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靑 첩보보고서, 단순정리 아닌 여러 루트 거친 수사첩보’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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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하명수사 의혹 파문]업체선정 외압, 송병기 업무와 무관
인사비리 첩보도 퇴직 이후 상황, 조사해볼 인물 명단까지 일목요연
檢 ‘송병기 한사람 아닌 여러 명 관여… 선거 영향주려 의도적 편집’ 판단
前행정관, 보고서에는 포함 안된 김기현 본인 의혹까지 수집 정황

출근하는 송병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9일 오전 울산시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후 조퇴한 뒤 10일부터 13일까지 병가를 냈다. 울산=뉴스1
출근하는 송병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9일 오전 울산시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후 조퇴한 뒤 10일부터 13일까지 병가를 냈다. 울산=뉴스1
대통령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52·국무총리실 민정담당 사무관)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KTX 역세권 부지 투기 의혹 첩보를 추가로 수집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2017년 9, 10월 청와대 근무 당시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해 경찰에 전달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 첩보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청와대가 직무 범위를 벗어나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인 김 전 시장과 그의 측근 비리에 대한 첩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청와대의 위법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靑, 김 전 시장 땅 투기 첩보 수집”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6,7일 출석한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나 경찰 등으로부터 KTX 울산역 인근 김 전 시장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요청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방선거 투표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울산 현지에서는 김 전 시장의 토지가 KTX 울산역 연결 도로 사업부지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이 정보를 미리 알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갑자기 제기됐다. 일부 후보는 “김 시장이 땅 투기를 했다”며 경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가 여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송 부시장에게 김 시장의 투기 여부를 질의한 것이다. 당시 김 시장은 “1998년 매입한 땅으로 도로 계획에 포함되는지 알지 못했고, 야산에 터널이 관통되기 때문에 시세 상승 여지도 없다”며 해명했다.

북콘서트서 사인하는 황운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본인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책에 사인을 해 주고 있다. 대전=뉴스1
북콘서트서 사인하는 황운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본인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책에 사인을 해 주고 있다. 대전=뉴스1
문 전 행정관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거론된 울산 아파트 건설 현장 유착이나 울산시 산하 단체 인사 비리, 김 전 시장 형제 관련 비위 의혹 등을 송 부시장으로부터 전달 받았고, 관련 내용을 A4용지 4장 분량의 첩보보고서에 기재했다.

송 부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문 전 행정관이 먼저 전화가 와서 물어오면 답했고, 이를 다시 카카오톡으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송 부시장이 알기 어려운 정보 보고서에”

검찰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송 부시장이 2015년 울산시청을 퇴임한 이후에 벌어진 상황으로 본인이 직접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진 2017년 울산 아파트 현장 레미콘업체 선정 외압 관련 부분은 송 부시장이 건설교통국장이던 2015년보다 2년 뒤의 일로 송 부시장의 소관 업무나 내부 고발 문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이 산하 단체 인사 과정에 개입해 돈을 받거나 가까운 사람을 앉혔다는 측근의 인사비리 부분도 시기 대부분이 송 부시장이 퇴직한 이후에 벌어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등에 범죄 사실로 그대로 옮겨도 무방할 정도로 정제된 내용이 적혀 있고, 사안별로 접촉해 볼 인물 명단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보고서 형식도 검찰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 등의 제보를 단순히 정리해 만든 문건이 아니라 송 부시장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다양한 루트로 재검증한 사실상 ‘수사첩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 “靑보고서, 선거 영향 주려고 의도적 편집”

검찰은 청와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필요 이상으로 확대 편집됐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에는 2014년 건설업자와 김 전 시장 동생이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 원을 준다’는 취지로 작성한 용역계약서 내용이 비중 있게 적혀 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2017년 9월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팀을 교체한 이유도 이 문건의 존재를 수사팀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질책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자는 김 전 시장 동생의 비위를 강조하려고 계약서를 언급한 게 아닌데 청와대 보고서에는 동생의 비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김기현#첩보보고서#송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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