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치 ‘밀레니얼세대 천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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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교육장관, 34세 내무장관, 34세 총리, 32세 재무장관…

내각 19명중 12명이 여성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10일(현지 시간) 수도 헬싱키 의회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대표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교육장관인 리 안데르손 좌파연합 대표, 내무장관인 마리아 오히살로 녹색당 대표, 마린 총리, 
재무장관인 카트리 쿨무니 중앙당 대표. 헬싱키=AP 뉴시스
내각 19명중 12명이 여성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10일(현지 시간) 수도 헬싱키 의회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대표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교육장관인 리 안데르손 좌파연합 대표, 내무장관인 마리아 오히살로 녹색당 대표, 마린 총리, 재무장관인 카트리 쿨무니 중앙당 대표. 헬싱키=AP 뉴시스
“그는 갑자기 출현한 게 아니다. 오랫동안 잘 훈련받은 정치인이다.”

산나 마린 신임 핀란드 총리(34·사민당)의 10일(현지 시간) 취임을 두고 요한나 칸톨라 탐페레대 교수가 내린 평가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마린 총리를 포함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 중 4명이 30대 초반일 정도로 유례없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내각’이 출범했다.

30대가 한 국가의 정치 지형에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투오마스 일레안틸라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는 “핀란드의 정치 전문가들은 새 내각의 세대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는 개혁과 진전이 가능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핀란드에서 30대인 밀레니얼 정치인이 득세한 중요한 배경으로는 법과 제도로 보장된 청소년층의 활발한 정치 참여도 꼽힌다. 2006년 제정된 청소년기본법 8조는 “청소년에게 반드시(must) 지역사회의 청소년 단체 및 정책을 다루는 일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와는 별도로 의회 역시 2003년부터 청소년 정치 참여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총선에서 입후보한 후보자 2468명 중 18∼40세 후보자의 비율은 34%인 849명에 달한다. 의회 200석 중 45세 이하 의원 비율도 48%이고 20대 의원도 8명 있다.

마린 총리 역시 21세였던 2006년 사민당의 청년조직인 사회민주청년회에 참가했고 27세인 2012년 시의원에 뽑혔다. 세계 최연소 총리지만 정계 입문은 13년이 넘었고 재선 의원 출신이다. 그와 함께 연정을 구성한 카트리 쿨무니 재무장관 겸 중앙당 대표(32), 마리아 오히살로 내무장관 겸 녹색당 대표(34), 리 안데르손 교육장관 겸 좌파연합 대표(32) 등도 ‘30대이지만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정치인들인 셈이다.

마린 총리의 전임자인 안티 린네 전 총리(57)는 지난달 연정 파트너들과의 불통 및 우편서비스 파업 등에 대한 늑장 대처 문제로 사퇴했다. 50대 후반의 기득권 세력인 린네 전 총리의 리더십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이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젊은 지도자를 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레안틸라 교수는 “사민당은 확실히 젊은 총리를 원했고 마린은 차세대 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마린 총리는 일자리 창출, 203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등 젊은 유권자가 선호할 만한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도 내세웠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연정 파트너들과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며 더 많은 소통을 강조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핀란드#정치#밀레니얼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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