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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김경수-드루킹 사건도 앞으론 못 밝힌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12-19 14:00수정 2020-12-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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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병’을 아시는지? 광견병(狂犬病)과 같은 병이다. 광견병 걸린 개한테 물리면 물만 봐도 공포에 떤대서 공수병(恐水病)이라고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약칭이 하필 공수처다. 공수처라고 쓸 때마다 혼자 광견병과 미친개를 떠올리곤 했는데(죄송해요. 어릴 때 개한테 물려 고생했거든요) 공직자들 특히 판검사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상태가 아닌지.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2012년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음을 언급하면서 “그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되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집권세력은 결국 자기들 뜻에 맞는 공수처장을 앉히고 말 것이다. 공수처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므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더니 집권당은 기어코 법까지 바꿔 비토권을 박탈해버렸다. 쉽게 말하면 김경수 경남지사가 관련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또 터질 경우, 특별검사를 여당끼리 추천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흥! 지금의 허익범 특검이 여당 사람이라면 2심까지 유죄를 받아낼 수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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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 출범…김경수는 “대법원 무죄 확신”
기다렸다는 듯 김경수는 18일 아침 방송에 나와 대법원 판단이 뒤집힐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죄가 당연하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2022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니 마치 차차기 대통령은 예약한 것 같다(2027년 당선되면 민주당은 최소 15년 장기집권이다). 신년 초 공수처가 출범하는데 대법관들이 감히 문 정권의 황태자에게 유죄를 때릴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이 스피커를 뚫을 듯했다.

문 정권의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쓰고 개악으로 읽는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김경수-드루킹 사건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첫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정권 비리도 경찰 선에서 조용한 처리가 가능하다.

2020년 11월 항소심 재판에 출두한 김경수 경남지사.


경찰은 2018년 4월 13일 그 사건이 한겨레신문에 보도될 때까지 입을 딱 다물고 있던 조직이다. ‘네이버에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 수 등을 조작한 혐의로 누리꾼 3명이 구속됐는데 이 중 2명은 더불어민주당원’이라는 보도가 없었으면 국민은 모르고 지나갈 뻔한 거다. 심지어 경찰은 3월 3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도 ‘드루킹이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온라인 활동을 알렸다’는 핵심 서류는 쏙 빼놓기까지 했다.

● 김경수 보호했던 경찰, 수사종결권도 갖는다
내년 1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는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된다. 경찰이 드루킹 사건을 부실수사하거나 김경수 부분은 덮은 채 수사를 종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검사가 경찰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찰개혁과 선거 관리의 총책임자가 문 정권 ‘실세 3철’ 중 하나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후보자)이다. 어떤 간 큰 검사가 문제 삼겠나.

김경수-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도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가 2017년 5월 대선 직전 드루킹과 민주당의 연관성 수사를 의뢰했음에도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거다.

당연히 야권은 특검을 요구했다. 당연한 듯 여당은 특검을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 만에 특검법이 합의됐다.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을 추천하면 그중 2명을 야3당 교섭단체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중 1명을 임명하게 됐다.

● 집권세력끼리 정하는 공수처장에게 뭘 바라랴
검경이 못 밝힌 사실을 특검이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허익범 특검이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물론 유능하고 성실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적 통제’라는 명목으로 정권의 통제를 받는 검찰과 달리 특검은 재판 뒤 변호사로 돌아가니까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할 수 있다.

2019년 1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법정구속을 이끌어낸 허익범 특별검사.


특검은 대개 야당 추천인사가 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이명박 대통령 때 ‘내곡동 특검’도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당이 추천권을 행사했고, 박근혜 대통령 때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합의해 추천했다.

공수처장 추천에서 야당의 발언권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판검사든 공직자든 결국 현 정권 인사들인데 집권세력끼리 공수처장을 임명한다는 건 미친개 공수처장을 임명해도 말리지 말라는 거다. 더 뻔뻔한 것은 민주당이 드루킹 특검 협상 때는 ‘여당의 비토권’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기실 대통령의 인사권 때문에 검찰이 눈치 보느라 정권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특검이 등장했던 거다. 검찰 문제를 인사 독립 아닌 공수처 설치로 푼다는 것부터 엉뚱한 해법이었다(1996년 참여연대가 처음 주장했다).

● 단식투쟁으로 특검 쟁취해내는 야당도 없다
김경수-드루킹 사건 때 김성태 자유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간 목숨 건 단식투쟁으로 여당에서 특검을 받아냈다. 단식이라는 것이 참으로 구태의 방식이긴 해도 그런 투쟁이 없었으면 여당은 특검에 합의하지 않았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그만한 투쟁 의지도, 능력도 없다. 21대 국회의 지형이 비상하게 바뀐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야당도 비상한 전략으로 공수처장 추천권을 확보해야 마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사의를 표명했고, 의원들이 곧바로 재신임했지만 구차하다. 그 당에 십자가를 받아들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은 17일 개헌을 언급했다. 헌법을 개정해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을 강행한다면 집권세력이 달랑 검찰 기소권 한 대목만 고칠 리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일단 발설하면 성사시키고 마는 무서운 정권 아래 우리가 살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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