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소서 다 비슷해 면접이 중요” 1회 30만원 컨설팅 학원 북적

  • 동아일보

직무-인성 등 면접 전형 다양해져
AI로 면접-역량검사 기업들 늘어
시선 처리-목소리 톤-표정 연습도
“청년 구직자 부담 더 늘어” 지적

올해 4월 방송국 정규직 PD로 입사한 전모 씨(29)는 면접을 앞두고 취업 컨설팅 학원에 등록했다. 3년간 비정규직 PD로 버티며 어렵게 잡은 정규직 전환 기회라 2시간짜리 면접 컨설팅에 30만 원을 지불했다. 학원 측은 일대일 모의 압박 면접을 진행했지만 면접관이 자기소개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전 씨는 “자기소개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혼자서도 충분히 쓸 수 있기 때문에 면접에 공을 들이는 취업준비생이 많다”며 “다른 취준생들도 대부분 학원에서 면접 준비를 해 나도 등록했다”고 말했다.

면접과 인적성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 준비 학원이나 컨설팅 업체를 찾는 취준생이 크게 늘고 있다. AI를 활용해 쓴 자기소개서의 변별력이 떨어져 구직자의 경험과 직무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전형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AI 면접, 직무 면접 등 면접 전형도 다양해지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소서는 AI로, 면접 준비는 학원에서

11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취업 컨설팅 업체 ‘렛유인에듀’는 올 1∼5월 수강생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배 늘었다. 대부분 면접과 인적성검사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이다.

이공계에 특화돼 취업 컨설팅을 해주는 이 업체에는 1시간 8만 원부터 2시간 30만 원짜리 등 다양한 면접 준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공계 학생들은 특히 면접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컨설팅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렛유인에듀 정지성 이사는 “생성형 AI 활용이 대중화되면서 자기소개서는 취준생 스스로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며 “직무 면접과 인성 면접, 인적성검사 순으로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채용 시즌마다 취업 준비 학원에는 면접 대비뿐만 아니라 이른바 ‘삼성 고시’, ‘SK 고시’로 불리는 대기업 직무적성검사를 준비하려는 구직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 준비 학원 해커스잡의 유동균 수석원장은 “직무적성검사에 대비한 모의고사와 강의, 면접 컨설팅 등 전형별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며 “취업 전 과정을 한 번에 대비하는 패키지형 상품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I의 도움으로 자기소개서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자기소개서 역할이 면접 질문 문항을 선별하는 기초자료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한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의 김동욱 매니저는 “기업들은 AI가 작성했을지도 모르는 서류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면접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 AI 면접까지 더해져 취준생 부담 가중

청년 구직자 절반 이상(53%)도 ‘AI 보편화로 변별력을 잃은 전형’으로 자기소개서를 꼽았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3월 청년 구직자 16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이어 AI 역량 검사(16%), 직무 테스트(9%), 이력서(8%) 순으로 변별력이 없어졌다고 봤다. 구직자들은 ‘AI 시대에 가장 적절한 신입 채용 방식’으로 심층 면접(43%)을 가장 선호했다.

신입 공채가 줄고 수시·경력직 채용이 확대되는 흐름도 면접의 중요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 이사는 “경력직 희망자의 면접 컨설팅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중고 신입이나 경력직은 ‘왜 이직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면접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대면 면접 이전 단계에서 AI 면접과 AI 역량 검사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취준생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AI 면접은 대부분 화상 면접으로 진행되며 답변 내용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행동과 반응까지 평가한다. 취업준비생 강민지 씨(25)는 “기존 인적성검사와 자기소개서, 대면 면접뿐만 아니라 AI 면접에 대비해 카메라 시선 처리와 목소리 톤, 표정 연습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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