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롱시신 할머니-손자’ 살해한 40대 아들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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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범행후 수일간 빌라 머물러… 서울 모텔서 여성과 함께 체포
돈 문제로 다툼… 살인혐의 인정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비닐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추적 3일 만에 붙잡았다. 용의자는 범행 이후에도 수일간 범행 장소에서 숙식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하고 도주한 A 씨(41)를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30일 오전 4시 25분경 서울의 한 모텔에서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비닐에서 A 씨의 지문이 3건 검출되자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해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어머니(70)와 아들(12)을 약 두 달 전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로 덮어 안방의 장롱에 넣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시신은 A 씨의 형수가 신고해 지난달 27일 발견됐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지난해 12월 출소한 A 씨는 자신의 독립에 필요한 돈 문제로 어머니와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맨손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아들이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A 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40대 여성도 범인 도피 혐의로 긴급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두 사람의 시신을 장롱에 넣어둔 집에서 이 여성과 수일간 지내다 시신이 부패하며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 여성은 A 씨가 저지른 살인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배달업에 종사하던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 직후 휴대전화를 끄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버리고 성동구의 한 모텔로 잠적했다. 경찰은 종종 전원이 켜졌던 A 씨 휴대전화의 위치 추적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A 씨를 추적했다. A 씨는 검거 당시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된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이 없고 질식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6일 초등학교 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드러났다. A 씨의 아들이 다니던 학교는 개학 이후 아들이 온라인 출석을 하지 않자 동작구 공무원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직원들의 방문에도 인기척이 없어 인근에 거주하는 A 씨의 형수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후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시신을 찾았다.

전채은 chan2@donga.com·한성희 기자
#장롱시신#살인사건#용의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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