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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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국제일반23%
인사일반19%
중동15%
일본7%
국제경제7%
유럽/EU7%
사회일반7%
미국/북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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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4%
  • 美포드, ‘IRA 우회 논란’ 中CATL과 합작공장 건설 중단

    미국 2위 자동차 기업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기술을 제휴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회 논란 속에 미 미시간주에 짓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미 의회의 합작 계약 조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그리고 전기차 부문 실적 부진 등이 겹친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짓고 있는) 미시간주 마셜 배터리 공장을 경쟁력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건설을 중단하고 관련 지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건설 중단이)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건설 재개 가능성을 열어 뒀다. CATL과의 합작 사업에 대한 미 정치권 공방과 UAW 파업이 건설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포드 측은 “다방면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미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앞서 포드는 올 2월 중국 CATL과 제휴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기술을 제공받아 2026년부터 가동할 마셜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장 건설에 35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투자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합작 생산 방식이 중국산(産)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IRA를 우회해 보조금을 받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와 세입위원회는 7월 포드에 계약서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파업 중인 UAW를 압박하기 위해 마셜 공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UAW가 무(無)노조로 운영되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에 대해서도 기존 자동차 기업 수준 임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포드의 미시간주 웨인 공장은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5일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공장을 폐쇄해 가며 우리를 압박한다. 부끄럽고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포드의 전기차 실적도 부진하다. 7월 포드는 올해 전기차 부문 손실액이 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포드는 연간 전기차 60만 대 생산 시한을 올 연말에서 내년까지로 연장하고,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 대 생산 목표는 폐기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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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운 美합참의장 인준 통과… 흑인 두번째

    올 5월 미국 합참의장 후보로 지명된 찰스 브라운 전 미 공군 참모총장(61·사진)이 20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1989∼1993년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에 이은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포함해 ‘미군 투 톱’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모두 흑인인 것도 처음이다. 브라운 총장은 마크 밀리 현 의장이 다음 달 중 퇴임하면 그 자리를 잇는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브라운 총장은 인도태평양 전문가이며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8∼2020년 태평양 공군사령관을 지냈고 한국에서는 전북 군산에서만 두 차례에 걸쳐 총 2년 6개월 근무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역내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1962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태어났다. 1984년 텍사스공과대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임관했다. 조부와 부친도 미군에 복무한 3대 병역 명문가다.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을 때 자신 또한 흑인 전투기 조종사로 차별을 겪었다는 경험담을 밝혔다. 인준에 4개월이 걸린 것은 야당 공화당 소속으로 보수 성향의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이 “국방부가 다른 주(州)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장병을 지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군 간부의 ‘일괄 인준’ 전통에 어깃장을 놨기 때문이다. 이에 새 보직에 부임하지 못한 미군 장성이 300명을 넘겼고 안보 공백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결국 상원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핵심 보직 지명자의 인준은 개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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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가 끌어내리자”… 佛, 유통규제 풀고 美는 에너지기업 압박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응책을 짜내고 있다. 끝없는 유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다른 물가 상승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12월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방침이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보조금 철폐’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은 이달 종료될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했다.● 佛, 60년 만의 법 완화로 ‘착한 기름’ 유도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 유통업체들이 약 6개월간 휘발유나 경유를 매입가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7일 각료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법안은 12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1963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해 왔는데 약 60년 만에 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주유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기름’을 팔게끔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앵테르마르셰, 시스템 U, E.르클레르 등 대형마트들은 이미 올여름부터 마트 내 주유소에서 유류를 원가 수준에 판매해 ‘착한 기름’을 찾는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고, 오히려 휘발유나 경유가 마트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정부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주유소들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고수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는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휘발유나 경유 판매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의 거부 방침은 확고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수 감소로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류세를 인하했다가 향후 유가 진정기에 이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여기에 프랑스 대표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L당 1.99유로(약 2820원)로 책정한 유가 상한제를 내년까지 연장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상한제 적용 주유소를 현재 2600곳에서 내년에 34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정유사 압박… 日, 보조금 연장미국도 치솟는 유가에 에너지 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간 310억 달러(약 41조1400억 원)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유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취지다. 중국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핵심 정책을 일부 무력화한 셈이다. 지난해 유가 급등에 미 에너지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은 557억 달러(약 74조 원)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셰브론, 셸, BP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 기업도 기록적인 이익을 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11일 “최근 에너지 기업의 행보를 두고 이들이 보조금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업계가 지나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일본은 당초 9월 종료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85엔(1659원·1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고육지책으로 보조금 연장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씩 확대해 10월에 휘발유 가격을 175엔(1570원)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또 고물가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고 휘발유 보조금 재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도 마련할 방침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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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시진핑 의중 파악” vs 中 “군사력 염탐”… ‘그림자 첩보전’ 격화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라 할 정보 및 방첩 전쟁 또한 격화하고 있다. 기존 도·감청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해킹, 소셜미디어 등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상대국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하면서 두 나라의 첩보 전선이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경쟁 당시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태 및 의중 파악,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실태를 집중적으로 염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진단했다. 이에 시 주석이 도·감청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은 ‘시 주석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은 ‘미국이 진짜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美, ‘反시진핑 中 엘리트’ 활용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대(對)중국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직후 중국을 “핵심 경쟁자”라고 했고 대중 첩보 수집이 목적인 신규 부서 ‘중국미션센터’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동아시아태평양센터에서 중국 첩보를 수집했으나 중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CIA 내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앞서 CIA의 대중국 휴민트는 2010∼2012년 중국에 발각돼 와해됐다. 번스 국장은 올 7월 중국 관련 휴민트 역량 재건에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CIA가 새로 구성한 휴민트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 등 고위 엘리트가 상당수 포함됐다. 반대파를 철저히 탄압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미국의 정보원 포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을 포함해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정치 파벌 ‘태자당’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는 시 주석에게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올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태 당시 시 주석이 군 수뇌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이후 고위 장성 등에게 거센 불만을 표하며 이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은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것을 염려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전격 취소했고 넉 달 후 중국을 찾았다. ● 中, AI로 美 스파이 감지 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소셜미디어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은 NYT에 “중국이 미국 첩보원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감지하는 AI 체계를 보유했다”며 해당 첩보원이 변장을 해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중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 몇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최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링크트인 등 서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정부기관, 정보기술(IT) 기업, 방산업체 등에서 정보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미 고위 관계자, 군인, 민간인에 대한 포섭 시도 또한 치열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중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IA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2016년 미 대선 당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울시 전 국장이 미 정보당국의 수장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기에 충격을 줬다. 중국은 자국 민간인 및 외교관을 동원해 미 주요 군사기지를 ‘도촬’(도둑 촬영)하고 전자기파 수치도 측정했다. 올 8월에는 미 해군 기밀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해군 병사 2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파악한 중국의 첩보 활동만 10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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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첩보전 격화… 도감청 우려한 시진핑, 휴대폰도 사용 제한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라 할 정보 및 방첩 전쟁 또한 격화하고 있다. 기존 도·감청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해킹, 소셜미디어 등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상대국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하면서 두 나라의 첩보 전선이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경쟁 당시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태 및 의중 파악,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실태를 집중적으로 염탐하고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진단했다. 이에 시 주석이 도·감청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은 ‘시 주석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은 ‘미국이 진짜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美, ‘反시진핑 中엘리트’ 활용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대(對)중국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직후 중국을 “핵심 경쟁자”라고 했고 대중 첩보 수집이 목적인 신규 부서 ‘중국미션센터’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동아시아태평양센터에서 중국 첩보를 수집했으나 중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CIA 내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앞서 CIA의 대중국 휴민트는 2010~2012년 중국에 발각돼 와해됐다. 번스 국장은 올 7월 중국 관련 휴민트 역량 재건에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CIA가 새로 구성한 휴민트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 등 고위 엘리트가 상당수 포함됐다. 반대파를 철저히 탄압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미국의 정보원 포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을 포함해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정치 파벌 ‘태자당’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는 시 주석에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올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태 당시 시 주석이 군 수뇌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이후 고위 장성 등에 거센 불만을 표하며 이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은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것을 염려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전격 취소했고 넉달 후 중국을 찾았다. ● 中, AI로 美스파이 감지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 소셜미디어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은 NYT에 “중국이 미국 첩보원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감지하는 AI 체계를 보유했다”며 해당 첩보원이 변장을 해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중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 몇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최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링크드인 등 서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정부기관, IT 기업, 방산업체 등에서 정보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미 고위 관계자, 군인, 민간인에 대한 포섭 시도 또한 치열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중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IA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2016년 미 대선 당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울시 전 국장이 미 정보당국의 수장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기 충격을 줬다.중국은 자국 민간인 및 외교관을 동원해 미 주요 군사기지를 ‘도촬’(도둑 촬영)하고 전자기파 수치도 측정했다. 올 8월에는 미 해군 기밀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해군 병사 2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파악한 중국의 첩보 활동만 십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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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휩쓰는 ‘反기술’ 파업… “AI-전기차 등 신기술이 일자리 위협”

    미국 자동차 노동조합이 ‘빅3’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나선 가운데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같은 ‘신(新)기술’에 반발한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AI나 로봇 등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노사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방직기계를 부수던 러다이트 운동이 21세기에 반(反)기술 파업으로 옮겨진 셈이다. 그 결과 지난달 파업으로 인한 미 근무일(日) 손실은 410만 일을 기록해 23년 만에 가장 컸다. ● ‘21세기판 러다이트 파업?’ 미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신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근로자 두려움이 퍼지는 가운데 하투(夏鬪) 시기를 맞았다”며 “시위대 피켓에 파괴적인 기술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올해 미국 파업 참여 근로자 수는 약 46만 명으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신기술에 의한 일자리 상실 우려가 파업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전기차 확산을 파업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UAW는 미 자동차 3사에 무(無)노조로 운영되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 등에 대해서도 기존 자동차 기업 수준 임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존 자동차 회사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숀 페인 UAW 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경영진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근로자에게는 저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기차 산업이 형성되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할리우드 양대 노조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조(SAG-AFTRA)는 AI가 배우와 작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3개월째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간호사협회 역시 의료 서비스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토머스 코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NYT에 “생성형 AI의 폭발적 증가가 (향후) 가장 중요한 노사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느냐는 오늘날 노사 관계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反)기술 파업이 신기술을 통한 일자리 대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자동차 노조 파업이 어떻게 종료되든 빅3 자동차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테슬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승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8월 파업 손실 근무일 23년 만에 최다 반기술 파업 등의 여파로 지난달 미 전역 사업장에서 파업 손실 규모가 23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파업까지 겹친 이달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16일 미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파업으로 손실을 본 근무일 수는 410만 일로 2000년 8월 이후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손실 근무일 수는 파업 참여 인원에 파업과 직장 폐쇄 등에 따른 조업 중단 일수를 곱한 것이다. WSJ는 “미국에서 노조가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 8월에는 조합원이 13만5000명인 SAG-AFTRA와 통신노조(조합원 8만5000명) 파업이 겹쳤던 영향이 컸다. 지난달도 WGA와 SAG-AFTRA 동반 파업(조합원 총합 약 17만1500명)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을 피하고자 임금 인상에 합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황은 개선됐지만 인력난이 심한 항공, 항만, 물류 기업 등은 올여름 노조와 인상률 두 자릿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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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북중러 견제 위해, 한미일 ‘안보-경제-민주’ 세갈래 협력 강화해야”

    《“윤석열 정부에서 더 많은 한일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북한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한 한국 미국 일본 3국 협력의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61)와 가와시마 신(川島眞·55) 일본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CC큐브에서 대담을 갖고 이렇게 제언했다. 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회동이 북한의 핵 도발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이어져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이겠지만 인도태평양 전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엔 비할 수 없다”며 “한미일이 안보, 경제, 민주주의 가치라는 3개 분야의 협력을 더 강화해 주변국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북-중-러를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의 추가 개선이 필수라는 것이다.각각 중국, 대만에서 오래 생활한 가와시마 교수와 강 교수의 대담은 중국어로 진행됐다. 두 교수는 “한미일 협력의 목적은 일방적인 중국 견제와 반대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라며 “다음에 중국 학자까지 포함시킨 대담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북-러 정상의 만남,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 강준영 교수(이하 강)=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살아 있는 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를 고사시킬 수 있다면 수십 년 전쟁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 더 잦은 핵·미사일 도발 또한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러시아는 북핵의 직접 위협에 놓인 한국에 되레 ‘북-러 밀착에 신경 쓰지 말라’는 뜻까지 밝혔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 한국의 적국이 되는데 이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모든 면에서 잘못된 만남이다. 가와시마 교수(이하 가와시마)=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이 금지한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자가당착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역설적으로 북-러 밀착으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 또한 강화됐다. 가와시마=한미일 정상의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회동으로 3국 협력의 수준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이라는 큰 그림을 보기보다 북핵, 통일 등 북한 의제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이 미국, 일본보다 러시아나 중국에 덜 강경할 뿐 아니라 친절하고 협조적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다. 한국이 분단국임을 알지만 다른 나라가 한국처럼 북한 의제를 우선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에는 미세 균열조차 발생하면 안 된다. 세 나라가 일사불란하게 인도태평양 전체를 같이 포위해야 북-중-러를 모두 압박하고 견제할 수 있다. 주변국에 군사 위협을 강화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동아시아의 모든 곳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일본 정부는 여긴다. 강=동의한다. 다만 내수 비중이 큰 일본 경제와 달리 한국은 대중 교역의 비중이 높다. 북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의 특수성을 더 이해해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추가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과거사가 있다. 가와시마=일본이 가해국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 출신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한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고 정권이 바뀌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또 물거품이 될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으로 실무를 담당했기에 이 트라우마가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윤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점도 평가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을 안다. 그래서 윤 대통령께 2보가 아닌 ‘3보 전진’을 부탁드린다. 현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뤄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1보 후퇴’ 정도로 그칠 수 있다. 한국이 북한 관련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면 일본 또한 이를 상당한 진전으로 여길 것이다. 강=한국 정치권이 반일 감정을 지나치게 이용한 측면이 있다. 현 중국공산당 또한 반일감정을 체제 유지 도구로 쓰고 있다. 한일 관계가 더 좋아지려면 양국 지도자의 지지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민간 교류 등 관계 개선 정책에 힘이 실린다. 이런 한국의 시도에 일본 또한 적극 화답하길 바란다. ―중국이 강경 일변도의 대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와시마=생각보다 빨리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같은 보수파가 사회 전반을 장악했으며 정보기술(IT)의 발달을 사회 통제에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판이 된 미국의 전략적 선택도 중국의 부상을 부추겼다. 2001년 9·11테러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했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켜 주면 테러 대처 부담을 나눠 지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슬람국가(IS) 격퇴, 이란 핵협상 등에 치중했다. 그러다 중국의 힘이 급성장하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이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이자 뒤늦게 일대일로를 강하게 견제했다. 중국 또한 ‘이제 와서 왜 이러냐’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강=시 주석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중심의 또 다른 세계 질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를 강조해 3연임에 성공한 만큼 그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경제’보다 ‘안보’를 중시하겠다는 거듭된 발언, 최근 경제난 조짐에도 ‘성장’보다 ‘분배’를 앞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를 지속하겠다는 태도가 잘 보여준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도 중국 화웨이가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식 스마트폰을 내놨다. 규제 실패인가. 강=규제 전 사 놓은 반도체를 썼다는 설, 규제 우회를 통해 구입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알기 어렵다. 다만 그래서 한미일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 안보와 경제(공급망·기술 등)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양자의 경계 또한 희미하다. 가와시마=동의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반도체 부족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칩이 내장되지 않은 종이 교통카드를 쓴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고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강=부동산 부실이 경제 붕괴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위기가 더 전파되지 않도록 당국이 제어할 능력이 있고 증시 등도 안정을 찾고 있다. 다만 비슷한 위기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가와시마=전체적으로 괜찮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경제가 발달한 남동부와 달리 베이징과 북한 사이의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은 민간 기업보다 혁신 능력이 떨어지는 국유 기업이 많아 위기에 많이 노출됐다. 시 주석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홍수 피해를 입은 헤이룽장성을 찾은 것 또한 이곳의 민심 이반이 정권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한 탓으로 본다.△가와시마 신(川島眞)1968년 일본 요코하마생. 도쿄외국어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도쿄대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6년부터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동아시아 정치, 미중 갈등 등에 관한 저서를 펴냈다. 2014∼2018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자문위원을 지냈다.△강준영1962년 충남 연기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중국 정치경제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현대 한중관계의 이해’ 등을 썼다. 현재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자문위원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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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고 효능’ 비만치료제, 美-유럽서 열풍…“미용 목적으로 쓰면 득보다 실”[글로벌 포커스]

    1대에 45만원 초고가 비만주사, 내년 국내 들어온다는데…미국에서 주사 1대 값이 45만 원에, ‘역대 최고 효능’이라고 알려진 비만치료제 위고비.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열풍이 불며 ‘부자들의 비타민’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팔린다. 식이요법·운동과 병행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미용 목적으로 쓸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한국에도 내년 상반기 상륙할 예정인 위고비는 비만 환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4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를 제치고 시가총액 유럽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제약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주역은 비만주사 ‘위고비’. 역대 가장 효능이 좋은 비만치료제로 평가받는 이 약품을 둘러싸고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위고비의 한국 출시는 내년 상반기(1∼6월)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및 유럽 국가의 ‘위고비 도입기’가 조명되고 있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 첫 출시 후 예상치 못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치료제”, “정작 고도비만 환자가 쓸 물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위고비 신드롬’을 지켜본 유럽 국가들은 비만치료에 대한 자국 인식과 의료 체계에 맞춰 위고비를 출시했다.● 美에선 위고비 주사 1대에 45만 원 위고비가 처음 출시된 미국은 세계 최대 비만치료제 시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42.5%가 비만(BMI 30 이상)이다. 비만 전 단계인 과체중 상태까지 포함하면 성인 10명 중 7명이 심각한 과체중 상태에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비만치료제 시장이 내년 114억 달러(약 16조 원)에서 2030년 511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출시 당시 위고비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효능이 좋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들이 1년 4개월(68주)간 체중을 평균 15%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비만 또는 과체중(BMI 27∼29.9)이면서 심혈관계 질환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들이었다. 이들은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다. 뜻밖의 대중적 관심이 쏠린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현 X)를 통해 “군살이 없고 건강한 몸매 관리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했다. 위고비가 유명해지자 틱톡 인플루언서들도 ‘살이 빠지는 약’이라며 앞다퉈 사용 후기를 올리며 유행에 불을 붙였다. 위고비는 바늘이 달린 마커펜처럼 생겨 복부, 허벅지, 팔 등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고 1회 투약분이 담긴 주사기 4개를 한 세트로 판다. 위고비 한 세트는 미국에서 1350달러(약 180만 원)의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 사실상 주사기 1개 값이 45만 원인 셈이다. 그럼에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13일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이 운영하는 의약품 실시간 상황판에도 “수요 증가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 언제 해소될지는 알 수 없다”고 안내되어 있다. 미국에서 수요가 폭증하자 제조사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출시를 늦췄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같은 이유로 당초 올 하반기(6∼12월)로 예상됐던 한국 출시도 지연됐다는 말이 나온다. 노보노디스크는 “생산 라인을 확충했지만 내년에도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물량 부족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올 5∼7월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영국에서 연이어 위고비를 내놨다.● 英,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건보 적용 사회보험 체계가 발달한 유럽 출시를 앞두고 화제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였다. 미국에서 위고비는 공공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메디케어(공공 건강보험) 현대화법’에 따라 체중 감량을 위한 약은 공공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간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은 비싼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투약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미국 뉴욕시의 처방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맨해튼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주민 2.3%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았다”고 보도했다. 어퍼이스트사이드는 부유한 백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비만율이 뉴욕 내 최하위에 속한다. 반면 비만율이 높은 브루클린에서는 처방 비율이 1.2%에 그쳤다. 뉴욕 부촌의 생활상을 주로 집필하는 작가 질 카그먼은 “요즘 부자들은 위고비를 ‘살 빠지는 비타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루클린 인근 뉴욕대 랭곤종합병원의 비만치료센터에서 일하는 프리야 자이싱하니 교수는 “의학적으로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는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품귀 현상과 높은 가격에 쓰지를 못한다”며 “이 약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기를 희망한다”고 NYT에 말했다. 각각 5, 7월 출시한 노르웨이와 독일도 국민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위고비의 고향인 덴마크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건보 적용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독일 보건 당국은 “국내법에 따라 체중 조절 의약품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체중 조절은 개인의 책임과 생활방식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미국 CNBC에 밝혔다. 다만 유럽에서 출시가는 미국에 비해 최대 8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월 비용은 약 용량에 따라 영국 73∼176파운드(약 12만∼29만 원), 독일 170∼300유로(약 24만∼43만 원)로 출시가가 정해졌다. 제약사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적은 유럽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건강보험을 적용한 국가는 영국이 처음이다. 영국은 4일 세계 국가 중 5번째로 위고비를 출시했다. 다만 보험 적용 대상을 제한했다. 이 약 처방에 국민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는 환자는 3만5000여 명뿐이다. 영국 내 출시가 이뤄진 잉글랜드 지역 전체 인구(5649만 명)의 약 0.09%에 불과하다. 보건 당국은 엄격한 처방 조건을 공개하며 “국민 세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도록 기준을 짰다”고 밝혔다.● 식이요법·운동과 병행해야 효과국내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비만치료 도중 고비를 맞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진과 상담을 통한 식이조절과 운동은 물론, ‘이만큼 칼로리를 섭취했으면 이만큼 운동을 해야겠다’는 인지행동 개선 치료를 병행하며 위고비를 활용할 경우에는 기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위고비는 환자가 음식을 덜 먹게 돕는다. 환자가 빨리, 오래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사량을 줄이게 하는 원리다. 즉 식사량을 유지했을 때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이 약은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체내 호르몬인 GLP-1의 역할을 해 환자의 포만감을 늘리고 배고픔과 고지방 음식에 대한 선호를 낮춘다. 또 위와 장 운동을 저하시켜 음식이 천천히 소화되게 해 포만감이 지속되는 시간을 늘린다. 이에 설사, 변비, 구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고비의 효능을 검증한 임상시험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며 “일반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보다 부작용이 오히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위고비를 둘러싼 전 세계적 흥분에 대해 “위고비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고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인데 ‘다이어트 약’이라며 자극적으로 비추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비만치료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체중을 감량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미국이 유일하게 14세 이상 청소년에 대해 위고비 사용을 승인했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아비만 환자들은 성인에 비해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위고비는 편리하고 효과가 좋아 비만치료로 힘들어하는 소아비만 환자에게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아비만 환자는 성인에 비해 가족, 학업 등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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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에 北 때릴 F-35A 스텔스기 25대 판매 승인

    미국이 13일(현지 시간) 한국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25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F-35A는 유사시 은밀히 침투해 북한 주요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F-35A는 기존 40대를 포함해 65대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 F-35 25대 등을 포함한 50억6000만 달러(약 6조7100억 원) 상당의 대외군사판매(FMS)를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매는 미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 정부가 F-35 엔진, 전자전 장비, 기술 지원 등의 패키지 구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잠정 승인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판매는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 동맹의 안보를 개선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개선하고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매가 한국에 역내 공격을 억제할 신뢰할 만한 방어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3월 방위사업청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계획보다 5대 더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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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바닷가에 겹겹이 시신… 홍수 사망 2만명 될듯”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 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 가이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홍수 경보가 빨리 발령됐다면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 타예흐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없고, 여건도 안 돼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줄지어 놓여 있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이시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적절한 통치구조 같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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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서 떠밀려온 시신 겹겹히 쌓여”…리비아, 사망자 최대 2만명 가능성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다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타예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여건도 없어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늘어섰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시신을 덮은 담요를 들춰보며 가족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가이티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는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이번 홍수로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 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지배구조 등 국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윤다빈기자 empty@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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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에 북핵 때릴 F-35A 스텔스기 25대 판매 승인

    미국이 13일(현지 시간) 한국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25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F-35A는 유사 시 은밀히 침투해 북한 주요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F-35A는 기존 40대를 포함해 65대로 늘어나게 된다.미국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 F-35 25대 등을 포함한 50억6000만 달러(약 6조7100억 원) 상당의 대외군사판매(FMS)를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매는 미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 정부가 F-35 엔진, 전자전 장비, 기술 지원 등의 패키지 구매를 요청했다고 밝혔다.미국의 잠정 승인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판매는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서 도움이 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 동맹의 안보를 개선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개선하고 미군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매가 한국에 역내 공격을 억제할 신뢰할 만한 방어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3월 방위사업청은 F-35 20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계획보다 5대 더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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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대홍수 “사망 최소 6000명, 실종 1만명”

    “처음엔 폭우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정이 되자 폭발음이 들리며 댐이 터졌습니다.” 11일(현지 시간) 0시경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발생한 대홍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라자 사시 씨(39)는 12일 로이터통신에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밤중에 댐이 무너질 당시 딸과 함께 집에 있었던 사시 씨는 순식간에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물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의 나머지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13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피해가 집중된 데르나의 사망자가 이날 기준 6000명에 이르며, 실종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지중해 항구 도시인 데르나의 인구는 12만5000명이다. 영국 BBC방송은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보도했다. 데르나 주민 사피아 무스타파 씨(41)는 “현관 쪽은 이미 물에 차 있어 이웃집 지붕으로 건너가 가까스로 집이 무너지기 전 탈출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살리아 아부바크르 씨(46)는 “물이 3층짜리 아파트 천장까지 밀려 들어왔다.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가족을 구할 순 없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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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전 상처’ 리비아 덮친 대홍수 “도시가 통째 바다로 휩쓸려가”

    “댐이 터지면서 마치 거대한 벽처럼 생긴 물기둥이 튀어나와 모든 걸 없애 버렸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친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아흐메드 압달라 씨는 12일 AP통신에 물이 집을 집어삼키던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10일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쏟아진 폭우로 데르나 인근의 댐 2곳은 순식간에 차올랐고, 댐이 연이어 터져 버리면서 생긴 엄청난 급류에 건물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중해 바다로 휩쓸려 갔다. 인구가 12만5000여 명인 이 소도시에서만 최소 6000명(13일 기준)이 숨지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다. 영국 BBC방송은 댐이 무너진 뒤의 상황을 보도하며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묘사했다. 오트만 압둘잘렐 리비아 동부(반군 정부) 보건부 장관은 “이번 비극은 데르나와 정부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 내전으로 홍수 대비 인프라 황폐화 이번 폭풍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배경에는 리비아의 정치 불안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이후 시작된 내전이 10년 넘게 지속되며 홍수 대비 기반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돼 유사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데르나에는 대니얼이 상륙한 10일부터 하루 170mm의 폭우가 내렸다. 이 지역의 9월 평년 강수량은 10mm다. 불과 하루 동안 한 달간 내릴 비의 17배가 쏟아진 것이다. 엄청난 강우량에 데르나 인근의 댐 두 곳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 주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리비아에선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2011년 카다피 지지 세력과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데르나를 점령했고, 2019년 LNA가 데르나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치르면서 댐 등 기반시설 일부가 파괴됐지만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댐들이 2002년 이후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리비아특사를 지낸 스테퍼니 윌리엄스는 “이 지역에선 댐, 담수 공장, 전력망, 도로 등이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며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경보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WP에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분열, 경제 불안, 기반시설 황폐화 등이 하나의 재앙으로 합쳐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홍수 사태 전부터 폭풍과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학술지에 실린 보고서에는 ‘큰 홍수가 발생하면 두 댐 중 하나가 붕괴돼 데르나 주민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수온 2도 넘게 상승…폭풍 부른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중해 수온이 평년보다 2, 3도 올라갔다는 점을 꼽는다. 지표와 해수 기온이 따뜻할수록 증발하는 수증기 양이 많아져 보다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달할 수 있다. 폭풍 대니얼은 그리스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후 튀르키예 인근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따뜻한 해수를 쫓아 지중해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렸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대니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해수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기 위해 느리게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기후과학자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지중해 기온이 평년과 비슷했다면 대니얼이 이 정도로 발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해안가 지역 중 유독 데르나에 피해가 집중된 이유에 대해 NYT는 “데르나와 연결된 가파르고 거대한 골짜기가 빗물을 모으는 깔때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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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 지나서야 투입된 해외 구조대

    모로코 강진 발생 사흘 만인 11일(현지 시간) 스페인, 영국 등 해외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미 생존 가능 골든타임인 72시간이 거의 지나버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 구조대는 12일 지진 피해가 컸던 중부 아미즈미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전날 스페인 구조대가 구조견을 데리고 아틀라스산맥 깊이 자리한 산골 마을들을 돌았지만 생존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BBC는 “구조견들은 매몰된 생존자를 감지하면 짖게끔 훈련받았지만 정적만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11일 밤 산골 마을을 수색한 한 구조대원은 “온종일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한 결과 10명을 끄집어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며 “솔직히 (생존자 발견이) 더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지진 발생 직후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즉각적인 구조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모로코 정부는 “여러 나라 구조대가 몰린 상태에서 조율이 부족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 구조대 입국만 승인했다. 무함마드 6세 국왕은 내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된 나라는 알제리 정도다. 알제리는 구조대 93명과 구호품 100t을 군용기 3대에 실어 보낼 예정이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西)사하라 지역 영토 분쟁 끝에 2년 전 단교 했지만 알제리가 10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했다. 모로코 정부는 해외 민간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우회 지원은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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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로코 소도시, 병상 10개 텐트가 유일한 병원… 살릴 사람도 치료 못해”

    “지진 이후 운영 중인 유일한 병원은 이 거대한 텐트뿐입니다.”지진 피해가 집중된 모로코 중부 소도시 아미즈미즈에서 의료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0일 이 같이 말했다. 아미즈미즈는 인구 1만 명 규모의 아틀라스 산맥 소도시로 진앙지에서 고작 20km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봤다. 의료구호 활동에 나선 이 단체 소속 존 존슨 씨는 “지진으로 약해진 병원 구조물이 여진으로 붕괴될 수 있어 의료진들이 합심해 텐트에 임시 병원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모로코 강진 닷새째인 12일(현지 시간) 부상자가 2562명으로 늘어났지만 기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들은 병상이 부족하고 의약품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카타르 국영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미즈미즈에 세워진 이 임시 병원에는 병상이 10개 남짓 있다. 그마저도 절반만 텐트 그늘 막 아래 있고 나머지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알자지라는 “병상에 빈자리가 생기는 즉시 새로운 부상자로 채워졌다”고 전했다.아미즈미즈보다 규모가 큰 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틀라스 산맥에서 가장 큰 도시인 타루단트의 종합병원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타루단트 인근 마을에 산다는 하피다 헤미드 씨는 “지진으로 등을 크게 다친 형수를 구급차에 태워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70시간 넘게 치료받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대도시 마라케시에서 일하는 의사 클레어 맥허히 씨는 “모로코는 평상시에도 의료자원이 부족해 심각한 의료 시스템 과부하 문제를 겪어왔다”며 “손이 부족해 의료진들이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영국 BBC에 설명했다.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11일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만 명의 어린이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옥 수천 채가 파괴돼 어린이와 가족들은 추운 밤에도 밖에 있어야 하고 병원과 학교도 무너져 장기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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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병상련’ 튀르키예 “구조대 265명 파견 준비”

    규모 6.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향해 국제사회는 애도를 보내며 속속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7개월 전 5만 명이 숨진 대지진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터키)가 앞장섰다. 튀르키예 재난·비상사태 관리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모로코가 지원을 요청하면 265명의 구호·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호적이고 형제애 넘치는 모로코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모든 국민에게 행운을 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모로코 형제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서부 사하라 영토 분쟁으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10일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하고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 비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 모로코와 외교 관계를 끊은 이란도 외교부 명의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참상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의료 등을 지원할 수색구조팀 및 지원 자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해 무함마드 6세 국왕과 모든 모로코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비극적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함마드 6세에게 조전(弔電)을 보내 “모로코의 우호적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성명을 내고 “피해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현지 필요에 따라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모로코 축구대표팀 단체헌혈 “생명 구해야” 佛서 활동 하키미도 헌혈사진 올려현지 병원측 “헌혈 요청한다” 호소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혈해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로코 강진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가 자신이 헌혈하는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함께 올린 글이다.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전원도 이날 헌혈하며 각각의 사진과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이후 모로코 국가대표팀은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 선수와 한 팀에서 뛰고 있는 하키미는 그중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힌다. 8일 심야에 발생한 강진으로 10일 오전 현재 20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400여 명은 중상으로 알려져 치료를 위해 혈액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로 아틀라스산맥 고원 지대 산간 마을에서 발생한 중상자들은 도시 마라케시 병원 등으로 속속 옮겨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라케시에 있는 무함마드 6세 국제대병원 응급실로 구급차가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 헌혈센터는 “(부상자를 위한) 수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로코인에게 헌혈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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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년만의 강진, 모로코 최소 2000명 사망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 산간 지역 일대에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참사 사흘째인 10일 낮 12시 반(한국 시간 오후 8시 반) 현재 최소 2012명이 숨지고, 2059명이 다쳤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지진이 늦은 밤에 발생한 데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가 1400여 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당국은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 마라케시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7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앙에서 가까운 산간 지역 외에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다수 주민이 잠자리에 든 심야 시간대에 진원이 18km 정도로 얕은 곳에서 강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관련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120여 년 만의 가장 강력한 지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는 고지대인 아틀라스 산간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사태로 길이 막히거나 끊겨 접근도 쉽지 않아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사흘째인 10일 구조대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는 곳에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생존자 수색에 임하는 등 처절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약해진 지반 탓에 건물이 추가로 주저앉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선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발언에서 “오늘 아침 모로코 지진 소식을 들었다”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나란히 연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앞서 2월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교민, 관광객, 출장차 방문자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며 모로코 당국과 소통해 재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건물 더미속 발바닥 꿈틀… 중장비 갖고도 구하지 못해 눈물만모로코 지진 사흘째 아비규환남편-아이 잃은 여성 “난 혼자” 오열진앙 근처 산간마을 3명중 1명 숨져다른 지역선 길 끊겨 구조대 못들어가 짓뭉개진 건물들 사이로 다급한 외침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한 남성이 “제발 앰뷸런스와 구조대원을 더 보내 달라”며 울부짖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한 다른 남성은 무너진 주택을 가리키며 체념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미처 밖으로 빼내지 못했어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생존자들은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로 마라케시 시내 일부 광장은 노숙촌이 됐다. 사람들은 얇은 이불 위에 공포와 피로로 찌든 몸을 뉘었다. 8일 심야에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한 강진 사흘째인 이날 모로코 소방당국과 생존자들은 구조 작업에 진력했다. 하지만 사상자가 집중된 아틀라스 산맥 일대 지역은 구조대원의 접근조차 어렵다. 이날 오전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마라케시 인근 지역 30만 명 이상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 산사태로 길 끊겨 구급차 접근 어려워 “여기 사람 발이 보여요!” 아틀라스 산간 마을에서 시루떡처럼 포개진 콘크리트와 돌 더미 사이로 사람 왼쪽 발바닥이 드러났다. 소방대원들 외침에 응답하듯 이 사람은 발과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살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장비를 동원해도 커다란 건물 잔해가 들어 올려지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피해 건물 주변을 뛰어다니며 구조 방법을 모색했다. 위르가네 산간 마을 주민 무함마드 씨는 지진으로 가족 4명을 잃었다.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집이 없어졌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모로코 국영TV는 전날 “무스타파, 하산, 일헴, 기즈레인, 일리스…. 내가 가진 모든 걸 잃었다. 나는 혼자”라며 숨진 남편과 아이들 이름을 부르짖는 여성을 보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타루단트주 산간 마을 아이트 야히아는 주민 3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출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아이만 알주바이르 기자는 “온 마을에 슬픔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진앙 근처인 아미즈미즈 마을 주민 2만여 명 중 적어도 100∼12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각종 영상에 따르면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맨손과 곡괭이 등으로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하지만 알하우즈, 타루단트 같은 산간 지역은 전기와 전화가 끊겼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구급차 진입도 어려워 이날 오전까지 구조대 발길이 닿지 못했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여진 공포에 주민들 집에 못 들어가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진이 무서워 집 대신 차량이나 광장에서 이틀째 노숙을 택했다. 세계적 관광 명소인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은 집단 피신처로 변했다. 길가에서 숙식 중이라는 유세프 알리 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지진 피해가 적은 모로코 북쪽 카사블랑카에 사는 누레딘 엘바야 씨는 “마라케시에 있는 지인들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 쪽에 머물 곳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10일 오전 마라케시 중심가 일부 호텔 식당에는 관광객들의 활동이 재개됐고, 상점도 하나둘 문을 열었다. 교통량도 다시 늘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모로코 지진이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약 120년 만에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피해 추정 규모를 지진 피해 경보 4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 경보’로 상향했다. USGS는 사망자가 1000∼1만 명일 확률을 35%, 1만∼10만 명 21%로 내다봤다. 경제적 손실은 10억∼100억 달러(약 1조3400억∼13조3700억 원)로 추정했다. 모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8% 규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뉴델리=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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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걸륜 공연 18만 몰려… 中도 ‘콘서트 이코노미’

    18만 명. 지난달 17, 18일 이틀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市)에서 열린 중국권 톱스타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의 ‘카니발’ 공연에 몰린 관객 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만 출신 가수 겸 배우 저우제룬 콘서트를 보러 중국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은 13만여 명이 숙박, 식사, 쇼핑 등에 쓴 비용은 엄청나다. 4일 중국 증권일보는 “콘서트 기간 후허하오터시 관광 수익은 중국 5대 명절인 단오절(6월 22∼24일)에 벌어들인 금액의 3.3배”라고 전했다. 중국이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후 첫 여름인 7, 8월 대규모 공연 특수(特需)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도시들이 지역 소비 부진을 타개하고자 대형 콘서트 및 음악 페스티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콘서트 이코노미는 유명 가수의 대규모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도 대형 콘서트가 명절 연휴나 스포츠 행사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에 따르면 7, 8월 중국 전역 공연 입장권 매출만 103억 위안(약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숙박을 비롯한 파생 비용을 제외한 규모다. 이 기간 공연을 찾은 관객은 32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배로 늘었다. 공연 관객은 연령대별로 18∼34세가 75%로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겪은 이들이 다른 부문 소비는 줄여도 문화 경험에는 아낌없이 지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에서 콘서트 이코노미가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홍콩 항셍은행 왕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여력이 있는 도시 중산층이 리오프닝 후 ‘보복 소비’에 나선 것이지만 (경기 침체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콘서트 이코노미 특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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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 古都 마라케시, 문화유산 피해 속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모로코 강진으로 세계적 관광지인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문화유산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마라케시는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다. 유네스코 마그레브 사무소는 9일 “마라케시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2시간가량 둘러본 결과 인명 구조와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라케시 전역에서 보여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높이 69m 첨탑도 여러 곳에 금이 갔다. 영국 BBC는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첨탑은 1158년 완공돼 무슬림 건축 양식을 대변하는 주요 유산으로 꼽힌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식을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해 국내에 알려진 제마 엘프나 광장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광장에 있는 카르부크 모스크의 첨탑은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쿠투비아 모스크, 제마 엘프나 광장, 사디 왕가 묘 등이 모여 있는 마라케시 내 구도심 메디나는 여의도 면적 1.3배에 이르는 1107ha(헥타르) 전역이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메디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에서 주인공 이선 헌트가 추격을 벌이는 장소로 등장하는 등 할리우드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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