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녹차로 만든 유산균, 장내 생존율 7∼8배 높아”

조윤경 기자 입력 2020-02-20 03:00수정 2020-02-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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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전문가 홀차펠 교수 인터뷰
미생물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 빌헬름 홀차펠 교수와 아모레퍼시픽 공동연구팀은 최근 녹차 유래 유산균인 ‘GTB1’을 독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녹차 유래 유산균 ‘GTB1’의 장내 생존율은 다른 식물 유래 유산균보다 7∼8배나 더 높습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유산균 중에선 최고의 생존력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죠.”

14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난 빌헬름 홀차펠 한동대 석좌교수(78)는 “산 성분 때문에 균이 살아남기 힘든 인간의 위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새로 발견한 유산균주의 생존력을 실험했는데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국제 식품 미생물 및 위생 위원회(ICFMH)’ 회장이자 세계적인 미생물 분야 석학인 그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공동연구팀과 함께 독점 특허균주인 GTB1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GTB1은 우수한 장 부착 능력, 항생제 내성 안정성 등을 인정받은 녹차 유래 유산균이다. 관련 내용은 지난해 11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 ‘프로바이오틱스 및 항균성 단백질’에도 게재됐다. 그와 이번 연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왜 유독 이 유산균이 강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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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후 같은 환경적 요소와 연결시켜 해석해 볼 수 있다. 제주녹차는 해안가에서 염도가 높은 바람을 맞으면서 자란다. 또 일교차가 큰 환경에서 재배된다. 이런 요소들은 식물에 스트레스다. 인체 소화기관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다.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것이 더 맛이 좋은 것과 비슷한 원리다.”

― 녹차 유래 유산균인 GTB1의 다양한 효능 및 효과는 무엇인가.

“이 유산균주는 무엇보다도 항비만 효과가 뛰어나다. 비만은 일종의 염증인데, 실험실에 비만과 비슷한 모의 환경을 만들고 녹차 유래 유산균을 투여했더니 이 염증을 나타내는 생체지표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위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알코올 성분에 해당 유산균을 투입했더니 위궤양 생체지표가 감소했다.”

― 누가 섭취하면 좋은가.

“한국을 비롯해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먹는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좋다. 소금은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켜 대사증후군, 비만 등을 유발한다. 소화기관의 문제는 약으로 간단히 다스릴 수 있긴 하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유산균을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많은 문제를 다스릴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주로 연구활동을 이어 온 홀차펠 교수가 녹차 유산균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연구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녹차 소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피부 효능을 지닌 녹차 연구, 미생물을 포함한 피부 및 두피, 모발 특성에 관한 연구 등을 이어왔다. 2010년엔 제주 유기농 녹차 중 풍미가 깊은 발효 녹차 잎에 발효를 돕는 유익한 식물성 녹차 유산균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홀차펠 교수와 해당 소재의 효과를 분석하는 공동 연구로 이어졌다.

― 녹차 유래 유산균을 연구하게 된 배경은….

“독일에서 교수로 있을 때부터 한동대 등 한국 연구진과 교류가 잦았고, 김치와 같은 한국 전통 발효 음식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후 한동대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연구하게 됐으며, 2014년엔 유럽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모레퍼시픽 연구팀을 만나게 됐다. 이후 새롭게 발견된 유산균의 안전과 기능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함께 진행하게 됐다.”

― 김치, 된장 등 다른 식물 유래 유산균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녹차 추출물인 카테킨은 유산균과 역할이 다르지만 같이 먹었을 때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에 발견된 유산균의 경우 녹차 잎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녹차 물질이 유산균의 먹이로써 장내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녹차의 카테킨은 항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균주가 살기 어렵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내 ‘녹차유산균 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제주 녹차 유산균 연구를 강화하고 제품 개발을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 마이크로바이옴 등 미생물로도 연구 분야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홀차펠 교수 역시 “향후 새로 발견된 유산균주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검증해 나가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유산균 연구는 얼마나 발전해 왔는가.

“유산균은 1980년대만 해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연구 초기엔 발효 음식의 효능 연구를 하며 유산균을 연결짓는 정도였다. ‘김치가 몸에 좋으니 거기 들어있는 유산균도 몸에 좋다’라는 수준이었다. 과학 기술과 장비들이 고도화된 지금은 해당 미생물들이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유전자 연구를 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한 상태다.”

― 관련 연구 분야의 전망은 어떠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가 바로 유산균 시장이다. 식품과 건강보조식품, 치료를 위한 약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건강 유지와 관련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유산균은 부작용 없이 좋은 박테리아를 증가시켜 인체 면역을 좋아지게 만들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나 역시 다기능 균주인 GTB1의 폐 건강 관련 효과 및 효능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제주녹차#유산균#빌헬름 홀차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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