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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싸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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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싸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력 2019-11-19 03:00수정 2019-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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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부모 행동에 억울한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다. 볼풀장에서 아이가 볼풀공을 벽에 던지며 놀고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가던 다른 아이가 맞았다. 지켜보던 엄마가 깜짝 놀라 그 아이가 다쳤는지 살핀 후 “놀랐지 친구야,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황당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아까 그 아이 엄마가 볼풀장에 들어가서는 내 아이를 공으로 일부러 맞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자기 아이와 놀아주면서 실수한 줄 알았다. 내 아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 아이 엄마를 바라보니 그 엄마가 “친구야, 미안해”라고 했다. 그러고는 내 아이를 또 맞혔다. 순간 화가 확 치밀었다. 하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을 상대하면 뭐 하나 싶어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키즈카페를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 아이는 억울한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봤다. 기분이 좋지 않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이에게 해줄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엄마가 실제로 상담한 내용이다. 이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도, 싸움을 하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따져 물었어야 했던 게 아닌지 후회됐다고 했다.

살면서 이런 상황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지만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냥 나와 버리는 것이 가장 잘하는 거다. 그런 사람은 상대를 안 하는 것이 맞다. 분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 때는 생각해야 한다. 이 사람의 성과 이름을 아는가, 이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이인가, 이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악연을 맺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과 말을 섞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 그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거다.


아이를 가르칠 때 우리는 ‘손해를 보지 말아라’보다 ‘할 말은 하고 살아라’고 가르쳐야 한다. 상대 눈치 보지 말고 “이것은 이렇게 하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할 말을 해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손해가 양의 개념이라면 할 말을 하고 사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다. 인간의 행복에는, 개인의 자존감에는 이 무형의 가치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할 말도 할 만한 사람일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 사례의 사람에게는 할 말을 하는 것이 가치가 없다. 말을 하는 순간 악연을 맺게 되고, 자칫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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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억울할 수 있다. 부모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이상한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는 것이 맞지만, 아이에게는 부모의 행동을 좀 설명해줘야 한다.

“엄마가 왜 그 아줌마한테 따지지 않고 너를 그냥 데리고 나왔냐면, 저 사람은 대화를 할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야. 너한테 공을 일부러 맞힌 것은 나쁜 행동이거든. 너는 벽에 맞혔는데 그 공이 튕겨 나가서 그 아이가 맞은 거잖아. 그건 어쩌다 일어난 실수야. 그럴 때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 아줌마는 어른이면서 의도적으로 너한테 공을 맞혔어.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잘못된 행동이지. 잘못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그런 사람에게는 말할 가치가 없어. 그 아줌마는 오히려 더 소리를 지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거야. 너는 무척 놀라고 무섭겠지. 그것이 너한테 더 좋지 않아서 그냥 나온 거야. 엄마가 그 사람보다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야.”

아이는 여전히 분해하면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은 혼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유머러스하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다. “그 아줌마는 남편 말도 안 듣고, 그 아줌마의 엄마 말도 안 들을 것 같아. 그런 아줌마가 엄마 말을 들을까? 엄마 말도 안 들어. 입만 아파. 그런데 그 아줌마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 아줌마가 그렇게 한 것에 우리는 아무런 영향을 안 받아. 우리는 오늘 즐거웠고 너는 여전히 엄마에게 가장 귀중한 아이야.”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들도 “아, 맞아” 하면서 넘어간다. 이렇게 키즈카페에서 만난 그 이상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내 아이에게 해주면 된다.

할 말도 할 만한 대상한테 해야지, 그렇지 않은 대상한테 하면 악연이 생긴다. 이것을 잘 파악해서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도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것 또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키즈카페#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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