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다. 미국 명문대 기여편입을 시켜주겠다며 대학생 부모를 속여 8억5000만 원을 가로챈 3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사진=뉴시스
미국 명문대 인맥을 통해 기여 편입학을 시켜주겠다며 대학생 부모를 속여 8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7)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18년 5월 국내 대학에 재학하며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B 씨 측을 상대로 “미국 명문대에 기여 편입학을 하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계약금과 사례금 등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 “입학사정관 인맥 있다” 속여 8억5000만 원 요구
당시 B 씨 부모는 입학 컨설팅 전문가 C 씨에게 편입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후 A 씨는 C 씨에게 자신이 미국 대학 졸업자이자 입시 컨설턴트라며 “내가 아는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을 통해 B 씨를 편입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C 씨는 B 씨 부모에게 A 씨의 제안을 전달하며, 현지 입학사정관에게 전달할 2억 원을 포함해 총 8억5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불합격할 경우 6억 원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피해자 측을 설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 부모가 계약금 명목의 2억 원만 지급하고 같은 해 10월 말까지 잔금을 내지 못하자, A 씨는 그해 12월 “환불이 불가능한 컨설팅 비용 5000만 원과 성공사례비 일부인 6억 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2차 계약까지 체결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A 씨가 미국 현지 명문대 입학사정관들을 실제로 알지 못했고,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방식의 이른바 ‘기여 편입학’을 통해 합격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B 씨는 해당 방식으로 편입하지 못했고, 재학 중이던 국내 대학에서도 제적됐다. 다만 2020년 A 씨가 약속한 대학과는 다른 미국 대학에 스스로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 1·2심 모두 사기 판단…대법원도 상고 기각
재판에서 A 씨는 단순한 입학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이며, B 씨가 결국 미국 대학에 합격한 만큼 기망이나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가 미국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이미 A 씨를 통한 진학이 좌절된 상태였다”며 “피해자 측은 약정된 미국 명문대로부터 불합격 통지서나 이메일조차 받아본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명문대로 편입하고자 하는 대학생과 그 부친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거액을 편취한 것으로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A 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A 씨는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자 항소해 “단순한 입학 컨설팅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해 사기 부분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로 낮췄다.
여기에 A 씨는 별도의 사기 사건 재판 과정에서 다른 증인을 내세워 위증하게 한 혐의로도 기소돼, 해당 사건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최종 형량은 징역 1년 10개월로 정해졌다.
A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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