며 속속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7개월 전 5만 명이 숨진 대지진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터키)가 앞장섰다. 튀르키예 재난·비상사태 관리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모로코가 지원을 요청하면 265명의 구호·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호적이고 형제애 넘치는 모로코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모든 국민에게 행운을 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모로코 형제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서부 사하라 영토 분쟁으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10일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하고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 비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 모로코와 외교 관계를 끊은 이란도 외교부 명의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참상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의료 등을 지원할 수색구조팀 및 지원 자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해 무함마드 6세 국왕과 모든 모로코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비극적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함마드 6세에게 조전(弔電)을 보내 “모로코의 우호적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성명을 내고 “피해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현지 필요에 따라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모로코 축구대표팀 단체헌혈 “생명 구해야” 佛서 활동 하키미도 헌혈사진 올려현지 병원측 “헌혈 요청한다” 호소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혈해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로코 강진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가 자신이 헌혈하는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함께 올린 글이다.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전원도 이날 헌혈하며 각각의 사진과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이후 모로코 국가대표팀은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 선수와 한 팀에서 뛰고 있는 하키미는 그중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힌다. 8일 심야에 발생한 강진으로 10일 오전 현재 20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400여 명은 중상으로 알려져 치료를 위해 혈액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로 아틀라스산맥 고원 지대 산간 마을에서 발생한 중상자들은 도시 마라케시 병원 등으로 속속 옮겨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라케시에 있는 무함마드 6세 국제대병원 응급실로 구급차가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 헌혈센터는 “(부상자를 위한) 수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로코인에게 헌혈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 산간 지역 일대에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참사 사흘째인 10일 낮 12시 반(한국 시간 오후 8시 반) 현재 최소 2012명이 숨지고, 2059명이 다쳤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지진이 늦은 밤에 발생한 데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가 1400여 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당국은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 마라케시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7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앙에서 가까운 산간 지역 외에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다수 주민이 잠자리에 든 심야 시간대에 진원이 18km 정도로 얕은 곳에서 강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관련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120여 년 만의 가장 강력한 지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는 고지대인 아틀라스 산간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사태로 길이 막히거나 끊겨 접근도 쉽지 않아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사흘째인 10일 구조대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는 곳에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생존자 수색에 임하는 등 처절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약해진 지반 탓에 건물이 추가로 주저앉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선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발언에서 “오늘 아침 모로코 지진 소식을 들었다”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나란히 연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앞서 2월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교민, 관광객, 출장차 방문자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며 모로코 당국과 소통해 재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건물 더미속 발바닥 꿈틀… 중장비 갖고도 구하지 못해 눈물만모로코 지진 사흘째 아비규환남편-아이 잃은 여성 “난 혼자” 오열진앙 근처 산간마을 3명중 1명 숨져다른 지역선 길 끊겨 구조대 못들어가 짓뭉개진 건물들 사이로 다급한 외침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한 남성이 “제발 앰뷸런스와 구조대원을 더 보내 달라”며 울부짖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한 다른 남성은 무너진 주택을 가리키며 체념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미처 밖으로 빼내지 못했어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생존자들은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로 마라케시 시내 일부 광장은 노숙촌이 됐다. 사람들은 얇은 이불 위에 공포와 피로로 찌든 몸을 뉘었다. 8일 심야에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한 강진 사흘째인 이날 모로코 소방당국과 생존자들은 구조 작업에 진력했다. 하지만 사상자가 집중된 아틀라스 산맥 일대 지역은 구조대원의 접근조차 어렵다. 이날 오전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마라케시 인근 지역 30만 명 이상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 산사태로 길 끊겨 구급차 접근 어려워 “여기 사람 발이 보여요!” 아틀라스 산간 마을에서 시루떡처럼 포개진 콘크리트와 돌 더미 사이로 사람 왼쪽 발바닥이 드러났다. 소방대원들 외침에 응답하듯 이 사람은 발과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살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장비를 동원해도 커다란 건물 잔해가 들어 올려지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피해 건물 주변을 뛰어다니며 구조 방법을 모색했다. 위르가네 산간 마을 주민 무함마드 씨는 지진으로 가족 4명을 잃었다.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집이 없어졌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모로코 국영TV는 전날 “무스타파, 하산, 일헴, 기즈레인, 일리스…. 내가 가진 모든 걸 잃었다. 나는 혼자”라며 숨진 남편과 아이들 이름을 부르짖는 여성을 보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타루단트주 산간 마을 아이트 야히아는 주민 3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출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아이만 알주바이르 기자는 “온 마을에 슬픔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진앙 근처인 아미즈미즈 마을 주민 2만여 명 중 적어도 100∼12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각종 영상에 따르면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맨손과 곡괭이 등으로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하지만 알하우즈, 타루단트 같은 산간 지역은 전기와 전화가 끊겼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구급차 진입도 어려워 이날 오전까지 구조대 발길이 닿지 못했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여진 공포에 주민들 집에 못 들어가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진이 무서워 집 대신 차량이나 광장에서 이틀째 노숙을 택했다. 세계적 관광 명소인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은 집단 피신처로 변했다. 길가에서 숙식 중이라는 유세프 알리 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지진 피해가 적은 모로코 북쪽 카사블랑카에 사는 누레딘 엘바야 씨는 “마라케시에 있는 지인들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 쪽에 머물 곳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10일 오전 마라케시 중심가 일부 호텔 식당에는 관광객들의 활동이 재개됐고, 상점도 하나둘 문을 열었다. 교통량도 다시 늘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모로코 지진이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약 120년 만에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피해 추정 규모를 지진 피해 경보 4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 경보’로 상향했다. USGS는 사망자가 1000∼1만 명일 확률을 35%, 1만∼10만 명 21%로 내다봤다. 경제적 손실은 10억∼100억 달러(약 1조3400억∼13조3700억 원)로 추정했다. 모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8% 규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뉴델리=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8만 명. 지난달 17, 18일 이틀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市)에서 열린 중국권 톱스타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의 ‘카니발’ 공연에 몰린 관객 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만 출신 가수 겸 배우 저우제룬 콘서트를 보러 중국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은 13만여 명이 숙박, 식사, 쇼핑 등에 쓴 비용은 엄청나다. 4일 중국 증권일보는 “콘서트 기간 후허하오터시 관광 수익은 중국 5대 명절인 단오절(6월 22∼24일)에 벌어들인 금액의 3.3배”라고 전했다. 중국이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후 첫 여름인 7, 8월 대규모 공연 특수(特需)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도시들이 지역 소비 부진을 타개하고자 대형 콘서트 및 음악 페스티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콘서트 이코노미는 유명 가수의 대규모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도 대형 콘서트가 명절 연휴나 스포츠 행사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에 따르면 7, 8월 중국 전역 공연 입장권 매출만 103억 위안(약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숙박을 비롯한 파생 비용을 제외한 규모다. 이 기간 공연을 찾은 관객은 32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배로 늘었다. 공연 관객은 연령대별로 18∼34세가 75%로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겪은 이들이 다른 부문 소비는 줄여도 문화 경험에는 아낌없이 지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에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홍콩 항셍은행 왕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여력이 있는 도시 중산층이 리오프닝 후 ‘보복 소비’에 나선 것이지만 (경기 침체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콘서트 이코노미 특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8일(현지 시간) 발생한 모로코 강진으로 세계적 관광지인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문화유산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마라케시는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다. 유네스코 마그레브 사무소는 9일 “마라케시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2시간가량 둘러본 결과 인명 구조와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라케시 전역에서 보여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높이 69m 첨탑도 여러 곳에 금이 갔다. 영국 BBC는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첨탑은 1158년 완공돼 무슬림 건축 양식을 대변하는 주요 유산으로 꼽힌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식을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해 국내에 알려진 제마 엘프나 광장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광장에 있는 카르부크 모스크의 첨탑은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쿠투비아 모스크, 제마 엘프나 광장, 사디 왕가 묘 등이 모여 있는 마라케시 내 구도심 메디나는 여의도 면적 1.3배에 이르는 1107ha(헥타르) 전역이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메디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에서 주인공 이선 헌트가 추격을 벌이는 장소로 등장하는 등 할리우드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혈해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로코 강진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 소속)가 자신이 헌혈하는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함께 올린 글이다. 모로코 축국 국가대표팀 전원도 이날 헌혈하며 각각의 사진과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이후 모로코 국가대표팀은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 선수와 한 팀에서 뛰고 있는 하키미는 그 중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힌다.8일 심야에 발생한 강진으로 10일 오전 현재 20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400여 명은 중상으로 알려져 치료를 위해 혈액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로 아트라스 산맥 고원 지대 산간 마을에서 발생한 중상자들은 도시 마라케시 병원 등으로 속속 옮겨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라케시에 있는 모하메드6세 국제대병원 응급실로 구급차가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 헌혈센터는 “(부상자를 위한) 수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로코인에게 헌혈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이지윤기자 asap@donga.com}
18만 명. 지난달 17, 18일 이틀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市)에서 열린 중화권 톱스타 저우제룬(周杰伦·주걸륜)의 ‘카니발’ 공연에 몰린 관객 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만 출신 가수 겸 배우 저우제룬 콘서트를 보러 중국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은 13만 여명이 숙박, 식사, 쇼핑 등에 쓴 비용은 엄청나다. 4일 중국 증권일보는 “콘서트 기간 후허하오터시 관광 수익은 중국 5대 명절인 단오절(6월 22~24일)에 벌어들인 금액의 3.3배”라고 전했다.중국이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후 첫 여름인 7, 8월 대규모 공연 특수(特需)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도시들이 지역 소비 부진을 타개하고자 대형 콘서트 및 음악 페스티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콘서트 이코노미는 유명 가수의 대규모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이 지역 여행 및 관광업 호조 배경으로 지목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중국에서도 대형 콘서트가 명절 연휴나 스포츠 행사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에 따르면 7, 8월 중국 전역 공연 입장권 매출만 103억 위안(약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숙박을 비롯한 파생 비용을 제외한 규모다. 이 기간 공연을 찾은 관객은 32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배로 늘었다.공연 관객은 연령대별로 18~34세가 75%로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을 겪은 이들이 다른 부문 소비는 줄여도 문화 경험에는 아낌없이 지출한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중국에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홍콩 항셍은행 왕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여력 있는 도시 중산층이 리오프닝 후 ‘보복 소비’에 나선 것이지만 (경기 침체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콘서트 이코노미 특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지윤기자 asap@donga.com}
8일(현지 시간) 발생한 모로코 강진으로 세계적 관광지인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문화유산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마라케시는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다. 유네스크 마그렙사무소는 9일 “마라케시 내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을 2시간가량 둘러본 결과 인명 구조와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라케시 전역에서 보여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높이 69m 첨탑도 여러 곳에 금이 갔다. 영국 BBC는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첨탑은 1158년 완공돼 무슬림 건축 양식을 대변하는 주요 유산으로 꼽힌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식을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해 국내에 알려진 자마 엘프나 광장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광장에 있는 카르부크 모스크의 첨탑은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쿠투비아 모스크, 자마 엘프나 광장, 사디 왕가 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 내 구도심 메디나는 여의도 면적 1.3배에 이르는 1107ha(헥타르) 전역이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메디나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에서 주인공 이선 헌트가 추격을 벌이는 장소로 등장하는 등 할리우드 단골 촬영지기도 하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거대한 실수이며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7일(현지 시간) 미국 CBS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는 구상은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물자 부족 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고도 진단하며 “그들은 이미 전략적 실패를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관은 같은 날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최신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북한의 핵 위협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미국과 동맹국 또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동북아시아 전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 일로다. 중국이 중앙 부처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영기업 직원에게도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릴 것이란 보도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7일(현지 시간)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원칙에 대한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또한 중국 통신기업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아이폰 규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즉답을 피한 채 “중국은 대외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안보 개념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양국 갈등의 최전선에 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시총은 6, 7일 이틀 동안에만 약 1897억 달러(약 253조 원) 증발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집계한 그리스 국내총생산(2191억 달러)과 비슷하다. ‘애플 쇼크’로 퀄컴, 마이크론 등 미 주요 기술주 또한 동반 하락했다.● 美 “규제 업데이트” vs 中 “아이폰 금지 확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인도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미국이 2019년부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했음에도 최근 화웨이가 최신식 7nm(나노미터) 반도체 칩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미국의 규제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설리번 보좌관은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에 맞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검토에 몇 달이나 걸리진 않을 것이고 파트너들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또 “특정 스마트폰이 아닌 전체적인 접근법이라는 맥락에서 대응하겠다”며 규제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을 옥죄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미국이 화웨이는 물론이고 화웨이에 최신 반도체를 납품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등을 추가 규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또한 미 FCC가 퀙텔, 파이보컴 등 중국 통신기업 2곳을 ‘안보 위험 기업’ 명단에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맞대응 강도 또한 높아졌다. 마오 대변인은 8일 “미국은 중국 기업을 탄압하면서 자유무역 원칙을 위반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정을 교란하고 있다”고 했다. 7일 블룸버그는 중국이 국영기업,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도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中 경제난에 보복 확대 우려 7일 미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2.9% 하락했다. 6일에도 3.6% 떨어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장중 한때 3조 달러도 넘었던 시총이 약 2조77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이틀 만에 1897억 달러가 증발했다. 7일 퀄컴(―7.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3.2%), 마이크론(―0.8%) 등 주요 기술주 주가 또한 하락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중국 규제 등으로 “애플의 내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가 당초 전망보다 1000만 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년 아이폰 출하량(2억2470만 대)의 약 4.5%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부실, 미 달러화 대비 16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여파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수뇌부가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에 화살을 돌리기 위해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다. 7일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3297위안대를 기록해 2007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것이 해외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추겨 중국 경제를 더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크 워너 미 상원 정보위원장 또한 “경기 침체로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오염수 갈등’ 출구 못찾는 中-日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중국에서는 반일 여론이 고조됐다. 일본은 규제 해제를 위해 애쓰고 있으나 중국의 태도가 강경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일본 총리관저 및 외무성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쁘게 움직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 정부 정상급 인사와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리창(李强) 총리가 참석했다. 회의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앉은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회의 내내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3 정상회의 개최 전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의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대응 조치가 지극히 비과학적인 대응이라는 점을 부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어떻게든 중국 측과 양자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가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먹고 있던 도시락을 남기고 서둘러 대기실로 들어갔다. 딴 곳을 바라보며 무시하는 기색마저 엿보이는 리 총리에게 기시다 총리는 어떻게든 말을 붙였다. 공식 회담이 아니라 회의장 한쪽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다치바나시’(立ち話·선 채 간단하게 대화하는 약식 회담을 가리키는 일본어)에 그쳤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중국과 정상(급) 간 소통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토 문제, 대만 문제, 군비 확충 같은 여러 사안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최고조에 이른 양상이다. 일본은 중국의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에 대해 “비과학적 조처”라며 비난하고, 중국은 “핵 오염수를 책임지라”고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양국이 겉으로는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있어도 막후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갈등 관리’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양국 국민은 물론 고위 지도층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감정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분위기다.● 日 “中, 근거 없이 억지 부린다” 여겨“오염수 배출은 일본이 미리 세워놓은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보고서)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올 7월 6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IAEA 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류는 전례 없는 모험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다”면서 이렇게 쏘아붙일 때만 해도 일본 정부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곧바로 “중국 측에 과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논의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이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본 측은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정책에서 이른바 ‘대(對)중국 포위 전략’을 추진해 온 일본은 IAEA 보고서로 과학적 검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유럽연합(EU)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그리고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고 밝힌 한국 정부 등이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지난달 18일 미국 조지아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3국 협력 ‘새로운 시대(New Era)’를 선언하자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이 크게 반발하지 않고 미국이 환영한 것에 자신감을 얻었다. 한미일 정상회담 후 귀국하자마자 후쿠시마 현지를 찾아 어민들과 면담한 뒤 24일 전격 방류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정부는 IAEA 보고서로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 중국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며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는 오염수 문제를 놓고 중국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오염수 방류뿐 아니라 외교안보 전반에서 중국에 밀리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12월 일본은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 전력 정비계획’ 등 이른바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중국에 대해 ‘전례 없이 심각한 전략적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1%에서 2%로 증액하면서 중국과 인접한 오키나와현 섬 지역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안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군사·외교 수단까지 동원해 안보 환경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중국에 가장 큰 도전은 미국이지만, 그 (도전) 범위 안에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격화하는 中 반발에 당황하는 日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단 방류를 시작하고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반발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염수 방류 당일부터 중국은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성명을 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튿날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정 교섭(외교적 항의를 뜻함)을 제기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통보했다. 보통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 당사국이 WTO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가해 당사국인 중국이 먼저 WTO에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그만큼 이번 조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의 강경 기조는 자국민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일본인 거주 지역의 고급 고깃집은 ‘일본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문에 내걸었다. 산둥성 칭다오의 한 빙수 판매점은 일본산 음료와 빙수, 간식 등 20여 종 식품 판매를 중단했다. 서남부 구이저우성 주민은 자신이 운영하던 일식당 내부 실내장식을 마구 뜯어냈다. 중국 당국이 단체관광 허용국으로 일본을 추가한 이후 인기가 높았던 일본 여행 열기도 급속히 식었다. 중국 추석과 국경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위한 해외여행 검색어 1위는 일본이었지만 오염수 방류 이후 급변했다. 베이징의 한 여행사는 “일본 관광 예약 취소율이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항공권 예약 플랫폼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초기인 이달 29일 항저우에서 일본 오사카로 가는 항공권 가격은 4269위안(약 78만 원)으로 이달 초보다 2000위안(약 36만 원) 떨어졌다. 중국에 있는 일본인 및 일본 시설물에 대한 물리적 위협도 증가했다. 8월 2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 돌이 날아들었고 칭다오 주재 일본 총영사관 인근에서는 일본인을 경멸하는 단어 등을 쓴 낙서가 확인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체류 일본인들에게 “외출해서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예상보다 강한 중국 반발에 일본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은 “중국이 강하게 나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겉으로는 싸워도 뒤에서는 대화하며 문제를 푸는 ‘막후 조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이나 중국 모두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입장을 교환할 무게감 있는 정치가를 찾기 힘들다. 중국 관계를 중시하던 일본 연립 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최근 기시다 총리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연기된 것은 이런 양국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불똥은 일본 수산업에 튀었다. 올 상반기(1∼6월) 일본이 수출한 수산물(1896억 엔·약 1조7170억 원 상당) 가운데 중국(24.1%) 홍콩(27.2%) 비중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수산업이 발달한 홋카이도 등에서는 벌써 “중국에 수출한 가리비가 통관에 걸려 쌓여 있다” “중국에 납품하지 못한 생선이 냉동고에 쌓여 간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어업협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풀기로 한 ‘해삼 잡이’ 금지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채취해도 출하할 곳이 없기 때문에 그냥 두기로 한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과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심했던 2010년 중국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중국에 사실상 굴복한 전례가 있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이어 일본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 더 과격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쌓인 불만 터진 中… 일단 관리 국면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 안팎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 편을 든 일본에 대한 불만이 이번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오염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민감한 대만 문제에 일본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정기적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이달에는 일본 한국 등 6개국 군함도 함께 통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반발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중국 속내를 보면 오염수 방류를 정치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미중 대립 구도가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을 최대한 흔들고 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안보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미일 동맹, 한미일 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오염수 이슈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안에 중국의 수산물 금지 조치가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자는 강경론도 있지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중일 갈등은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른바 갈등 관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회의장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경제적 협박’이라고 비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돌출적 행동’으로 수위를 낮췄다. 수출의 17.3%(올 1∼7월)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중국에 강 대 강으로 맞부딪칠 경우 그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측도 리 총리가 “일본 정부는 국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도로 비난 수위를 낮췄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가 서서 대화를 나눈 것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을 위해 극히 중요하다”며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며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고, 대화를 확실하게 거듭해 공통 과제에서는 협력한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거대한 실수이며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7일(현지 시간) 미국 CBS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는 구상은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물자 부족 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고도 진단하며 “그들은 이미 전략적 실패를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 측이 “불과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완전한오판으로 드러났으며 여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관은 같은 날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최신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북한의 핵 위협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미국과 동맹국 또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동북아시아 전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 일로다. 중국이 중앙 부처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영기업 직원에게도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릴 것이란 보도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7일(현지 시간)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원칙에 대한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또한 중국 통신기업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아이폰 규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즉답을 피한 채 “중국은 대외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안보 개념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양국 갈등의 최전선에 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시총은 6, 7일 이틀 동안에만 약 1897억 달러(약 253조 원) 증발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집계한 그리스 국내총생산(2191억 달러)과 비슷하다. ‘애플 쇼크’로 퀄컴, 마이크론 등 미 주요 기술주 또한 동반 하락했다.● 美 “규제 업데이트” vs 中 “아이폰 금지 확대”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인도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미국이 2019년부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했음에도 최근 화웨이가 최신식 7nm(나노미터) 반도체 칩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미국의 규제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설리번 보좌관은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에 맞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검토에 몇 달이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파트너들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또 “특정 스마트폰이 아닌 전체적인 접근법이라는 맥락에서 대응하겠다”며 규제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을 옥죄겠다는 뜻을 내비쳤다.이에 미국이 화웨이는 물론이고 화웨이에 최신 반도체를 납품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등을 추가 규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또한 미 FCC가 퀙텔, 파이보컴 등 중국 통신기업 2곳을 ‘안보 위험 기업’ 명단에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중국의 맞대응 강도 또한 높아졌다. 마오 대변인은 8일 “미국은 중국 기업을 탄압하면서 자유무역 원칙을 위반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정을 교란하고 있다”고 했다. 7일 블룸버그는 중국이 국영기업,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도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中 경제난에 보복 확대 우려7일 미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2.9% 하락했다. 6일에도 3.6% 떨어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장중 한 때 3조 달러도 넘었던 시총이 약 2조77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이틀 만에 1897억 달러가 증발했다. 7일 퀄컴(―7.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3.2%), 마이크론(―0.8%) 등 주요 기술주 주가 또한 하락했다.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중국 규제 등으로 “애플의 내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가 당초 전망보다 1000만 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년 아이폰 출하량(2억2470만 대)의 약 4.5%에 달한다.일각에서는 부동산 부실, 미 달러화 대비 16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여파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수뇌부가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에 화살을 돌리기 위해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다.7일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3297위안대를 기록해 2007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것이 해외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추겨 중국 경제를 더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크 워너 미 상원 정보위원장 또한 “경기 침체로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