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우철]증권거래세 폐지, 공정한 과세의 출발점이다

  • 동아일보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언젠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같은 수준에서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세 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소득 기반 과세의 중요성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들려, 일단 반가운 마음이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 벌어진 반응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주식에 세금을 더 매기려 한다는 자극적 해석과 함께 3년 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파동이 소환되고, 논의는 또다시 ‘과세 강화 대 완화’라는 이분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리 주식투자 세제의 구조적 왜곡이라는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뒤로 밀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기준 양도소득세가 가져오는 폐해를 바로잡을 기회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거래세-대주주 기준이 낳은 과세 왜곡

증권거래세는 이익을 봤든, 손실을 봤든 거래 자체에 부과되는 예외적 세금이다. 거래 횟수에 비례해 세 부담이 누적되므로, 빈번하게 대량 매매하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에게 왜곡 효과가 특히 크다. 우리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니 별문제 없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의 거래세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식돼 왔다. 고빈도 거래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일수록 연간 거래세 부담이 운용 수익률을 크게 잠식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평가할 때 거래세를 명시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거래세를 유지하는 나라가 극소수인 이유다.

대주주 기준 양도소득세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 8개월간 인공지능(AI)·반도체 테마를 중심으로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다. 대형주 위주 포트폴리오로 수억 원의 차익을 올린 투자자라도 종목별 보유액을 10억 원 미만으로 유지하면 납부 세액은 거래세 수백만 원에 그치고,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반면 동일한 금액을 사업소득으로 올린 자영업자는 수억 원의 세금을 낸다. 더 나아가 여러 종목에 분산해 보유액을 기준선 아래로 유지하면 총수익이 수십억 원에 달해도 세금은 여전히 0원이다. 이것이 우리 세법이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결과다.

이는 단순한 불공평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자산에 과도한 비과세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과세 중립성이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자산 배분을 왜곡해 비효율을 초래한다. 동일한 소득임에도 원천에 따라 세 부담이 극단적으로 달라져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도 크게 훼손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식 차익을 비과세하면서 근로소득에 엄격히 과세하는 것은 현 집권당이 중시하는 소득이 많을수록 좀 더 많은 세 부담을 지우는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마저 위배한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세 부담이 늘어나느냐 아니냐로 접근하면 지난 금투세 논의의 전철을 되풀이할 뿐이다.

수익 기반 과세가 정상화의 유일한 길


해법의 방향은 명확하다. 증권거래세는 전면 폐지하고, 대주주 기준의 편법적 양도세 체계도 허물어야 한다. 주식으로 번 소득 그 자체를 기준으로 삼는 소득 기반 과세로의 전환이 유일한 정상화의 길이다. 다만 3년 전 금투세 파동의 교훈은 잊어선 안 된다. 소득이 충분치 않은 계층과 자산 형성이 절실한 청년 세대에게는 주식 양도소득을 비과세하거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투자 손실은 폭넓게 결손금으로 인정하며 다른 금융소득과의 상계 범위도 넓혀야 한다. 근거도, 국제적 선례도 없는 반기별 원천징수는 재론의 가치조차 없다. 이러한 보완 설계를 갖춘다면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공정한 과세 체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본시장 과세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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