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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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1~2024-04-20
국제일반23%
인사일반15%
중동15%
일본8%
국제경제8%
유럽/EU8%
사회일반8%
미국/북미8%
국제인물4%
산업3%
  • 中 맥도날드 ‘10위안 버거’ 불티…기업들 “지갑 열자” 초저가 경쟁

    심각한 소비 절벽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이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초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업체들이 빚을 내 빚을 갚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시장에 돈을 더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책도 내 놨다. ● “中지갑 열자” 초저가 경쟁 돌입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24일 한때 중국 맥도날드의 온라인 주문 시스템이 다운됐다. 펑파이는 “맥도날드가 15일부터 특정 제품을 10위안(약 180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 제품들의 원래 가격은 30위안(약 5600원), 40위안(약 7500원) 정도인데 할인 폭이 워낙 크다보니 주문이 밀려 시스템이 다운됐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당초 ‘10위안 버거’ 행사를 25일까지만 진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확인되자 행사를 연장하거나 다른 초저가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중국에서 ‘10위안 버거’를 내 놓은 것은 굳게 닫힌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10위안 버거’는 팔면 팔수록 맥도날드의 손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할인 행사 연장까지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소비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의 식료품 체인인 프레시포는 최근 5000개 이상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KFC도 20.9위안(약 38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새로 선보였고, 중국 토종브랜드인 루이싱(瑞幸)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9.9위안에 판매하는 저가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할인 행사를 거의 하지 않는 애플도 중국에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를 포함해 대부분 제품을 6~8%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도 나서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도 여전하다. 24일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톈진에 있는 한 부동산회사는 ‘집을 가지고 있으면 아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집을 사고 아내를 공짜로 받아라”라는 광고 문구를 내 걸었다가 벌금까지 물게 됐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인 상황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셈이다. 중국 저장성의 한 건설사는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25일 신징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수익성이 양호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존 부채를 갚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 동안 이런 방식의 대출로 빚을 갚는 것은 불법이었다. 당국이 ‘빚을 내 빚 갚기’를 허용한 것은 우량자산을 가진 부동산업체까지 무너질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징보는 “이번 조치로 부동산업체의 자금 상황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중국 당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시장에 돈을 더 풀 방침이다. 런민은행은 2월 5일부터 예금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시장에 약 1조 위안(약 188조 원)을 공급할 방침이다. 지준율은 고객의 요구에 대비해 은행이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할 현금 비율이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많아져 시장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런민은행은 지난해 3월과 9월 각각 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인하 폭이 더 크다. 그만큼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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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트럼프 재집권 ‘대책팀’ 만들어… 다보스포럼 유럽 인사들 “우리도 대비”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대비하는 일종의 ‘미 대선 대책팀’을 발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종종 충돌했던 경험에 따른 것이다. 일본, 유럽 주요국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캐나다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대비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팀 캐나다’란 조직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산업장관, 메리 응 무역장관, 키어스틴 힐먼 주미 캐나다 대사 등이 이 팀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도해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와 미국은 함께할 때 가장 잘한다는 관점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즉흥적인 정책 발표 등으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등에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골프 애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교 역할을 할 사람으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집권 자민당 부총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아소 부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재임 시절 부총리로 활동하며 2017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골프를 쳤다.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미일 정상회담 때도 배석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이었다. 15∼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유럽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독일, 프랑스 등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중을 1% 내외에서 2.0%까지 늘리라”고 압박해 내내 불편한 관계였다. 베라 요우로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하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재집권이 푸틴 대통령의 영토 확장 욕심을 부추겨 EU 회원국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필리프 힐데브란트 전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또한 “유럽의 관점에서 (트럼프 재집권은) 큰 우려 사항”이라고 동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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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트럼프 2.0’… 외교 원톱 오브라이언- 통상엔 라이트하이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확인되면서 그의 집권 2기 구상을 세우고 있는 주요 인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주요 장관들이 백악관 참모나 대통령 가족과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후 그와 결별한 인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조로운 재집권을 위해 보수 진영 전체에서 수개월째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요직에 기용할 만한 인사 수천 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달라진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 후보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충성파로 채울 듯 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외교안보 라인 요직을 ‘충성파’로 대거 교체하고 대(對)중국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1990년생인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에게 지시해 쓴소리를 하던 인물들을 전부 경질했다”며 트럼프가 비슷한 인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임자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당시 백악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시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방장관으로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그 역시 2020년 11월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전격 경질된 뒤 발탁됐다. 그는 정권 말 불과 두 달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감축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로 폭력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처사에 흡족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밀러 전 대행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AFPI 부의장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AFPI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자리에서도 역대 최고 활동을 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또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1기 경제참모 재입성 가능성 통상 분야에서는 대중 무역전쟁을 주도한 인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을 통상 정책으로 풀어낼 방법을 잘 안다”고 평했다. 특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현재 통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특히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꼽는다. 그를 비롯해 브룩 롤린스 대표,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AFPI에서 활약하는 인사들은 트럼프 2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보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커들로 전 위원장, 케빈 해싯 전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커들로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경제 고문들을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보편적 기초 관세’ 공약을 의논할 때 배석했다. 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은 신규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데에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는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인 기회주의자 등에게 둘러싸여 재선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평했다.● 사위 쿠슈너 재기용설… 멜라니아 두문불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해도 두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던 유대계 맏사위 쿠슈너가 중동 관련 임무를 다시 맡거나 국무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동은 미국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잘못된 리더십으로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 선언 직후 “선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그가 극우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남편의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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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트럼프 2.0’… 외교 원톱 오브라이언-통상엔 라이트하이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확인되면서 그의 집권 2기 구상을 세우고 있는 주요 인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주요 장관들이 백악관 참모나 대통령 가족과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후 그와 결별한 인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조로운 재집권을 위해 보수 진영 전체에서 수개월째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요직에 기용할 만한 인사 수천 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달라진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 후보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충성파로 채울 듯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외교안보 라인 요직을 ‘충성파’로 대거 교체하고 대(對)중국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1990년생인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에게 지시해 쓴소리를 하던 인물들을 전부 경질했다”며 트럼프가 비슷한 인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임자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당시 백악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시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방장관으로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그 역시 2020년 11월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전격 경질된 뒤 발탁됐다. 그는 정권 말 불과 두 달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감축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로 폭력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처사에 흡족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밀러 전 대행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AFPI 부의장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AFPI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자리에서도 역대 최고 활동을 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또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1기 경제참모 재입성 가능성통상 분야에서는 대중 무역전쟁을 주도한 인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을 통상 정책으로 풀어낼 방법을 잘 안다”고 평했다. 특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현재 통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특히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꼽는다. 그를 비롯해 브룩 롤린스 대표,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AFPI에서 활약하는 인사들은 트럼프 2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보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커들로 전 위원장, 케빈 해싯 전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커들로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경제 고문들을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보편적 기초 관세’ 공약을 의논할 때 배석했다. 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은 신규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데에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는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인 기회주의자 등에게 둘러싸여 재선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평했다.● 사위 쿠슈너 재기용설… 멜라니아 두문불출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해도 두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던 유대계 맏사위 쿠슈너가 중동 관련 임무를 다시 맡거나 국무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동은 미국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잘못된 리더십으로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 선언 직후 “선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그가 극우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남편의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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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출신, 日 미인대회 우승… 일본내 논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이지만 2022년 일본 국적을 취득한 모델 시노 카롤리나 씨(26)가 22일 일본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며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좀처럼 일본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적도 많았지만 이제 일본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꿈만 같다”며 기뻐했다. 사단법인 미스일본협회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미스 닛폰 콘테스트에서 시노 씨가 우승했다고 밝혔다. 그의 부모는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이혼했고 이후 어머니가 일본인 남성과 재혼했다. 시노 씨 또한 어머니를 따라 다섯 살 때부터 일본에서 살았고 2년 전 귀화했다. 시노 씨는 워낙 어릴 적에 일본으로 왔기에 자신은 스스로를 일본인으로 생각하며 자랐다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주변에서 ‘머리색이 다르다’ ‘코가 크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우승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적이 일본인데 인종이 무슨 상관이냐” “일본에는 적지 않은 귀화 운동 선수가 있다”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과 “서구적인 외모는 일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일본의 외국인 거주자 비율은 2.4%로 한국(3.9%)보다 낮다. 미스 닛폰 콘테스트는 1968년 시작됐고 올해 56회를 맞았다. 우승자는 현직 총리와 만날 수 있다. 주최 측은 “외모는 물론 마음가짐, 교양 등도 평가해 우승자를 뽑는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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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미인대회 우승한 우크라 출신 귀화인 “다양성 인정 원해”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우크라이나 태생이지만 2022년 일본 국적을 취득한 모델 시노 카롤리나 씨(椎野 カロリーナ·26)가 22일 일본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며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좀처럼 일본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적도 많았지만 이제 일본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꿈만 같다”고 기뻐했 다.사단법인 미스일본협회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미스 니폰 콘테스트에서 시노 씨가 우승했다고 밝혔다. 그의 부모는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이혼했고 이후 어머니가 일본인 남성과 재혼했다. 시노 씨 또한 어머니를 따라 5세 때부터 일본에서 살았고 2년 전 귀화했다. 시노 씨는 워낙 어릴 적에 일본으로 왔기에 자신은 스스로를 일본인으로 생각하며 자랐다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주변에서 ‘머리색이 다르다’ ‘코가 크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우승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적이 일본인데 인종이 무슨 상관이냐” “일본에는 적지 않은 귀화 운동 선수가 있다”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과 “서구적인 외모는 일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일본의 외국인 거주자 비율은 2.4%로 한국(3.9%)보다 낮다.미스니폰 콘테스트는 1968년 시작됐고 올해 56회를 맞았다. 우승자는 현직 총리와 만날 수 있다. 주최 측은 “외모는 물론 마음가짐, 교양 등도 평가해 우승자를 뽑는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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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車 “中 핵심광물 써도 IRA 보조금 혜택을” 美에 요청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미국 정부에 한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을 배제한 채 흑연 등 핵심 광물을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흑연 등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밝혔다. 현대차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은 구형 흑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0%, 합성흑연은 69%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 달라”고 미 정부에 제안했다. 앞서 미 정부는 FEOC로 지정된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조달해 제작한 전기차에는 IRA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면서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는 올해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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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웨이’ 네타냐후, 휴전-인질석방 협상 거부… 美와도 파열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약 13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하마스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측이 제안한 인질 석방 및 휴전안을 전면 거부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요구에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를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인질 생명은 도외시한 채 지지 기반인 극우층 입맛만 고려한 강경책을 고수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질 가족들은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천막을 치고 연일 “당장 석방 협상을 시작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도 높은 지상작전에도 ‘하마스 궤멸’이라는 네타냐후 내각의 목표와 달리 하마스 대원의 일부만 제거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협상 불가” vs 하마스 “인질 죽을 것”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 ‘괴물’들이 제시한 협상 조건을 거부한다. 이스라엘인의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우리 병사도 헛되이 쓰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자신들 또한 인질을 풀어주고 휴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를 반드시 소탕해야 한다. 살인자와 강간범도 풀어줄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에 반발했다. 이들은 관저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당일 인질이 된 사람들이 벌써 107일째 포로 생활 중”이라며 “당장 석방시키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가자지구는 물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이 완전한 안보 통제권을 가지겠다며 “타협하지 않겠다. 총리로 있는 한 이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도 인질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 간부 사미 아부 주흐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 종료를 거부하면 하마스 인질의 귀환 가능성 또한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16쪽짜리 성명을 통해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선제 공격이 “이스라엘의 탄압에 맞서는 정상적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이 대거 희생되고 인질까지 납치한 것은 “우발적 사태”라고 변명했다.● 하마스 소탕 지지부진… 회의론 고조 인질 석방과 하마스 소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과 달리 실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2만5000∼3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하마스 대원 중 20∼30% 수준인 1만여 명만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하마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익명 보도를 전제로 뉴욕타임스(NYT)와 접촉한 이스라엘 장군 4명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목표는 양립할 수 없다. 하마스 궤멸을 위한 전투가 장기화하면 인질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군사작전으로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NYT가 검토한 이스라엘군 문서에 따르면 군은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가자지구의 3대 도시인 가자시티, 칸유니스, 라파에서 ‘통제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라파로 진격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2인자’ 야히야 신와르, 군사 지도자 모하마드 데이프 등도 여전히 살아있다. 이스라엘군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신와르와 데이프 사살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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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車·국내 배터리 기업, 美에 “중국산 배터리 원료 한시적 허용 해야”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미국 정부에 한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을 배제한 채 흑연 등 핵심 광물을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22일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흑연 등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밝혔다. 현대차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은 구형 흑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0%, 합성흑연은 69%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 달라”고 미 정부에 제안했다. 또 배터리 가격에서 핵심 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10% 미만이면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 도입도 요청했다.앞서 미 정부는 FEOC로 지정된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조달해 제작한 전기차에는 IRA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면서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는 올해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국내 배터리업계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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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푸틴 빠른 시일내 방북 표명” 美보란듯 밀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초토화” 발언, 북한의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주장 등 최근 북한의 군사 위협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북한의 전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수사(修辭)로 보느냐, 실제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 “핵 능력을 비롯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정권의 책임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수중 핵무기 발사 주장에는 “현재 정보가 부족해 진위를 판별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이 이웃 국가와 지역을 위협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북한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전쟁 사용 등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미국, 한반도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의 14∼18일 방러 소식을 전하며 “푸틴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며 “가장 친근한 벗을 최상 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또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방북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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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엔 미셸 오바마가 출마한다”…美극우 음모론 확산

    미국 극우 진영에서 미셸 오바마(60)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체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란 음모론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측근들이 극우 매체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가 이른바 ‘민주당 쿠데타’를 통해 고령 리스크로 끝없이 공격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밀어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미셸 오바마 출마설은 ‘민주당은 변덕스러운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의 꼭두각시에 불과해 지령에 따라 행동한다’는 음모론이 가지를 쳐 생겨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미국 정치책략가 로저 스톤(72)은 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내가 지난 2년간 말해왔듯 2024년 민주당 대선후보는 미셸 오바마가 될 것”이라며 “그가 입지를 다지는 것을 보라”며 27초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미셸은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집 ‘자기만의 빛’ 홍보차 촬영한 인터뷰로 보이는 영상에서 “누가 우리의 리더가 될지 걱정돼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다음날 전 폭스뉴스 앵커 출신 메건 켈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대담에서 “미셸 오바마가 정치에 발을 들이려고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이자 친트럼프 논객으로 활동하는 빅터 데이비스 핸슨과 대담했다. 그러나 미셸은 ‘자기만의 빛’ 출간 직후 공개한 71분짜리 넷플릭스 대담 다큐멘터리에서 출마설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자 “나는 단 한 번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적이 없다. 정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야 할 수 있지만 내 마음에는 정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출마설을 제기한 스톤은 2016년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 비선 참모다. 그는 트럼프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 혐의로 40개월 형을 받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면해줬다. 2020년 대선 때는 선거 불복 시나리오를 고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NYT는 “극우 진영에서는 미셸이 성전환 여성이라는 음모론,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암살한 후 돌연사로 발표할 것이라는 음모론 등도 널리 퍼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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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래서 OO을 지지했다” 대만인 25명의 답변[시차적응]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13일 치른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40.1%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같은 당 차이잉원 총통의 뒤를 잇게 되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나왔고, 승리 요인에 대한 분석도 접하셨겠지만, 실제 유권자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대만 사람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11~13일 타이베이시에서 취재하며 25명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유권자를 찾아다니다 덩달아 대만의 선거철 문화도 경험했습니다. 선거를 축제, 나들이, 동네 마실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下편’에는 선거철 문화를 담아 ‘민진당 지지자들의 3일’이라는 기사를 전할 예정입니다. 모든 인터뷰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뽑으실 건가요? 왜요?”○ 선거 2대 이슈 ‘양안 평화-정치 개혁’우선, 대만 유권자들과 이야기 나눈 결과를 요약할까 합니다. 구체적인 대만 현지 취재 내용은 뒤에 붙였습니다. 사진이 많고 글도 많습니다. 집권 민진당(라이칭더)과 제1야당 국민당(허우유이) 지지자들의 경우 총통을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꼽은 기준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였습니다. 양측 모두 ‘양안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평화’인지에 대한 인식,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에 있어 다른 관점을 가진 것입니다. 민진당 지지자들은 라이 당선인이 차이 총통의 기조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을 높게 샀습니다. 부총통 당선인 샤오메이친(蕭美琴·53)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샤오 당선인은 ‘주미국 대만대사’ 격인 미 워싱턴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를 2020~2022년 지내며 유연함을 강조하는 ‘전묘(戰猫·고양이 전사) 외교’로 중국에 맞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에 상관 없이 민생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인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는 끝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꼽았습니다.제2야당이자 제3지대인 민중당(커원저) 지지자들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을 견제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커원저가 이끄는 제3지대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모호한 커 후보의 양안 관계 입장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만 정치 지형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대통령이 정당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고 양당제 또한 굳건합니다.이번 선거로 대만이 ‘다당제 시대’에 돌입한 점도 주목할 법합니다. 총통 선거에서 커 후보는 26.4%의 득표율을 거뒀습니다. 제3후보로는 역대 최대 득표율입니다.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51석)과 국민당(52석)이 국회 과반(57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민중당(8석)과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대만에서 양당제 체제가 깨진 것은 직선제를 실시한 1996년 이후 처음입니다. 국민당은 민진당이 잃은 지역구 10석을 모두 뺏어왔습니다.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등 수도권 의석이 대부분입니다.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에 6.6%포인트 차로 졌습니다. ○ “친중 안된다. 이렇게까지 ‘귀향투표’하는 이유”선거 이틀 전인 11일부터 선거 당일 13일까지 사흘간 유권자를 찾아다녔습니다. 유세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유권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유세에 나가지는 않더라도 꼭 투표할 유권자를 찾아 공항, 기차역, 투표소에 갔습니다. 11일 오후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대만인 위니 웡 씨(63). 영국에서 입국했다고 합니다. 은퇴하고 영국에서 1년간 지냈다고 하네요. 그가 입국한 이유는 총통 선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이 ‘첫 투표’라고 합니다. 위니 씨는 중년인데…. 어찌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홍콩인이었다”고 합니다. 2017년부터 대만 이민 준비를 해 2022년 마침내 귀화했다고 합니다.▽위니라이칭더를 뽑을 거예요. 부통령 후보 샤오메이친하고 조합이 좋아요. 대만은 세계로 나아가야 해요. 중국 본토에 의존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홍콩인으로서 봤잖아요. 이번 선거는 대만 운명의 분기점이 될 거예요. 다른 당이 당선되면 대만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됩니다.이날 입국장은 유독 붐볐습니다. 대만의 선거 제도 때문입니다.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합니다. 후커우(戶口·호적)가 있는 곳에서 투표해야 합니다. 대만에서 선거날은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과도 같습니다. 10일 화상 인터뷰를 한 하이디 다이 씨(30)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만 선거를 위해 귀국했습니다. 학교가 이미 8일 개강했지만 하이디 씨는 대만 타이베이시 본가에 있었습니다. 교수님들께 첫 주 수업을 빠지기로 양해를 구했다고 합니다. 하이디 씨는 “친중 후보가 당선되면 안돼서 이렇게까지 투표한다. 중국에 의존할수록 대만은 불안정해진다.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의 외교 역량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입국장에서 만난 루(呂)모 씨(49)는 ‘타이상(臺商·중국 진출 대만 기업인)’입니다. 대만 기업이 중국 광둥성 선전에 둔 제조업 원자재 공장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입국해 가족들과 푹 쉴 거지만 투표도 꼭 할 거라고 합니다.▽루국민당을 뽑아야죠. 전 국민당 당원이예요. 국민당이 대륙과 관계를 잘 처리해요. 보다 온화하고 매끄럽게요.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차이잉원이 중국과 관계를 제대로 처리 못해서 회사 매출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총통은 민진당, 지역구는 일 잘하는 국민당”선거 전날에는 유권자를 찾아 타이베이역으로 갔습니다. 한국의 서울역 같은 곳입니다. 대만은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하듯 부재자 투표도 불가능합니다. 대합실에서 만난 헤드헌터 리이루이(李依叡·36) 씨도 고향 타이중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이루이라이칭더가 좋은 건 아닌데, 라이칭더를 뽑을 거예요. 총통에게 가장 중요한 건 중국과 너무 가깝지 않은 것입니다. 입법의원(국회의원)은 국민당을 뽑을 거예요. 우리 지역구를 위해 일을 잘한 후보가 나와요. 저는 일본에서 프로그래머로 7년을 일하다가 지난해 귀국했어요. 대만에 살며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 훈련하는 걸 보면 조금 무섭긴해요. 그런데 지금보다도 10년, 20년 뒤가 진짜 무서워요. 중국이 더 강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해요.미국도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트럼프가 1기 때 중국 견제를 위해 ‘약간 미쳤던(crazy)’ 건 좋았는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미중 경쟁이 심할수록 대만 경제가 나빠져요.대학 야구점퍼를 입고 있던 신베이시 출신 닐 씨(19)와 타이중 출신 피터 씨(18). 둘은 물류학과 재학생인데 만 20세가 되지 않아 투표권이 없다고 합니다. 질문을 약간 바꿔 물었습니다.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누구를 뽑을지 물었습니다.▽닐커원저요. 유튜브에 쇼츠(60초 이내 영상)가 정말 많이 떠요. 그래서 정책도 대강 알아요. 실제로 총통이 될 것 같은 건 라이칭더예요. 제 느낌에 훨씬 이기고 있어요.허우유이(국민당)는 부총통 후보 자오샤오캉이 싫어요. 우리 또래는 집값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자오는 이걸 두고 “당선되면 집무실 자리에 사회주택을 지어주겠다”고 농담처럼 말해요. 청년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집값은 누가 당선돼도 해결 못한다”선거 날 낮 최고 기온은 23도,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선선했습니다. 타이베이시 중산구의 한 초등학교에 차려진 투표소로 갔습니다. 남편과 투표소를 찾은 주민 크리스티 팽 씨(32)와는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만인인데 한국어를 공부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크리스티중국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찍었어요. 후보가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닌데 중국과 대만이 평화를 갖기 원해서요. 라이칭더를 뽑았어요.(Q: 경제는 어떤 거 같아요?) 당분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잖아요. 집값, 할 수 없어요.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잖아요. 대만은 오르기만 해요. 거품이 심해요. 안 내려가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도 많고, 주변에서도 많이 고민하는데요. 부동산은 어쩔 수 없어요.크리스티 씨의 남편도 공감했습니다. 그러면서 “커원저를 타이베이 시장으로 두 번(2014, 2018년) 뽑았지만, 그가 8년 사이에 일국양제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의 변절에 대해 우리 또래는 알지만 1020은 모른다. 곧 그들도 커원저의 진짜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원저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이제는 유세장에서 만난, 보다 적극적인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선거 이틀 전인 11일 낮 유세가 열린 이곳은 타이베이 단수이(淡水)강 옆 다다오청마토우(大稻埕碼頭) 광장입니다. 한강시민공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차를 타고 순회 유세 중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곧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머리에 새싹 핀을 꼽은 학생 천잉잉(陣穎穎·22) 씨. 아침식사 식당을 운영하는 삼촌과 함께 유세장에 나왔습니다. 삼촌은 원래 제1야당 국민당 지지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당 체제 하에서)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며 지지 정당을 바꿨다고 합니다. 새내기 유권자 잉잉 씨의 이야기도 들어보죠.▽잉잉커원저는 국민을 속이지 않아요. 부패하지 않을 거예요. 타이베이 시장(2014~2022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지지하게 됐어요. 원래 저는 민진당 지지자였지만 대만의 자체 개발 ‘가오돤(高端) 백신’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제대로 조사 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어요. 커원저는 타이베이 시장을 하면서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거든요? 아무도 손을 못 대던 곳입니다. ‘타이베이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고?’ 커원저를 보면서 깨달았죠. 또 커원저는 회의록과 예산 사용 내역도 전부 공개했어요.○ “부총통을 ‘美대만대사’격 고른 것 훌륭하다”11일 저녁 총통부 앞 카이거란대로에서 사진으로만 접한 “수만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유세가 열렸습니다. 이날 민진당 유세에는 지지자 15만 명(당 추산)이 모였다고 합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유세 맛집’입니다. 이곳은 대규모 집회 단골 장소입니다. 카이거란대로 쟁탈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선거 전야에는 커원저의 민중당 집회가 열렸습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왕복 10차선이라고 하니, 광화문광장이 세종대로(왕복 12차선)였던 시절과 비슷한 규모입니다.저는 평생 민진당을 지지했다는 30년 지기 60세 리우(劉)모 씨와 슈(徐)모 씨를 만났습니다. ▽리우, 슈라이칭더를 뽑아야죠. 차이 총통의 8년간 대만은 많이 바뀌었어요. 세계가 대만을 알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미국 대사격인 샤오메이친을 부총통 후보로 고른 건 가점을 줘야 해요. 대만은 중국이라는 흉포한 이웃을 뒀어요. 매우 걱정되지만 굴복하면 안돼요. 이번 선거로 대만이 위로 올라갈지, 뒤로 퇴보할지 결정돼요. 허우유이가 당선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중국 경제에 의존하게 될 거예요.차이 총통의 8년이 어땠나 물어봤더니 “페이창하오(非常好·훌륭하다)”라며 “3연임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리 가슴 속 총통 중 최고다. 라이가 차이 노선을 따라간다니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에너지가 발산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대만인들은 즐겁게 수다 떨고, 셀카 찍고, 손에 쥔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충분히 빨리 도착하지 못한 탓에 행사장 뒤편에 있어 열기가 다소 덜했지만요. 덕분에 지지자들과 대화하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에너지를 흡수만 해 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말을 붙여봤습니다. “샹강(香港)이예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실비아 씨(25), ‘홍콩 사람’이라고 합니다.▽실비아민주주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러 왔어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어요. 홍콩에는 민주주의가 없잖아요. 진짜 선거를 경험하고 싶어서 왔어요. 내일은 소수정당이 커피집에서 여는 행사를 구경 가요.대만은 지금 분기점에 있어요. 대만이 다음번 홍콩이 안 되면 좋겠네요. 홍콩에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지만 저는 계속 홍콩에 살고 싶어요. 본토에서 태어나 열네살에 홍콩으로 왔지만, 제 정체성은 홍콩인이에요. 옆에서 저희 대화를 듣고 있던 60대 린지아링 씨가 끼어듭니다. 둘이 대화를 나눕니다. 린 씨는 실비아 씨가 이렇게 말하자 크게 공감합니다. ▽실비아커원저가 말하는 중도요, 홍콩도 중도가 힘을 얻었던 때가 있어요. 그런데 친중으로 노선을 틀더라고요. 경제 의존도 심화했고요. 커원저를 보면 이들이 떠올라요.○ “대만 해협 양측은 평화롭다”선거 전날인 12일 저녁 찾아간 곳은 국민당 대규모 유세였습니다. 유세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대형 앰프로 음악을 틀거나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었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모였다보니 대화 소리가 겹겹이 쌓여 소음이 아주 컸습니다. 다같이 소풍나온 분위기였습니다. 인터뷰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 보이던 2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국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케빈대만 해협 양측이 평화롭기 때문에 지지한다.이날 허우 후보는 대만어로 연설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TV 토론회에서도 대만어로 말했습니다. 대만어는 대만 표준어 ‘국어(國語)’와 다른데요. 대만에서 유학 중인 한 한국인 유학생은 “표준어와 제주 방언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당이 허우 후보를 지명한 것을 두고는 친중(親中)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허우 후보는 중국과 연이 없는 후보입니다. 허우 후보의 가족은 장제스(蔣介石) 대만 초대 총통이 중국 공산당과 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만으로 물러나기 이전부터 대만에 산 내성인(內省人) 출신입니다. 또 그는 평생 경찰로 일하며 중국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거 기간 대만어를 최대한 많이 사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선거 기간 허우 후보는 “대만해협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과 소통하는 동시에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방문해서는 양안 관계 전략으로 ‘억지, 대화, 긴장완화’라는 ‘3D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허우 후보를 비롯해 세 후보 모두 미국과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중국에 대하는 자세에서 이견이 있는 것입니다. ○ “대만이 세계에 더욱 개방되길 원한다”토요일인 13일 오후 4시에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대만은 한국보다 개표가 빨리 진행됩니다. 오후 8시를 앞두고 민진당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습니다. 오후 8시 30분으로 예정된 당선 기자회견을 10분 앞두고 민진당 선거대책본부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장(張)모 씨 가족은 20대 딸과 부모님이 함께 나왔습니다. 기분이 어떤지 물으니 “매우 행복하다. 올바른 사람을 선택했다. 중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라이를 선택한 대만인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친구와 둘이 나온 릴리 씨(50)에게 라이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것을 묻자 “대만이 앞으로 세계에 더욱 개방되어 세계가 대만을 더 잘 이해하길 바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모든 민주국가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전 세계 76개국이 대선, 총선을 치른다 해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주요국 첫 선거였던 대만 총통 선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친미,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전 세계는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셈법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목소리에서 보셨듯 대만인들은 이 선거가 자국의 앞날,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후보를 지지했든 진지했습니다. 이제 이는 라이 당선인과 대만 정치인들의 몫이 됐습니다. 라이 후보는 당선 연설에서 “선거 결과는 국민이 ‘유능한 정부’와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 새로운 여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경쟁 후보의 정견과 주장을 깊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적지 않은 청년층이 커원저의 민중당에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들의 마음을 다시 사는 것이 민진당과 국민당 두 당 모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강한 제3당이 생겨야 양당의 마인드가 달라진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13일 투표소에서 만난 웨슬리 텡 씨(40·회사원)가 한 말입니다. 그는 “커원저가 패배하더라도 민중당은 대만 정치를 바꾸는 ‘청류(清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만 정치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그의 염원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타이베이·타오위안·신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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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잉 737 개조한 美국무장관 전용기 결함 논란…보잉기 사고 12일 만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전용기의 결함으로 인해 대체 항공기를 조달해 미국 워싱턴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는 보잉 737 기종을 개조한 것이다. 18일 미 CNN은 “블링컨 장관과 취재진은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워싱턴행 ‘보잉 C-40’에 탑승했지만 이륙 전 치명적 결함이 발견돼 결국 비행기에서 내려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결함은 산소 누출과 관련된 고장으로 전해졌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예정보다 몇 시간 늦게 돌아왔지만 업무 수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출장에 동행한 참모진과 취재진은 다른 상업 항공편을 이용했다. 미 공군 소속 보잉 C-40은 보잉 737 기종을 개조한 여객기로 부통령, 영부인, 국무장관이 사용한다. 블링컨 장관은 15~19일 WEF 참석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이번 고장은 알래스카항공 보잉기 사고 12일 만에 발생했다. 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이륙 10여분 만에 벽면 패널 부품인 ‘도어 플러그’가 분리돼 기내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났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 737의 차기 기종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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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 독립추진 죽음의 길”… 라이칭더, 美대표단에 지원요청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자 예견됐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라이 당선인은 15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해 벌써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같은 날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혀 묘한 기류를 짐작하게 했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은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이란 강경 메시지도 내놓았다.● 라이 당선인 美 대표단 만나… 中 반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우루 공화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단교 의미를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나우루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1980년 공식 수교한 이후 2002년 단교했다. 그 후 3년 뒤인 2005년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당시 국교가 재개됐다가 19년 만에 다시 단교하게 됐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과테말라 파라과이 바티칸 팔라우 등 세계 12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라이 당선인 취임과 맞물려 대만 압박을 위한 중국의 외교 행보가 지금보다 더 가속화되면 대만 수교국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이 당선인은 같은 날 미국의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이 계속해서 대만을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미 대표단은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됐다. 라이 당선인은 이들을 만나 “대만은 이제 ‘세계의 대만’”이라며 “대만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들리 전 보좌관은 “대만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 빛나는 모범이 됐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확고하고 원칙적이며 초당적”이라고 화답했다.● 라이 취임까지 양안 ‘4개의 파고’ 이날 대만 중앙통신사는 “5월 20일까지 대만은 ‘4개의 시점(時點)’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이 시점들마다 대만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명절) 연휴 직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무원(행정부) 대만사무판공실의 첫 연례 회의다.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만사무판공실은 이 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대만 정책 초안을 마련한다. 여기서 얼마나 강도 높은 정책과 표현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만 압박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3월 초에 예정된 중국공산당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두 회의를 합쳐 ‘양회’라고 부른다. 전국인대에서는 주요 정책을 확정하고 별도의 성명 등을 발표할 수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게 되는데 여기서 대만 관련 언급이 반드시 포함된다. 네 번째는 5월 20일 예정된 라이 당선인 취임식이다. 중국은 이미 “재집권에 성공한 민진당이 대만 다수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빌미로 라이 당선인의 취임 자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또 만일 취임식에 외국 사절이 참석할 경우 중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만을 포위하는 등 군사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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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미반중 택한 대만… 中 “통일은 필연” 바로 압박

    ‘선거의 해’인 2024년 주요국 첫 대선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대만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외교·군사 수단을 총동원해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만해협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직간접적 파장이 불가피한 한국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이날 득표율 40.1%(558만6019표)를 얻어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득표율 33.5%·467만1021표)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득표율 26.4%·369만466표)를 제쳤다. 이로써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2024년 세계 선거의 해,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거뒀다”라면서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중 민주주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이 친미·반중 노선과 친중 노선의 대결 구도에서 전자를 택했다는 뜻이다. 또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 중국의 군사 위협을 의식한 듯 “대만 국민이 외부 세력(중국)의 개입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고 자평했다. 라이 당선인의 승리 원인으로 중국의 위협,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대만은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는 발언 등이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민진당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은 커 후보의 선전 또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나 야권 지지 성향 표를 분산시켰다. 다만 민진당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어 국민당(52석)에 제1당을 내줬다. 라이 당선인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데다 의회에서도 제2당으로 밀려 정국 운영은 물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며 그의 승리를 반겼다. 중국은 “민진당은 대만 주류 민심과 괴리가 있다. 조국 통일은 필연”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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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칭더, 차이잉원보다 강한 ‘대독파’… “中, 팔 비틀자 反中 결집”

    “대만은 이미 주권국이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외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줄곧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됐을 때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MVP(최우수 선수)”라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맞서겠다는 뜻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이런 라이 당선인의 선거 승리를 막기 위해 선거 과정 내내 군사 위협, 구두 경고 등을 가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중국의 공세가 오히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투표 열흘 전인 2일 대만 언론 롄허보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5%포인트였다. 실제 투표에서 1, 2위 간 격차는 6.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광부 아들→의사→총통 당선 라이 당선인은 1959년 수도 타이베이 인근 작은 마을 완리에서 태어났다. 광부였던 그의 부친은 라이 당선인이 태어난 지 95일 만에 탄광 사고로 숨졌다. 그의 어머니가 홀로 라이 당선인을 포함한 6명의 자녀를 키웠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인 그는 국립 대만대 의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고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타이난에서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총리)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총통에 올랐다. 부인과 두 아들, 손자가 있다. 라이 당선인은 역시 반중 성향으로 유명한 차이 총통보다 대만 독립에 대한 열망이 더 높은 ‘대독파’로 꼽힌다. 타이난 시장 시절인 2014년 처음 중국 본토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금기로 여기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거론하며 “톈안먼 시위는 애국운동”이라고 했다. 또 중국식 병음 표기를 거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시 공용어에 영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남부 가오슝 유세 현장에서는 “‘92 공식’(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양측의 구두 합의)을 받아들이는 건 대만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외쳤다. 이런 그를 중국은 ‘배신자’ ‘말썽쟁이’ ‘분열주의자’로 부르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習 믿어야” 마잉주, 반중 정서 결집시켜 선거 직전 제1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신습론(信習論)’ 발언도 되레 민진당에 호재가 됐다. 마 전 총통은 최근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가 좋아지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당 허우 후보마저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거세진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주장해 대만인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국민당 지지층은 선거 패배 확정 직후 마 전 총통의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패배의 주범’이라는 댓글을 달며 비판했다. 외신 또한 중국의 거듭된 위협이 오히려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대만의 팔을 거듭 비튼 중국의 강경 행보가 오히려 대만 유권자로 하여금 중국을 넘어서야겠다는 열망을 키워줬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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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 득표 커원저, 양당체제 깬 장외주역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사진) 후보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의 ‘장외 승리 주역’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협상 결렬 후 완주해 제3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다 표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분산시켜 라이 당선인에게 도움을 준 셈이다. 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6.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만 언론 롄허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 때의 지지율 21%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20, 30대 유권자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의 오랜 양당 체제를 깨고 ‘제3정당의 세력화’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커 후보는 라이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이다. 대학병원에서 30년 가까이 외과의사로 근무해 종종 ‘커 교수’로 불린다. 부인도 산부인과 의사다. 2014∼2022년 수도 타이베이에서 무소속으로 재선 시장을 지내며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의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타이베이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2019년 민중당을 창당했고 올해 총통 선거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후보 등록 직전 허우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방침에 합의했지만 집권 후 권력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다. 국민당 지지자는 이런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하지만 젊은층에서는 “각각 친(親)중, 반(反)중 이념만 강조하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모두 지겹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타이베이 시민 천잉잉(陳穎穎·22·여) 씨는 “커 후보는 탐오(貪染·탐욕과 오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시장 재직 당시 회의록을 전부 공개했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커 후보는 13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일요일인 내일(14일)도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겠다”며 차기를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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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칭더 집권했지만 16년만에 여소야대… 제3당이 ‘캐스팅 보트’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지지율이 낮은 총통 당선인을 보유하고, 입법원(국회) 제1당에서 제2당으로 전락해 ‘이중(二重) 소수’에 빠졌다.”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현지 언론 롄허보의 평가다. 민진당은 이날 총통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의 득표율은 40.1%에 그쳤다. 입법원 내 민진당 의석 또한 4년 전보다 10석이 줄어 제1야당 국민당에 원내 제1당 지위를 내줬다. 집권당 의석이 총 113석인 입법원 과반(57석)에 미달한 것은 입법원 의석이 현재 의석으로 확정된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1996년 총통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가며 8년씩 집권했던 공식 또한 깨졌다. 국민당은 제1당에 오르긴 했지만 민진당보다 불과 1석이 많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민진당과 국민당 모두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위해 8석을 얻은 제3당 민중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에 다음 달 1일 입법원장(국회의장) 선출 때 민중당이 어떤 당의 후보를 지지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입법원장 후보로 국민당에서는 2020년 총통 선거에 도전했으며 갖가지 논란을 몰고 다니는 한궈위(韓國瑜·67·사진) 전 가오슝 시장, 민진당에서는 유시쿤(游錫堃) 현 입법원장이 거론된다.● 국민당이 제1당… 16년 만의 여소야대 총통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국민당은 13일 11대 입법위원 선거에서 52석을 얻었다. 4년 전보다 14석이 많다. 반면 대권을 거머쥔 민진당은 10석을 잃은 51석에 그쳤다. 4년 전 5석이었던 민중당 의석은 8석으로 늘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 국민당의 승리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인물론이 중시되는 총통 선거와 달리 입법원 선거는 전국적 인지도가 낮아도 후보 개개인의 지역구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대(對)중국 강경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집권 8년간 민진당이 반중 정책을 강조하느라 민생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는 유권자의 불만도 상당한 상황이었다. 타이베이 시민 리이루이(李依叡·36·회사원) 씨는 12일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중국의 군사 위협 등을 우려하기에 총통 선거에서는 라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당 후보가 민진당 후보보다 일을 잘하고 지역구 사정에도 밝다고 했다. 민진당은 2022년 11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도 21개 지역에서 불과 5곳에서만 승리해 13개 지역에서 이긴 국민당에 참패했다. 이런 흐름이 이번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이어졌다. 차이 총통은 이번 유세 과정에서 “입법위원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라며 라이 당선인과 민진당 입법위원 후보를 모두 찍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국민당 전 총통 후보, 입법원장 가능성 그간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한궈위 전 시장이 입법원장에 오를지도 관심이 크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입법원에 입성하게 됐다. 한 전 시장은 2018년 민진당 텃밭으로 꼽히는 남부 가오슝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시장에 올라 큰 관심을 모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역시 대머리인 지지자를 유세장으로 불러모아 대머리를 강조하는 이색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세를 몰아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가 됐지만 과도한 친중국 성향 등으로 차이 총통에게 대패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총통 선거에만 신경 쓰느라 시정을 등한시했다”는 이유로 실시된 시장 파면 선거가 통과돼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와신상담한 그가 입법원장에 오르려면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에서 모두 선전한 민중당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총통 선거에 출마했던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주석은 13일 “민중당은 나의 1인 정당이 아닌 집단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15일 지지 후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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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용지 이름 부르면 ‘正’자 적어… 대만 수개표

    “2번 한 표.”13일 오후 5시경 대만 타이베이 완화(萬華)구의 한 골목. 복덕방처럼 생긴 건물 1층 상가에서 우렁찬 외침과 복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치러진 총통 및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의 개표 현장이었다.투표소로도 운영된 이곳에서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개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가로 50cm, 세로 10cm 정도의 투표용지를 활짝 편 뒤 머리 위로 번쩍 들어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면 다른 관계자가 그 결과를 ‘바를 정(正)’ 자로 하나하나 적는 식이다.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한 대만에서는 한국처럼 전자 개표를 하지 않고 이처럼 수작업으로 일일이 개표한다.누구나 개표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대만 선거 제도의 특징이다. 선관위가 개표 관람증을 한정 배부하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완화구의 투·개표소에서도 주민 6명이 앉아서 개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고,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가던 다른 시민이 잠시 멈춰서서 현황을 지켜보기도 했다.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00만 명이나 이날 운영한 투표소는 1만7795개에 달했다. 2022년 대선 당시 한국이 운영한 투표소(1만4464개)보다 많다.대만은 부재자 투표가 불가능하고 자신의 고향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천(陳)모 씨(44)는 “현재 타이베이에 거주하지만 투표는 고향인 중부 타이중에서 했다”고 말했다.이 투표소로부터 100m 떨어진 민진당 소속 입법의원 후보의 사무소에서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이곳 역시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했고 출입문이 없었다. 타이베이 시민 린(林)모 씨(38)는 “대만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태동한 젊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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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번 한표” 외치면 수작업으로 ‘正’ 적는 대만의 개표 문화…누구나 관람 가능

    “2번 한 표”13일 오후 5시경 대만 타이베이 완화(萬華)구의 한 골목. 복덕방처럼 생긴 건물 1층 상가에서 우렁찬 외침과 복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치러진 총통 및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의 개표 현장이었다.투표소로도 운영된 이 곳서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개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가로 50cm, 세로 10cm 정도의 투표용지를 활짝 편 뒤 머리 위로 번쩍 들어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면 다른 관계자가 그 결과를 ‘바를 정(正)’ 자로 하나하나 적는 식이다.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한 대만에서는 한국처럼 전자 개표를 하지 않고 이처럼 수작업으로 일일이 개표한다. 누구나 개표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대만 선거 제도의 특징이다. 선관위가 개표 관람증을 한정 배부하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완화구의 투·개표소에서도 주민 6명이 앉아서 개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고,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가던 다른 시민이 잠시 멈춰서 현황을 지켜보기도 했다.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00만 명이나 이날 운영한 투표소는 1만7795개에 달했다. 2022년 대선 당시 한국이 운영한 투표소(1만4464개)보다 많다.대만은 부재자 투표가 불가능하고 자신의 고향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천(陳)모 씨(44)는 “현재 타이베이에 거주하지만 투표는 고향인 중부 타이중에서 했다”고 말했다. 이 투표소로부터 100m 떨어진 민진당 소속 입법의원 후보의 사무소에서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이 곳 역시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했고 출입문이 없었다. 타이베이 시민 리우(林)모 씨(38)는 “대만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태동한 젊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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