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 등록금 인상 규탄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2026.03.17 뉴시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고등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초중고에 집중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둘러 연금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OECD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올리고, 기대수명 증가와 연동하는 개혁안을 시행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2060년 국내총생산(GDP)이 1.9%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 “교육교부금 줄이고 고등교육 질 높여라”
OECD는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2년마다 회원국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구조개혁 과제 등을 제시한다.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 물가 상승률은 2.6%로 지난달 내놓은 전망치와 같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교육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했지만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학교 교육은 성인이 된 이후의 학습 역량을 길러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교육은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는 측면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대학 이수율이 71%로 높지만, 학위 소지자가 수요보다 많이 배출되고 고등교육의 질은 떨어져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OECD는 설명했다.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공적 지원 부족과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 제도를 지목했다.
현재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배정되는데 이는 초중고 및 일부 유치원 교육에만 사용된다. 초중고 학생이 줄어들어도 교부금은 세수에 따라 증가하는 구조라 시도 교육청의 재정은 여유가 넘친다.
반면 대학은 대부분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고, 교육부가 정하는 법정 한도 내에서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만성 재정난에 시달리고 시설 개선이나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OECD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고, 초중고에 배정하는 세수(교육교부금)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성인의 교육·훈련 참여를 높여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로자의 1년 내 교육·훈련 참가 비율은 OECD 평균이 60%인데 한국은 21%로 조사대상 26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OECD는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인한 조기 퇴직 관행 때문에 기업이 직원들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 보호 완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직무·성과급을 확대해 의무 퇴직 연령(정년)을 폐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연금 수급 68세로 늦추고 보유세 올려라”
OECD는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해 연금개혁을 포함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앞서 OECD는 2024년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늦추고, 이후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을 추가로 연동하는 개혁안을 제안했다. OECD는 “연금 개혁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2060년 국내총생산(GDP)이 1.9%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은 3.0%로 OECD 평균인 1.6%의 약 2배로 높았다. 하지만 부동산 세수 가운데 보유세 비중은 29.4%에 불과해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실 주택이나 세컨드홈처럼 활용도가 낮은 자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보유세는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담뱃세는 현행보다 강화하고, 주세는 알코올 도수 기준으로 바꿔 과도한 음주에 많은 세금을 물리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봤다.
OECD는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전망치를 지난달 발표한 48.2%에서 51.4%로 수정했다. 지난달 전망치 계산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고 현재 정책을 유지한다면 2050년 정부 부채 비율이 GDP의 약 200%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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