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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쉼터’라며 부직포만 달랑… 안팎 공기 별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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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쉼터’라며 부직포만 달랑… 안팎 공기 별차이 없어

사지원 기자 입력 2020-01-13 03:00수정 2020-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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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설치 붐… 저감효과 재보니… 천장에 붙인 흡착포로는 역부족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 줄여도 환기 안되면 이산화탄소 늘어 답답
전문가 “정화+환기장치 갖춰야”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로 투명 플라스틱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가로 3m, 세로 2.4m 크기의 구조물 벽면에는 ‘영등포근포근방’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덮쳤을 때 잠시나마 피할 수 있게 설치한 쉼터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나쁨’을 기록했다. 하지만 쉼터 내부는 이용자 없이 비어 있었다. 썰렁한 내부를 살펴보니 천장 전체에 흰색 부직포가 붙어 있었다. 부직포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필터와 같다.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이다.

취재진이 민간 기상업체와 함께 쉼터 내부의 공기 질을 직접 확인해봤다. 15분 동안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m³당 9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 외부(103μg)와의 차이는 불과 4.9%였다. 부직포로 미세먼지를 걸러냈지만 엉성한 플라스틱 출입구 아래에 난 구멍으로 외부공기가 그대로 들어온 탓이다. 바깥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미세먼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1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은 총 62일. 엿새에 하루꼴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찾아온 셈이다. 이에 따라 버스정류장 등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쉼터’를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하지만 공기청정기 등 쉼터 내부 환기시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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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었던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에 설치된 미세먼지 쉼터(에코 쉼터)를 찾았다. 철제 부스 형태의 쉼터 안에는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앉아있던 할머니 5명은 심한 미세먼지에도 아랑곳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창문을 닫아놓으면 공기가 탁해져 너무 답답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창을 닫고 측정한 결과 실내 미세먼지는 평균 54μg으로 외부(110μg)보다 50.9% 낮았다. 문제는 이산화탄소(CO₂)였다. 좁은 공간에 기자를 포함해 8명이 모여 호흡하다 보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평균 1712ppm까지 치솟았다. 외부(474ppm)보다 261.1%나 높았다. 환경부가 권고하는 다중이용시설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 이하다.

미세먼지 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공기청정기와 환기장치를 동시에 갖춰야 하는 것이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렌털 등을 통하면 비싸지 않다. 하지만 환기장치는 1대당 평균가격이 150만 원가량이다. 강원 강릉시는 기상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공기청정기와 환기장치를 모두 갖춘 미세먼지 쉼터(IoT 숨터)를 운영 중이다. 같은 날 이곳의 내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보니 11μg으로 외부(29μg)보다 62.0% 낮았다. 이산화탄소 증가율도 26.4%에 그쳤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면서 환경부도 미세먼지 쉼터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지자체에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24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12곳이 설치됐다. 그러나 환경부의 쉼터 설치 가이드라인에도 환기장치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기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미세먼지 쉼터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세먼지#쉼터#환기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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