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직장인 죽음까지 5개월…“주변정리 땐 적극대처해야”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2일 1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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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중앙심리부검센터, '심리부검 면담' 결과
평균 생애 스트레스 사건 3.9건 순차·복합 작용
사망자 84.5% '정신건강 어려움'…직장>가족 순
92.3% 경고신호 보내…"주변 정리 땐 적극 대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1인당 3.9개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던 직장인은 평균 5개월, 사업이 힘든 자영업자는 21년 넘는 기간을 거쳐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이런 내용의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족 121명의 면담을 바탕으로 사망자 103명을 심리를 부검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죽기 전까지 순차적·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란 직업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신체건강 문제, 정신건강 문제, 가족관련 문제 등을 가리킨다.

사망자의 84.5%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직업 관련 스트레스 68.0%, 가족 관련 스트레스와 경제적 문제는 각각 54.4% 등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경로를 추적한 결과 약 10년(120.89개월)에 걸쳐 평균 5.05개의 위험요인이 있었다. 최대 12개 위험요인이 포함됐으며 3개인 경우가 23.3%로 가장 많았다. 주요 고빈도 위험 요인은 극단적 선택 시도, 우울장애, 업무부담 등이었다.

위험 요인은 개인마다 특성이 있었는데 이번 심리부검에선 이를 직업군별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업무과중에 따른 노동자의 경우 과중한 업무부담에 앞서 부서 변화 등 배치전환이 빈번했다. 이어 상사의 질책이나 동료의 무시, 급성적인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 반응 등을 거쳐 사망에 이르게 됐는데 이 기간이 평균 4.94개월이었다.

자영업자는 사업부진과 함께 음주나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가 시작되고 가족이나 부부관계 문제 등이 순차적·복합적으로 나타났는데 이 기간이 무려 21년 반(258개월)이나 된다.

이외에도 실업자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일하기 어려워지고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이 나타난 이후, 은퇴자는 오랜 기간 근속 후 정년퇴직하거나 은퇴를 기점으로 경로가 시작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심리부검에 참여한 사망자 391명의 경고신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인 92.3%(361명)가 극단적 선택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의도가 있음을 드러낸 징후가 포착됐다.

하지만 77.0%는 주변에서 이를 경고신호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신호는 사망 3개월 이내 등 근접한 시점에 관찰됐다. ‘주변을 정리함’ 같은 신호는 직전인 일주일 이내 나타나는 비율이 높아 이런 경고신호를 관찰할 경우 더욱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유족의 19.0%는 심각한 우울상태로 파악됐으며 사건 발생 시 유족의 71.9%가 고인의 자살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심리부검 결과를 통해 밝혀진 자살사망 경로는 향후 추가 분석을 실시해 지방자치단체별 자살예방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도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사망자가 자살생각의 시작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추적해 갈 수 있다”며 “향후 직업별, 지역별, 상황별로 다양한 경우의 심리부검을 해서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의 수립 및 유족에 대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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