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사망자 14명 가운데 한 명인 고 오상열 씨(64) 손녀가 30일 오 씨 발인식에 맞춰 오 씨에게 쓴 편지. 유족 제공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슬퍼요. 제가 앞으로도 많이 많이 사랑할게요.’
30일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열린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고 오상열 씨(64)의 발인식에서 유족이 내민 편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 씨의 외손녀 오모 양(7)이 쓴 편지였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편지엔 ‘하늘나라에 가서도 저 안 일어(잊어) 버릴 꺼(거)죠’라고 적혀 있었다. 오 씨는 9명의 사망자가 나온 ‘2.5층’ 불법 증축 휴게 공간에서 발견됐다. 오 씨의 아내는 “남편이 공장 환풍기에서 불이 난다는 말을 종종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 씨의 발인을 마지막으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14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열흘 만이다. 일부 시신의 경우 손상이 심해 DNA 검사 등 확인을 거치느라 시간이 걸렸다.
참사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화재 원인 규명 등 경찰의 수사는 답보 상태다. 또 경찰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 등 경영진 6명을 출국금지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입건된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순 화재가 아니라 ‘2.5층’ 불법 증축에 따른 대피 지연, 열악한 작업 환경에 따른 화재 확산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해 여러 기관이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재의 정확한 발생 지점과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큰 화재로 인해 건물이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공장 건물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은 증거 훼손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 주체는 대덕구청으로 경찰과 구청, 철거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가 필요하다”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가장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꼽히는 1층 생산라인 주변부터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경찰은 유족과 부상자 등 총 48명을 조사한 결과 안전공업에서 유사시를 대비한 소방 훈련이 서류상으로만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수의 부상자들이 소방 훈련이 서류상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고, 공장 내 기름이 가득해 바닥이 미끄러울 정도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시는 이날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샌드위치 패널 구조 등 기존 건축 방식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피 공간 확보 등 안전 중심 건축 기준 마련을 위한 조례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