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 주빈국 초청된 한국문학… K-문학, 북유럽을 물들이다

예테보리=김기윤 기자 입력 2019-09-30 03:00수정 2019-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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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의 한국관. 함성호 건축가는 1도 기울여 설계한 한국관 바닥에 대해 “알아채기 힘들만큼 기울어진 경사가 주는 불편함은 곧 인간 존재의 조건”이라고 했다. 예테보리=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문학’이 스웨덴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문학은 “독특하면서 깊은 매력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독서율 1위 국가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다.

북유럽권 최대 문화축제로 꼽히는 이번 도서전에 한국은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한강 김언수 현기영 신용목 등 9명의 작가는 ‘인간과 인간성’을 주제로 현지 독자와 대화하며 한국 문학의 매력을 알렸다.

28일(현지 시간) 작가와의 대담에 참석한 이들은 “한국 문학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깊은 여운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남북 분단, 민주화운동과 ‘미투 운동’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행숙 시인은 “스웨덴 사람들이 문학 작품 속 낯선 역사적 맥락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고 했다.


한국관에 전시된 도서 가운데 77종은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등 소주제와 관련된 책으로 구성됐다. 박광수 작가의 미디어아트와 헤드셋을 이용한 특별전시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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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인기는 뜨거웠다. 그가 향하는 곳에는 항상 긴 줄이 이어졌다. 한국 문학의 불모지였던 이곳에서 201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 스웨덴어 번역본은 K-문학의 싹을 틔운 작품이다. 오디오북, 전자책을 포함해 약 2만5000부가 팔렸다. 그에 대한 관심은 약 2주 전 현지에 출간된 ‘흰’으로도 이어졌다. ‘흰’은 소설, 시, 에세이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닌 작품이다.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아픔을 이야기했다”는 그의 설명에 진지하게 메모하는 관람객도 많았다. 한 관람객은 “정말 아름답게 책을 쓴 작가를 만나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스릴러 강국’ 스웨덴에서 김언수 작가의 범죄스릴러 ‘설계자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전 주최 측이 현지 인기를 감안해 김 작가의 참석을 별도로 요청했을 정도다. 김 작가는 “한국의 국력과 문화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데 따른 결과 같다”며 몸을 낮췄다. ‘설계자들’의 스웨덴어판 편집자 한스올로브 외베리는 “하드보일드한 북유럽 문학과 다르게 한국 스릴러는 서정성과 짜임새를 고루 갖춘 ‘이상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말괄량이 삐삐’가 탄생한 그림책 강국 스웨덴에서 한국 그림책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이수지 작가는 “작품이 아직 스웨덴어로 출간되지 않았는데도 작가를 먼저 알아볼 정도로 제법 큰 팬덤이 있어 놀랐다. 북유럽에는 ‘그림책=아동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없어 성인도 독특한 서사와 그림으로 구성된 한국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몇 권이라도 팔리긴 할까’라고 걱정하며 이명애 작가가 한국에서 가져온 그림책 ‘플라스틱 섬’은 수십 권이 모두 동났다. 현지 출판 관계자들도 작가들을 찾아와 북유럽권 출간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스웨덴에 번역된 한국 문학은 33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과거 역사적 특수성에 갇혀 있던 한국 작품이 점차 세계적 수준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역동성과 깊은 철학을 갖춘 한국 문학이 북유럽에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예테보리=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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