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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세상이 바뀐 것 확실히 느꼈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6-06 14:00수정 2020-06-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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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설마,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하늘이 두 쪽 나도 법이 정한 날짜인 5일,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엄포를 놨어도 설마 21대 국회 첫 출발을 여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하겠나 싶었다.

21대 국회의원 뱃지. 동아일보DB

여당 단독 개원이란 헌정사상 단 한번밖에 없던 일이다. 1967년 6·8총선 부정선거 때문이었다. 당시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는 6월 8일자에 울산 국민학교에서 공화당원이 유권자에게 현금 나눠주는 현장을 ‘한낮의 매표행위’ 제목으로 특종 보도했다. 7월 10일 국회 개원일 , 7월 10일 국회 개원일, 경찰은 야당인 신민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까지도 태평로 국회의사당 접근을 막았고, 힘없는 시민당은 정문 앞에서 부정선거 규탄 데모로 항거했다.

그날 동아일보는 ‘7대 국회가 많은 파란을 안고 10일 야당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개원됐다. 여당 일당만에 의해서 새 국회가 개원되기란 한국의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유신독재 때도, 전두환 신군부 때도 두 번 다시 못 했던 일을 그때 그 신민당의 후예가 감행한 것이다.

1967년 7월 10일자 동아일보 기사.



● 올챙이 적 잊은 개구리,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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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법대로 한 건 맞다. 국회법 5조 3항은 총선 후 첫 임시회를 의원 임기 개시 후 7일에 열게 돼 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이 5월 30일이니 7일째인 6월 5일이 법에 정한 날짜다. 매번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지루한 ‘개원 협상’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177석의 거대여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갖겠다고 해서 협상이 불발된 거다. 민주당은 81석이었던 2008년 18대 국회 때도 6개 상임위원장을 받아갔다. 민주화 이후 관행대로 의석비례로 나누면 103석인 미래통합당에 7개는 돌아가야 한다. 그걸 못 주겠다고 단독 개원을 해버린 민주당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오만한 개구리다.

“세상이 바뀐 것을 느끼게 갚아주겠다”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말씀은 이제 현실이 됐다. 통합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해도 국회는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는 국회법에 따라 5일 통합당 의원 퇴장 뒤 박병석 국회의장이 191표로 선출됐다. 법대로라면 상임위원장을 전부 여당이 갖는 것도 가능하다.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의장 선출을 위한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거대여당, 개헌까지 못할 게 없다

국회법은 의장 선출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뽑듯 통합당 없이 뽑으면 그만이다. 상임위원 배분도 의장 뜻대로 할 수 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게 돼 있지만 ‘요청이 없을 경우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는 게 국회법이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을 국방위나 정보위에 안 보낼 수도 있다. 53년 만에 처음 단독 개원도 했는데 뭔들 못하겠나.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 뉴시스


범여 190석을 확보한 이상, 민주당은 어떤 법안이든 패스트트랙을 통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의사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중단시키면 그만이다. 북한 김여정의 요구에 정부가 즉시 화답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물론 현 정부 숙원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 해고금지 같은 친(親)노동, 온 국민 예산 퍼주기 법안도 일사천리 가능하다. 5일 국회 참석한 193명에서 7명만 더 끌어 모으면 개헌도 할 수 있다.

과거사에 집착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원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행위 처벌법도 결국 통과될 것이다. 지난 국회에선 들어있던 ‘예술 학술 보도 등의 목적으로 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목은 빠졌다. 통합당이 최후의 보루 법사위원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안도 집권세력 뜻대로 처리될 판이다. 정부가 개인의 양심까지 간섭하는 전체주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아일보DB


● 대통령 복심, 최강욱을 주목하라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자기 실력 없다고 폭로한 법관을 탄핵하겠다는 앙탈도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시킬 수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을 집권세력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국무총리와 대법관,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정도는 가볍다. 사실 지금도 야당 반대를 개의치 않았지만 앞으론 야당 자체가 의미 없어진 것이다.

국회가 국회법을 지키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공수처법안 표결 때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 징계부터 당장 취소해야 한다. 국회법 114조 2항은 의원이 소속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규정이 있다. 금태섭 징계는 국회법은 물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시하고 양심에 따른다’는 헌법 46조 2항 위반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제는 청와대 출신 최강욱을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다. 그가 총선 뒤 “역할을 기대한다”는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굳이 알린 것은 우습게 볼 만용이 아니었다. 최강욱의 통화 마케팅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기정 정무수석은 “전혀 아니고,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확인했다. 어쩌면 최강욱은, 점잖은 대통령이 말 못하는 것을 말해주는 ‘복심 스피커’일 수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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