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학-꽃길… “ 오감만족 남도여행, 남도 1번지 강진엔 봄 여행 다 있다”

  • 동아일보

[오감만족 남도여행] 백운동원림-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
‘호남 3대 정원’ 명성 백운동원림
정약용도 ‘12승경’ 노래하며 칭송
시문학파기념관은 첫 유파문학관
김영랑-정지용 등 시인 9명 기려

월출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백운동원림은 호남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월출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백운동원림은 호남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남도답사 1번지’ 전남 강진의 봄은 천천히 찾아온다. 월출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연둣빛 바람은 계곡과 정원, 문학의 집과 꽃길을 지나며 강진만의 시간을 빚어낸다. 천년 고찰과 다산의 흔적, 차향과 시심이 어우러진 이 고장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남도의 자연과 문화가 가장 농밀하게 응축된 공간이다. 봄날 강진 여행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문학, 역사를 따라 걷는 여정이다. 느리게 걸을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이고 오래 머물수록 더 짙은 여운이 남는 곳, 그래서 강진은 봄이라는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린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마당에 핀 모란꽃을 감상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마당에 핀 모란꽃을 감상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강진 봄나들이의 첫걸음은 월출산 남쪽 자락 백운동원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조선 중기 이담로가 조성한 이 정원은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백운동’이라는 이름처럼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오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다. 유상곡수의 물길을 따라 흐르는 맑은 계류, 대숲 사이로 스미는 바람 소리, 백매화 향기 어린 바위 언덕은 봄의 정취를 오롯이 품고 있다.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이 ‘백운동 12승경’을 노래하며 감탄한 이유를 원림을 걸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지난해 문을 연 백운동전시관에 들르면 원림의 역사와 다산, 초의선사의 시서화 흔적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백운동에서 강진읍으로 내려오면 문학의 향기가 이어진다. 군청 뒤편 시문학파기념관은 한국 최초의 유파문학관으로 1930년 창간된 ‘시문학’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이끈 김영랑(1903∼1950), 박용철(1904∼1938), 정지용(1902∼1950) 등 아홉 시인의 정신을 기린다. 전시실에는 ‘시문학’ 원본과 희귀 초간본, 친필 원고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자작나무 조형물 아래 펼쳐진 ‘시인의 전당’에서는 시문학파 시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강진이 왜 ‘문향(文鄕)’의 고장인지 새삼 느끼게 한다.

기념관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영랑생가가 나온다. 돌담길과 동백나무, 샘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집은 서정시인 영랑 김윤식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한 수많은 명시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햇살이 돌담 위에 내려앉는 오후, 생가 마당에 서면 그의 시구처럼 맑고 단정한 정서가 마음에 번져온다. 남도의 사투리로 빚어낸 영랑의 언어는 지금도 이 집의 공기 속에 남아 봄바람처럼 잔잔히 흐른다.

여정의 마지막은 영랑생가 뒤편 세계모란공원이다. 봄이면 이곳은 이름 그대로 ‘모란의 나라’가 된다. 붉고 흰 모란, 자줏빛 겹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며 공원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유리온실 사계절 모란원에서는 계절과 관계없이 풍성한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강진 읍내와 보은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녁이 되면 야간 조명이 켜지면서 대숲과 꽃길이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해 낮과는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특히 5월의 모란은 가장 화려한 절정을 이루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백운동의 고요한 물소리에서 시작해 시문학의 향기, 영랑의 서정, 모란의 화사함으로 이어지는 길. 강진의 봄은 한 장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과 문학, 역사와 꽃이 이어지는 동선마다 ‘남도답사 1번지’라는 이름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 이번 봄, 강진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한 편의 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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