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알고리즘 중독돼 우울증” 소송
배심원단 “앱설계 탓” 첫 책임 인정
유사소송 수천건… 빅테크 전반 파장
“우리 아이도 유튜브-SNS 중독에 희생”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원 앞에서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딸을 잃은 로리 쇼트(가운데)가 딸의 사진을 든 채 자신의 변호사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법원 배심원단은 소셜미디어가 중독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악을 끼쳤다는 주장과 관련해 빅테크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평결을 처음 내렸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중독 등 정신건강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과 관련해 빅테크들의 책임이 있다는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이 처음 나왔다. 이와 관련된 소송이 미국에서만 수천 건에 달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연 ‘표본 재판(Bellwether Trial)’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원 배심원단은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와 유튜브 운영사 구글이 원고에게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메타 420만 달러, 구글 180만 달러 부담)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원고인 20세 여성 케일리 G M(가명)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청소년의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돼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불안, 우울증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빅테크들은 1996년 만들어진 통신품위법 제230조(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에 따라 사실상 모든 법적 책임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9일간의 심의 끝에 “콘텐츠 자체보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플랫폼을 중독성 있게 설계한 게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 플랫폼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하며 두 기업은 사용자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평결은 빅테크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법원이 실리콘밸리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소송은 1990년대 대형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 비견된다”며 “당시 수세에 몰린 담배 회사들이 2000억 달러 이상의 합의금을 내면서 미성년자 대상 마케팅을 중단했고, 이후 엄격한 담배 규제로 흡연율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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